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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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의사는 원래 치유자이자 인문학자였다
첨단 의료, 삶의 의료화 시대에 의학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다
‘의료인문학’이라는 단어는 여러 사람에게 생소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은 무엇보다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임상 활동을 하는 학문이지 ‘인문학’이 들어갈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의학의 역사를 조금만 따라가 보면 의학과 인문학이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고대부터 의학과 인문학의 관련성은 강조되었다. 고대 그리스 의사들에게는 진료 능력 못지않게 진단이나 예후를 환자나 대중에게 설명하고 치료법을 설득하는 웅변술이 요구되었고 증상에 관해 환자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이를 정리하여 납득할 만한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서사적 능력도 필수였다. 중세 시대에 대학에서 의학부가 생겨 근대적인 의학 교육이 체계를 잡아갈 때도 교양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했는데, 이는 예과와 본과로 나누어져 있는 오늘날의 의학 교육 체제에까지 그 기본 정신이 지속되고 있다.

의학이 과학의 방법론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인문학과 거리가 생긴 것은 19세기 이후였다. 이 시기부터 윌리엄 오슬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 등은 의학에서 휴머니즘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960년대 들어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덕적·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했다. 혈액 투석기와 같은 새로운 의료기술을 누구에게 먼저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으며, 심장 이식이 성공함에 따라 심폐사 중심의 전통적인 죽음 관념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시민들이 권리 의식에 각성하면서 의료에서의 권리, 즉 건강권과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주목받고 상대적으로 의사의 권위는 약화되었다. 또한 병원이 점점 비대해지고 영리를 추구하게 되면서 관료적인 체제로 발전해 갔고 환자들은 돌봄의 대상보다는 치료의 대상이나 고객으로 바뀌어 갔다. 만성질환을 앓으면서 오래 사는 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질병 치료에만 중점을 두고 질병을 앓는 환자의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현대의학의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도 증가하게 된다. 이 모든 도덕적·사회적 이슈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으로서의 의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서구 사회는 의료계에 인간적인 의료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으며, 그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인문학을 도입하여 의학 교육과 임상 의료를 개혁함으로써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에 대처했다. 그 과정에서 의학의 인간적인 면을 보강하여 의료의 질을 향상하자는 생명의료윤리와 근대적 의미의 의료인문학이 탄생하게 된다.
저자

황임경

한림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영상의학전문의가되었다.전문의생활을하면서서울대학교의과대학인문의학교실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는제주대학교의과대학의료인문학교실에재직중이다.의철학,의료인문학,서사의학등을연구하고가르쳐왔으며,최근에는서사,취약성,돌봄,정의,면역등을주제로학제적연구를진행하고있다.의학이라는프리즘을통해비친인간과사회를탐구하는일을죽는순간까지할수있길바라고있다.지은책으로는『BodyTalkintheMedicalHumanities:WhoseLanguage?』(공저),『21세기청소년인문학2』(공저),『의학의전환과근대병원의탄생』(공저),『내러티브연구의현황과전망』(공저)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4
들어가며12

1부의료인문학이란무엇인가

1장의학+인문학=의료인문학?
1.의료인문학은언제,왜,어떻게탄생했는가?
2.한국의의료인문학
3.그렇다면의료인문학이란무엇인가?
4.의료인문학의목표와앎의방식

2장인문학으로본의학
5.의과대학생이역사를배우는까닭은?_의학과역사
6.좋은의사는또한철학자이다_의학과철학
7.누구를먼저살릴것인가?_의학과윤리
8.질병은이야기를낳는다_의학과문학
9.병든몸이아름다울수있을까?_의학과예술
10.탈모는질병이다!?_의학과과학기술학

2부의학속의인문학

1장증상과징후
11.열은증상일까,징후일까?
12.몸과기호를통해본증상과징후
13.통증과고통

2장질병
14.성스러운병에서세속적인병으로
15.철학으로본질병
16.질병의의미론과이야기
17.재현과은유로서의질병

3장진단
18.진단의기예에서진단의과학으로
19.의사는어떻게생각하는가?
20.의사는무엇을느끼는가?
21.분류와차이의정치학

4장치료 334
22.약물과수술의역사
23.의학의불확실성과임상적의사결정의역설
24.플라세보와관계의힘
25.치료를둘러싼생명과학기술과지식의정치
26.환자-의사관계의수수께끼

5장치료너머
27.예후가중요한이유
28.아프면서행복할수있을까?
29.노화라는질병
30.투병기를통해본죽음

나오며_다시,의료인문학이란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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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의학과인문학은어떻게연결되나?
역사,철학,윤리,문학,예술그리고의학

