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세계 -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삶과 시대  |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전환의 시대와 젠더 번역총서 1

마을과 세계 -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삶과 시대 |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전환의 시대와 젠더 번역총서 1

$23.00
Description
마을과 세계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여정
“지역이 세계의 일부인 것처럼 세계도 지역의 일부다”
왜 지금 다른 세계를 위해 싸운 에코페미니스트의 삶을 읽는가

사회에서 규정한 성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에서 여성과 남성을 함께 해방하자는 것이 페미니즘의 기치이지만, 성별 사이에 오해와 불신이 커지면서 혐오로 번져 왜곡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가치는 여전하고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때에라야 여성도 남성도 자유로울 수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현재를 비춰보는 것은 인간 해방을 위한 사회 운동의 발전뿐 아니라 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더없이 소중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반복하고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 아니던가. 저명한 독일 사회학자이자 활동가로 2023년 5월 92세를 일기로 타계한 마리아 미즈는 2008년 집필한 이 책에서 독일 및 세계 여성 운동의 역사를 증언한다. 그녀는 서문에서 ‘망각에 저항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에코페미니즘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자연과 여성을 함께 해방하자는 사상이자 운동으로,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둘에 대한 착취의 본질이 같다는 통찰에서 비롯했다. 미즈는 1970년대 가내 수공업으로 레이스를 만드는 인도 여성들을 연구하며 이런 노동이 레이스를 서구 시장에 판매하는 자본가에게는 최대 이윤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집에서 각자 일하며 최저 임금을 받고, 집단행동을 못 하고, 집안일도 병행했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성을 타고난 주부로 정의해 이런 가사 노동을 임금 없이 전유(專有)한다(이는 생존을 위한 자급자족의 노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즈는 이를 자본주의의 동력이자 정수로 보고 ‘노동의 가정주부화’로 명명했다. 자연도 가사·자급자족 노동처럼 무한정 사용 가능한 자유재로 간주해 남용한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과 자연에 대한 이런 착취에 반대하는 이념이다.
미즈는 가부장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소규모 공동체의 자급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한 세계 경제를 제안한다. 그녀가 말하는 ‘자급’은 이윤이 아닌 생존을 목표로 하는 노동으로, 사회 구조를 돈보다 삶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산업 사회의 근간인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내재한 모순을 지적하고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즈가 생각하는 ‘좋은 삶’은 그동안 간과한 무급 노동과 ‘살림’의 가치를 재평가해 경제적 가치에 밀려난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삶이다. 그녀는 사람·노동·자연을 이윤의 원천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비판하고 사회가 변화하는 와중에 희생당하는 약자들, 특히 남반구(제3세계) 시민들과 연대해 저항했다. 그녀의 통찰과 행동은 기후 위기를 겪으며 산업 사회의 허점을 목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점이 있다.
저자

마리아미즈

저자:마리아미즈(MariaMies)
여성과세계화에관해끊임없이고민한독일의페미니스트활동가이자학자이다.인도의독일문화원에서근무했고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현장연구를했으며네덜란드헤이그사회과학연구소(InternationalInstituteofSocialStudies)에여성과개발석사학위과정을수립했다.쾰른응용과학대학교(FachhochschuleKoln)명예교수였으며,2023년5월세상을떠났다.지은책으로《자급의삶은가능한가》《가부장제와자본주의》《에코페미니즘》(공저)등이있다.
행동과학문의결합을실천했고독일최초의폭행피해여성쉼터를쾰른에설립하는데중심역할을했다.기업주도세계화의주요요소인유전공학및재생산기술,다자간투자협정(MAI),서비스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S)등에저항하는가하면식량안보관련행동에도참여했다.‘노동의가정주부화'와에코페미니즘에관한저술로세계에서명성을얻었다.

역자:안숙영
계명대학교정책대학원여성학과교수이다.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정치학박사학위를받고부산대학교여성연구소SSK공간주권연구팀전임연구원으로재직했다.주요저서로《젠더,공간,권력》《돌봄이돌보는세계:취약함을가능성으로,공존을향한새로운질서》(공저)《공간주권으로의초대》(공저)가있다.

역자:장지은
계명대학교여성학연구소전임연구원이다.경북대학교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대구풀뿌리여성연대대표,대구여성영화제창립위원장,교육부양성평등정책담당관전문경력관을역임했다.

