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17.00
Description
경쟁에서 연대로, 독립에서 의존으로, 성장에서 돌봄으로!
한국 사회를 전환할 새로운 물결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인류의 문명화 또는 시민됨(civilization)의 첫 번째 증거로 1만 5,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부러졌다 다시 붙은 대퇴’를 꼽았다고 한다. 그 시기 부러진 대퇴골이 다시 붙었다는 사실은 뼈가 부러진 사람이 회복될 때까지 돌봐준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흔히 이를 근거로,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에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 연구팀이 75년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을 정말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요인은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공동체와의 ‘연결’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돌봄과 상호의존이 부와 명성보다도 삶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은 돌봄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성장 및 개발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돌봄은 일찍이 생산성이 없고 가치 없는 행위로 저평가되었고, 특히 ‘여성성’과 결부되어 집 안에서 여자들이 도맡아야 할 성역할로 축소되었다. 이후 국가가 돌봄을 일정 정도 책임지는 돌봄의 사회화가 진행되었지만, 그마저도 저임금 노동이 되어 시장에 내맡겨져 왔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에는 “청소 유니폼의 비밀이 뭔지 알아? 우리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거야”라는 대사와 함께 샐러리맨들이 청소 노동자들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존중받지 못하고 투명하게 지워지는 다양한 돌봄 노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이후, 한국에서도 돌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호트격리 중심의 방역대책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과 환자들은 시설에 격리된 채 감염을 넘어 생존권을 위협받았고, 어린이집과 노인주간보호소가 연달아 폐쇄되며 수많은 시민이 일상의 재난을 경험했다. 의료진을 비롯한 돌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또한 조명되며,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여성민우회의 조사(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16개 주요 언론사의 기사에 코로나 단일 단어 언급 기사는 7만 8,667건이었으나, 그중 돌봄 위기를 심층 분석 대상으로 삼은 기사는 1.05%에 불과했다)가 말해주듯, 이러한 문제들은 간헐적으로 기사화됐을 뿐, 돌봄의 가치를 성찰하는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지금까지 분절적으로 등장했던 돌봄을 둘러싼 문제들을 연결하여 돌봄에 얽힌 다층적인 현실을 읽어내고자 하는 시도다. 사회학자, 보건학자, 여성학자, 문화인류학자, 노동 운동 활동가, 장애인 운동 활동가, 질병권 운동 활동가, 동료상담가, 질병 당사자가 모여 각자의 주제에서 돌봄이 취급되어 온 방식과 경로를 검토하고, 돌봄에 새겨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조명한다. 자본·성장·경쟁 중심 사회가 초래한 팬데믹과 기후 위기의 시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새로운 사회적·정치적 패러다임으로서 ‘돌봄’의 가능성과 가치를 선명하게 그려나간다.

저자

김창엽,김현미,박목우,백영경,안숙영,염윤선,오승은,전근배,정희진,조한진희(

서울대학교보건대학원교수.사단법인시민건강연구소이사장겸소장.1991년부터대학에서건강정책,불평등과건강정의,국제보건등을공부하고가르쳤다.2010년부터는민간독립연구소인‘시민건강연구소’를통해‘대안적’지식생산과공유를시도하는중이다.최근에는‘비판건강연구’에관심을두고있다.쓰고옮긴책으로는『건강의공공성과공공보건의료』,『건강보장의이론』,『건강할권리』,『한국의건강불평등』(공저),『건강정책의이해』(역서)등이있다.

목차

여는글-돌봄은진실을묻는다

[질병]나의장애는몇점인가요?_염윤선
[정신장애]우리의목소리를들어라_박목우
[장애]장애를중심에둔돌봄사회_전근배
[권리]의존과질병의‘정상성’_조한진희
[노동]돌봄이노동이될때_오승은
[의료]의료에는돌봄이없다_김창엽
[교육]돌봄없이는교육도없다_채효정
[젠더]보살핌윤리와페미니즘이론_정희진
[혁명]돌봄은혁명이되어야한다_안숙영
[이주]국경을넘는여자들_김현미
[탈성장]지구의성장이멈추는곳에서돌봄이시작된다_백영경

