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의 시대 -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

대혼란의 시대 -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

$15.00
Description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담아낸 독보적인 책.
인도 출신의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쓴 이 책은 “기후변화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부제가 붙어 있다. 이는 이 책에 실로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이 책을 3부, 즉 문학·역사·정치로 나누었는데, 이 세 가지 문화 양식이 하나같이 기후변화를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그것이 야기하는 위험을 보지 못 하도록 가로막는 가정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아직껏 다른 시대를 위해 주조된 녹슨 무기로 무장한 인문학과 인문과학을 향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도록 촉구한다. 그 해법은 세계적 차원의 집단적 실천과 인간 존재를 새롭게 그리는 우리의 상상력 복원에 있다고 본다.

저자

아미타브고시

저자:아미타브고시(AmitavGhosh)
1956년인도콜카타에서태어났으며,부친이외교관이어서인도·방글라데시·스리랑카등지에서성장했다.인도델리대학,이집트알렉산드리아대학을거쳐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사회인류학박사학위를받았다.인도·미국·영국의여러유수대학에서비교문학을강의했으며,현재는인도와미국을오가며전업작가로활동하고있다.
피카레스크소설(악당소설)로분류할법한첫장편소설《이성의순환(TheCircleofReason)》으로메디치상을,영국이식민지인도에서철수한때부터어느인도인가족과영국인가족의뒤엉킨역사를다룬서사적내러티브《섀도라인스(TheShadowLines)》로인도최고문학상샤히타아카데미상을,의학스릴러라할만한《캘커타염색체(TheCalcuttaChromosome)》로아서C.클라크상을수상했다.고시의문학적성취가운데백미는《유리궁전(TheGlassPalace)》이다.5년의현장취재와치밀한고증을거친이작품은제국주의침략,식민지지배,양차세계대전,독립과독재를중심으로인도와미얀마의역사적격동을조명한대서사시다.영국에서만50만부이상팔린초대형베스트셀러가되면서그를세계적작가반열에올려놓은이책은2001년독일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인터내셔널e-book어워드를수상했다.2018년미국작가리처드포드(RichardFord)에게영예가돌아간제8회박경리문학상의최종후보에들기도했다.
그밖에《굶주린조수(TheHungryTide)》를비롯해아편전쟁직전인1830년대를배경으로한역사소설‘아이비스3부작(IbisTrilogy:아이비스는이소설에서대부분의주요등장인물들이처음만나게되는노예선의이름)’,《양귀비의바다(SeaofPoppies)》·《연기의강(RiverofSmoke)》·《쇄도하는불(FloodofFire)》등소설과에세이집《캄보디아에서춤을(DancinginCambodiaandatLargeinBurma)》,논픽션《고대의땅에서(InanAntiqueLand)》등을펴냈다.

역자:김홍옥
전북정읍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소비자아동학과와같은대학교육학과석사과정을졸업했다.광양제철고등학교교사를거쳐,우리교육·삼인출판사등에서근무했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느린폭력과빈자의환경주의》《노키아의변신》《AI시대의고등교육》《빅치킨》《왜크고사나운동물은희귀한가》《바다의늑대》《잃어버린숲》《바다의가장자리》《우리를둘러싼바다》《지구한계의경계에서》《경이로운반딧불이의세계》《곤충의통찰력》《인류는어떻게기후에영향을미치게되었는가》《화폐의신》《아나키즘》《경제성장과환경보존,둘다가능할수는없는가》《우리의지구,얼마나더버틸수있는가》《교사역할훈련》등이있다.

목차

1부문학
2부역사
3부정치

감사의글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책의전체적인개관과함께이책을출간하게된이유를간단히밝히는것도의미가있을것같다.올5월이면‘에코리브르’가탄생한지20주년을맞는다.어려운여건속에서분야를넓히고때로‘생태/환경’도서출판을줄이기도했지만,그래도출판사이름에걸맞게‘생태/환경’도서를꾸준히펴내고자노력한시간들이었다.
20주년을맞아출판할환경도서를준비하면서생각한것은‘환경과불평등의관계’였다.이러한관점에서기획한책이2020년7월에펴낸《느린폭력과빈자의환경주의》와이책《대혼란의시대》다.전자는‘환경인문학’의고전으로자리매김한역작이다.롭닉슨은이책에서“글로벌사우스에서살아가는빈자의환경주의에천착한일군의작가/활동가를조명하고,그들이주목한느린폭력의사례들을제시한다.더불어초국가적관점에서환경정의문헌을검토해환경저술을지배하고있는국가적·지역적접근법의한계를이해하고자한다.”기후변화라는전지구적위기를비서구적관점에서담아낸독보적인《대혼란의시대》도환경불평등을다룬다는점에서《느린폭력과빈자의환경주의》와일치한다.《대혼란의시대》에서저자는“우리는정말로‘대혼란의시대’를살아가고있는가?”하고묻는다.고시는미래세대는당연히그렇게여길거라고말한다.그렇지않고서는우리시대의문화가지구온난화에맞서는데실패한사실을설명할수없다는것이다.이책에서그는기후변화의규모와위력을파악하지못하는우리의무능을문학·역사·정치차원에서탐구한다.

