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사회 : 데이터 경제는 어떻게 우리를 줄 세우는가

서열 사회 : 데이터 경제는 어떻게 우리를 줄 세우는가

$18.00
저자

마리옹푸르카드,키런힐리

저자:마리옹푸르카드MarionFourcade
프랑스출신의사회학자로,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사회학과교수이자버클리사회과학매트릭스(SocialScienceMatrix)소장이다.하버드대학교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다.경제사회학에서출발해문화·정치사회학,과학과지식의사회학,나아가디지털사회로관심을넓혀왔으며,데이터와측정·분류가어떻게새로운사회적위계를만들어내는지를탐구한다.첫저서『경제학자와사회(EconomistsandSocieties)』(2009)로미국사회학회우수도서상과과학사회학회의루드비크플렉상을받았다.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회원이며,독일막스플랑크사회연구소외부학술회원으로도활동하고있다.

저자:키런힐리KieranHealy
아일랜드코크출신의사회학자로,듀크대학교사회학과교수이며케넌윤리연구소에도소속되어있다.유니버시티칼리지코크를졸업하고프린스턴대학교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다.도덕과시장의사회학,사회이론,데이터시각화등폭넓은주제를연구한다.지은책으로『마지막선물(LastBestGifts)』(2006)과『데이터시각화(DataVisualization)』(2018)가있다.그의첫책은이타심을개인의선한마음으로만보던통념을넘어,기증기관이‘기증할기회’와그의미를어떻게조직하고만들어내는지를규명함으로써‘선물이냐상품이냐’라는낡은이분법을넘어섰다는평가를받으며비영리·자원봉사연구협회(ARNOVA)의우수도서상을받았다.

역자:서영찬
부산에서나고자랐다.서울대학교언어학과를졸업하고,경향신문사에기자로입사해사회부장,편집부장을지냈다.말과사물,그리고사람과사건의이면에관심이많다.읽고쓰는일이재미있는활자중독자다.영어와일본어번역가로활동하고있으며지은책으로『사카나와일본』이,옮긴책으로『어느인문학자의걷기예찬』,『하야부사:일본우주강국의비밀』,『책읽고싶어서회사를그만뒀습니다』등이있다.

목차

추천의글

서론실리콘밸리열병
자급자족농장의꿈/잡초무성한개척지/소프트시티

1장기쁨의상자
모든것을내어주는선물/사회적기층/사회성유출

2장데이터지상명령
계산하라/모으라/학습하라

3장분류상황
이름붙이기와순위매기기/테스트와매칭/고유가치와고유자본

4장대대적언번들링
정보가담긴결제/시장조절/수익의흐름

5장중층적금융화
추상화의중층구조/프로토콜대중화/투기판이되어가는금융

6장자기주권으로가는길
인증되는노출/검색기질/자기조직인간

7장서열적시민권
평등의문제/자격의문제/가치의문제

결론참을수없는서열화의올바름
서열화의이중운동/진보에대한의지,권력에대한의지/사회과학의이중진실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실리콘밸리에서시작한흐름이현대사회의구조를재편하기까지
‘서열사회’가구성되는역사적흐름을따라가는구조적논증

이책의핵심적인질문은이것이다.우리는어쩌다"측정을지향하고,측정에의해정당화되고,측정을통해통치되는"사회에살게되었는가.저자들은이질문에아홉개의장을층층이쌓아올린하나의논증으로답한다.월드와이드웹(WWW)중흥기의열광을계곡열(ValleyFever)에빗대어표현한서론‘실리콘밸리열병’은그출발점을뜻밖의장소,1960년대반문화의고향캘리포니아로잡는다.자유와해방을약속하며태어난웹은국가도위계도없는‘개척지’를꿈꿨지만,스스로서버를일구는자급자족의삶대신사람들은거듭편리한서비스를선택했고,그선택이쌓이는동안웹은누구나서로를평가하고순위매기는자기감시네트워크,‘소프트시티’로변모했다.요컨대서열사회는강요된것이아니라우리가원했던편리함의그림자로도착했다는것,이것이책전체를관통하는첫번째전제다.

