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컬 (문화 생산과 초국적 상상계)

글로벌/로컬 (문화 생산과 초국적 상상계)

$38.00
Description
글로벌/로컬의 관계를 다룬 최초의 저작이자 고전
롭 윌슨과 위말 디싸나야케가 엮은 이 책은 영미 학계에서 글로벌/로컬의 관계를 다룬 거의 최초의 저작으로 이후 관련 저작이 많이 쏟아졌음에도 글로벌/로컬 간 모순과 갈등을 탐구한 이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이 책이 전 지구화라는 세계적 물결이 국민국가의 매개를 통하지 않고, 혹은 그것을 우회해 로컬에 끼치는 영향을 이론적·실천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로컬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통해 문화 연구를 국민국가 단위의 근대적 패러다임을 넘어 포스트국민국가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지구화 시대 문화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른 문화들과 마주치고 뒤섞이는 일이 일상화하고 있다. 지구화가 본격적 이슈가 되기 전 근대적 국민국가의 공간에서도 문화들 간의 횡단과 접속은 늘 있었던 현상이지만, 이를 문화 연구의 본격적 탐구 대상으로 삼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국민국가의 경계 내에서는 다른 국민 문화에 대한 비교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주로 국민 문화의 문화적 ‘본질’과 ‘기원’을 추적하거나, 국민 문화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창안하는 작업이 문화 연구의 주된 과제였다. 이런 연구에서 로컬과 로컬 문화를 강조하는 주장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었고, 로컬은 국민 문화의 본질과 정체성에 흡수되지 않을 경우 장애와 곤경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문화 간 접촉이 빈발하면서 로컬 문화가 글로벌 문화와 서로 부딪치고 뒤섞이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물론 지구화는 세계적 단일 시장을 형성하고 초국적 정치체를 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하면서 국민국가보다 훨씬 더 추상적이고 동질적인 문화를 로컬에 강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세력은 국민국가와 그 문화의 매개를 거치지 않고 곧장 로컬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가까이 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무매개적 상황 때문에 지역적 존재와 삶은 글로벌적인 것과 더욱 첨예한 긴장 속에 놓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국민국가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로컬에 대한 각성이 생겨나기도 한다. 국민국가의 압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이제 국민이라는 단일하고 동질적인 환상의 스크린은 많이 약화되었다. 그 사이에서 로컬은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한결같이 지구화와 지역화, 글로벌적인 것과 로컬적인 것의 동시적 연동과 상호 침투의 강화를 지적한다. 이들은 대부분 글로벌/로컬의 관계를 주목함으로써 그동안 국민국가에 의해 억압 및 배제된 이질적 차이와 복합성은 물론이고 전 지구적 차원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역 문화와 그 시간적 리듬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로컬의 배치는 지구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 중심적인 것과 주변적인 것 간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그 사이의 상호 접속과 문화 횡단, 혼종 문화에 주목한다.
저자

롭윌슨

(RobWilson)하와이대학교마노아캠퍼스영문학교수를거쳐,현재캘리포니아대학교산타크루스캠퍼스문학부교수이다.

목차

서문:글로벌/로컬추적하기(롭윌슨·위말디싸나야케)

1부전지구화
01로컬적인것속의글로벌적인것(아리프딜릭)
02로컬주의,글로벌주의그리고문화적정체성(마이크페더스톤)
03경계없는세계?식민주의에서초국적주의로의전환과국민국가의쇠퇴(미요시마사오)
04현실적가상성(요시모토미츠히로)
05공포증적공간과경계적공포:초국적독립영화장르(하미드나피시)
06제국의가족에서초국적상상계로:전지구화시대의미디어관객성(엘라쇼하트·로버트스탬)

2부로컬적접속
07이국적인것과의불장난:일본의국제화시대타인종과의섹스(카렌켈스키)
08비의지적인것욕망하기:들뢰즈와〈로보캅2〉에나타난기계적배치와초국적주의(조너선L.벨러)
09누구를위한것인가?초국적자본과캐나다다문화주의의생산(캐서린미첼)
3부글로벌/로컬의분열
10글로벌주의의로컬주의(데이나폴런)
11대양감과지역적상상계(크리스토퍼L.코너리)
12굿바이파라다이스:아메리칸태평양에서의글로벌/로컬주의(롭윌슨)
13타이완신문문학별호의신생문화비평칼럼의사례:현대타이완공적문화의글로벌/로컬변증법(랴오빙후이)
14사회공간으로서한국(프레드릭제임슨과백낙청의대담)

후기:‘글로벌/로컬’기억과사고(폴A.보베)

옮긴이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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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번역총서]를펴내며

