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지구사 : 미국과 소련 그리고 제3세계

냉전의 지구사 : 미국과 소련 그리고 제3세계

$39.50
Description
현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옥스퍼드대학교의 고전학자 재스퍼 그리핀은 “우리가 역사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는 과거를 알기 위한 호기심으로 우리는 무엇이 일어났으며 누가 무엇을 왜 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또 다른 동기는 현재를 이해하려는 희망이다. 역사 공부의 이유는 우리의 시간과 경험을 해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현대사 공부는 이 두 가지 동기에서 진행된다. 역사를 과거의 관점 그리고 현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동기 말이다. 그리핀 교수의 격언에 비유하자면 『냉전의 지구사』는 오늘날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기 위한 글이다.

제3세계에 개입하는 주체는 냉전기의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이다. 18세기부터 1960년대까지를 다루는 이 책의 전반부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지구사에 집중한다. 요컨대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냉전의 주체로서 미국과 소련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정하고 두 나라가 유럽에서 경쟁하는 것을 다루어왔다면, 이 책은 미국과 소련의 역사를 먼저 서술한다. 베스타는 미국과 소련을 유럽사의 확장판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자유와 정의)를 담보한 ‘제국’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냉전이 단순히 유럽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힘의 패권이 교체되는 시기가 아니라 제국주의가 제국 간 경쟁으로 바뀌는 시대 자체의 변화이며, 미국과 소련이라는 특수한 나라가 국제 정치를 이끌어갔기에 냉전이 비로소 지구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 책 후반부는 제3세계가 어떻게 미국과 소련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베스타는 미국과 소련의 제3세계 개입 과정에 제3세계 엘리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꼼꼼한 외교 문서 분석을 통해 살피고 있다.
냉전기에 직면했던 이와 같은 문제는 소련의 해체 이후 완전히 끝났을까?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미국의 개입주의와 제3세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 그리고 이후의 이슬람 국가 등장, 현재까지 계속되는 미국-이란의 갈등 등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여전히 제3세계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과 같은 제3세계주의의 깃발은 존재하지 않지만, 난민 문제를 비롯해 제3세계에서 출발한 여러 문제는 이제 다시금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라는 중심부에도 일종의 되먹임(feedback)을 주고 있다. 여전히 제3세계의 ‘개입’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

오드아르네베스타

저자:오드아르네베스타(OddArneWestad)
1960년노르웨이에서태어났다.런던정경대학교교수와동대학의냉전연구소장을역임했으며하버드대학교케네디스쿨교수를거쳐,현재예일대학교역사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케임브리지대학교,홍콩대학교,뉴욕대학교방문교수를지내기도했다.2006년《냉전의지구사》는저명한역사학저서에수여하는밴크로프트상을수상했다.그는3권으로완간한《케임브리지냉전사》시리즈의책임편집을맡기도했다.우리말로번역출판한베스타의저작으로는《잠못이루는제국》(문명기옮김,까치,2014),J.M.로버츠와함께쓴《세계사I,II》(노경덕외옮김,까치,2015)가있다.

역자:옥창준
980년대후반세상에나왔다.‘팍스아메리카나’시기에유소년시절을보냈다.9·11사건,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을보면서국제정치에관심을두게되었다.한반도에서전개된여러현상을세밀하게포착하고분석하는일이야말로지구적시야를확보하는방법이라믿고있다.지식의국제정치를다루는몇편의논문을발표했고,현재냉전기지성사와관련한박사학위논문을열심히쓰는중이다.

역자:오석주
20세기미국사와대서양지성사를공부하고있다.주관심사는역사서술담론과정치담론의상호연관성이다.

역자:김동욱
정치학을공부하고있다.옮긴책으로《사회주의중국은행복한가》(공역),《칸트입문》(공역)등이있다.

역자:강유지
서울대학교자유전공학부에서경제학과통계학을공부하고있다.

