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본 다른 일본 : 미디어 인류학자가 읽어주는 일본의 속사정

같은 일본 다른 일본 : 미디어 인류학자가 읽어주는 일본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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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경화

서울대학교인류학과를졸업하고한국일보기자로사회에첫발을내디뎠다.2000년대초반벤처시절의포털사이트네이버와다음에서일했고,오마이뉴스재팬프로젝트에서COO이사를지냈다.이후일본도쿄대학교에서학제정보학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일본칸다외국어대학교에서준교수(부교수)로재직중이다.인터넷과디지털미디어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빠르게변하는세상사에대해연구하고글을쓰고있다.지은책으로《세상을바꾼미디어》(2013),《휴대폰의문화인류학》(2016,일본어),《21세기데모론》(2018,공저)이있으며,《ThePost-mobileSociety:FromtheSmart/MobiletoSecondOffline》(2016),《RoutledgeHandbookofJapaneseMedia》(2018)등여러권의연구서에모바일미디어와네트워크문화에대한논문을기고했다.

목차

프롤로그현재진행형의일본사회,이웃나라의‘지금’을읽는눈_004

1부일본사회,어떻게변화하고있을까?
“일본에서태어나서다행”이라는젊은이들_일본의젊은세대는우경화하고있나?
일본시민들은왜가만히있는것일까?_무능한정부를꾸짖지않는일본시민사회
한국에는금수저,일본에는오야가차_사회적불공정문제는한일공통의과제
후쿠시마는잊지않는다_‘위험사회’의민낯을생각하다
‘어떤집을살까?’가아닌‘어떤집에살까?’_일본의부동산사정
‘성차별’인가,‘성차이’인가?_성역할고정관념을보는일본사회의시각
LGBT에대한인식이바뀌고있다_사회적소수자의보편적인권을둘러싼한일공통의과제
연애에시큰둥한일본의젊은이들_“연애가행복의본질은아니다”,변화하는연애관
일본의젊은이들은왜소비를멀리할까?_‘제로의소비문화’를추구하는새로운흐름
중장년이된히키코모리_일본이앞서경험하는고령사회문제를반면교사로
아톰에서페퍼까지,휴머노이드로봇과일본사회_과학기술과상상력
※일본사회,올림픽과의악연

2부11가지키워드로알아보는일본문화
소속의식을통해자기실현을추구하는집단주의문화_다시읽는『국화와칼』
지진을모르면일본을이해하기어렵다_재난은그사회의세계관에영향을미친다
‘타인에게폐끼치기싫다’라는일본의거리두기실천_문화마다다른사회적거리두기
일본사람은겉과속이다를까?_들켜야하는‘혼네’와들키기위한‘다테마에’
‘아날로그원어민’이주도하는일본사회_일본에서디지털경제의정착이더딘이유
간토와간사이,일본에공존하는다른문화_도쿄와오사카의‘이문화’를이해하기
노익장의일본사회_‘새로움’보다‘원숙함’을높이평가한다
일본사회,‘매뉴얼왕국’의명암_‘모노즈쿠리’에는강점,코로나시대에약점인매뉴얼주의
‘스미마센’의화법을통해바라본일본문화_공동체일원으로서의자기결의
최장수총리에게건네는‘오츠카레사마’_배려의문화가정치에는독이된다
오타쿠의본원지,일본의마니아문화_대중문화의저력은다양성과자유로움에서나온다
※일본의젊은이들과『82년생김지영』을읽다
3부한국이라는거울에비춰본일본문화
여배우는왜남편의불륜을사죄했나?_한국의‘우리’와일본의‘우치’
일본의시계는느리게간다_한국의‘빨리빨리’정신과일본의지나친완벽주의
오모테나시와정_한국과일본,서로다른환대의문화
‘홀로하기’의일본‘더불어하기’의한국_집단주의와개인주의가공존하는일본사회
일본인에게‘성씨’는무엇을의미하는가?_한국의가족과일본의가족
삐삐와포케베루_서로다른미디어로진화한한국과일본의무선호출기
취중진담과노뮤니케이션_다른듯같은듯음주문화의한일비교
코로나에걸린시마과장_장수하는일본의콘텐츠요절하는한국의콘텐츠
한일문화속에서본‘이타적자살’의민낯_끊이지않는사회지도층인사의자살에대한단상
김치와기무치_음식문화는이동한다
일본의대학사회와연구공동체_연구공동체의개방성과유연성을생각한다
※냉면을찾아서-움직이는식문화와모리오카냉면

