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나와 일본 : 비릿 짭짤, 일본 어식 문화 이야기

사카나와 일본 : 비릿 짭짤, 일본 어식 문화 이야기

$29.80
Description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밥상을 보면 한 인간이, 한 사회가 읽힌다!
에도시대부터 21세기 도쿄까지
과거와 현재를 맛깔스럽게 버무리고
계급, 역사, 상품시장, 신앙, 언어로 맛을 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본 어식 문화 이야기

언뜻 인간의 역사는 대의에 의해 움직이는 듯하다. 하지만 역사의 중심엔 늘 먹고사는 문제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을 것인가를 둘러싼 이야기는 한낱 가볍고 말초적인 잡담거리가 아니라 한 사회의 생산력과 생산관계, 그를 통해 구성된 정체와 사회문화를 들여다보는 돋보기이자 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렇기에 밥상을 통해 한 인간을, 한 사회를 읽어내는 식문화 이야기에는 낯섦에서 오는 설렘을 넘어 이를 이해하고 통찰하는 진지한 시선이 녹아 있다.
이 책은 에도시대부터 21세기 도쿄까지 비린내와 갯내음 가득한 밥상을 통해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 30여 가지 수산물로 요리해 낸 이야기에는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일본 어식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수산물이 일본에서는 어떻게 소비됐는지, 정체 변화나 지역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취급됐는지, 그리고 왜 동일한 식재료를 우리와는 다른 조리법으로 요리했는지 등을 다양한 자료에 입각해 서술한다. 간편식과 서구식 식단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는 어식 문화를 천천히 맛보고 음미할 수 있는 이 책은 가깝고도 먼 섬나라 일본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과거 식문화로 여행하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준다.

저자

서영찬

저자:서영찬
부산에서나고자랐다.서울대학교언어학과를졸업하고,경향신문사에기자로입사해사회부장,편집부장을지냈다.말과사물,그리고사람과사건의이면에관심이많다.읽고쓰는일이재미있는활자중독자다.영어와일어번역가로활동하고있고,번역한책으로는『어느인문학자의걷기예찬』,『하야부사:일본우주강국의비밀』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일본인은어식민족이다?반은맞고반은틀리다

1장.애잔한서민의맛
이와시-가난한밥상,오랜친구같은맛
멍게-씁쓰레한땅,도호쿠의맛
오징어-전시배급제시대,줄서서먹는맛
꽁치-도쿄여,가을이왔구나
가다랑어-맏물과제철,목이빠져라기다리는맛
백합-갯벌연정,헤어져야아는맛
날치-유형의섬,비상하고싶은지상의맛
전갱이-튀어야산다?튀겨야산다

2장.깊은역사의맛
붕어-쌀문화,삭힘의기술
다시마-다시마길,동서입맛을가르다
방어-입신양명을꿈꾸며,명절의맛
갯장어-교토는알고,도쿄는모르는맛
뱀장어-여름보양식,은밀하고달콤한맛
붕장어-화양절충,요리도통역이되나요
가쓰오부시-전투식량,이성이마비되는맛

3장.쏠쏠한돈의맛
니기리즈시-패스트푸드가살아가는법
대게-온천과벚꽃,일상탈출의맛
새우-국민스타,대중적인맛
청어-흥하고망하고,자본의맛
전어?격세지감몸값,입맛은변덕쟁이야
고등어-팔자고친흙수저,출세의맛
명태-어육소시지와명란젓,변신의맛

4장.무사의칼맛
도미-오모테나시,접대의맛
뱅어-부활하라,로열클래스의맛
아귀?미움받을용기,내강외유의맛
참치-사시미문화,극강의맛
복어-침략주의자를울리고웃기다,위험한맛
무사의밥상-노부나가를화나게한요리는?

5장.신묘한신성의맛
문어-축제와신령그리고다코야키,길거리의맛
쑤기미-못난이가산으로간까닭,웃겨주는맛
김-아사쿠사의미스터리,다면적인맛
전복-제주해녀와해적,전설의맛
연어-신이내린선물,아이누의맛
고래-그들은왜고래에집착하는가,허황된맛

6장.바닷물고기언어학

감사의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역사의중심엔늘먹고사는문제가있다!
한인간과한사회를읽는키워드,식문화

에도시대부터21세기도쿄까지
30여가지수산물로차려낸
우리와닮은듯다른일본어식문화이야기

언뜻인간의역사는대의에의해움직이는듯하다.보통사람과다른비범한인물이나청천벽력같은일대사건,변혁을지향하는이념등에의해역사가추동되고사회가변화하는것처럼보인다.그런데과연그럴까?인간의역사는곧먹고사는것의역사다.굳이누군가의명언을인용하지않더라도‘인류가살아온기록’이라는역사의의미를곱씹어보면,이는곧자명해진다.무엇을,어떻게,얼마나먹을것인가를둘러싼이야기는한낱가볍고말초적인잡담거리가아니라한사회의생산력과생산관계,그를통해구성된정체(政體)와사회문화를들여다보는돋보기이자이를비추는거울이다.그렇기에밥상을통해한인간을,한사회를읽어내는식문화이야기에는낯섦에서오는설렘을넘어이를이해하고통찰하는진지한시선이녹아있다.

