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큰글자도서)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먼저 온 미래(큰글자도서)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39.00
Description
“나는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
2016년부터 몇 년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들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다.”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계에 먼저 온 미래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과 경험, 가치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소설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과학기술이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탐구해 온 저널리스트-작가 장강명이 전현직 프로기사 30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만나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 ‘먼저 온 미래’를 돌아보고, 인공지능이 문학계를 비롯한 여러 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전망한 르포르타주다. 장강명은 터미네이터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전문가의 권위와 자부심을 부수고, 일과 경험을 변질시키고, 우리가 추구하던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파고 이후 프로기사들은 평생 알고 있던 이론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인공지능에게 다시 바둑을 배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에게 바둑은 예술이자 철학이었고, 프로기사로서의 삶은 바둑의 최고 권위자라는 자부심을 의미했다. 알파고와의 대국 3년 후 이세돌 9단은 바둑계 은퇴를 선언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어린 시절, 바둑은 예술과 같은 것으로 배웠다. (…) 내가 배웠던 예술 그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

바둑을 공부하는 방법, 바둑을 관전하는 문화, 바둑을 통해 추구하던 가치가 모두 달라졌다. 장강명은 다른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리라 전망한다. 압도적인 실력의 인공지능이 헐값에 보급되는 것.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하며,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에 따라야 하는 것. 예컨대 소설 쓰는 인공지능이 매일 위대한 장편을 288편씩 내놓을 때 소설가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책은 바둑계의 경험을 거울삼아 우리 모두가 마주할 근미래의 풍경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터미네이터를 막고 일자리는 지키더라도 어떤 인간적 가치들은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부서질 것이다. (…) 그리고 우리는 그런 파괴가 일어난 뒤에야 그 가치들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다.” _26쪽
저자

장강명

11년간일간지기자로일하며한국기자협회이달의기자상,관훈언론상,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대상,동아일보대특종상,중앙선거관리위원회감사장등을받았다.2011년『표백』으로한겨레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열광금지,에바로드』『그믐,또는당신이세계를기억하는방식』『호모도미난스』『한국이싫어서』『댓글부대』『우리의소원은전쟁』『재수사』(전2권),연작소설『뤼미에르피플』『산자들』,소설집『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산문집『5년만에신혼여행』『책,이게뭐라고』『책한번써봅시다』『아무튼,현수동』『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미세좌절의시대』,르포『당선,합격,계급』등이있다.수림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젊은작가상,오늘의작가상,심훈문학대상,SF어워드우수상을수상했다.아내김새섬대표와온라인독서모임플랫폼그믐(www.gmeum.com)을운영한다.

목차

1.먼저온미래
2.오만과편견,그리고창의성
3.가장중요한문제
4.평평함과공평함
5.언어라는도구너머에서
6.불변의법칙과변질되는개념들
7.새로운일자리,혹은‘죽음의집’
8.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9.가치가이끄는기술
10.인공지능이아직하지못하는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책은하나의패배가단지결과가아니라,세계를새롭게바라보는방식이될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_정재승(KAIST뇌인지과학과·융합인재학부교수)추천
★★★조훈현,유창혁,박정상,김지석,신진서…바둑계전설들에게직접듣는AI이후의세계

“인공지능이창의적인바둑을둘수있다면
언젠가는기계가수학의난제도창의적으로해결할수있고
창의적인예술작품도만들수있다는뜻일까?”

창의성,문학성,인간성의의미를다시묻다
AI시대에‘인간의문학’은무엇이될것인가

이세돌9단과알파고의대국은결과뿐아니라내용도충격적이었다.바둑계에서는‘알파고는컴퓨터니까계산력이중요한후반에강할것’이라고짐작했다.하지만알파고는창의성의영역으로여겨지던초반포석에서오히려더강한면모를보였다.지금은많은프로기사가알파고의바둑이창의적이라고평가한다.그런데창의성은인간의전유물아닌가?인공지능에게창의성이있다면,창의적인문학작품도매일수천편씩쓸수있다는말인가?장강명은문학은바둑과다르다고전제하면서도실제로불가능한것은매우적다고말한다.그것이알파고가남긴교훈이라는것이다.

