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재 : 아편의 감춰진 이야기

연기와 재 : 아편의 감춰진 이야기

$28.00
Description
작은 식물 하나가 어떻게 대영제국의 재정적 생존을 좌우하고
현대 글로벌리즘 기원의 핵심 역할을 했을까
아미타브 고시는 전작 《대혼란의 시대》 《육두구의 저주》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견지한 채 이 책 《연기와 재》에서 ‘아편’이라는 작은 식물을 통해 식민지 지배자인 서구 열강의 악덕과 탐욕을 파고든다. 더불어 식민지 피지배 국가의 존재감과 행위 주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선다. 그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초지일관 산자이 수브라마니암(Sanjay Subrahmanyam)의 ‘연결된 역사’ 개념과 그가 오랫동안 지켜온 관점에 기대어, “역사적으로 근대성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전 지구적이고 상호 결합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기념비적 연작 소설 이른바 ‘아이비스 3부작’(《양귀비의 바다》 《연기의 강》 《쇄도하는 불》)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그는 19세기 선원과 병사 들의 삶이 인도양의 해류뿐 아니라 그 해류가 대량으로 실어 나른 소중한 상품, 즉 아편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란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사가 그 이야기와 긴밀하게 뒤얽혀 있다는 점이다.
《연기와 재》는 여행기이자 회고록이며, 수십 년 간의 고문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역사 에세이다. 이 책에서 고시는 아편 무역이 영국, 인도, 중국 그리고 세계 전반에 끼친 막대한 영향을 추적한다. 이 무역을 획책한 대영제국은 자국의 거대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인도 아편을 중국에 수출했으며, 그에 따른 수입은 제국의 재정적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그 이익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던 고시는 아편이 세계 최대 기업 중 일부, 애스터와 쿨리지 등 미국의 가장 강력한 가문, 아이비리그, 그리고 현대 글로벌리즘 기원의 핵심이었음을 확인했다.
고시는 《연기와 재》에서 원예사·자본주의 신화·식민주의의 사회문화적 영향 사이를 솜씨 좋게 누비면서, 하나의 작은 식물이 재앙의 가장자리에서 비틀거리면서 우리 세계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맡아왔는지 파헤친다.

서구 중심의 역사를 비판하고, 늘 제국주의의 그늘에서 핍박받아온 식민지 피지배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저자는 철저한 고증과 끝없는 확인을 통해 역사 논픽션으로서 이 책을 완성했다. 90여 쪽에 달하는 미주는 그의 성실함과 노력을 말해주는 작은 증거일 뿐이다. 냉철하면서도 따듯한 고시의 작품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저자

아미타브고시

저자:아미타브고시(AmitavGhosh)
1956년인도콜카타에서태어났으며,인도·방글라데시·스리랑카등지에서성장했다.인도델리대학,이집트알렉산드리아대학을거쳐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사회인류학박사학위를받았다.인도·미국·영국등의유수대학에서비교문학을강의했으며,현재는인도와미국을오가며전업작가로활동하고있다.
피카레스크소설(악당소설)로분류할법한첫장편소설《이성의순환(TheCircleofReason)》으로메디치상을,영국이식민지인도에서철수한때부터한인도인가족과영국인가족의뒤엉킨역사를다룬서사적내러티브《섀도라인스(TheShadowLines)》로인도의권위있는문학상샤히타아카데미상을,의학스릴러라할만한《캘커타염색체(TheCalcuttaChromosome)》로아서C.클라크상을수상했다.고시의문학적성취중백미는《유리궁전(TheGlassPalace)》이다.5년동안현장취재와치밀한고증을거친이작품은제국주의침략,식민지지배,양차세계대전,독립과독재를중심으로인도와미얀마의역사적격동을조명한대서사시다.영국에서만50만부이상팔린초대형베스트셀러로그를세계적작가반열에올려놓은이책은2001년독일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인터내셔널e-book어워드를수상했다.2018년영어작가로서는처음으로인도최고문학상인즈냔피트상(JnanpithAward)을받았으며,2019년에는〈포린폴리시(ForeignPolicy)〉선정지난10년간가장중요한글로벌사상가중한명에이름을올렸다.2018년미국작가리처드포드(RichardFord)에게영예가돌아간제8회박경리문학상의최종후보에오르기도했다.
맨부커상최종후보작으로아편전쟁직전인1830년대를배경으로한역사소설《양귀비의바다(SeaofPoppies)》《연기의강(RiverofSmoke)》《쇄도하는불(FloodofFire)》로이루어진베스트셀러‘아이비스3부작’을썼으며,우리나라에서도번역출판한《대혼란의시대》와《육두구의저주》를비롯해수많은논픽션작품을펴냈다.

