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처럼 보기 (왜 국가는 계획에 실패하는가 | 양장본 Hardcover)

국가처럼 보기 (왜 국가는 계획에 실패하는가 | 양장본 Hardcover)

$35.00
Description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자 한 국가 주도형 공공 계획들은 왜 실패하는가
『국가처럼 보기』는 20세기에 전성시대를 구가한 국민국가가 사회와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형시키고자 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런 시도들이 왜 대부분 실패로 끝났는지 밝힌 책이다. 표준어 지정, 토지 소유의 제도화 등 국가가 통치를 위해 공간과 사람들에 획을 그어 단순하게 만든 ‘가독성’과 과학적·기술적 진보에 대한 신념의 강력한 형태로 보는 ‘하이 모더니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며 이 요소들을 근거로 국민국가의 통치 이념과 방식, 실패 원인을 조명한다. 특히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권위주의적 하이 모더니즘'으로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간과하였으며, 현장과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지식을 무시한 ‘메티스’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서유럽, 구소련, 미국, 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 전근대 사회의 보통사람들이 감내한 희생과 고통을 감안할 경우 근대 국민국가의 해방적이고 진보적인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유토피아적 계획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확실한 이유를 제시한다. 그리고 동질화, 획일성, 격자, 용감무쌍한 단순화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자본주의와 국가는 사실상 똑같은 존재임을 분명히 밝힌다.
저자

제임스C.스콧

저자:제임스C.스콧(Scott,JamesC.)
예일대학인류학·정치학교수.윌리엄스칼리지를졸업하고예일대학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1976년까지위스콘신대학교수를지냈고,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회원이다.우리나이로여든에접어는지금도토지와농업경제,서발턴정치학,아나키즘에이르기까지열정적인연구와저술활동을펼치는한편,코네티컷주에서양을치며농부의삶을살고있다.

지은책으로Decodingsubalternpolitics.Ideology,disguise,andresistanceinagrarianpolitics(2012),TwoCheersforAnarchism:SixEasyPiecesonAutonomy,Dignity,andMeaningfulWorkandPlay(2012,한국어판《우리는모두아나키스트다》),SeeingLikeaState:HowCertainSchemestoImprovetheHumanConditionHaveFailed(1998.한국어판《국가처럼보기》),TheMoralEconomyofthePeasant:RebellionandSubsistenceinSoutheastAsia(1979,한국어판《농민의도덕경제》)등이있다.  

역자:전상인
1958년생,미국브라운대학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받음.한림대사회학과교수,워싱턴주립대방문교수,한국미래학회회장역임.현재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저서로『공간으로세상읽기:집,터,길의인문사회학』『편의점사회학』『아파트에미치다:현대한국의주거사회학』『우리시대의지식인을말한다』『고개숙인수정주의:한국현대사의역사사회학』『세상과사람사이』등이있음.  

목차

1부가독성과단순화의국가프로젝트
01자연과공간
02도시,사람그리고언어

2부변혁적비전들
03권위주의적하이모더니즘
04하이모더니즘도시:실험과비평
05혁명당:계획과진단

3부촌락과생산의사회공학
06소련의집단화,자본주의적야망
07탄자니아의강제촌락화:미학과모형화
08자연길들이기:가독성과단순성의농업

4부사라진고리
09얇은단순화와실행지:메티스
10결론

출판사 서평

인간의삶을개선하고자한국가주도형공공계획들은왜실패하는가

이책은20세기에전성시대를구가한국민국가가사회와자연을어떻게인식하고독해했으며이에기초해서세상을어떻게변형시키고자했는지,그리고궁극적으로그런시도들이왜대부분실패로끝났는지를밝힌다.≪국가처럼보기:왜국가는계획에실패하는가≫라는책제목과부제는근대국가의의도와그결과를함축적으로잘설명해준다.국가의눈으로세상을보고국가의힘으로세상을바꾸고자했지만,그목적한바를현실에서이루기가어려웠을뿐만아니라인류문명에엄청난해악을초래했다.