출판사 서평

경쟁에서연대로,독립에서의존으로,성장에서돌봄으로!
한국사회를전환할새로운물결

인류학자마거릿미드(MargaretMead)는인류의문명화또는시민됨(civilization)의첫번째증거로1만5,000년전의것으로추정되는‘부러졌다다시붙은대퇴’를꼽았다고한다.그시기부러진대퇴골이다시붙었다는사실은뼈가부러진사람이회복될때까지돌봐준사람이있었다는이야기다.흔히이를근거로,누군가를보살피는것에서인류의문명이시작되었다고말한다.하버드대학교성인발달연구팀이75년간진행한연구에따르면,사람들을정말행복하고건강하게만드는요인은가족과친구를비롯한공동체와의‘연결’이다.사회적관계속에서주고받는돌봄과상호의존이부와명성보다도삶을지속하는데중요한요소로작용하는것이다.

요컨대인간은돌봄속에서만살아갈수있다.
그러나성장및개발중심의자본주의사회에서돌봄은일찍이생산성이없고가치없는행위로저평가되었고,특히‘여성성’과결부되어집안에서여자들이도맡아야할성역할로축소되었다.이후국가가돌봄을일정정도책임지는돌봄의사회화가진행되었지만,그마저도저임금노동이되어시장에내맡겨져왔다.켄로치감독의영화〈빵과장미〉에는“청소유니폼의비밀이뭔지알아?우리를투명인간으로만들어준다는거야”라는대사와함께샐러리맨들이청소노동자들을무심하게스쳐지나가는장면이등장한다.이는존중받지못하고투명하게지워지는다양한돌봄노동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

코로나19바이러스창궐이후,한국에서도돌봄의민낯이여실히드러났다.사회적거리두기와코호트격리중심의방역대책으로인해돌봄이필요한중증장애인과환자들은시설에격리된채감염을넘어생존권을위협받았고,어린이집과노인주간보호소가연달아폐쇄되며수많은시민이일상의재난을경험했다.의료진을비롯한돌봄노동자들의열악한노동환경또한조명되며,그들의처우를개선하고돌봄의공공성을강화해야한다는목소리도이어졌다.하지만한국여성민우회의조사(2020년2월부터8월까지16개주요언론사의기사에코로나단일단어언급기사는7만8,667건이었으나,그중돌봄위기를심층분석대상으로삼은기사는1.05%에불과했다)가말해주듯,이러한문제들은간헐적으로기사화됐을뿐,돌봄의가치를성찰하는사회적담론으로이어지지못했다.

『돌봄이돌보는세계』는지금까지분절적으로등장했던돌봄을둘러싼문제들을연결하여돌봄에얽힌다층적인현실을읽어내고자하는시도다.사회학자,보건학자,여성학자,문화인류학자,노동운동활동가,장애인운동활동가,질병당사자가모여각자의주제에서돌봄이취급되어온방식과경로를검토하고,돌봄에새겨진사회의구조적모순을조명한다.자본·성장·경쟁중심사회가초래한팬데믹과기후위기의시대,지속가능한사회를만들새로운사회적·정치적패러다임으로서‘돌봄’의가능성과가치를선명하게그려나간다.

시설과서비스를넘어,가치와질서를향하여
“돌봄은혁명이되어야한다”

책에서말하는돌봄은‘사회서비스’의개념을넘어선다.집안에서‘고통’스럽게
이루어지고있는돌봄을사회가‘처리’해주는대안모색이핵심도아니다.(…)
우리는묻고싶었다.돌봄이다른질서를상상하고사회적전환을이끌어내는
장이될수있지않을까?
-여는글중에서