역자:김홍옥
전북정읍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소비자아동학과와같은대학교육학과석사과정을졸업했다.광양제철고등학교교사를거쳐,우리교육·삼인출판사등에서근무했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이윤을향한질주》《그린의정신》《자연의악》《총,선,펜》《톱니바퀴와괴물》《유인원과의산책》《육두구의저주》《우리편편향》《우리는기후변화에도적응할것이다》《행동의전염》《교사역할훈련》《대혼란의시대》《느린폭력과빈자의환경주의》《잃어버린숲》《바다의가장자리》《우리를둘러싼바다》《지구한계의경계에서》등이있다.

목차


01여기용이있다
02씨앗
03‘그자체로하나의행위자’
04친구이자적
05아편국
06빅브라더
07시각
08가족이야기
09말와
10동부와서부
11디아스포라
12보스턴브라만
13미국이야기
14광저우
15전하이루
16제국을떠받치는기둥
17유사점
18불길한징조와상서로운징조

감사의글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서구중심의세계관이서구뿐만아니라비서구에까지스며들다

아미타브고시는중국과국경을맞댄인도서벵골주에서태어나고중국인커뮤니티가들어선캘커타에서자랐지만,중국의역사·지리·문화에전혀관심이없었다.처음으로중국을방문하고싶다고생각한것은소설《양귀비의바다》를쓰기시작한2004년이었다.1962년중·인전쟁의패배와이후중국을향한두려움·분노·적대감이켜켜이쌓인때문이라는데는의심의여지가없다.그러나저자는1962년전쟁이중국에대한관점을형성하는데어떤역할을했을까자문한뒤“중국에대한나의시각에서가장주목할만한것은그나라가내인식속에거의존재하지않았다는사실이다.나는이것이중국뿐만아니라세계전반을바라보는특정시각,즉서구만이지나치게도드라져서다른모든것을보이지않게만드는시각이낳은결과라고생각한다”고고백한다.즉서구중심의세계관이서구뿐만아니라비서구에까지스며든현상에서원인을찾는다.

행위주체성

중국은우리의물질적·문화적삶에서커다란비중을차지하지만,그존재는종종주목받지못한채간과되곤한다.그이유는무엇일까?

이질문과씨름하는과정에서저자는,“내세계에서중국의역사적존재를제대로알아차리지못한이유는그것이대부분비언어적이었기때문”이라는사실을받아들인다.즉중국은대체로근대사를서술하는데큰역할을맡아온‘발전’‘진보’같은모종의담론적개념과연관되지않았다.

달리말해,서구가강박에가까운단어및개념의정교화를통해영향력을휘두른반면,중국은관행의확산과사물을통해거의보이지않는미묘한방식으로영향력을행사했다.사물은말이없는데다그자체로제존재에대해설명하지않기에,사물이실제로소통하고있다는게무슨의미인지인식하려면개념적전환이필요하다.

그런데여기에문제가있다.우리앞에놓인물건들을모두사물이라고정의할수있을까?이를테면‘차’라고할때찻잔,쟁반은분명사물이다.그렇다면차자체도사물일까?‘차’는다양한형태로실재하는방대한식물물질의복합체다.즉하나의사물이아니라끊임없이진화하고새로운표현방식을찾아내는살아있는실체로서의무언가다.우리가아무문제없이‘차’라고규정했던것이모종의생명력을지니고있으며,눈에보이든보이지않든무수히많은방식으로제스스로를드러내는생명체라는뜻이다.

식물을이런식으로바라보면,인간이특정식물과상호작용할때그관계가일방향적인게아니라사람역시그관계에의해변화한다는점을인정하게된다.

이는결코인간의역사적‘행위주체성’의중요성을축소하지않는다.오히려인간이서로서로와맺은관계속에서수많은종류의비인간존재를이용해왔다는점을강조한다.역설적이게도우리는오직인간에게우선권을부여하지않은채역사를생각함으로써만,그리고식물의역사적행위주체성을인정함으로써만,차같은식물과관련해인간이지닌의도의진정한본질을인식할수있다.

차나무의씨앗으로시작하는이야기

가장오래된찻잎은2150년전으로거슬러올라가는데,중국가경제(嘉慶帝)의무덤에서발견되었다.엘리트층의관례로서시작된차음용은중국전역으로삽시간에퍼졌으며,중세초기에이르러광범위하게확산했다.