목차

지도목록
한국어판서문
감사의글

서론
01자유의제국:미국이데올로기와대외개입
02정의의제국:소련이데올로기와대외개입
03혁명가들:반식민주의정치와그변환
04제3세계의형성:혁명과대립하는미국
05쿠바와베트남의도전
06탈식민지화의위기:남부아프리카
07사회주의의전망:에티오피아와아프리카의뿔
08이슬람주의자의도전:이란과아프가니스탄
091980년대:레이건의공세
10고르바초프의철수결정과냉전종식
결론:혁명,개입그리고초강대국의붕괴

약어표

옮긴이의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책의내용

영어‘ColdWar’의번역어인‘냉전’이라는말은그야말로‘차가운(冷)전쟁(戰)’을뜻한다.개념은이를활용하는이들의인식틀을규정한다.냉전이라는말을사용하는순간,우리는자연스럽게긴장상태이지만전쟁은일어나지않는상황을떠올린다.냉전기유럽은이와같은개념이잘부합하는사례다.독일이동독과서독으로나뉘고서유럽과동유럽이분열했지만,미국이이끄는북대서양조약기구와소련이이끄는바르샤바조약기구의직접적군사충돌은일어나지않았다.각지에스파이가암약하고핵전쟁의공포가만연했으나유럽의냉전은사실상‘차가운평화’상태였다.냉전개념을문자그대로받아들이면우리는은연중에유럽의경험을특권화하고,‘유럽식’개념을중심으로냉전을바라보게된다.
그러나냉전이라는시간대의공간적범위는전지구에걸쳐있었다.유럽식냉전개념만으로는파악되지않는현상이무척많다.유럽바깥지역의냉전경험은‘차가운평화’는커녕‘뜨거운전쟁’으로점철되어있기때문이다.베스타는기존의협소한냉전개념이유럽중심적이라는점을간파하고,‘뜨거운전쟁’까지포괄하는‘글로벌냉전(GlobalColdWar)’이라는새로운개념을제시했다.냉전을단순히미국과소련의대립이아니라우리가지금살고있는지구의모습을형성한시대로이해한것이다.
그렇다면냉전은어떻게전지구적현상이되었을까.이는이책원서의부제인‘제3세계의개입과현대의형성(ThirdWorldInterventionsandtheMakingofOurTimes)’에서유추해볼수있다.제3세계에개입하는주체는냉전기의두초강대국인미국과소련이다.18세기부터1960년대까지를다루는이책의전반부는미국과소련중심의지구사에집중한다.요컨대지금까지많은연구들이냉전의주체로서미국과소련을너무나자연스럽게가정하고두나라가유럽에서경쟁하는것을다루어왔다면,이책은미국과소련의역사를먼저서술한다.베스타는미국과소련을유럽사의확장판이아니라,보편적가치(자유와정의)를담보한‘제국’으로해석한다.그리고냉전이단순히유럽에서미국과소련으로힘의패권이교체되는시기가아니라제국주의가제국간경쟁으로바뀌는시대자체의변화이며,미국과소련이라는특수한나라가국제정치를이끌어갔기에냉전이비로소지구화할수있었다고본다.
이를좀더자세히살펴보면다음과같다.제1차세계대전을기점으로유럽제국주의는위기에봉착했다.유럽이위기에빠지자비유럽지역에서탈식민독립운동이시작되었다.그리고이시점에미국과소련이세계무대에본격적으로등장했다.미국은‘자유’라는가치에의거해유럽의식민지배를부정적으로인식했으며,소련은‘정의’라는관점에서유럽중심의기존질서를혁파하고자했다.그렇기에탈식민독립운동가들에게도미국과소련은매력적인존재였다.제2차세계대전이후유럽제국주의국가들이다시금식민질서를복원하려하자탈식민독립운동은이에맞서저항했고,미국과소련은적어도유럽제국주의편에서지는않았다.또한미국과소련은제3세계지역을직접지배하지않았다.다만제3세계의정치·사회적발전을위해적극적으로‘개입’했다.냉전기비유럽지역에서벌어진전쟁과내전은미국과소련의개입과함께봐야만제대로이해할수있다는것이저자의주장이다.
하지만미국과소련의제3세계개입만을다루었다면,이책은미국사와소련사에대한저자의독창적해석에도불구하고지금과같은학문적명성을누리지못했을것이다.‘ThirdWorldInterventions’의뜻은‘제3세계에대한개입’이기도하지만‘제3세계의개입’을뜻하기도한다.이책후반부는제3세계가어떻게미국과소련에적극적으로‘개입’했고,이를통해우리가살고있는현대사가어떻게역동적으로형성되었는지를보여준다.
베스타는미국과소련의제3세계개입과정에제3세계엘리트들이어떤역할을했는지꼼꼼한외교문서분석을통해살피고있다.냉전기제3세계의집권자나반대파모두미국과소련이라는동맹국을선택할수있었다.적의적은나의편이라는논리가자연스럽게통용되던시대였기때문이다.그렇기에미국과소련의세력균형이유지되더라도제3세계는자주내전과혁명에돌입했고,제3세계의판도변화에따라미국과소련의세력균형이흔들리는상황이자주발생했다.이와같은관점아래냉전은점점더미국과소련만의이야기를넘어선다.중화인민공화국,쿠바,베트남이등장하고냉전을다루는베스타의시선은한층넓어진다.앙골라내전과에티오피아혁명을돌아보고,아프리카에서발생한일련의위기가미국과소련의데탕트를어떻게무너뜨리고아프가니스탄전쟁으로이어지는지를살펴본다.
베스타가특히주목하는시기는1970년대다.이때제3세계는각기민족주의,사회주의,이슬람주의라는선택지중하나를택하거나이중몇가지를조합하는선택을내린다.그리고1970년대의선택이남긴성공과실패의유산이미국과소련뿐아니라제3세계를포괄하는현대세계를형성했다고본다.그결과소련은아프가니스탄이라는수렁에빠져몰락의길로들어섰고,레이건행정부의선택은제3세계의여러국가를무너뜨리고이어소련의변화와몰락에도영향을주었다.
냉전기에직면했던이와같은문제는소련의해체이후완전히끝났을까?저자의관점에따르면,미국의개입주의와제3세계문제는여전히존재한다.아프가니스탄과이라크침략그리고이후의이슬람국가등장,현재까지계속되는미국-이란의갈등등에서알수있듯미국은여전히제3세계문제에서어려움을겪고있다.이전과같은제3세계주의의깃발은존재하지않지만,난민문제를비롯해제3세계에서출발한여러문제는이제다시금미국과유럽그리고동아시아라는중심부에도일종의되먹임(feedback)을주고있다.여전히제3세계의‘개입’은끝나지않았다.


