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15.77
저자

한은화

대학에서건축을전공하고건축에서도망쳐기자가됐는데,건축을취재하고있다.마당있는집을찾다가한옥을지었는데,아파트단지밖방치된동네의현실에눈을뜨게됐다.
반려자최진택과서울한복판서촌의한옥에서산지2년여째,각종텃밭작물을재배하며시골살이하듯사는맛이꽤좋다.더다양한집과공간,더나은도시가만들어졌으면하는바람으로16년째일하고있는중앙일보에서〈한은화의공간탐구생활〉과〈한은화의생활건축〉을연재중이다.

목차

프롤로그:아파트시대의이상한주거르포르타주

차례

1장어쩌다한옥
-부동산이아닌공간으로,잃어버린내삶을찾아서
쾌적한집콕을위하여
우리의삶은평당얼마짜리일까
어느날한옥이내게로왔다
결혼식대신집짓기
티끌,아니팬티모아집짓기

2장오래된동네의비밀
-아파트밖에서마주한재개발과재생의민낯들
그골목길의주인은따로있다
늙은삶터의뒷조사
내땅이사라졌다
‘MadeIn자이’의세상
골목길에서수상한냄새가난다

3장집이나에게물었다
-공간이치수를정하고삶의테두리를정리하기
Q.리더냐,동무냐
Q.방이좁아도괜찮은가
Q.방은몇개가필요할까
Q.고쳐쓸까,새로지을ㄲㆍ
Q.몇밀리미터면충분할까

4장단지밖은정글이다
-전통이라는이름아래한옥을박제해두는정부를고발합니다
한옥은왜똑같이생겼을까
21세기조선한옥이라니
전통을바라보는우리의자세
프로불편러의탄생


5장드디어짓다
차례

-끝날때까지끝나지않은,파란만장좌충우돌집짓기여정
할수있는것과할수없는것
우리집은초울트라럭셔리하우스
땅밑아무개씨이야기
“아,그크레인으로지은집?”
사모님으로콴툼점프
너의이름은

6장기어이살다
-나의집,나의삶,나의생태계
한옥생활자,40세집구석은퇴라이프
한옥은불편한가
네모반듯하지않아도괜찮아
농약사는여자
서촌시골살이
남과비교할수없는집

에필로그:세가지가없는집

출판사 서평

한옥은왜다똑같이생겼을까?
한옥은정말비싸고불편할까?
한옥을둘러싼오해에직접답하다
21세기한옥은어떤집이어야할까?

한옥에는비싸고불편하다는꼬리표가따라붙는다.또한,구도심의한옥은모두비슷한외관을자랑한다.저자는이모든문제가한옥을“부수고재개발해야할옛집”혹은“사람이살지않는채로보존해야할문화재”로바라보는규제에서비롯된다고말한다.
〈건축법〉에건축물로서한옥의정의가추가된것은2010년이다.그전까지한옥에대한명확한정의조차없었다.이후정부는한옥을보존및육성하겠다는목표아래한옥디자인지침을만들었다.저자에따르면서울시의한옥디자인지침은‘조선시대한옥’을기준으로삼고창살,대문,타일,담장,지붕의모양과재료까지규제한다.가령외벽에는타일이나벽돌등을사용할수없고돌만이용해야한다.담장역시장대석,사괴석등전통적인재료를이용해만들어야하고,그위에기와까지얹어야한다.지붕은전통한식기와또는개량형한식토기와를사용해야하는데,이기와들의무게가엄청나서결국집전체를짓는데엄청난양의목재가든다.이렇듯규제를따르다보면한옥은비싸질수밖에없을뿐더러,드라마세트장같은비슷비슷한조선한옥이만들어진다.
한옥심의를거치며한옥대중화정책을누구보다가까이에서마주한한은화는‘전통보전’이라는이름아래변화를용인하지않는현정책의한계를면면히고발한다.한편,다양한재료를활용하여집주인의개성을드러내고,주변환경과조화를이룬한옥건축물을소개하기도한다.현대생활을오롯이담아낼수있는,지속가능한삶터로서의한옥을위한청사진을그려나간다.
살아보니한옥은“살아숨쉬는집”이다.집을다지은후에도나무는수축하고팽창하기때문에자리를잡는데까지시간이걸린다.그시기에는지붕에서떨어지는흙을치워줘야하고,나무에생긴송진도닦아주어야한다.이렇듯한옥은관리가필요한집이지만,불편하지만은않다.높은천장고와나무냄새덕분에한옥은취하지않는밤을선사한다.아무리건조한날씨여도적정습도를유지한다.효율성과편리함이최고의가치로여겨지는시대에직접집을관리하고돌보는일이주는기쁨은크다.건축가전보림의추천의글처럼책을읽은독자역시“서촌의한옥매물을기웃거리게될것같은불길한예감”에휩싸일지도모른다.