목차

약어및두문자어
서문
옮긴이의말

01고향
02우리마을
03세계가문을열다―행복한우연
04인도로출발하다
05고향으로돌아오다―새로운연구와교육
06여성운동
07여성과일
08인도로돌아가다
09자급―미래를위한관점
10여성과개발
11이후운동과캠페인
12여성평화운동에서에코페미니즘으로
13세계화에반대하는국제투쟁
14주변을벗어나주류에맞서다
15새로운전망을찾아서
16내몸이멈추라고말하다

에필로그―좋은삶

여성의식량안보를위한라이프치히호소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참고문헌
화보

출판사 서평

마을에서세계를,세계에서마을을찾은삶

이책에서미즈는사상의형성을개인사와더불어밝히는데이과정은대공황,나치시대,제2차세계대전,1968년독일학생운동,국제여성운동,신자유주의와세계화,이에대한국제저항운동이라는거시사와이어진다.자급자족하는독일농촌마을의대가족에서태어나자라며부모와이웃들에게가족애·공동체의식을,전후인문주의고등학교에서의욕있는교사들에게자유로운토론과국제친선의이상을배운소녀는자급사회를주창하는에코페미니스트가되어,정치적·경제적이익을위해힘없는세계인의실존을파괴하는일에항거하는데평생을바친다.자급공동체에서자란경험은학자로서사회문제를진단하고해결책을제시하는토양이되었고,학창시절과국제교류의경험은인간이가능성을꽃피우는데폭넓은교육과만남의기회,미즈의표현을빌리면‘행복한우연’이필요함을환기한다.

미즈는마을에서동경하던넓은세계로나아간과거를돌아보고마을과세계사이를시계추처럼오가며느낀힘겨운긴장이삶의원동력이었다는깨달음,마을이있기에세계가있고세계가있기에마을이있다는정반합의인식에도달한다.‘세계를생각하며지역에서행동하라(Thinkglobally,actlocally)’는유명한표어가떠오르는대목이다.

이책을쓸때77세이던완숙한학자겸활동가가체득한삶의지혜,옳다고믿는바를추진하는불굴의의지,실패와후회를털어놓는진솔함에서감동과교훈을얻을수있다.그리고세계자본주의에서인간과자연을목적이아닌이윤의수단으로격하한다는비판은지금돌아볼만하다.에코페미니즘의배경을이해하는동시에다음시대에우리가추구할‘좋은삶’을상상하고논의하는계기가될수있는책이다.

이책은계명대학교여성학연구소‘전환의시대와젠더’번역총서의첫번째책이기도하다.이기획을통해사회·경제구조에대한사고의전환이필요한현시대를젠더의렌즈로들여다보고,남성과여성,인간과자연의관계를새롭게고찰하고자한다.

책의구성

01고향마리아미즈는1931년독일서부,쾰른남쪽의작은농촌마을아우엘(Auel)에서열두형제중일곱째딸로태어났다.이마을은상부상조해식량을자급하는공동체였고어린미즈는가족과이웃의일을도우며자급노동을경험했다.농민이던부모의독실한신앙과삶,형제들과자연에서뛰놀고배운즐거운추억과함께성별때문에제약받으며느낀분노와슬픔도이야기한다.

02우리마을미즈의고향마을에는재단사·목수와같은수공업자들이있어식량뿐만아니라생필품도자급할수있었다.마을사람들을회고하며공동체의장점과아울러갈등과문제들도들려준다.미즈는소녀시절이곳에서나치시대와제2차세계대전을경험했으며,전쟁을겪어도꺾이지않은어머니의삶에대한의지를추억한다.

03세계가문을열다―행복한우연마을학교에다니며예술가를꿈꾸던미즈는교사의추천과부모의도움으로상급학교에진학해진보적교사들의국제주의와열의속에학문·예술·정치에대해배운다.졸업할무렵여행중선원이던파키스탄인첫사랑을만난경험은자신의삶에결정적이었다고회상한다.소통을위해영어공부에매진했고종교의차이로갈등한경험이후부터가부장적종교를비판적으로탐구했기때문이다.학교를졸업한뒤교사로일했는데학생들의잠재력을계발하는일은좋아했지만학교를통제하는이사회와가톨릭교회의보수성,전후경제발전에치중하는독일사회의분위기에염증을느꼈으며예술가의꿈도좌절된다.한편교직생활중국제시민봉사(SCI)에참여해사회운동을접하고세계각국사람들과교류한다.