1장과2장은이사회의토대,곧데이터가쌓이는메커니즘을양쪽에서해부한다.1장‘기쁨의상자’가개인의측면에서답한다면,2장‘데이터지상명령’은조직의측면에서답한다.개인은왜데이터를내어주는가?빼앗겨서가아니라선물을주고받기때문이다.무료서비스라는‘선물’은마르셀모스가밝힌선물의힘그대로보답의의무를낳고,우리는그답례로클릭과‘좋아요’와관계망을내어놓는다.그렇게인간의사회성전체가측정가능한데이터를끊임없이흘려보내는‘사회적기층’이된다.그렇다면조직은왜그데이터를그러모으는가?쓸모를알아서가아니다.언젠가는가치가있으리라는믿음아래일단"모으라(ThouShaltGather)"라는명령이기업과국가의제2의천성이되었기때문이다.저자들이‘데이터지상명령’이라칭한이강박이17세기통계학에서머신러닝까지이어지는계보위에서그려진다.

3장‘분류상황’은이책의이론적심장부이자논증의결정적전환점이다.쌓인데이터는그냥쌓여있는게아니라일을한다.이름을붙이고,순위를매기고,짝을지어주는일이다.데이터기반분류체계가만든범주안에서개인이놓이는위치,곧‘분류상황’은취업·의료·보험·교육·주택·신용·시민권에이르는삶의기회를좌우한다.이는베버가말한‘계급상황’처럼삶의기회를좌우하는새로운계층화의기제가된다.그리고그위치자체가자원이된다.개인의디지털흔적총체가압축된새로운자본,‘고유자본’이다.마르크스의자본,부르디외의문화자본을잇는이개념과함께,데이터의문제는프라이버시침해를넘어,기회배분과불평등의문제로확장된다.

4장과5장은이서열화의논리가경제를어떻게재편하는지를추적한다.4장‘대대적언번들링’의열쇠는돈이익명성을잃었다는사실이다.모든결제가데이터묶음이되자기업은상품에묶여있던경제적권리를잘게쪼개사람마다다른가격,다른조건으로팔수있게됐고,판매는소유권이전이아니라고객을계속붙들어두는관계의시작이됐다.5장‘중층적금융화’는그렇게쪼개진데이터흐름이다시묶여자산으로거래되는다음단계를보여준다.추상화가층층이쌓이는금융의오랜논리가데이터기술과만나면서,주식과암호화폐를넘어개인의미래소득과정체성까지,말그대로자기자신을투기의대상으로만들수있는세계가열린다.

6장과7장에서시선은경제로부터인간과정치로옮겨간다.6장‘자기주권으로가는길’은디지털기술이개인의자유를억압하는과정만이아니라,실제로자유를확장하면서그자유의책임까지개인에게떠넘기는역설을그린다.오늘날개인은기존의권위에덜의존해지식을찾고,자신의정체성을표현하며,삶의경로를스스로조직할수있는전례없는능력을얻었다.그러나진정한자신을표현할자유는그자신임을증명해야하는‘인증되는노출’과결합하고,지식에직접접근하는능력은무엇이든스스로찾아판단해야하는‘검색기질’이되며,자신을자유롭게구성한다는이상은세분화된범주들의세계에서자신의위치를끊임없이정해야하는‘자기조직’의과제로이어진다.자기주권은그러므로해방을가장한예속도,허울뿐인자유도아니다.그것은실제로개인의행위능력을확장하는동시에,그자유를인증·검색·자기분류의책임으로되돌려개인에게떠맡기는디지털시대의양가적이상이다.