저자의주장에따르면오늘날볼수있는기후사건들은전례가없는특성탓에우리의사고체계나상상형식과유별나다할정도로불화한다.이는특히진지한문학소설에딱들어맞는말이다.100년에한번일어날까말까한폭풍우나기이한토네이도는오늘날우리가생각하는주류문학으로서소설이다루기에는결코일어날수없을것같은사건인것이다.따라서그런기후사건은저절로판타지소설,공상과학소설혹은기후소설(cli-fi)같은장르소설의몫으로넘어간다.이처럼1부는진지한문학이기후변화를제대로다루지못하는현상을조명한다.그런데일반독자에게호소하기에는내용이다소문학이론적이다.하지만2부와3부에서논의를역사와정치분야로확장하면서한층더보편적인설득력을얻는다.
역사에관한글쓰기에서도기후위기는이따금지나치게단순화되곤한다.2부에서저자는탄소경제의세계사는더러직관에반할뿐더러모순적인수많은요소들과뒤엉킨복잡한서사이기도하다는것을보여준다.특히비서구인의관점에서화석연료와세계사의관계를조망한점,아시아가기후변화의주인공이자피해자이면서방조자이기도하다고밝힌점등에서2부의논의는단연두드러진다.
저자는3부에서문학과마찬가지로공적영역인정치역시집단적실천의장이라기보다개인적인도덕적심판의장으로달라졌다고진단한다.하지만소설도정치도개인의도덕적모험으로만시계를좁히면커다란대가를치르게된다고지적한다.기후변화의규모는더없이방대하므로집단적결정을내리고그를행동화하지않으면개인의선택은거의무용지물이라는것이다.저자는개별화한상상의세계에서벗어나는방법을찾아내야한다며이렇게말한다.

“소설이라는프로젝트가굳이세계를있는그대로재생하는식이될필요는없다.픽션―소설뿐아니라서사시와신화까지포괄한다―이할수있는일이란가정법으로세상에접근하는것,세상을마치그것이아닌다른어떤것인양(asif)그려내는노력이다.다시말해,대체할수없는픽션의빼어난능력은바로여러가능성을상상해보는능력이다.다른형태의인간생존을상상해보는것이야말로정확히기후위기가제기하는과제다.기후위기는세계를오직있는그대로만받아들이면끝내집단적자멸로치닫게된다는것을우리에게똑똑히보여주기때문이다.따라서우리는그대신세계가어떻게될가능성이있는지상상해볼필요가있다.”

하지만기후변화가“다른모든패를능가하는으뜸패”임에도대중과우리지도자들은대체로그이슈를없는것인양취급한다.저자는우리가취하는‘부인론적’이고‘혼란한’마음가짐의원인을탐구하며산업화한국가들이한사코인정하길거부하는진실에대해들려준다.그리고기후변화는모두의책임으로누구도그에따른비난에서자유로울수없다고지적한다.

“기후위기가서구에서탄소경제를발달시킨방식탓에초래된거야어김없는사실이지만,그문제가수많은상이한측면을지니고있다는것또한사실이다.따라서우리는기후위기를우리와는완전히동떨어진‘타자(他者)’가야기한문제라고여길수없다.……인류가발생시킨기후변화는종으로서인간존재자체가빚어낸의도치않은결과다.상이한인간집단들이더없이다양한방식으로기후변화에기여했음에도,지구온난화는궁극적으로오랜기간에걸쳐모든인간행동이이루어낸총체적결과물이다.지구에서살다간모든이는인간이이행성의지배종이되도록하는데일정한역할을담당해왔다.그리고그런의미에서모든인간은과거에존재했든지금존재하든오늘날의기후변화에기여하고있다.”

이책은서구의기후변화논의에서는흔히접하기어려운신선한내용을다양하게다루고있다.자본주의에대한비판에치여제국및제국주의가기후변화에주는함의를도외시한점,석탄이석유보다노동자들의연대에기여함으로써그들의정치의식을한껏드높였다는점등이그러한예다.고시는또한역사적으로인도와중국의경제발전이억제됨으로써의도치는않았지만전세계의탄소배출량증가세가―만약그렇지않았을경우에비해―한층늦춰진현상을상기시킨다.이미우리앞에와있는새로운시대로나아갈준비를하는아시아(특히남아시아)에주어진숙제가무엇인지에대한저자의진단은주목할만하다.그는2부에서“그어떤기후전략도아시아에서효과를보고수많은아시아인이그것을채택하지않는한전세계적으로효력을발휘할수없다”고말한다.전지구적위기를서구적관점에서만이해하려하면안된다는측면에서비서구적관점을담아낸이책은우리의시야를넓혀주는소중하고도독보적인저서다.
저자의결론과견해를달리하는부분도있을테다.하지만그가마지막문단에서전하는메시지에는이견이없을것이다.