냉전은왜한반도에서더욱가혹했을까

저자가한국어판서문에서“냉전은다른그어떤지역보다도한반도에중요하다”고강조한다.그러면서“한반도만큼냉전의영향이심하고파괴적인곳은없었다.냉전으로인해조국을황폐화한전쟁이발발했고,적어도250만명의한반도인이목숨을잃었다”고말한다.
저자는냉전이한반도에서이토록파괴적이었던두가지주요원인을밝힌다.첫째,1890년대부터본격화한자본주의와사회주의의이데올로기대립과일본의점령및식민화가한반도에서동시에진행되었다는점이다.둘째,1940년대부터국제체제가냉전체제로재편되면서미국과소련이남과북의단독정부수립을지원했다는사실이다.
“한반도는중국의여러제국과관계를맺어왔지만오랫동안독립성을유지했다.조선은19세기후반부터제국주의라는새로운형태의압력을받기시작했다.청제국은기존의전통적인조선-청관계를폐기하고,새로운형태의종속관계를수립하고자했다.유럽과미국의제국주의자들은조선의개국을원했고,이를통해통상권을확보하고자했다.또근대화를급속히진행하던일본제국은조선에서청과서구의영향력을배제하는한편,조선을일본의관리하에두고일본식근대화를강요하려했다.청일전쟁과러일전쟁에서모두승리한일본은1910년한반도를일본제국의일부로병합했다.
한반도가일본제국에불법적이고잔인하게병합되기이전에,한반도에는새로운형태의이데올로기적지향이나타났다.이는외국제국주의와의조우를통해서였다.당대조선인엘리트대부분은어떻게그들만의방법으로근대화를이루고,조국의부국강병을성취할수있을지고심했다.몇몇인사는일본과협력하면이와같은목표를이룰수있을거라생각했지만,다른이들은독립을강하게추구하며이를민족주의와사회주의를통해이루고자했다.망명상태로독립운동을하던조선인들이주로선택한방향은바로민족주의와사회주의였다.20세기초지구의모든지역에서전개된사회주의자와그반대자들사이의투쟁이그러했듯조선인민족주의자와사회주의자의대립은매우격렬했고,이둘은서로를용납하지않았다.
그렇기때문에1940년대일본제국이미국및소련과대립하는길(일본제국은이두나라를상대로승리할수없었다)을택하자,조선독립운동가들이조국의미래를두고자신들의이상을추구할수있게된건놀라운일이아니다.조선인의이데올로기적분열과1940년대국제체제가지구적차원의냉전으로전환되면서한반도에는두분단정권이등장했다.한반도의냉전적분단은1950년부터1953년까지벌어진한국전쟁으로고착화했고,남한과북한은격렬히대립하는두국제동맹체제하에편입되었다.지구적차원의냉전이1991년소련의해체로종식되었지만,한반도인의노력에도남과북의평화적통일은여전히이루어지지않고있다.지금도한반도에서냉전이지속되고있는것은사실이다.”(한국어판서문)