7장‘서열적시민권’은이양가적인자기주권의이상이시민권과사회적포용의원리로확장될때어떤정치적질서를만들어내는지추적한다."모든사람은평등하다"라는근대시민권의이상이개인별점수의체제에의해잠식되고재편될때,차별은사라지는것이아니라형태를바꾼다.출신이나집단적정체성이아니라각자의행동과선택에따라개인을평가하겠다는약속은,기존의편견과차별을넘어모든사람을고유한개인으로공정하게대우하려는열망에서출발했다.그러나평등과자격,사회적가치를개인별데이터로정밀하게측정하려할수록,시민이누릴권리와기회는보편적으로보장되는것이아니라각자가입증한행동과점수에따라달리배분된다.이과정에서사회구조가만든격차는개인의기록속에다시나타나고,서로다른결과는각자가응당받아야할몫으로해석된다.점수는결과를각자의‘응분의몫’으로도덕화하여,불평등에그어느때보다그럴듯한정당성을입힌다.서열적시민권은평등을단순히폐기하는질서가아니다.오히려평등과공정,포용의이상을개인화된측정으로실현하려는시도가어떻게새로운위계와배제를만들어내는지를보여주는또하나의양가적형식이다.

결론‘참을수없는서열화의올바름’은이모든논의를하나의역설로종합한다.점수와순위는두개의진실을동시에갖는다.내눈높이에서그것은유용하고심지어즐겁지만,한걸음물러서서보면바로그유용함과즐거움이조직에는통제력을,기업에는이윤을공급하는연료다.그리고누구도한쪽진실만골라살수없다.대학평가순위를경멸하면서도끝내벗어나지못하는로스쿨들처럼,우리는순위라는덫에빠졌다기보다순위에얽혀들었다.순위에기대면서순위를미워하는이‘이중운동’속에서연대의감정과제도는조금씩깎여나간다.저자들의진단대로"이제는어느누구도선별되지않은뉴스피드,평가가되지않은택시기사를바라지않는"이상,이질서는되돌릴수없다.다만물을수있을뿐이다.이서열은누구의기준으로매겨지며,그도구로이익을얻는자는누구인가."서열사회에서의삶은정말이지참을수없는것이될지도모른다"라는마지막문장은,그물음을시작하라는경고다.

하이에크를비틀고쿤데라를변주하는사회학
─이토록유쾌한정전은오랜만이다

『서열사회』는결코논리적이기만하거나딱딱한책이아니다.저자들의문장은사회이론서라는말이무색할만큼유려하고장난기가넘친다.6장제목‘자기주권으로가는길(TheRoadtoSelfdom)’은하이에크의『노예의길(TheRoadtoSerfdom)』을,‘자기조직인간’은윌리엄화이트의고전『조직인간』을비틀었고,점수낮은이들을가리키는신조어‘룸펜스코레타리아’에는마르크스의룸펜프롤레타리아트가,"정보를유출하는자는결국유출당하는자가된다"라는경구에는『자본』의"수탈자가수탈당한다"가겹쳐있다.그러나이들의글쓰기방식은결코단순한지식자랑도말장난도아니다.원전의논리를빌려와정확히뒤집거나연장하는것,즉제목한줄에논증하나를통째로압축하는것이저자들의방식이다.하이에크가국가의계획이예속으로가는길이라고경고했다면,저자들은그책제목의한글자를바꿔정반대의질문을던진다.국가로부터의자유를약속하며도착한‘자기주권’이야말로,평생자신을인증하고검색하고점수관리해야하는새로운예속의길이아닌가.

이방식이가장빛나는자리중하나가결론의제목,‘참을수없는서열화의올바름’이다.밀란쿤데라의『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을연상시키는이제목에서눈여겨볼것은무엇이무엇으로바뀌었는가다.‘가벼움’의자리에들어온말은‘올바름’이다.쿤데라의역설이가장가벼운것이우리를가장무겁게짓누른다는데있었다면,저자들의역설은가장올바른것이이시대우리가가장참을수없는것이라는데있다.서열사회의점수와순위는조작된낙인이아니다.그것은내가실제로한행동,내가남긴기록위에세워져있고,그래서"인위적으로구성된방식이기는해도반박하기어려울만큼‘올바르다’".우리는그올바름을알기에순위에기대어식당을고르고사람을판단하며,남을평가하는일은멈추지않는다.다만그시선이나를향할때에만참을수없어질뿐이다.저자들이‘서열화의이중운동’이라부르는이긴장,곧게임안에있고싶으면서동시에바깥에서고싶은욕망이야말로서열사회가좀처럼무너지지않는이유다.부당한질서라면맞서싸우면되지만,‘올바른’질서앞에서우리는항의할언어부터잃어버리기때문이다.책전체가도달하는이결론이제목여섯글자의뒤틀림안에이미들어있는셈이다.