“실천을위한투쟁은분명지난하고벅찰것이며,그투쟁을통해무엇을성취하든기후변화로인한몇몇심각하고파괴적인결과는돌이키기에이미너무늦을것이다.하지만나는그러한투쟁을통해이전세대보다더밝은눈으로세상을바라볼줄아는세대가출현하리라고믿고싶다.또한그들이지금인류가빠져있는‘대혼란’을뛰어넘으리라고,다른비인간존재들과의유대관계를재발견하게되리라고,마지막으로이처럼새롭고도유구한전망을달라진예술과문학속에담아내리라고믿고싶다.”

이책은그런미래세대의출현을앞당기기위한저자나름의분투다.

문학

분명삶을변화시킬가능성이있는위험에눈감은진지함의개념이란상상하기어렵다.그리고어떤주제의시급성이그것을진지하게다루어야할기준이라면,기후변화가실제로지구미래에어떤의미를지니는지고려하는것은전세계의작가들이깊이고민해볼주요관심사여야한다.하지만현실은그와거리가멀다.
오늘날의작가와예술가들이직면한문제는탄소경제의정치문제에그치는게아니다.그상당수는좀더넓은문화의은폐에연루되도록만드는우리의관례나방식과도관련이있다.예를들어보자.만약오늘날의건축추세가심지어탄소배출량이급증하는시기임에도유리와금속으로장식한으리으리한고층빌딩을선호한다면,우리는응당이런태도에의해충족되는욕구유형이무엇인지물어야한다.만약소설가인내가등장인물을묘사하는요소로서상표명을사용하기로결정한다면,나는스스로에게이것이나를어느정도로까지시장의조작에가담하도록만드는지물어야하지않을까?
내가생각하고싶어한바와달리삶은논리가이끌어가지않는다는것을말이다.그보다삶은습관적인행동이라는관성의지배를받는다.이는정말이지대다수인간의조건이다.이때문에우리에게요청되는변화를만들어내는일이개체로서개인각자에게맡겨진다면,우리가운데지구온난화에제대로적응할수있는이는거의없을것이다.정확히거의미친것처럼보이는강박적이고편집적인사람들만이스스로뿌리째변화하고올바르게준비할수있다.
인류세의지구는바로도무지상상하기힘들만큼광대한힘이좌우하는,피할수없는집요한연속성(continuities)의세계다.순다르반스를침범하는물이마이애미해변도덮친다.페루뿐아니라중국에서도사막지역이점차넓어진다.미국텍사스주나캐나다에서처럼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산불이점차잦아지고거세진다.

역사

아시아인구의취약성은그들이지구온난화에서중요한역할을한다는것을보여주는한가지측면에불과하다.실제로아시아대륙은오늘날의기후변화주기를이끌어가는일련의결과를촉발하는데크게기여하기도한다.이이야기에서도결정적요소는인구수다.기후위기를막다른길로몰아간것이다름아니라1980년대에인구밀도가가장높은아시아국가들에서시작된급격하면서도광범위한산업화이기때문이다.
인구수는다시한번아시아가지구온난화에서맡고있는역할과그보다먼저산업화한선진국들이떠안은역할간의차이를만들어내는데결정적요소로떠오른다.서구가온실가스축적에가장크게기여한측면은20세기초세계인구중약30퍼센트를차지하는이들의탄소발자국(carbonfootprint)이꾸준히증가한데따른결과다.반면아시아의기여는20세기말그보다훨씬더많은수의사람들―즉급증한전세계인구의절반에이르는사람들―이만들어낸탄소발자국이작은규모지만급작스럽게팽창한데따른결과다

정치

문학이진정성있는경험의표현으로여겨진다면,소설은불가피하게‘거짓’으로취급될것이다.하지만소설이라는프로젝트가굳이세계를있는그대로재생하는식이될필요는없다.픽션―소설뿐아니라서사시와신화까지포괄한다―이할수있는일이란가정법으로세상에접근하는것,세상을마치그것이아닌다른어떤것인양(asif)그려내는노력이다.다시말해,대체할수없는픽션의빼어난능력은바로여러가능성을상상해보는능력이다.다른형태의인간생존을상상해보는것이야말로정확히기후위기가제기하는과제다.기후위기는세계를오직있는그대로만받아들이면끝내집단적자멸로치닫게된다는것을우리에게똑똑히보여주기때문이다.따라서우리는그대신세계가어떻게될가능성이있는지상상해볼필요가있다.하지만기후변화와관련한다른수많은불가사의처럼이과제역시그에답하는데가장적절한상상의형식―즉픽션―이꽤나다른방향으로선회한바로그시기에우리앞에나타난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