삶을담은집에서삶을바꾸는집으로
도심속다른집,다른삶짓기

집짓기는선택의연속이다.저자역시집을짓는동안셀수없이많은선택지를마주해야했다.안방과화장실을붙여배치하는게좋을까?지하를파는것이좋을까?옷방을지하에두어도될까?한지는무슨색깔이좋을까?…
집을지으며그가가장고민했던것은“방의개수”다.그에따르면아파트구성에청약예금제도와국민주택기금등정부의주택정책이더해져,아파트면적은몇가지유형으로정형화됐다.방이몇개인아파트에사느냐에따라자산규모를짐작할수있는구조가된것이다.
이렇듯획일적이고정형화된아파트공간에서는아무리다양한라이프스타일을갖고있어도똑같은구조의집에맞춰살아야한다.방이몇개필요한지,각공간의쓸모는무엇이어야하는지를구체적으로고민하고결정해나가는일은쉽지않았다.집은계속물었고,저자는계속답했다.그에게집짓기는“나를알아가는”,“나의삶을이해하고정리해나가는과정”이었다.
하나의치수가틀어지면다른모든것들의위치가흔들리고,집에둘수있을지의여부에도위기가찾아왔다.그래서우리는재고또쟀다.수전높이는얼마,세면대높이는얼마,계단폭은얼마….줄자를미처챙기지못한날에는발로쟀다.하나,둘,셋,넷!치수를재고공간감을익히며우리는조금씩우리집과우리를이해해나갔으며,할수있는것과할수없는것을구별했다.이렇게집을짓는다는것은우리를알아가는여정이었다.또한우리의삶을이해하고정리해나가는과정이기도했다.
앞으로어떻게살아갈거냐고묻는집에게우리는이렇게살것이라고답하며집의그림을그려나갔다.나와진택의삶이밀리미터단위로담긴집은그렇게완성됐다.
_308쪽~310쪽

한적한골목길에위치한체부동한옥은밤10시만되어도새벽처럼조용하다.한은화와최진택은주말에는외출하지않고,앞마당의앵두나무와뒷마당의텃밭을돌본다.만개한사과꽃아래에서막걸리한잔기울이며봄날을맞이하고,제철을맞은채소로음식을해먹는다.집에서는시계를보지않는다.창으로들어오는햇빛과달빛으로시간을가늠하며일찍자고일찍일어나는‘집구석은퇴라이프’를즐기고있다.
『아파트담장넘어도망친도시생활자』가새로운‘집’을꿈꾸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공간은사회나부모가주는것이아니라자신의손과발을사용해만들어내는것”이라는건축가구마겐고의말처럼,획일적인도시에서다른집,다른삶을직접지어보는여정을시작해보면어떨까.그때,우리의도시는분명더아름다워질것이다.투쟁!



〈반지의제왕〉이후이런모험담은처음이다.어쩌다한국에서집한칸마련하기위해가장고생스러운길로들어서버린두사람은,온우주가나서서놓는훼방에피눈물을흘리며한발한발전진한다.찢어진팬티를입고살며100쪽이넘는민원문서를쓰고밀리미터단위로삶을재조
추천의글
직하는이들의고군분투는급기야크레인장면에서상상초월의클라이맥스를맞는데…아니,집짓는이야기가이렇게나손에땀을쥐게할일인지.그러나결국이들의성취는작으면서도얼마나아름답고큰가.아파트위주로돌아가는획일적인주거정책앞에이들은판판이깨지는날달걀이었지만책으로묶인이들의모험담은이제단단한돌멩이가되었다.나는이멋진돌멩이가한국의혼란한주거환경과사람들의집에대한생각에커다란파열을일으키리라믿어의심치않는다.투쟁!

-김하나(작가,『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저자)


책을읽으면서그야말로깜짝놀랐다.뻣뻣한신문지를걷어내자드러난한은화기자의‘글매’는재치와유머로무장한매력덩어리,그자체였다.그뿐인가.반려자와함께스스로정한삶의가치를쟁취하기위해한걸음한걸음손붙잡고나아가는과정은그어떤글보다진한감동을준다.눈물나게고생한이야기임이분명한데도,이발랄한개척기에매료되어나도서촌의한옥매물을기웃거리게될것같은불길한예감이든다.

