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구의 저주 : 지구 위기와 서구 제국주의

육두구의 저주 : 지구 위기와 서구 제국주의

$27.00
Description
지구 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탐구
아미타브 고시는 《대혼란의 시대》의 야심 찬 후속작 《육두구의 저주》에서 오늘날 기후 위기의 기원을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에 대한 서구 제국주의의 폭력적 착취에서 찾는다. 역사·에세이·증언·논쟁을 아우른 강력한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지구 위기의 뿌리를 찾기 위해 신대륙 발견과 인도양 항해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여정을 거치면서 그는 오늘날 기후 변화의 역학이 서구 식민주의가 구축한 수백 년 역사의 지정학적 질서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육두구 이야기는 저자의 작가적 상상력에 힘입어 환경 위기에 대한 은유로 거듭난다. 그는 육두구의 역사를 통해 인류 역사가 언제나 향신료, 차, 사탕수수, 아편, 화석 연료 같은 지구 물질과 얽혀왔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백인의 역사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부를 쥐어짜는 기계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고 통제하기 위해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을 착취하는 소수 특권층의 역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을 위해 책 앞머리에서 1621년 인도네시아 반다제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 반다제도가 1600년대에 세계를 반쯤 미치게 만든 향신료인 육두구의 유일한 생산지였기 때문인데, 그 악마적 사건은 이어지는 수백 년 동안 지배적 세계 질서로 부상하는 유럽 식민주의의 전조였다. 저자는 오로지 기업적 이윤에만 사로잡혀서 지구를 정복하고 재형성하려는 인류의 발자취에 내재된 욕망과 탐욕을 발가벗긴다. 또한 식민주의, 토착민과 원주민에 대한 제노사이드, 노예제, 인종 차별적 자본주의 같은 더 큰 주제로 나아간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결국 오늘의 기후 위기로 귀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한창이던 와중에 책을 집필한 고시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식민주의 역사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보는 심각한 불평등을 연결 짓는 식으로 여러 역사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세계 석유 무역사, 이주 위기, 전 세계 원주민 공동체의 애니미즘적 영성 등에 대한 논의를 아우름으로써 서구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인류 역사가 비인간 힘들에 의해 형성되는 놀라운 방식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

아미타브고시

1956년인도콜카타에서태어났으며,부친이외교관이어서인도·방글라데시·스리랑카등지에서성장했다.인도델리대학,이집트알렉산드리아대학을거쳐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사회인류학박사학위를받았다.인도·미국·영국의여러유수대학에서비교문학을강의했으며,현재는인도와미국을오가며전업작가로활동하고있다.
피카레스크소설(악당소설)로분류할법한첫장편소설《이성의순환(TheCircleofReason)》으로메디치상을,영국이식민지인도에서철수한때부터어느인도인가족과영국인가족의뒤엉킨역사를다룬서사적내러티브《섀도라인스(TheShadowLines)》로인도최고문학상샤히타아카데미상을,의학스릴러라할만한《캘커타염색체(TheCalcuttaChromosome)》로아서C.클라크상을수상했다.고시의문학적성취가운데백미는《유리궁전(TheGlassPalace)》이다.5년의현장취재와치밀한고증을거친이작품은제국주의침략,식민지지배,양차세계대전,독립과독재를중심으로인도와미얀마의역사적격동을조명한대서사시다.영국에서만50만부이상팔린초대형베스트셀러가되면서그를세계적작가반열에올려놓은이책은2001년독일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인터내셔널e-book어워드를수상했다.2018년미국작가리처드포드(RichardFord)에게영예가돌아간제8회박경리문학상의최종후보에들기도했다.
그밖에《굶주린조수(TheHungryTide)》를비롯해아편전쟁직전인1830년대를배경으로한역사소설‘아이비스3부작(IbisTrilogy:아이비스는이소설에서대부분의주요등장인물들이처음만나게되는노예선의이름)’,《양귀비의바다(SeaofPoppies)》·《연기의강(RiverofSmoke)》·《쇄도하는불(FloodofFire)》등소설과에세이집《캄보디아에서춤을(DancinginCambodiaandatLargeinBurma)》,논픽션《고대의땅에서(InanAntiqueLand)》등을펴냈다.

목차

그림목록

01램프가떨어지다
02“그들의거주지를싸그리불살라라”
03“육두구열매가죽었네”
04테라포밍
05“우리모두는머잖아사라질것이다”
06대지의속박
07괴물같은가이아
08화석화한숲
09초크포인트
10모든것의아버지
11취약성
12숫자의모호함
13또다른이름의전쟁
14“성스러운불만의천사”
15야수들
16“하늘의추락”
17유토피아
18생기론적정치
19숨은힘들

감사의글

참고문헌
옮긴이의글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기후위기,서구인의자연관과프랜시스베이컨,테라포밍

우리는많은논의의세례를거치면서현재의기후위기가산업혁명보다훨씬뒤인최근몇십년사이에생겨난일이라고믿게되었다.물론최근몇십년사이의‘거대한가속(greatacceleration)’이오늘의기후위기를한층빠른속도로부채질한것은틀림없는사실이다.하지만저자는실상그위기의씨앗은인류가‘물질적안녕’이좋은삶의최고봉이라고믿도록세뇌당한오래전에이미뿌려졌다고주장한다.저자가초기에이같은유럽의제국주의교리를구축한인물로지목한이는서구의위대한정신으로꼽히는영국의프랜시스베이컨이다.