출판사 서평

1부‘전지구화’의글여섯편은로컬공동체,민족,지역을다른것으로분열시키는전지구화의지속적과정과힘을다룬다.
〈로컬적인것속의글로벌적인것〉에서아리프딜릭은로컬공간의사회적역학을20세기내내헤게모니를장악한자본주의적세계체제내에서준사회주의적이거나적어도이종언어적이고대안적인시공간을여전히형상화하는것으로이론화하고자한다.이를위해그는한편으로는중국마르크스주의와제3세계사회주의로거슬러올라가는가하면,다른한편으로는게릴라마케팅이라는의제로나아가기도한다.
〈로컬주의,글로벌주의그리고문화적정체성〉에서마이크페더스톤은‘글로벌문화’를통해재형성된사회학을동질적기술체계와이질적적응이만나는다층적구성체로제시한다.그래서그는초국적사회학에대한자신의학문적평가를대처총리시기의영국에서로컬화한정체성을가진노동계급공동체의문화역학내에위치짓는다.
미요시마사오는초국적화를“식민주의의행정적·점령적양식이경제적유형의식민주의에의해돌이킬수없이대체되는”일방적과정으로평가하는비판적관점을견지한다.따라서〈경계없는세계?〉에서원주민에대한그의분석은“식민화한공간의역학”을자본의사회구성체에의해이미시달리고있는정치투쟁의출발점으로받아들인다.“일단세속적서양의시간정치속으로흡수되면식민화한공간은자율성과독립성을되찾을수없다.그리고일단주변부의토착민이자신들의전식민성(precoloniality)밖으로끌려나오게되면,그들은자신의소망이나성향과상관없이외부세계의지식에대응하지않을수없다”고그는경고한다.
요시모토미츠히로의〈현실적가상성〉은저항이나장소의정치학을중지시키는듯한섬뜩한논리를통해생활세계와육체를상품화하고가상화하는한편,역사를이미지로,나아가‘상품이미지’를초국적기업의이윤확장을위한자원으로전환하는동시대자본주의의순환적힘을보여준다.이런탈토대화과정을그는가상화라고일컫는데,이과정은순수한형식의“자본주의의기본역학을구성한다”.따라서그의글로벌/로컬은더이상장소에구애받지않는탈맥락화한재현,즉“끝이없는이미지”의세계공간을가정한다.
하미드니퍼시의〈공포증적공간과경계적공포〉는이른바‘초국적독립영화’라는장르의출현과‘초국적경계성’의영토에초점을두면서터키및이란의망명영화감독들이재현한‘밀폐공포증적공간형태’를조명한다.그에게초국적성은장소를‘문제적인경계성’의틈새적공간으로전환하는것을뜻한다.또한“초국적성속에존재한다”는것은틈새에존재하고뿌리뽑혔으며집을상실했다는것,즉“디스토피아혹은유토피아두가지양식중그어디에도속하지않는다”는것을의미한다.
국제적미디어스펙터클에대한탁월한통찰력을보여주는엘라쇼하트와로버트스탬의글은지구성에대한비전이갖는권력/지식의역학에문제를제기한다.이런스펙터클과서사는지배의불균등한중심부및구조와연결되어있기때문이다.

이책의다른글들이문화적재생산의동시대적양식과씨름하며초국적스펙터클의정치학을탈신비화하고자하듯이,2부‘로컬적접속’에서필자들역시포스트식민적혼종성이라는편리한읽기를논박할수있는―일본에서할리우드에이르기까지,그리고캐나다에서인도에이르기까지―로컬적배경과문화적이미지를통해글로벌적과정,상호작용,장르,코드에초점을둔다.

3부‘글로벌/로컬분열’은5개의글로구성되어있으며,로컬적저항운동과문화가자본의매개속으로흡수될처지에놓여있는다양한장소및장르를검토한다.데이나폴런의〈글로벌주의의로컬주의〉는상호텍스트적영화아카이브를구축하며,크리스토퍼코너리는〈대양감과지역적상상계〉에서냉전질서로부터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라는새로운아시아/태평양질서로나아가는환태평양문화가태평양을경제적공동번영과문화적재발명의새로운변경으로형상화해온방식을살펴본다.문학에서정치경제적담론에이르기까지이러한‘경계없는’지역성은‘대양적의식’의가능성과기만을나타내며초국적화의불균등한정치에의해훼손당한다.
〈굿바이파라다이스〉에서롭윌슨은다문화적인미국적상상,미시적국가내의초국적관광산업,그리고하와이주권운동과관련한포스트식민적위치의정치학간모순을분절하기위해하와이의‘로컬’문학과영화생산을살펴본다.
영화〈비정성시〉에서새롭게서술한1947년2월28일사건(타이완원주민이장제스의국민당정부에항거한사건)이타이완의문화정치에서갖는의미를연구해온랴오빙후이는“타이완의작가들이로컬적지식과외국에서온정보를뒤섞고,토착적이고수입된장르와담론을적극적으로활용해글로벌적인것과거시정치적인것에대한유동적시각을통해경쟁과저항의가능성을열어줄수있는비평의장을확립하고자할때,전지구적문화적흐름은어떻게전유될수있는가”를보여주고자한다.국민적정체성의토대로서아시아/태평양의복합성은더욱더글로벌적인가청권(audibility)과더욱더로컬적인영향력을동시에부여받게된다.이런차원에서백낙청과프레드릭제임슨의대담은이들―로컬적,민족적,초국적―근대성의다양한사회구성체가냉전의상상계와그편집증적주체를추동했던자본주의/공산주의의이분법에의해분단된역동적인한반도를두고지배경쟁을벌이는비평공간으로서한국에대한강력한사례연구를제공한다.두비평가는늘지역적모순에주목하는한편,불균등한체제를변혁하고공동번영과자유라는자유주의적지배서사를통한자기이해의방식을뒤흔들기위해그체제내의저항을고려하는‘거시정치적인것’에대한유연한시각을견지한다.