-전보림(건축가,『부부건축가생존기,그래도건축』저자



<책속에서>
낭만적일것만같던우리의집짓기여정은어느순간부터아파트시대의이상한주거르포르타주가되어버렸다.이이야기가당신의집과당신의인생에조그마한변화를가져다줄수있다면,더나아가아파트단지밖삶터에도볕드는계기가된다면행복하겠다.
이제아파트담장밖으로,집을지으러출발해보자.
_9쪽

그래서사람들은한강공원에텐트를치고돗자리를펼쳤다.사회적거리두기2.5단계경보가울리는9월첫째주금요일,한강공원에사람들이쏟아져나왔다.결국삶과더불어공간도외주를주던시대에철퇴가내려졌다.팬데믹시대를맞아집의역할과기능에대해더적극적으로질문해야한다.발
코니없이마냥넓기만한집이필요할까?방만많다고좋을까?아파트는정말좋은집일까?
_24쪽

첫째,외출할때물은싸들고다닌다.
둘째,옷은안산다.
셋째,밥은집에서먹는다.
넷째,해외여행은안간다.
다섯째,택시는안탄다.

편의점에서500밀리리터물을한통사면950원이다.대형슈퍼에서는400원대다.집에서쓰는브리타정수기의물을담아가면0원이다.몇백원가지고아무렴어때,하는순간돈은구멍난주머니에서빠져나가는모래마냥순식간에사라진다.950원짜리물을사먹지않겠다는것은우리의절약생활의기본정신을담은제1선언이었다.
_56~57쪽

우리는맹지문제를이렇게돌파했다.체부동너른마당의반세기넘는역사를뒷조사한결과건축법상도로로인정받았다.진택은건축과공무원이웃으며말을전달했다고했다.딱딱하기로소문난이에게서부드러운웃음까지끌어냈을정도로민원문서는흠잡을데없이완벽했다.옛집을계약하자마자밟은지뢰하나를무사히제거했다.물론지뢰는하나만있었던게아니었지만.투쟁.

_83쪽

“집짓기는결국마음짓기인것같아.”
집짓는과정에서무수히허물어지는마음을다시지어올리고,그렇게애써도안되는일이많다는것을알게되는것.그러면서도꿈을꾸고희망하며살아가는삶.우리는어쩌다오래된동네에서한옥을짓게됐고마음을짓게됐으며,그렇게어른이되어가고있었다.

_91쪽

오래살아야이웃사촌이된다.길도정비되지않고,주차문제로매일시비가붙는,그리하여오래살기힘든오래된동네에는공동체가만들어질수없다.‘선정비,후공동체’가맞다.낡아비틀거리는동네에공동체시설부터만들자고주장하는것은지극히낭만적인시각이다.

_102쪽

이런치열한집짓기같으니라고.사람이살면서자신의삶을밀리미터단위로고민할일이얼마나있을까.나에게필요한옷장의크기를생각하다보면기존에갖고있던옷을정리하는문제뿐아니라,쇼핑원칙까지저절로생겨난다.무한정큰옷장을둘수없으니옷을하나사면하나버리자.입지않는옷에소중한공간을자꾸내어주지말자.공간의치수를알아가는일은삶의테두리를깔끔하게정리하는것과같았다.
_155쪽


그시절한옥은시대에따라유연하게변화했다.하지만지금서울의한옥육성책은오히려계속진화해야할한옥의발목을붙잡아20세기이전으로돌려보내고있다.이런한옥이라니.이런한옥에서살라니.우리보고도포입고상투틀고갓쓴채로필라테스를하라는것이나마찬가지였다.
_167쪽


공사초반,골목길초입에사는교장선생님이현장에찾아와눈이휘둥그레져서는“보통공사가아니네,보통공사가아니야”라며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다.사실우리도같은심정이었다.그모습에놀라지않을사람이어디있으랴.낡은동네의지붕을수시로넘나드는대형장비가등장한덕이다.새벽마다외계인침공의한장면같은모습이연출됐다.촉수같은장비가기와지붕위를넘나들고뻗어나가는데….보는사람도,공사를하는사람도아찔한장면이었다.
_240~241쪽

15년넘게기자로일하면서늘남의일상만쫓으며살았다.내일을예측하기힘든삶이었다.나의시간은주로타인의이야기를듣고글을쓰는데쓰였다.한옥을짓고나서,한옥에살면서도크게달라진것은없다.전처럼예측할수없는하루를살아가고있다.다만이전보다잘쉰다.주말이면집구석은퇴라이프에몰두한다.날이좋다고테라스가있는카페에꼭가야할것만같은조바심이생기지않는다.
_298쪽

지금우리는우리의공간을위해어떤투쟁을하고있는가.혹은우리의기호에맞는공간을만들기위해어떤노력을하고있을까.집에머무는시간이길어진코로나시대에어느때보다필요한화두다.
당신의집은안녕한가.아파트로가득한도시는안녕한가.만족스럽지못한공간만생산하는도시에살고있다면싸우자.더다양한집과쾌적한도시환경이만들어질수있도록제대로싸워야할때다.투쟁!
_3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