04인도로출발하다첫사랑을계기로남아시아에관심이생긴미즈는인도푸네독일문화원의독일어·영어교사로자원한다.여기서결혼을미루려독일어를배우는여학생들에게흥미를느끼고저명한인도학자이라바티카르베의도움으로첫사회학연구를하며가부장제체제의영향력에눈뜬다.이때나중에동지이자남편이되는사랄사카르도가르친다.푸네에모인세계인과교류하며모임과활동을주도한다.당시큰반향을일으킨미국의페미니스트작가베티프리단의저서《여성성의신화》를읽고여성해방에주목한다.

05고향으로돌아오다―새로운연구와교육어머니의병환으로귀향한미즈는인도사회를더연구하고자했고,쾰른대학교에서만난스승의격려로가부장제와인도여성에관한논문을쓰고사회학박사학위를받는다.정점에달한독일68학생운동에참여해학생들이찍은금서까지다양한출판물을읽으며처음으로마르크스주의와‘가부장제’‘자본주의’개념을배운다.이때접한포이어바흐에대한마르크스의제11테제“철학자들은세계를다양한방식으로해석했을뿐이다.그러나중요한것은세계를바꾸는것이다”는평생좌우명이된다.또한학생운동의일환으로쾰른에서야간시국기도회를조직하는데이기도회뒤부터페미니스트로자처했다고회상한다.쾰른응용과학대학교의가족및사회적소수자사회학교수가되어학생들과함께실천과학문을결합하는연구방법을담금질한다.

06여성운동우리나라에도알려진저자이며미즈의학문적동지인베로니카벤홀트톰젠,클라우디아폰베를호프와1960~1970년대독일에서도일어난국제여성운동에참여한다.1975년멕시코에서처음열린유엔여성회의(UNWorldConferencesonWomen)에서영감을받아여성운동에대한강의를시작하며,동료들과함께비협조적인지방정부에맞서쾰른에독일최초의폭행피해여성쉼터를설립하고‘여성에대한사적폭력을공적문제로만드는’중추역할을한다.쉼터여성들이털어놓는경험담이일종의치유과정임을느끼고,기존사회과학연구방법론대신연구대상자를포함해모든참여자를연구자로보는새방법론을개발함으로써국제적반향을일으킨다.1976년‘여성을위한사회학이론과실천(SozialwissenschaftlicheTheorieundPraxisfurFrauen)’협회를설립하고학회지〈페미니즘이론과실천에대한기여(beitragezurfeministischentheorieundpraxis)〉를발간한다.이학회지는이후30년동안독일여성운동에서토론의장역할을한다.

07여성과일미즈가가부장제자본주의사회의대안으로제시하는자급관점을어떻게정립했는지설명한다.미즈의문제의식은가사노동,식민지사람들의노동,생존을위해천연자원을활용하는노동(자급노동)이자본주의경제에서무급임에도유급노동과마찬가지로자본축적에착취당한다는것이었다.미즈는1972년벤홀트톰젠이로자룩셈부르크의《자본의축적》을인용한것이돌파구가되었다고회상한다.

08인도로돌아가다1978년인도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여성농민들과함께한실행연구를통해문제의식을재확인한다.이때‘노동의가정주부화’를주제로쓴박사논문은나중에남편이영어로번역해출판한다.이연구에대한격렬한비판도받으며미즈의동료들은우수한실적에도불구하고독일대학교에일자리를구하지못한다.학위취득후돌아간인도에서는식민지에서벗어난학생들의사회주의운동이한창이었고,인도여성들이세대와계급을초월해부당한가부장제전통에맞서는것을목격한다.또한페미니스트로서결혼을원치않았지만좌파로낙인찍혀남편이있는인도에서추방당하는상황을피하려고법적부부가되었다고하며,이후독일로이주해타향살이한배우자에대한미안함을언급한다.