글로벌/로컬의현재적의미

여기서짚어봐야할문제는‘글로벌/로컬’이갖는현재적의미다.이책이나온시기적앞섬때문에글로벌과로컬의의미를충분히탐구하지못한부분이있다.그렇더라도이책이제기하는글로벌/로컬의배치는오늘날로컬을사고하는지배적두경향을비판적으로인식하는데여전히유용하다.먼저‘글로컬(glocal)’과‘글로컬리즘(glocalism)’이라는단어가지향하는것으로현재매우유행하는경향이있다.글로벌과로컬의긴장보다는통합과융합에가까운이단어들은글로벌/로컬을나누고횡단하고접속하는사선(/)의의미를너무빨리제거함으로써그의미에대한깊은성찰을차단하는경향이있다.그단어들에는은연중글로벌과로컬을구분하는긴장의선을지움으로써그사이에존재하는경계와틈새의모순과갈등을중립화하는이데올로기적작용이스며들어있을수있다.오늘날세계의모든지역이글로컬적임은명백한사실이지만글로컬은글로벌/로컬의배치가제공해줄수있는중심과주변,제국과식민의관계와같은지정학적구조속에서형성되는로컬의차이성,로컬간의변별성을간과할수있다.글로벌/로컬의배치는글로컬이놓칠수있는이런경계와틈새의물적토대,즉다양한세력간의갈등과횡단과혼종을항상전제하고있다는점에서글로컬과는차이가있다.둘째,글로벌을외부의힘으로,로컬을내부의힘으로이분법적으로구획해사고하려는경향이있다.하지만이런이분법역시글로벌/로컬의배치를사고하는데는한계가있다.그것은자칫외부에맞선내부,즉‘글로벌에맞선로컬’이라는저항논리로이어지거나로컬을본질주의적으로사고하는닫힌로컬주의로나아가기도한다.이런태도는로컬자체의모순과갈등을보지못하고로컬을하나의동질적단일체로간주하는반모던적,전통주의적사고로이어질수있다.로컬에대한찬미는이런경향과결부된경우가많다.
하지만글로벌은로컬과구분되지만로컬과마찬가지로이미로컬의내부기제다.글로벌이긍정적가치와부정적가치를동시에갖고있고그내부에모순과갈등을내장하고있듯로컬역시가능성과곤경의장이다.특히글로벌과로컬사이에는경계가이미열려있고다양한힘이상호침투하기도한다.거기에선로컬적인것이글로벌적인것과맞물려있고접속과횡단과혼종의관계를맺으면서새로운문화를생성한다.그런점에서글로벌/로컬의배치에서사선의의미는진지한탐구의대상이될필요가있다.글로컬이글로벌/로컬의모순적긴장을간과하고세계의지정학적공간의권력관계를제대로인식하지못한다는점에서제1세계중심적이고포스트모던적이라고한다면,로컬과글로벌의이분법은로컬을(포스트)모던적인글로벌세력과의대립적관계위에배치함으로써반모던적인경향을띠고있다.아리프딜릭은이책에서로컬에대한낭만적향수를경계하고로컬을모더니티를경유한후의로컬,“이시대의가장근본적모순이작동하기위한장으로기능하는아주현대적인‘로컬’”(40쪽)로인식할것을역설한다.글로벌/로컬의배치가중요한이유는바로이점에있다.이배치는앞선두경향을뛰어넘어글로벌적인것과의내재적관계속에서모순과갈등으로채워진로컬의가능성을복합적으로인식하기위한것이다.이책에실린글들을이런관점에서읽어본다면그글들이갖는성찰과한계를동시에생각해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