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시선으로AI발전을분석해온철학자김재인
AI빅뱅을위기가아닌기회로포착하는혁신적인담론을시작한다
바야흐로AI대폭발의시대다.대화형인공지능챗GPT가선도하는생성인공지능의발전속도는가히우리의상상력을뛰어넘는다.2021년1월달리(DALL-E),2021년10월디스코디퓨전(DiscoDiffusion),2022년3월미드저니(MidJourney),2022년4월달리2(DALL-E2),2022년8월스테이블디퓨전(StableDiffusion),2022년11월챗GPT,그리고2023년3월챗GPT-4까지그림,언어,음악,영상을생산하는인공지능기술이삽시간에발전하고있다.더욱이생산물의질또한뛰어나서어떤것이인간의작품이고,어떤것이인공지능의작품인지가늠하기힘들정도다.도리어인공지능이그린작품이유명대회에서우승을차지하기도했다.인간이만든기술이인간을압도할지모른다는공포가전문기술분야와학계,대중의일상속으로급속히퍼지고있다.인간은과연기계에지배당할것인가?인류에게미래는있는가?
오랜기간과학기술의변화를분석해온철학자김재인은논쟁의구도를“기계가인간을능가할수있는가?”라는지배담론에서“인간은어떻게기계와공생할수있는가?”라는대안담론으로바꾸는혁신적인시도를한다.주어를기계가아닌인간으로두고사유하는저자의인문학적통찰은AI발전을둘러싼대논쟁에서놓치고있는위기의본질을직시하게만드는힘이있다.철학의사회적개입을몸소실천하며경계를넘는소통을끊임없이시도한철학자김재인.AI빅뱅을맞는새로운역사적국면에서그의통찰과개입은그어느때보다날카롭다.
생성인공지능의가능성과한계를‘원리의관점’에서분석
창작과언어의본질을탐색하며초거대언어모델의한계를밝힌다
저자김재인은영국의천재수학자앨런튜링의논문<계산기계와지능>의첫문단(“기계는생각할수있을까?”로시작하는문단)을패러디하면서다음과같은물음을던진다.“인공지능은예술작품을창작할수있을까?”이물음은인공지능의본질과능력,나아가인간적의미의창작과창조의본성을밝히는데중요한함의를갖는다.저자는딥드림과넥스트렘브란트,그리고이둘의한계를지적한럿거스팀의AICAN원리를자세히살펴보면서지도학습에기반한예술창작모델의근본적인한계를지적한다.그한계는바로작업의목표가내부가아닌외부에서주어진다는사실에서비롯하며,예술창작의관점에서말하면작가가자기작품을‘평가’하지못하는한계로귀결된다.창작의도가없는작가가외부요청으로그린그림을자기평가할수있는가?그평가는오직요청한사람만이할수있을것이다.이는예술창작의주체인작가의관점을완전히배제하는문제를낳는다.저자가인용하고있는“하나의작품은작가가그안에서자기의도에도달할때만족된다(렘브란트)”,“하나의그림이완성됐다고판단할권리는화가에게있다(곰브리치)”라는문구는인간과대비되는이미지생성인공지능의한계를극명히보여준다.
저자는멀티모달을포함한생성인공지능의초거대언어모델이결국인간언어의한계에서벗어날수없다는문제를지적한다.언어가세계를그대로반영할수없는존재론의한계가분명하기때문이다.언어로지어진인공지능의세계존재는오류와잘못된정보로지어진‘언어의집’에불과하다.저자는비트겐슈타인과촘스키언어관과크게다르지않은초거대언어모델을들뢰즈와과타리의언어철학을통해비판하면서언표가지닌일차적의미에서벗어난화행론의시각에서언어를볼것을주장한다.저자의이런관점은언어생성인공지능이불러일으킨문제들,가령이해,생각,요약,번역,의식,창조같은민감한주제에서드러나는인간과기계의차이를명확히볼수있게해준다.
인간고유의특성이전문성이되는시대
협업을위한새로운인문학구축과교육과정개편이시급하다
인공지능의한계는곧인간을돌아보는계기가된다.저자는가치를평가하고새로운가치를창출하는인간고유의특성인‘창의성/창조성’을예술개념의정립사를통해고찰한다.창의와모방의대립속에정립된근대의예술개념은창의성의존중으로귀결되어개인을발견하는성취를이뤄냈다.하지만저자는칙센트미하이,베이트슨,르루아구랑,푸엔테스의연구결과를살피며인간종의창의성은개인을중심으로한근대의관점에서가아닌집단을중심으로한생물학및인류학의관점에서이해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집단을통해보존되고개선되고전승되는창의성은창의적협력의결과며,인간종은이런협력을통해진화하고발전해왔다.
그렇다면인간최고의발명품인AI가도구로활용되는이시대에는어떤방식으로창의적협력을해야할까?저자는자기전문성을갖추고협업할수있는인재양성을주장한다.챗GPT의사용자경험에서드러나듯생성인공지능은그것을활용하는인간의전문성에따라매우다른결과를산출한다.검색능력의차이가질문능력의차이로변화했고,이런질문능력은전문성에서비롯한다.잘아는만큼잘활용할수있다는얘기다.그러면서저자는협업을위한기초역량강화방안으로새로운인문학구축과교육과정개편을제시한다.문사철로통용되는인문학을언어,문학,역사,철학,수학,자연과학,사회과학,예술,디지털을흡수하는‘확장된인문학으로재편’하고,빼기식교육을고수하는‘문과폐지로서의교육과정개편’이반드시필요하다고본다.이런시급한시대요청을외면한채학문사대주의에빠져있는한국학계,자기전공을벗어나지않으려는타성에젖은대학사회,칸막이식교육을고수하는교육체제에가하는저자의일침은매우따끔하다.
시대의요청에응하는인문학
쓸모없는인문학에서인문학르네상스로
“인공지능과관련된인간의반응을보면인간이무엇인지좀더분명하게보이는것같아서흥미롭습니다.그런탐구가철학과인문학의몫이니까이런때야말로더더욱개입해야하겠고요.그런개입이꼭필요한시기가많지는않거든요.역사를보면과학혁명시기가그랬고,서양근대형성시기가그랬고,세계전쟁시기가그랬습니다.이런중요한때여러사고실험이있었고,그결과물이수백년동안영향을끼쳤습니다.아마지금이우리가경험하고있으면서도동시에근대세계를벗어나인간을다시생각하게하는시점이아닌가싶습니다.인공지능이중요한계기지요.”(‘Q&A짚어보기#3’중에서)
AI빅뱅시대를역설적으로인문학르네상스로보는철학자김재인.이책에서독자는위기에대응하는철학의쓸모와반등하는인문학의힘을느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