책은제도와복지의관점에서돌봄을다루기시작해,가치와관념으로서의돌봄으로확장한다.책의초반부는‘몸’의돌봄을다룬다.염윤선과박목우의글은질병당사자로서의경험을경유해장애등급제와정신의학시스템의한계를짚는다.장애인운동활동가전근배의글은자가격리및코호트격리로대표되는‘K-방역’이장애인돌봄에실패한이유를밝히고,조한진희의글은특정한‘의존’만이쓸모없는행위로여겨지고약자화되는배경을살핀다.아픈몸과장애를중심으로돌봄을사유하는네개의글은,의존과돌봄안에도치열한권력관계가작용하기에오랫동안돌봄을받아온사람들을중심으로‘돌봄’에접근할것을제안한다.
책의중반부는제도(노동,교육,의료)로서의돌봄을다룬다.대표적돌봄노동자인요양보호사를중심으로돌봄노동자들이처한노동조건을세세하게살펴보며그개선방향을진단하는한편,아이와환자를보살피고돌보는일과분리될수없는교육과의료안에서어떻게돌봄이저평가되고자본화되었는지를역사적으로추적해간다.
후반부는인간의삶을유지하는중대한가치이자사회질서로서의돌봄을조명한다.여성학자정희진의글은‘보살핌윤리’를중심으로,독립과자율성,모성의개념을검토하며보살핌의가치를젠더를넘어선인간의조건으로확장한다.사회학자백영경의글은기후위기에대한문제의식에서출발한‘탈성장’개념이돌봄문제와만나는지점을탐색하며,성장·기후·식민의문제를사유하는하나의장(場)으로서돌봄을조명한다.

국가를넘어지구를가로지르는돌봄의연대!
모두의좋은삶을위한‘돌봄이돌보는세계’

그간돌봄은‘여성적’인일로여겨지며여성노동자에게저임금으로외주화되었다는점에서,주로젠더적인관점에서성찰되어왔다.문화인류학자김현미의글은돌봄의여성화문제를지구의차원으로확대하여,돌봄노동자들의전지구적이주속인종·계급불평등을탐색한다.최근40년간북반구국가및제1세계는부족한돌봄인력문제를해결하기위해남반구혹은제3세계노동자를‘수입’하고있다.오랜기간재중동포를비롯한이주민이간병과돌봄노동을도맡아온한국도예외는아니다.
김현미는“돌봄노동을‘여성’의일로간주하는가부장적각본은새로운형태의성차별주의-인종주의를낳는다”고설명한다.생명에위협을줄정도의열악한노동조건을감내하며외국으로이주한여성노동자는성차별적이고오리엔탈리즘적인이미지로착취되며또다시차별과폭력에노출된다.김현미는전지구적소득불평등의증가가이주하는여성돌봄노동자를“글로벌하인계층”으로전락시키며새로운계급분화를만들어냈다고설명한다.한국인여성들을돌봄노동에서해방하고사회로진출하게끔돕는다는돌봄노동의외주화정책에는여전히돌봄노동을‘어딘가의여성’에게전가하는시각이남아있다.김현미의글은돌봄불평등문제를인종과계급의영역으로확장하고,그자격과권리를다시물으며돌봄정의를세운다.
돌봄이어떤가치보다우선시되는사회는어떻게만들수있을까?안숙영의글은독일에서활발하게논의중인‘돌봄혁명’(한사회의무게중심을이윤의극대화가아니라인간의필요와돌봄으로옮기고자하는논의)의핵심쟁점들을소개하며,이윤을위한삶이아닌,‘좋은삶’으로전환해가는여러아이디어를제안한다.돌봄노동의가치를인정하고,돌봄을모든시민들과평등하게나누어가기위해서는경제의중심에재생산이자리해야한다고주장한다.
『돌봄이돌보는세계』에는이렇듯한사회를넘어전세계에돌봄의가치를회복하고,인종과계급,젠더를초월해모든시민에게돌봄의권리를분배하기위한구체적인방안과상상력이담겨있다.기후위기와체제전환이라는숙제앞에놓인한국사회가찾을수있는최선의대안,모든시민을행복하게만들유일한희망이‘돌봄이돌보는세계’에있다.

기획_다른몸들
n개의다른몸들이존중되는세상을만들어가는사회단체.시민과함께하는대중적이고급진적활동을지향하며,특히질병권(잘아플권리)보장을위해아픈몸당사자들의저항적질병서사및돌봄과젠더를둘러싼불평등을주요한의제로삼고있다.페미니스트저널《일다》와진보적장애인언론《비마이너》에연재했던저항적질병서사를묶어서책『질병과함께춤을』,『아픈몸,무대에서다』를출간했고,아픈몸들을공개모집해서제작한시민연극〈아파도미안하지않습니다〉는백상문화예술대상후보에오른바있다.이외에도장애,계급,종차별등의문제를교차적으로고민하며몫없는몸들의자리를위해활동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