09자급―미래를위한관점다양한경험과연구끝에발표한자급관점을설명한다.자급생산은생존을위해하는무급노동을일컬으며,자본주의사회에서이윤을내지않기때문에국민총생산(GNP)에서제외하고,물·공기처럼무한히사용하는자유재로본다.미즈에따르면가부장제자본주의사회에서자연과여성의가사노동을착취하려면구조적·직접적폭력을휘두를수밖에없다.
미즈는미국·유럽연합이권력과이윤을위해일부러자급을파괴하는농업의산업화(예:농작물의유전자조작,단일경작)정책을펴인류의삶과환경을망친다고비판한다.자급관점에서목표는식량생산의통제권,즉식량주권을되찾는것이다.1990년대이후전세계시장의개방을목표로한신자유주의정책에서는산업화한경제체제·복지제도라는완충재가없는가난한국가의농민·노동자,그중에서도여성을착취해이윤을얻는다.자급은이들이피해자로전락하지않게물질적·사회적조건을제공하지만,사람들을여기서분리해상품의생산자이자노동자로만드는것이이윤을위한자본의전략이며,여기에는전쟁을일으키거나빚을지게만들어이익을얻는것도들어간다.미즈는현재의기술을통한‘지속가능한개발’은불가능하다고보고,자급이미래를위한유일한관점이며전통농법의응용·도시농업등이미시작했다고강조한다.자급관점에서무역은잉여생산물에한정하며기술은반드시생태적이어야한다.

10여성과개발1979년동료의추천으로네덜란드헤이그의사회과학연구소(InternationalInstituteofSocialStudies)에여성을위한최초의개발학과정인‘여성과개발’교수로부임한다.인도·방글라데시·필리핀등남반구여학생들과현지여성들이경험을공유하는교육과정을구축하고교재를집필한다.많은사람이페미니스트관점을경계하고비판했으며연구소에서는이과정을해체하려했으나,뜻을같이하는동료·학생들과투쟁해지켜낼수있었다.이는문화차이보다공통점에초점을맞췄기때문이라고회상한다.강사와저자로는성공했으나외로운시기였으며이후쾰른응용과학대교수로복직한뒤독일에서남편과함께생활한다.

11이후운동과캠페인1984년동물·인간에대한인공수정기술이몸에대한여성의결정권을침해하고생명을이윤의수단으로오용할수있음을깨닫고‘유전자및재생산기술반대운동’에참여한다.관련대회에서발표한여러논문을모아학술지를발간했고,이는여성들의연대로가능했다고회고한다.한편과학기술의윤리를생각하지않는정치인·과학자·언론인들을보며가부장제사회에서기술이여성해방의수단이될수없다고결론짓고,〈페미니즘이론과실천에대한기여〉학회지판매로큰수입을얻은뒤에는다른편집진과갈등하다일선에서물러난다.진보적사회운동의주류화는돈과명성에대한욕심·대중매체의영향때문이라고분석하며,1980년대여성운동에서세계여성의무한한다양성을강점으로인식하지못했다고반성한다.

12여성평화운동에서에코페미니즘으로냉전시대이던1984년소련을겨냥한나토의핵미사일을독일에배치하는데반대하는평화운동에참여하며,약자를폭력으로지배하는군국주의와여성에대한폭력모두가부장제자본주의와이어짐을인식한다.여성이해방을위해폭력적수단에남성과똑같이접근해야한다는데반대하고,에코페미니즘을주장하며히말라야의숲을보호하는칩코(chipko)운동으로유명한인도의반다나시바와동명저서를출판한다.회의에서자연에해로운소비문화와무분별한해외농산물수입에반대했다큰항의에부딪힌일,다른대륙에살던동료와함께작업하는어려움,일하는여성이처한조건에대한깨달음을돌아보며‘모든어려움에도불구하고개인적인면과정치적인면을결합할필요는불리한것이아니라풍요로움을더해주는것’이라고이야기한다.

13세계화에반대하는국제투쟁1996년로마에서열린유엔세계식량회의에서식생활에서여성의역할을기념하는‘여성과식량의날’을개최하고,기술과이윤중심의농업정책(예:‘제3세계’토착생물종에대한다국적기업의특허출원,단일경작)에반대하는식량안보운동을이어간다.세계여성이연대해생물다양성을지키자는‘다양성을위한다양한여성(DiverseWomenforDiversity)’협회를설립하고여러국제회의에서“여성의식량안보를위한라이프치히호소”를발표한다.이때남반구를포함해전세계에서모인동료들에대한고마움과연대감을표현한다.

14변방에서주류에맞서다세계자유무역을목표로하는다자간투자협정(MAI)반대운동을쾰른에서조직하고,1999년세계무역기구(WTO)회의가열린시애틀에서세계적규모의저항시위에참여한다.미즈는이시위의성공은우연이아니라활동가들이철저히준비한결과라고분석하며,여기서받은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