중국차는찰스2세(CharlesII)의아내캐서린(CatherineofBraganza)에의해영국에도입되었다.영국에서차마시는문화는순식간에인기를누렸으며,영국이인도에제국을구축하기전인18세기초에이미중국차는영국경제의중요한교역품으로자리잡았다.

18세기와19세기대부분시기에걸쳐차에부과한세금은영국세수의10퍼센트를육박했고,차가영국경제에안겨준혜택은이에그치지않았다.영국상선대부분은중국에서영국으로뿐아니라영국에서여러식민지로까지차를실어나르는데관여했다.요컨대산업혁명의대부분기간동안영국정부의재정은차에크게의존했는데,그대부분을중국에서수입했다.

문제는영국이그대가로중국에판매할게별로없었다는점이다.중국인은대부분의서양제품에관심이없었을뿐더러필요성도거의느끼지않았다.이는여러가지이유에서영국을짜증나게만들었다.그중에는금전적인이유가아닌것도포함되었다.그러나서양인에게더시급한고민은중국상품을수입할때대개은으로그값을치러야한다는사실이었다.무역불균형으로인해막대한양의은이서양에서중국으로흘러들어갔다.

이문제에대한간단한해결책은인도에서차재배를시작하는것이었다.그러던차에인도북동부에서카멜리아시넨시스라는품종이자생한다는사실은영국관리들의주목을끌었다.인도에서식민지차산업은처음부터철저하게중국의전문지식과노동력그리고“중국대리인”에의존했다.영국이중국으로부터차용하지않은것은차를생산하는방식인소작형태였다.인도에서차는주로백인농장주가소유한광활한농장에서땀흘려일하는계약직노동자들의반(半)자유노동에의해재배되었다.

인도아대륙에서차산업은느리게시작되었지만빠른속도로발전해수출량이이내중국을앞질렀다.대영제국의차가우위를점한것은결정적으로중국차는더럽고비위생적인반면,식민지차는어쩐지‘현대적’이고‘순수’하다는인식을전파한결과였다.차는서방과중국사이에계속된경제적·사회적·군사적분쟁이낳은필연적결과로서인도에들어왔다.

아편양귀비

아편은6000년된스위스유적지와기원전2000년전으로거슬러올라가는이집트의무덤에서발견되었다.그물질은그리스와로마세계에널리알려져있었으며,《성경》에도언급됐을가능성이있다.
전통적서식지내에서널리쓰인야자술,토디,대마초,코카,담배,피처리,메스칼린등은‘풀뿌리향정신성물질’이라고할수있다.아편은여러측면에서이런약물과다르다.그중가장큰차이점은많은사람이자신의의식을변화시키려는특정목적을위해아편을사용하기시작한시기다.그것은고작수백년밖에되지않는다.

풀뿌리향정신성물질이오피오이드와또한가지다른점은일반적으로가공이거의필요하지않다는것이다.그것들은대부분씹거나피우거나수확하자마자곧바로쓸수있다.반면덜익은양귀비열매의유액을아편으로전환하기위해서는상당한가공이필요하다.

아편은역사에영향을미치는식으로인간사회와상호작용할수있는저만의독특한능력을키웠다.미국의외교관이자역사가윌리엄매컬리스터(WilliamB.McAllister)는“아마도아편을‘그자체로하나의행위자’라고해석해야적절할것이다.아편은그저한개의불활성물질이라기보다지난3∼4세기동안활약한일종의독립적인생물학적제국주의행위주체로간주해야할지도모르겠다”고말한다.

아편무역으로이득을본나라는어디인가

양귀비는일반적으로자급자족용농작물의가장자리좁다란땅에서재배되었다.생아편은중개상이구입해파트나로운반했으며,그곳에서가공되어인도아대륙의여러지역및전세계에서달려온구매자들에게팔려나갔다.

이런패턴이달라지기시작한것은유럽인이인도양의정치경제에서강력한신규세력으로부상하면서부터였다.중상주의유럽의특징인국가권력과무역간결합으로아편은전에없던존재,즉국가정책의도구로서서서히그러나확실히변신하기에이르렀다.

중국과의거래,그리고그에따른전세계의아편밀매에서영국다음으로큰혜택을본나라는미국이었다.그리고미국에서는영국에서와달리그나라의저명한가문·기관·개인들이아편수혜자명단에대거포진해있었다.