알파고이후에도‘인공지능은할수없는,인간의바둑을두겠다’라고말한프로기사들이있다.막상이들에게인간의바둑이정확히무엇인지질문하면착각과실수,감정이드러나는표정과제스처,승부를둘러싼스토리등탁월함과는무관한요소들이답변으로돌아온다.소설쓰는인공지능이매일수백편의걸작을쏟아낼때,‘인간의문학’도그와비슷한의미가될지모른다.문장력은부족해도독특한‘인생스토리’가있는작가가더주목받을것이다.문장력은인공지능이보완할수있으니까.장강명은인공지능으로인해여러업계에서추구하던가치가변질되리라전망한다.

어떤업계에인공지능이보급되기시작하면이를멈추기는불가능에가깝다.수혜를입는그룹이생기기때문이다.실제로프로기사중에서도인공지능도입을반기는이들이있다.이들은바둑에늦게입문해서,초반감각이부족해서,정상급기사들과정보격차가있어서생기는실력차이를좁힐수있게되었다.반대로누군가는어느날자신의장기를잃어버렸다는의미이기도하다.여기서장강명은논의를다른방향으로확장한다.AI기술을보유한빅테크기업이어떤업계의판도와그업계에속한이들의삶을좌우해도되는가?그런기술을개발하는것이정말옳은일인가?

“AI시대에예술가들은자신이작품을만드는과정으로이야기를잘만드는기술과그자신을교묘하게상품화하여판매하는방법을배워야할지도모르겠다.스포츠카를사서인증하거나,다른유명인사를저격하는요령도함께.”_268쪽


“나는가치가기술을이끌기를바란다.
가치있는기술은그런맥락에서만나온다.
지금우리는정반대의현상을겪고있다.”

인공지능은그저도구일뿐이라는거짓말
과학기술에대한가치의통제가가능하려면…

일부전문가는‘인공지능은그저도구일뿐,사용여부는각자선택하면된다’라고주장한다.장강명은그들의순진한전망은틀렸다고단언한다.어떤기술은사람들의인식과행동에까지영향을미친다는것이다.현대인에게스마트폰사용은더이상개인이선택할수있는문제가아니다.택시기사가내비게이션의추천경로를따르는것도,대중음악뮤지션이스트리밍서비스에음원을유통하는것도마찬가지다.소셜미디어는우리가무언가를경험하고,그가치를평가하는기준을바꿔놓았다.인공지능은그이상의무언가가,우리가살아가는환경그자체가될지모른다.

한편‘AI시대에도새로운일자리가계속생길것’이라는낙관론에서말하는일자리는사회적가치와자부심의원천일까,아니면급여를받는이유에불과할까?책은그질문을집요하게파고든다.알파고이후에도프로기사들의일자리는사라지지않았다.그러나이들의권위와자부심은추락했다.실력이급상승한프로기사는‘AI치팅’을의심받는다.바둑팬들이해설자에게기대하는것은그의견해가아니라,‘AI추천수’를알기쉽게전달하는역할이다.진보라는대의앞에서전문가의자부심은사소한가치일까?인공지능의보조인력으로전락하더라도급여만주어지면괜찮을까?

장강명은신약개발과정에서제약회사가거쳐야하는임상시험을예로들며,인공지능에대한기술적·제도적통제를주장한다.기술의발전속도나우리의삶과사회에끼칠파급력에비해이를견제할장치는미비하다는지적이다.국제원자력기구를통한핵무기·원자력통제,국가간조약을통한기후위기대응처럼국경을뛰어넘는대응도주문한다.장강명은더나아가빅테크기업들이말하는,과격하고납작한의미의‘좋은삶’을넘어,더나은미래를믿고상상하는인문학의역할을강조한다.그런상상이야말로인공지능이아직할수없는,인간만이할수있는일이라는것이다.

“가치의근원에대한문제,기술을통제하는방법에대해서도누군가가근사한아이디어를낼수있지않을까?나는현대의사상가를기다린다.똑똑한사람들이실리콘밸리로몰려가지말고이문제에도전했으면좋겠다.”_338~3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