베버,모스,부르디외,들뢰즈,보르헤스,심지어동화작가존메이스필드까지종횡무진오가는인용들도마찬가지로저마다제몫의일을한다."충분히발달한기술은마법과구분할수없다"라는아서클라크의법칙은그대로인용되는대신뒤집힌다.AI는우리를마법의세계로‘끌어올리는’것이아니라,알수없는신탁앞에서의례를되풀이하는처지로‘끌어내린다’는것이다."엄밀함과품격을겸비했다.지적성취와독서의즐거움을동시에주는책"(캐런레비,코넬대학교교수)이라는상찬처럼,이책은사상사의유산을빌려쓰는데그치지않고그유산에21세기의독자적인의미를새겨넣는다.묵직한이론서를읽으며페이지마다웃고밑줄긋는경험은흔치않다.

판옵티콘,『감시와처벌』,『감시자본주의시대』…
‘감시’의사상사250년,그계보의다음자리에놓일책
감시사회논의를‘분류와매칭’의문제로확장하다

1791년제러미벤담은중앙의감시탑에서모든수감자를한눈에내려다보는원형감옥,판옵티콘을설계했다.1975년미셸푸코는『감시와처벌』에서이설계도를근대사회전체의은유로확장했다.감옥,학교,공장,병원에스며든시선은마침내개인의내면에감시탑을세우고,사람들은보는이가없어도스스로를감시하는규율적주체가된다는것이다.그리고2019년쇼샤나주보프는『감시자본주의시대』에서이시선이자본의손에넘어갔음을고발했다.구글과페이스북은우리의행동이남긴잉여데이터를채굴해미래행동을예측하고판매하는새로운축적체제를세웠다는것이다.

『서열사회』는감시가수집한정보가분류·순위·매칭의질서로전환되는과정에주목한다.핵심질문은누가나를보고있느냐에그치지않는다.그시선이나를어떤범주에넣고,누구와연결하며,어떤기회와조건을배분하느냐는것이다.수집된시선이최종적으로하는일은이름붙이기와순위매기기,곧분류와서열화다.저자들은일찍이오스카갠디가‘판옵틱분류(panopticsort)’라지칭했던이‘규율적감시시스템’이이제신용점수,위험등급,추천알고리즘,매칭시스템의형태로전면화되었음을보여준다.푸코의규율사회가사람을‘주조’했다면,서열사회는질들뢰즈가예견한대로코드와점수를통해사람들의행동을실시간으로‘조절’한다.감시탑은더이상필요없다.우리가자발적으로남기는디지털흔적이곧감시탑이고,그흔적으로매겨진서열이곧감옥의등급이기때문이다.감시사회논의가“누가나를보는가”를물었다면,이책은그다음질문을던진다.“나를본그들은,나를몇번째줄에세우는가.”저자들은이책을통해감시사회의논의를분류와서열화의차원으로확장함으로써사회이론의새국면을열어젖힌다.

빼앗긴것이아니라,우리가‘선물’한것이다
스스로감시와서열의제단에오르는현대인의역설

데이터경제에대한기존비판은대체로‘약탈’의서사였다.기업이우리의정보를훔치고,수탈하고,인클로저했다는것이다.일리있는이야기지만,이서사에는치명적인맹점이있다.그렇다면왜우리는매일아침제발로그약탈의현장에출근도장을찍는가?저자들의진단은신랄하다.“데이터의포획을강도질이라고한다면,길거리에서총구를겨누는노상강도라기보다는파티에서당하는소매치기에가깝다.”우리는끌려간것이아니라초대받았고,흔쾌히,때로는열렬히파티에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