이는아편으로혜택을받은영국인이더적었다는뜻이아니다.전세계마약밀거래의주동자로서영국은미국보다훨씬더큰규모로아편사업에뛰어들었다.인도의영국식민지기구는전세계아편의생산및유통을감독했다.그뿐만아니라영국은중국으로의아편밀매에관여하는단일집단으로는최대이자가장부유한‘사무역상’집단의본거지이기도했다.그러나영국상인들이들여온재산의경로를추적하는일은쉽지않았다.아편자금이19세기영국에너무깊숙이스며든나머지사실상보이지않게되었기때문이다.

반면미국이19세기아편무역에관여한규모는영국보다훨씬작았지만,미국민간상인들이가져온돈의행방은상세히밝혀졌다.주된이유는그자금이영국에비해경제규모가작은이신생독립국가에한층더크게영향을미쳤기때문이다.

이책은아편무역의양편에대한저자의시각을잘보여준다.즉이책은영국·미국을비롯해그무역으로부터막대한이득을챙긴세력의불의와위선을까발리는비판서이자폭로물이다.그런가하면아편공급에의해육체적·정신적피해에허덕였을뿐만아니라,그러한현상을빚어낸원인을그들자신의유약함이나체질적한계로몰아세우는식민지개척자들의비열한논리에의해도덕적·문화적으로까지속절없이타격입은식민지피지배자및중국국민들편에선항의서이자위로문이기도하다.

걱정스러운오피오이드의확산

19세기와오늘날간에는오피오이드가퍼져나간방식에서많은차이가있다.당시아편과코카인을유통하는공급망은식민지정권의통제하에있었고,따라서1907년에서1920년사이에국제적으로인정된최초의마약억제조치가제정되었을때해당정권들은공급량을줄일수있었다.

그러나오늘날의국제상황은완전히달라졌다.정부가마약공급에행사할수있는영향력은19세기보다한층더제한적이다.국가통제밖에서활동하는범죄네트워크가마약거래를통제하기때문이다.또한신기술덕분에양귀비재배가번성할수있는새로운지역이대거출현했다.전세계적으로전쟁과파탄난국가들이늘어나면서양귀비재배,특히유전자조작품종의양귀비재배가시리아·이라크·리비아의분쟁지역으로파져나갈가능성은매우높아졌다.전쟁,내부충돌,기후변화로인해점점더불안정해지고있는세계에서,전지구에걸친아편과그파생물의흐름을줄이는일은무척이나어렵다.

통신기술의발전은문제를더욱악화시켰다.오늘날중국은헤로인제조에필요한전구체화학물질과펜타닐의세계최대생산국이다.이러한물질은종종인터넷을통해판매되고,미국우편제도를통해배달된다.알고리즘이지구를돌며중단없이상품을보내는세상에서,밀수품을추적하기란한층더어려울것이다.

세계환경운동에중요한희망의조짐

많은사악한징조들에도불구하고아편의역사는세계환경운동에중요한희망의조짐이기도하다.당시오늘날의거대에너지기업들보다한층더강력했던대영제국의결의에찬숙련된저항에도결국아편거래를과감하게줄일수있었던요인으로서,다국적·다민족·다인종시민사회단체가연합한사례를살펴볼수있기때문이다.

역시나아편반대운동의성공에대한공로는대부분역사서술에능숙했던식민지열강이가로채갔다.노예폐지운동의경우도마찬가지였다.최근까지노예제에대한흑인들의저항이담당한역할이지배적서사에서제외되었던것처럼,마약규제이야기도일반적으로기독교선교사와서구정치가들이주로활약한존재들인양제시되었다.하지만역사학자스테펜림너(SteffenRimner)가2018년에발표한《아편의긴그림자(Opium’sLongShadow)》에서밝힌것처럼“마약통제에관한세계차원의규약”이출현할수있도록중요한원동력을제공한것은다름아니라,중국시민사회단체의끈질긴결단력과청나라고위층에속한일부인사들의노련한외교력이었다.

아편반대운동이전세계적아편의흐름을억제하는데궁극적으로성공하지못한것은분명하다.그러나그운동이20세기전반기동안세계에서가장강력한몇몇국가에막대한수익을안겨준아편산업에대항해승리했던것역시사실이다.

아편반대운동이시민사회단체와종교단체로구성된초국적연합을구축하는데성공했다는점,그중상당수가다른사안들에대해서는서로의견이일치하지않았다는점은오늘날에너지기업들과관련해서도그와같은전략이통할수있다는걸시사한다.하지만이를성취하기위해서는화석연료판매에따른평판훼손이그로써거두는이익보다더크다는걸보증할수있을만큼많은사람이조직적으로힘을모아야한다.충분한추진력을발휘한다면화석연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