그렇다면의료인문학이란무엇일까?의료인문학의정의나개념에대한다양한논의와비판을살펴보면대개두가지특정한사유의틀을발견할수있다.첫째,의학과인문학의이항대립구도에서의료인문학에대한논의가이루어지며,둘째,의료인문학의개념이대부분‘인간적인의료’라는규범적관점에서논의된다는점이다.이책의주장에따르면의료인문학의개념과성격은의학과인문학이라는이항대립에서벗어난지점에서새롭게사유되어야한다.왜냐하면의료인문학의시작이교육적목적이건학문적목적이건상관없이,그것이전개되고상호작용하는과정에서의학과인문학은모두일정한변화혹은변형을겪게되고,결국새로운정체성을갖게되기때문이다.그것은태생적으로경계에위치하며끊임없이양쪽을횡단하고사유와실천을진행해야하는유동적인정체성을가질수밖에없다.따라서의료인문학의개념은기존의좁은시각에서벗어나매우느슨하게파악해야한다고주장한다.
실제로의료인문학은매우다양한방식으로의학과인문학이만나는지점들을포괄한다.예를들어서의료는구체적인질병을치료하는실천적인활동이지만,그과정에서개념적이고추상적인철학적인활동을무시할수없기때문에의학에서철학적인논의를해야할필요성이발생한다.지난40년간건강과질병이라는개념은가장많이논의되었는데,‘질병이없는상태가곧건강’이라는기존의료계의정의가문제를일으켰기때문이다.규범주의입장에따르면건강과질병개념에는항상개인적·사회적가치판단이개입되어있다고보고건강은단순히질병이없는상태가아니라인간이추구해야할그무엇이라본다.반면자연주의입장에서는질병이사회의가치와는무관한생물학적현상이며객관적으로파악할수있는것이라본다.건강과질병에관하여철학적으로어떤입장에서느냐하는문제는결국건강과질병에관해특정한시각을갖는다는것을의미하며,이것은미시적인환자-의사관계부터거시적으로는국가의의료제도나정책에까지영향을미칠수있기때문에매우중요하다.
철학뿐아니라역사,윤리,문학,예술,과학기술학등이의학과관련을맺고있고어떤방식으로든의료활동이나의학교육에서실천적으로쓰이고있다.‘누구를살릴것인가’로대표되는의료윤리의영역은이미많은미디어에서다루면서대중에게도친숙해졌고,서사의학이나퍼포먼스의학처럼문학이나예술이의학과접목되는사례도갈수록늘어나고있다.


증상의발현에서치료너머까지
임상의각단계에서만날수있는실천으로서의의료인문학

이책의1부에서는의료인문학이무엇인지,의학과각분과학문으로서의인문학이어떻게교차하는지를다룬다면,2부에서는증상과징후,질병,진단,치료,치료너머라는각단계에서의료인문학이어떻게적용되는지를다룬다.
증상과징후의차이점을생각해보자.전세계의모든의사들은증상은주관적인것,징후는객관적이라고보고배우는데,정말그러할까?18세기까지만해도서양의학에서의증상은특별한의미가부여되지않은관찰된현상을의미했고,그것이이성적사고및추론을거쳐서처음지각될당시에는알수없었던특정한결론이도출되었을때비로소징후가되었다.오늘날처럼증상은주관적인것,징후는객관적인것이라는의미로뚜렷하게구분되지않았으며,단지감각의대상이냐추론의대상이냐에따른구분만이존재했다.
그러나19세기이후타진법과청진법,엑스선,심전도등의진단기술과기기가임상에적용되면서증상과징후의의미는변하게된다.검사기법이발전하면서검사결과를해석할수있는지식이늘어나고그것을의사가독점하게되면서점차징후는의사가환자에게인위적으로무언가를행해서얻어내야하는것으로바뀌어갔다.기침하는환자의가슴을두드려본다든지청진기를대본다든지하는특정한의료행위를통해의사만이만들어내고해석할수있는정보가양산되기시작한것이다.이렇게해서기존의증상과징후는의사만이알수있는새로운정보와환자와의사모두가알수있는정보로재편되었고,점차전자는징후,후자는증상으로불리게되었다.현대의학에서엄격하게구분하는증상과징후의의미는엄밀히말하면19세기이후서양의학의유산이다.
이책에서는이런식으로임상각단계의의미와적용에서어떤문제가나타나는지,어떻게더나은방식으로개선할수있을지에관해인문학적입장을제시한다.의사들이실제로환자를진단하고치료하면서겪을수있는다양한문제적상황들을살펴보면서,누군가는그러한문제를먼저겪고고민했음을기록하기도한다.현대의료체계에서는질병과그질병을겪는인간을나누고,질병만치료하려다가생기는문제도많다.의료인문학에서는포괄적인입장과시선에서의학과의사,환자,그리고인간을조망하면서더나은의학의가능성을모색한다.

과학기술의발전이모든것을대체하는시대
인간적인과학,경험적인예술,과학적인인문학을추구하다

고대의학을집대성했으며의학의선구자라고불리는히포크라테스는의학의인본적태도를요구했다.의료적역량을갖추고나서환자를돌보며,자유인과노예를차별하지않고,상처입은이를그냥지나치지않을것을말하는의사에게필요한덕목은고대부터지금까지내려오는서양의학의기본적인정신이었다.
하지만19세기이후과학의진보와더불어의학의휴머니즘은변화하기시작한다.의사의과학적임상능력이강조된것이다.나날이새로워지는진단법과치료술에능숙하지못한의사라면환자에게해를끼칠것이분명하므로무엇보다도의사의과학적임상역량이휴머니즘의중심부를차지하기시작한다.‘실력있는의사인가,인간미있는의사인가’의이분법도이런변화의산물이다.
이시기에교양교육으로서의인문학을뛰어넘는의료인문학의방향전환이점차요구되었다.특히펠레그리노는의학의인문성과도덕성자체에주목했다.과학과인문학은앎의방식자체가다르므로공약불가능하다.오로지의학만이이것을극복할수있다.실존적개인으로서의인간과대상화된객체로서의인간을통합적으로다루는것은의학뿐이다.“의학은가장인간적인과학이고,가장경험적인예술이며,가장과학적인인문학이다”라는유명한말은이렇게탄생했다.
결국의사의역량속에과학에기반한임상능력과한인간으로서아픈이를돌보려는인본적태도가균형잡힌채녹아있는것이의학의휴머니즘전통이다.그전통에서인문학은언제나의학안에포함되어있었다.의료윤리학자인앨버트존슨은이것을호르몬에비유한다.매우탁월한비유이다.호르몬은미량으로존재하지만,그것이없다면신체기능은마비되고말것이다.의료인문학은의학의호르몬이다.복잡하고급변화하는의료환경에서의학의항상성을유지하는것이야말로호르몬으로서의료인문학이담당해야할역할이며,그항상성이란바로의학의휴머니즘전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