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히피와마지막히어로
<진격의10년,1960년대>는여느젊은이못지않게진취적인82세의원로정치인버니샌더스를언급하며시작한다.저자는현존하는정치인중빌런이아닌유일한‘히어로’로샌더스를손꼽았다.청년시절순수하고진보적이었지만돈과권력의유혹에넘어가변절하고야마는여느정치인들과는다르게그가히어로로남을수있었던건,20대청춘의열정으로1960년대를건너며그시대가하사한열정과진정성의세례를온몸으로받았기때문이며,1960년대를직접이끌었던청춘의일원으로지금까지자신의신념을지켜온정치인이었기때문이다.그는1963년마틴루서킹의워싱턴행진에동참한뜨거운청년이었으며,뉴레프트에시동을건동지들중하나였으며,2010년오바마정부의부자감세법안통과를저지하기위해8시간37분동안필리버스터를진행했을정도로강건한,1960년대의‘젊음’을여전히간직하고있는거의유일한정치인이다.
이책에서언급하는또다른중요한인물은,비록여든가까이에1960년대를맞이했지만,그누구보다1960년대의정열로살았던,어쩌면최초의히피,스콧니어링이다.그는정치권에발을들인적없었지만,삶은온전히정치적이었다.그는두번이나대학에서쫓겨났고,국가로부터위험인물로분류됐으며,심지어스파이혐의로기소되기까지했지만,그는끝까지선구자의면모를잃지않고시대정신을읽어냈다.저자는그의논문과저서를언급하며1910년대부터이미1960년대의미래를내다본그의선견지명에경탄한다.그의저서와연관된주제를다루는몇몇원고첫부분에니어링의예언자적면모를부표나비컨처럼보여준다.마흔다섯의나이에세속의욕망대신자발적가난과영혼의자유로움을선택한니어링은,동반자헬렌니어링과버몬트주의어느숲속으로귀농해단풍사탕시럽생산으로생계를이어가며소박한삶을이어가던1954년<조화로운삶>을출판하며1960년대의히피정신을예견했다.
저자가1960년대를말하면서20세기를수놓은수많은히어로를놔두고샌더스와니어링을소환한이유는무엇일까?세상의변화를방관자가아닌참여자로서겪어내는열정과미래를내다보며시대정신을발견하는선연함,그리고끝까지신념을이어가는순수함과선명성,끝으로자유로운인간의진정성을마지막까지신뢰하는인류애를발견했기때문일것이다.
1960년대,시대정신의탄생
1960년대를특정해‘진격의10년’이라고명명하는이유는바로본격적인의미의시대정신이탄생한시기라는점때문이다.어느시대라고시대정신이없었겠느냐물을수있겠다.그렇다면2020년대의시선으로시대정신을특정할수있는시기라고대답한다면어떨까?현재의시선으로1960년대를돌아보면,두차례의세계대전이인류사에끼친비극적고통을극복하고경제적으로비약적인성장을이룬시기였으며,정치적으로과거체제가흔들리고재편되는역동적인시기였고,이념적으로전체주의와국가주의에서개인주의와자본주의로주도권이이행하는시기였다.무엇보다본격적인세계화가시작된,비로소현대성이발현하는시기였다고할수있다.말하자면1960년대는근대와현대를가르는변곡점이었고,현대사회가만들어진시작점이었다.
시대정신이라는건뛰어난어떤선각자한두사람이주장한다고세워지는게아니다.어젠다를나열한다고시대정신이되는게아니다.어젠다아래로흐르는동시대인들의공통된인식이시대정신의본류다.그흐름을읽어내기위해서는역사적상황과시대적현상을꿰뚫는통찰력이필요하다.‘인간의얼굴을한사회주의’를외친체코슬로바키아둡체크의시대정신은68혁명의동지들이공유했던시대정신과다르지않으며,바다건너미국의샌더스와그의동지들이지녔던,나아가우드스톡페스티벌에모인히피들이느꼈던시대정신과같은것이다.동시대인이라면누구나마음속에그려지는어떤가치와신념으로서의시대정신이라야비로소시대전환을이룰수있다.1960년대는시대정신의시대였다.세계화의시작을알린시대였으며,어젠다아래로흐르는인식이공유되기시작한시대였다.
‘진격’의10년,멈추지않고확산하는에너지
2020년대에1960년대를지금다시이야기하는이유는인류에게닥친위기를극복하고새로운미래를열기위해깨어있고자노력하는동시대인들이공유해야할오늘날시대정신의방향성때문이다.1960년대의시대정신속에지금우리가읽어내야할방향성이깃들어있다.둡체크와샌더스,니어링이공유했던시대정신은무엇인가?바로자유로운개인의개성과휴머니즘이다.1960년대이전시대의전체주의적폭압을뚫고일어섰던자유로운개인과인간성을상실했던두번의큰전쟁의참혹함을뚫고피워냈던휴머니즘이다.1960년대는그어느시대보다인간이가장인간다웠던시기였다.
저자는1960년대의특징을자유와저항,그리고혁명과사랑이라말한다.자유와저항,혁명과사랑은한마디로‘청년’의속성이다.1960년대는자유로운상상과열정의심장을지닌청년시대였다.순수함을순수함그대로빈정댐없이칭송했던,자유의봄이었고사랑의여름이었던,혁명조차낭만적이었던청년의시절이었다.<진격의10년,1960년대>는그시절영웅이든악당이든그시대를거닐었던‘불세출의청년’들을호명한다.케네디,비틀스,흐루쇼프,만델라,호찌민,드골,체게바라,마틴루서킹,요한23세…이‘불세출들’은나이와상관없이청년의열정으로역사의무대위에올라섰으며,시대의주인공이됐다.
이와같은‘휴머니즘’과‘청년’의속성에서기반한역동성이야말로저자가1960년대를이야기하고자하는핵심적인이유다.1960년대를‘진격’이라는단어로표현하는까닭이기도하다.이책에서저자가말하는세계사의굵직굵직한사건들이전개되었던1960년대,아직까지한국은세계의변방이었고,미처연결되어있지못했다.그렇다고해서한국사회가1960년대의조류가만들어낸흐름에서낙오되었는가?물론아니다.비틀스가,체게바라가,만델라가일으킨흐름은세계의변두리까지닿아현대사회를만들었다.이역동성과변화또한1960년대의시대정신을논할때빼놓을수없는요소다.인종차별,전쟁과폭력,여성주의,자유와평화…,현대사회의기준점이되는수많은어젠다가1960년대에무대에올랐다.그리고당연히그흐름은아직까지도요동치고있다.우리가1960년대를돌아보는이유는그“낭만적이었던시대”를추억하고,기념하고,박제하기위함이아니다.그헤아릴수없이폭발적이었던에너지가여전히시대를추동하는힘으로서작용하고있기때문이다.이흐름을읽고더나은사회를실현하기위한밑거름으로삼을수있느냐없느냐가바로우리에게주어진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