이책의키워드를크게두단어로압축할수있다.하나는‘가독성’이고,다른하나는그보다더결정적인‘하이모더니즘’이다.
‘가독성’은국가가통치를위해공간과사람들을읽기쉽게만들었다.역사를통해서국가가보다수월하게통치하기위해이용해왔던도구들을보면아주쉽게이해할수있다.즉토지소유의제도화,각종도량형의정비혹은통일,성씨창제,토지구획,표준어지정,도시설계,이동하는사람들을항구적으로붙잡아두려는노력(이를테면정착화),교통체계화등이그대표적인예이다.
더욱중요한키워드인‘하이모더니즘’에대해서는좀더심도있는분석이필요하다.이책의저자제임스스콧은이것을“대략1830년대부터1차세계대전까지서유럽과북미지역이경험한산업화와관련이있는것으로,과학적?기술적진보에대한신념의강력한(근육질이라고도말할수있다)형태”로설명한다.이러한하이모더니즘은20세기국가대부분이도입하고선호했다.그것은각나라가처한역사적조건과도무관했고좌우이념의스펙트럼도초월한이데올로기였다.이는이책이집중적으로분석하는구체적인사례들이서유럽,구소련,미국,동남아시아,남미,아프리카등에걸쳐있는것만봐도충분히알수있다.물론그렇다고해서이러한사회공학적발상이고의적인악의에서출발한것은아니다.제임스스콧은국민을위한다는국가권력의진정성자체에는의심의여지가없다고생각한다.
그런데도그결과는낭패혹은대재앙인경우가많았다.소련의집단농장이그러했고,탄자니아나에티오피아등지의강제촌락화가그러했다.브라질리아나찬디가르의신도시건설이그랬고,제3세계국가들의수많은개발계획이그러했으며,미국의산업영농도그런점에서는사정이크게다르지않았다.엄청난인명손실,인권유린과폭력의만연,환경파괴와공동체의붕괴는변명의여지없이하이모더니즘으로무장한20세기근대국민국가의부산물이다.
물론저자가하이모더니즘의긍정적인측면을외면하는것은아니다.전근대사회의보통사람들이감내한희생과고통을감안할경우근대국민국가는분명히해방적이고진보적인성격을띤다.그리고하이모더니즘은법앞의평등,만인을위한시민권,그리고생존?건강?교육?주거의권리측면에서인류문명에나름대로기여를했다.바로이대목에서이책의목적이더욱뚜렷해진다.곧“인간의삶을개선하기위해선의로시작한유토피아적계획이궁극적으로실패할수밖에없었던확실한이유를제시하는것”이바로저자가이책을집필한분명한이유이다.
그렇다면저자가주장하는결정적인패착이란무엇인가.저자는두가지면을그근거로삼는다.하나는이러한하이모더니즘계획을실현하기위해강압적권력을한껏사용하고자하는의지와능력을갖춘권위주의적국가다.즉‘권위주의적하이모더니즘’인것이다.근대주의나공공계획자체가원인제공자라기보다그것의과용과오용과남용이비극의씨앗이라는주장이다.권위주의적하이모더니즘은인간의창의성을억압했고,지역적다양성을간과했으며,무엇보다현장이나일상속에녹아있는전통적?토착적?구체적지식을무시했기때문이다.그것을저자는메티스라고하는데,그것은비슷하지만똑같지않은과업을오랫동안수행할때만얻어지는지식이며(이책에서실행지(實行智)라고번역한)실천적혹은실용적지식을의미한다.룩셈부르크가사회주의건설을‘임기응변’과‘창조성’을요구하는‘새로운영역’으로규정하면서호소했던지식이바로이런것이다.이와같은메티스는제도권지식의패권주의를구축하는과정에서가려져왔고짓밟혀왔다.
결정적패착의다른하나는국가의이러한계획에저항할능력을상실한기진맥진한시민사회다.전쟁이나혁명그리고경제적파탄은종종시민사회를극단적으로약화시킬뿐아니라사람들로하여금새로운통치제도를한결쉽게수용하게끔만든다.과거식민지통치는그사회공학적열망과대중의반대에대한막강한통제능력과더불어이와같은조건을잘충족시킨다.
이를위해저자는종횡무진역사와여러분야를넘나든다.예를들어도시계획가와혁명가들의하이모더니즘사고와관행을과정과복잡성그리고끝없는개방성을강조하는견해와대조한다.르코르뷔지에와레닌을비판하면서,그것을제인제이콥스와로자룩셈부르크를통해실행한다.또한생산과사회질서에대한도식적?권위주의적해결방법이현장관습속에용해되어있는귀중한지식을배제할경우에왜실패할수밖에없는지를보여준다.이를위해저자는소련의집단화와탄자니아의강제촌락화를설명한다.
현대자본주의에대해언급하면서저자는이책의비판이자본주의승리라는1989년이후의역사적관점에서보면낡은고고학처럼비칠수있음을인정한다.왜냐하면이책에서저자가비판한국가들이거의모두사라졌거나아니면그야망을극단적으로접고말았기때문이다.그런데도스콧은과학적농경이나산업적영농,그리고자본주의시장일반을검토하며분명히지적한것처럼동질화,획일성,격자,용감무쌍한단순화의조직이라는점에서대규모자본주의와국가는사실상똑같은존재임을분명히밝힌다.다만자본주의에서는단순화의비용을자본가들이지불한다.오늘날에는글로벌자본주의가동질화를촉진하는가장강력한힘일것이다.이때는역설적으로오히려국가가지역적차이와다양성의옹호자같은역할을수행한다.곧사회공학이라는근대적계획의실패에서도출되는결론은관료주의적동질화에적용되는것만큼시장주도적표준화에대해서도마찬가지로적용된다.
이책에아쉬운점이있다면우리나라나일본혹은중국에대한분석이전혀없다는점이다.그런데‘국가처럼보기’에관한한우리나라의근현대사는그어디에도뒤지지않는다.하이모더니즘은일제식민지치하에서시작되었으며,그연장선위에네차례의경제개발5개년계획과다섯차례의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이바로그것이다.물론현재의우리사회에서도‘국가처럼보기’의관행은여전히강력하다.그렇다면공공계획을아예하지말라는것이아니라신중하고슬기롭게잘하라는제임스스콧의주장은우리에게아주소중하다.

그렇다면이제“무엇을할것인가?”그리고어떻게할것인가.저자에따르면현실적으로필요하고가능한것은하이모더니즘의역할을축소하고궤도를수정함으로써근대를완성하는것이다.말하자면유종의미를거두는것이다.그리고그것은거시적발상의자제,점진주의적인접근,다양성과자율성의증진,역사와관습의존중,의사소통의활성화,분권화와민주주의심화,그리고무엇보다‘국가처럼보지않는’지식이나지혜의수용을통해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