“반다대학살이자행될무렵……출간한책《성전에관한광고》에서베이컨은기독교를믿는유럽인에의한특정집단의존재말살이왜합법적이라고생각하는지그이유를소상히늘어놓았다.‘일부국가에서민법에의해불법화되고금지된특정인이존재하듯자연의법및여러국가의법에의해,또는하나님의계명에의해불법화되거나금지된국가들도있게마련이다.’베이컨의주장에따르면,이런방탕한국가는기실국가도아니요,그저자연법칙에비추어볼때완전히뒤떨어진‘불온한사람들의떼거리’일따름이다.그런연유로‘시민정신이투철하고치안이잘갖춰진국가가……그들을이지구상에서제거하는것은합법적일뿐더러신의뜻에도부합하는일이다.’……이주장은사실상기독교를믿는유럽인에게그들눈에잘못되었거나괴물처럼보이는민족을공격하고말살할수있는천부적권리를부여했다.”(40쪽)

저자는이런발상의지원을받은식민주의와경제성장을주축으로하는서구문명을비판하는한편,기후변화가식민화와함께시작되어토착민의낙원과그들의환경을파괴한자원추출방식의직접적결과라고주장한다.그는이것을‘테라포밍’이라는용어로표현하는데,테라포밍은식민지개척자들이장소이름을새로바꾸고가축을도입하고농경지를일구고공유지를사유지로변경하고이동식거주형태를영구거주형태로바꾸는등모든것에영향을미쳤다.

그의주장에따르면,이같은제국주의적지배를강력하게뒷받침한것이다름아니라지구에대한‘기계론’적관점이다.자연은행위주체성과의미로가득찬자체의힘이아니라인간이그자신의목적을위해사용하고정복할수있는자원으로만존재한다는관점말이다.그리고그자연에는가난한사람,토착민등서구백인이외의인류다수도포함된다.이런사고가지구위기의근본원인인식민지화와테라포밍으로이어졌다는것이다.저자는기후변화를,지구에대한광범위한테라포밍이라는도전을향한지구자신의응전으로해석한다.

서구엘리트들은스스로가선택받은존재로서역사적으로겪어온숱한전염병에서도살아남았듯이오늘날의기후위기도무사히피해갈수있으리라는낙관적가정아래,토착민이나가난한사람에대한‘무행동’으로그들을곤경에빠뜨려왔다.저자에따르면,그러나괴물같은가이아는종전에는역사의승자편에서주었을지몰라도더는누구편도들지않기로작정한듯하다.서구의엘리트들과비서구의그상대역들이살아가는곳이공교롭게도가장테라포밍의간섭을많이받은지역이고,그런장소들이가장집중적으로기후위기에노출되어있는것으로보아그렇다는것이다.아닌게아니라지구는마치서구엘리트들이문명을일구었을때가정한기계론이틀렸음을입증하기라도하려는듯산불·폭우·가뭄·폭염같은이상기후의모습을한채더는고분고분당하고만있는말없는비활성실체가아님을연일증명해보이고있다.

지구위기해법

이러한저자의진단에따라자연히그가내놓은지구위기해법은,지구도행위주체성을지닌살아있는실체라는‘생기론’적사고를회복하는것이다.그리고그들이들려주는이야기에귀기울이는것이다.하지만이제우리는불과몇백년전까지만해도우리가지니고있었고누려왔던그들과의소통법을잃어버렸다.그감각을되살려줄수있는사람은여전히생기론적사고를간직한채살아가는토착민,문명의이기를누리지못하고자연법칙에순응하며살아가는문명속의가난한사람들이다.저자에의하면,그들이양자의대화를이어줄통역관노릇을할테고,우리는그들에힘입어자연의소리에귀기울일때에만비로소지금의기후위기를풀어나갈수있다.저자는“인간,그리고우리의모든친척들의운명은바로거기에달려있다”고글을맺는다.

저자에따르면,공식적근대성이지워버린비인간목소리를본연의장소로되돌려놓기위해서는무엇보다스토리를복원해야하는데,이것은바로오늘날의작가·예술가·영화제작자등스토리텔링에종사하는이들이떠안아야할임무다.그는이임무가미학적임과동시에정치적과업이라고주장한다.이로보아그는정치자체의힘보다는스토리텔링으로정치를변화시키는스토리텔러의힘을더욱신뢰하는듯하다.

“지난수십년동안강화된세계적연결성은많은파괴적이고분열적인결과를초래했지만,다른한편광범위하고포괄적인대륙간연합을통해지구위기를본격적으로다룰수있는새로운기회를열어주기도했다.이점은무척이나중요하다.지구위기의규모는하도커서어떤한나라,또는심지어‘서구’같은여러국가로이루어진느슨한집단이다룰수없기때문이다.또한이제탄소경제의궤도를좌우하는것은더이상서구가아니다.서구가지구온난화에상당한책임이있는거야어김없는사실이지만,그것이서구가세계인구절대다수의적극적이고자발적인참여없이도지구위기를제대로다룰수있다,심지어해결할수있다는의미는결코아니다.해법을찾기위한첫걸음은공통의표현양식과공유된이야기를모색하는것이다.인간이인간들끼리뿐아니라‘우리의모든친척들’과서로의존하면서살아간다는것을인정하는겸손의내러티브를말이다.”(337쪽)

뼛속깊이세뇌된우리의서구문명중심적사고를질릴정도로비판하면서우리가새로운관점에서도록안내하는저자의노고와통찰력에크게감동받지않을수없다.시종일관가난한자,쫓겨난자,고난받는자,차별받는자의입장에서고자하는그의도덕적헌신에도숙연한마음이들것이다.읽는내내작가의상상력은정말이지특별하고,역사적사실을해석하는데에도남다른위력을발휘한다는사실을새삼깨닫지않을수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