책의의의와결론

물론아직까지도많은사람은냉전을두초강대국이군사력과전략적통제를둘러싸고대부분유럽지역에서벌인경쟁이라고생각한다.이책은이런기존의시각과달리냉전에서가장중요한국면은군사나전략,유럽지역에서벌어진일이아니라대개제3세계의정치·사회적발전과관련이있었다고본다.탈식민지화와제3세계의급진화는냉전의직접적산물은아니지만,많은부분냉전의영향을받았다.이두가지과정은현재우리가알고있는세계의많은부분을형성했다는점에서매우중요하다.냉전의영향중일부는단순한우연이었지만,그중많은부분은초강대국의직접개입을통해형성되었다.냉전기혁명과개입은오늘날의파국적결과로이어진범유럽국가와세계다른지역과의관계유형을형성했다.
역사적으로,특히남반구의시각에서보면냉전은방법을조금달리한식민주의의연장이었다.충돌의과정에서보면냉전은주로이데올로기측면에서통제와지배에초점을두었다.이를위해초강대국과현지동맹국이취한방법은유럽식민주의의최종국면에서나타난양상과놀라울정도로유사했다.거대한사회·경제사업으로지지자에게는근대성을약속하고,반대자나그진보의길에방해가되는자들에게는죽음을선사하는방식말이다.제3세계입장에서볼때,냉전은식민지시기와하나의연속체라할수있었다.냉전의시작은1945년또는1917년이아니라,유럽제국주의국가끼리아프리카를분할한1884년베를린회의부터라고할수있다.아니면포르투갈이아프리카에최초의식민지를건설한1415년을기점으로삼을수도있다.장기적으로지속된유럽의지배라는관점에서보면,초강대국의대립이나이데올로기의대립역시새로운현상은아니었다.냉전이전에도제3세계에개입한강대국들은자주충돌하곤했으며,때때로이런충돌은경쟁하는관념의산물이었다.
냉전사의비극은제3세계와초강대국이서로얽혔을때,본질적으로반식민주의라는출발점을공유했던미국과소련이라는두역사적기획이지배의형태면에서옛식민주의와놀라울정도로유사해졌다는점에있다.여기에는충돌의강도,이해관계의대립,상대가이겼을경우예상되는결과를둘러싼묵시록에가까운공포가영향을주었다.비록냉전기내내미국과소련이식민주의라는형식에반대해왔지만,이두국가가자국의근대성을제3세계에부과하는방식은이전의유럽제국,특히19세기말부터20세기초반의영국과프랑스제국과크게다르지않았다.미국과소련의방법은제3세계사회의문화·인구·생태의변화를유도하는방향으로이루어졌고,저항하는사람에게는가혹한군사적조치가뒤따랐다.

“우리의미래는장차발생할지도모르는폭력적충돌을방지하기위해우리의행동을어떻게성찰하는지에따라결정될것이다”고저자는역설한다.냉전의큰교훈중하나는일방적군사개입은이점으로작용하지않으며국경의개방,문화적상호작용과공정한경제교환이모두에게이점을준다는사실이다.한편저자는공격받았을때의자위권을강력하게옹호하지만,중요한것은세계가이데올로기적으로더욱더다양해지고있으며소통이우리를더가까이만들고있다고강조한다.충돌을방지하는유일한방법은다양성을인정하는행동을국제적으로조직하고,필요하다면재앙을미연에방지하기위한다자적차원의행동을취해야한다는점이다.냉전은지구적개입을주도했던체제가정확히이반대방향으로행동한비극적사례였음을이책을읽은독자는모두깨달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