4부국경을넘나드는미디어와한일관계
혐한의실체는무엇인가?_한일관계를지배해온혐오담론
일본이한국을보는눈은어떻게변했나?_21세기대중문화교류로높아진인식,편향된이미지도확산
한국이일본을보는눈은어떻게변했나?_‘미워도배워야하는나라’에서‘가깝고친근한관광지’로
혐한악플의문화적기원_때로는‘악플’보다‘무플’이더낫다
‘패전일’이아니라‘종전일’_일본시민사회의오랜숙제,전쟁
‘간토대지진조선인학살사건’과‘FM요보세요’_재해상황에더욱기승을부리는가짜뉴스
한국과일본어느쪽에도속하지않는자이니치_고된삶속에서싹튼디아스포라의문화
일본사회에불어온‘제4차한류’_<오징어게임>으로확장된한류팬덤
인터넷시대,친밀한한국어와일본어_일본특유의한자읽기시스템과언어문화의교류
일본젊은이사이에부는한국어붐_인터넷시대의‘피진’현상
일본을떠나며_일본사회에서외국인으로살기

에필로그‘일본인’혹은‘한국인’이라는벽을뛰어넘기

출판사 서평

현상이면의본질을읽어내는세밀한눈

일본인은겉과속이다르다,친절하다,내성적이다,사과를잘한다…….한번쯤들어봤을속설이다.정말그럴까?저자는일본의어떤문화적인특성때문에우리가그런인상을갖게되었는지를다양한예시를통해설명하면서오독을방지한다.
예를들어‘일본인은겉과속이다르다’라는속설은‘다테마에(建前)’와‘혼네(本音)’라는,일본문화특유의화법과태도에서비롯되었는데,다테마에는‘외부에밝히는공식적생각’,혼네는‘진짜속마음’을가리킨다.업무를마친상사가직원에게회식을제안했다고하자.업무에시달려혼자만의시간이간절한직원은“안타깝지만업무가남아서회식에갈수없습니다”라고거절했다.직원은업무가남아있다는말(다테마에)로회식에갈마음이없다는본인의의사(혼네)를에둘러서,하지만명확하게표명한것이다.이처럼혼네는숨겨두는속마음이아니라,상대방에게들켜야하는속마음이다.다테마에는속마음을감추는수단이아니라,속마음을들키기위한수단이다.다테마에와혼네의문화는겉과속이다른이중성이아니라,간접적이나마속내를분명히드러내는능동적인방법이라는것이다.
또한,일본인이‘스미마센’을입에달고산다고해서,상대방에게진지하게용서를구하는겸손의정서로해석해서는곤란하다.스미마센은감사함과미안함을동시에표현하는것으로,‘남에게빚지고싶지는않다’라는자기만족적인생각이더강하게작용한표현이기때문이다.
‘진심을담은극진한접대’를뜻하는오모테나시라는개념역시그속에숨어있는독특한문화적코드를이해하지않으면,일본인의친절에대해오해할수있다.오모테나시는손님에대한배려와서비스로가시화되지만,친절의실천기술을가다듬고궁극의수준으로끌어올리겠다는,자기만족적환대의문화에가깝다.

