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붕괴바로직전까지도
번영의정점에있었다.”
에드워드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는틀렸다!
제국은어떻게번영하고,또어떻게무너지는가
로마사와현대사의재밌고,새롭고,정교한비교
피터헤더와존래플리는지금까지도학계안팎을막론하고로마멸망의원인을분석할때가장중요하게다뤄지는에드워드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를경제적,문화적측면에서모두반박한다.먼저경제적측면에서기번은로마제국이2세기의황금기부터5세기의불가피한몰락에이르기까지경제적으로느리고긴쇠퇴를겪었다고주장했으나,사실이아니라는것이다.최신고고학연구에따르면,거의모든정착지의경제총생산량은오히려제국이정치적으로붕괴하기바로직전인4세기에정점에올랐다.이는20세기말까지최고의번영을누리다,21세기들어이제막경제적쇠퇴를보이기시작한서구입장에서섬뜩한메시지다.지금올바른정치적,경제적선택을하지않는다면곧로마제국처럼붕괴할수있다는의미이기때문이다.
문화적측면에서기번은기독교가유입되며로마제국특유의호전성을훼손했고,내부분열을일으키며경제적활력을저하했다고주장했다.도널드트럼프,보리스존슨등일부서구지도자는『로마제국쇠망사』에영감을받은듯이민자들에게높은장벽을세웠지만,1950년대이후꾸준히이뤄진연구에따르면,기번의주장을뒷받침할역사적근거는부족하다.오히려기독교는로마가광대한제국을통치하면서도문화적통합을이룰수있게했다.한편저자들은‘야만족’의침략은로마제국에분명강력한위협이되었지만,현대의이민은서구에경제적이익이된다고말한다.고령화와저출산으로공백이생긴노동력과공공서비스를이민자들이지탱하고있다는것이다.저자들은장기간경제성장을멈춘일본의이민정책을그근거로든다.
두저자가로마사와현대사의차이에만주목하는것은아니다.저자들은3장과4장에걸쳐부의흐름에따라변화하는제국과주변부의관계를설명한다.이과정에서육상운송에의존했던로마와항로·철도망으로연결된현대서구를비교하는서술은무척정교하고흥미롭다.촘촘한무역망을이용해값싼노동력을찾아점점더먼곳으로생산공장을이전했던서구가제3세계로부터받고있는강한도전은,주변부가경제적성장함에따라로마제국이겪었던것과놀랍도록유사하다.5장과6장에서는훈족의확장이라는외부의충격을코로나19팬데믹과비교한다.또저자들은냉전시대구소련은미국의진정한경쟁자가아니었다며,마침내중국이라는경쟁자를맞이한미국의전략노선을로마제국과페르시아의일시적협력관계에서찾는다.
강건너불구경인가,배를타고옮겨붙은불인가
저성장과저출산,이민자혐오,줄어든기술격차…
서구제국의문제에서한국도자유롭지않은이유
옮긴이이성민은「옮긴이서문」에서서구의문제가한국에서도초고속으로발생하고있다고말한다.한국의출산율이전세계에서가장낮다는것은잘알려진사실이다.선주민과이주민의갈등은한국에서더노골적인방식으로나타난다.한국이선도하던산업에서기술격차는빠르게줄어들고있다.기후변화등외부적충격에서는한국도예외일수없다.게다가한국은미중패권경쟁에서중간자역할까지해야한다.서구의문제를‘강건너불구경’만할수없는이유다.“역사는그대로반복되지않지만,각운을맞춘다(Historydoesnotrepeatitself,butitrhymes)”라는영어권표현이있다.『제국은왜무너지는가』는로마사와각운을맞추며반복되는현대사,그리고급변하는세계경제를넓은안목에서바라볼기회가될것이다.
“현실적인소용말고도이책은선물이하나더있다.바로시공을꿰뚫는통찰과현시대를파악하는안목의확장이다.높은산에올라작은소로에서볼수없던것을보듯이,이책『제국은왜무너지는가』로399년과1999년이라는역사의중요한시점을넓게비교할수있기때문이다.”
「옮긴이서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