“식문화,특히물고기등과같은수산물을매개체로일본의단면을들여다보고싶었다.단순한미식이야기가아니라먹거리를통해일본의풍습,문화,역사이야기에초점을두려했다.짜네맵네음식을간보듯한집단의수천년식문화를식별할수는없다.…(하지만)물고기와함께먹고사는장삼이사의삶은나라를불문하고닮은구석이많다.그런시선으로일본의물고기와일본의어식문화를그려보려했다.”-<프롤로그>에서

이책은에도시대부터21세기도쿄까지비린내와갯내음가득한밥상을통해일본사회를들여다본다.30여가지수산물로요리해낸이야기에는우리와닮은듯다른일본어식문화가생생하게살아숨쉰다.한국인에게도친숙한수산물이일본에서는어떻게소비됐는지,정체변화나지역에따라얼마나다르게취급됐는지,그리고왜동일한식재료를우리와는다른조리법으로요리했는지등을다양한자료에입각해서술한다.설익은문화론이나일식찬미론으로흐르지않도록세심한주의를기울인저자의시선을통해간편식과서구식식단에밀려점차사라지고있는어식문화를천천히맛보고음미할수있다.비린내추억하기.가깝고도먼섬나라일본을이해하는것에그치는것이아니라사라져가는과거식문화로여행하는하나의통로가되어준다.

과거와현재를맛깔스럽게버무리고
계급,역사,상품시장,신앙,언어로맛을낸
꼬리에꼬리를무는6가지일본맛보기코스

“그건그렇고,이제이야기는산으로간다.”이책은분명수산물이야기로시작한다.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꽁치,고등어,방어,아귀,새우,오징어부터일본고유음식이자식재료인니기리즈시,사시미,고래까지,이야기의시작은수산물이다.그런데얼마지나지않아이야기는삼천포로빠진다.물론수산물과아무런상관없는이야기가전개되는것은아니고,그와관련된이야기들이끝없이새끼를치며이어진다.가령,아귀이야기에서아귀간의고쿠미(깊은감칠맛)를말하다가미토학을창시한도쿠가와미쓰쿠니와『일본외사』를지은라이산요이야기로빠진다든지,꽁치이야기를하다가이에신궁참배객을맞기위해개발된독특한생선구이방식을말한다든지,전시배급제시대에오징어가배급된이야기를하다가수제비가등장한배경을말한다든지하는식이다.무관해보이는것들이저자의해박한수산물지식과재미난입담으로서로얽히고설켜씹을수록졸깃하고고소한이야기가탄생한다.저자의소박한바람처럼술자리나식사자리에서가벼운이야깃거리로소비되기보다는그야말로알아두면쓸데있는잡다한지식이알게모르게쌓인다.

이책은6장으로구성되어있다.1장<애잔한서민의맛>은백성들에게수산물이어떤존재였는가에초점을맞춘다.2장<깊은역사의맛>은어패류를통해일본식문화사의단면을들여다본다.3장<쏠쏠한돈의맛>에서는상품가치를토대로수산물을살펴보고경제성장기의수산물소비경향을주로다룬다.4장<무사의칼맛>은생선을매개체로무사계급과무사문화를이야기한다.5장<신묘한신성의맛>에서는수산물에얽힌민속과민초의신앙생활을살펴본다.그리고마지막6장<바닷물고기언어학>에서는물고기와연관된언어로일본인의식습관과속마음을들여다본다.계급,역사,상품시장,신앙,언어로맛을내고,과거와현재를골고루버무려낸6가지코스요리에는단순히맛있다고말하기엔부족한,진한고쿠미가있다.

때로는애잔하게,때로는유쾌하게,때로는따갑게
밥상에비친일본어식문화의빛과그림자
갯마을민초의삶을바라보는따뜻하고도힘있는통찰

언어와함께한시간이길어서일까?언어학을전공하고오랜세월기자로활동한저자의글은말맛이살아있다.꼬리에꼬리를무는수산물이야기를다양한감정을갖고따라가게된다.“지역토산물도인간처럼나고자라는곳을닮는걸까.도호쿠의토산물멍게는도호쿠의처지를쏙빼닮았다.”멍게이야기에서는씁쓰레한멍게맛처럼씁쓸한감정이감돈다.“맏물을‘하시리’라고도한다.빠르게지나간다는뜻이다.아차하는순간떠나버리니망설이면놓친다.버스떠나고손흔들어봤자아무소용이없다.사랑과인생도그렇지않은가.”가다랑어이야기에서는맏물을놓칠세라조바심이난다.“복어는천국의맛이라고들한다.제대로먹으면천국에온듯느끼지만,잘못먹으면실제로이세상에하직인사를고하고천국에갈수있기때문이다.극과극을한몸에지닌생선이다.”복어이야기에서는아찔함이엄습한다.“고래한마리가일곱마을을기쁘게할순있을지몰라도고래포획은결코녹록지않다.…잡히면대박이지만,안잡히면대형손실.고래잡이는투기성이농후했다.그런조업을전통이니,공동체결속이니하는말로포장하지만,내부를보면잇속이만만찮다.”고래이야기에서는통쾌함이느껴진다.

사실일본을바라보는우리의감정은복잡미묘하다.저자가말했듯,한일관계는한동안잠잠하다가일순격랑이일고장대비가쏟아지는초여름바다날씨같다.이런감정의선을때론섬세한,때론힘있는필치로그려내는저자의글에서는이즘이나주의에빠지지않는통찰력이엿보인다.

“음식은언어와닮았다.한외국어가수입되고번역된후오랜풍화작용을거쳐모국어화되는과정이음식에도존재한다.언어처럼음식도무궁무진하게변화한다.”-<2장.깊은역사의맛>에서

음식과언어라는서로무관한듯보이는인류사회의문화는서로같은길을걷는다.갯마을민초와함께맵고짜고,힘들고고된삶의여정을거쳐온수산물이야기를들려주고싶었다는저자서영찬.그가언어라는그물로끌어올린일본어식문화에는오랜풍화작용을묵묵히견뎌낸장삼이사의땀과눈물이짙게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