한국과일본,서로를거울삼아비춰보다

저자는또한일본과한국을서로비교하여살펴보는비교문화론적관점을제시하는데,이를통해일본문화를깊이이해할수있을뿐아니라우리의문화를돌아보게된다.
일본의‘우치’는가족이나친구등나와가까운사람들을뜻한다는점에서는한국의‘우리’와비슷한개념이다.하지만한국의‘우리’는사적인교류와친근함으로뭉친사람들이라는의미가,일본의‘우치’는공적인뉘앙스가강하다.‘우치’의잘못은‘나’의허물이라는공식이성립해,남편의불륜에대해아내가사과하는뜻밖의일도벌어진다.일본의‘우치’는장벽이높아서,결혼이나입학,취직,개업등의공적인계기를통해서만‘우치’공동체에소속되는경우가많다.‘우리’와‘남’의경계선이변화무쌍한한국과는달리,일본인들은사적인간관계를넓히는데소극적이다.일본인이내성적으로보이는까닭이다.역동성과인간미가넘치는한국사회에비해,일본의인간관계가차갑고건조하게느껴질수있겠지만무엇이더좋다나쁘다평가할수는없다.다만,한국은‘우리가남이가’정신이정치나자본등권력근처에뿌리내린점을,일본은외국인에대한뿌리깊은반감과차별을비판적으로성찰할필요가있다고저자는말한다.
한국와일본의문화차이에따라같은기술이다르게진화하는사례도흥미롭다.1990년대에널리사용된개인용무선호출기(한국의‘삐삐’,일본의‘포케베루’)는한국과일본에서큰인기를끌었다.그런데한국의삐삐는목소리나음악등소리를전달하는시끌벅적한구술미디어로탈바꿈한반면,일본의포케베루는문자를매개하는과묵한문자미디어의길을택했다.이는인터넷이용에서한국은구어중심,일본은문자중심이라는차이로이어졌다.한국에서는팟캐스트나유튜브등음성이나동영상을활용하는플랫폼이빠르게보급되었지만,일본에서는문자나이미지로소통하는SNS에대한선호도가높다.
겉으로는비슷해보이는양국의성씨제도이지만자세히들여다보면역시큰차이가있고,이는가족개념의차이까지빚어낸다.한국의성씨는씨족과혈통의계보를강조하는‘속인주의’사고방식을따르는데비해,일본의성씨는고향이나거주지의특성이드러나는‘속지주의’사고방식에가깝다.씨족의계보를중시하는속인주의전통에서는혈연을멋대로바꿀수는없으니성씨는개인에게주어진본질이자숙명이다.반면,속지주의전통에서성씨는상황에따라바뀔수있다.혈연관계에배타적으로구속되는것이아니라,가족이나개인의의지에따라끊을수도있고새로이맺을수도있는상대적인가족개념인것이다.

한일관계를지배해온단어‘혐오’.
이를대체할언어를찾다

미디어인류학자인저자는한국과일본의미디어가상대방을어떻게보여주는지에주목한다.우리는미디어라는렌즈를통과하면서‘가공’된결과로외부세계를인식하고,그에근거해서행동하기때문이다.한국의미디어가묘사하는일본은극우사상과배타주의로얼룩진사회이다.일본의한국사회의반일감정을불필요하게부각해사람들의감정을자극한다.저자는한일양국에서‘혐한’이라는말의존재감이커진경위를자세히소개하면서,혐한이한일매스미디어의캐치볼속에서무럭무럭자라무시할수없는정치세력으로진화했음을보여준다.

“예를들어,‘재일한국인의특권을용납하지않는시민모임在日特?を許さない市民の?’,줄여서‘재특회’라고부르는단체는자이니치나한국인에대한헤이트스피치를일삼는대표적인혐한세력이다.이단체가발족한것은2006년.한일언론이입을모아정체불명의혐한을걱정하기시작한지무려10여년뒤의일이다.”(271쪽)
“언어에는기묘한힘이있다.우리는언어가현상을기술하는수단이라고생각하기마련이지만,일단언어로형상화된현상이거꾸로우리의생각을지배하는일이다반사이다.혐오라는언어가오랫동안한일관계를지배해왔다.이제이를대체할언어의실마리를고민해야하지않겠는가?”(276쪽)

‘혐오’를대체할언어의실마리를과연찾을수있을까?다행히저자는우려에그치지않고그가능성까지소개한다.1923년간토대지진때조선인학살이라는비극적인사건이있었다.하지만이러한과거의비극을반면교사로삼은일본시민사회의노력역시존재한다.바로‘FM요보세요’라는라디오방송이다.1995년1월한신대지진이고베를강타했을때,일본의시민운동가들은비영리단체를꾸리고‘FM요보세요’(한국어‘여보세요’에서따온명칭)라는라디오방송을한국어와일본어로송출한다.지진피해를입은자이니치(해방이후일본에남은한국인과북한국적의조선인)들에게신속하게재해정보를제공하고,일본인들에게자이니치역시지진피해자이자지역공동체의일원임을정확하게알리겠다는취지였다.
한일관계가평행선을달리는동안에도,일본젊은이들은인터넷을기반으로하는글로벌플랫폼에서자발적인정보공유로한국에대한호감도를꾸준히키웠고,그결과제3차한류의흐름이탄생했다.또한저자는『82년생김지영』을제자들과함께읽으며,한국사회와는다른문화적배경,다른젠더감수성을가진일본의젊은이들이공감한것에서,평범함뒤에숨은크고작은억압에대항하는문화적연대의가능성을발견한다.
『같은일본다른일본』은친일반일의프레임에서벗어나한사회를세밀하게들여다보는다채로운이야기들로가득하다.인류학자가안내하는이흥미로운여행에함께할것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