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삶 (섞임의 형이상학)

식물의 삶 (섞임의 형이상학)

$18.50
Description
식물의 삶을 통해 모색하는 새로운 철학
세계는 식물이 만든 하나의 생명이며 이성은 세계를 무한히 재창조하는 힘이다
저자

에마누엘레코치아

저자:에마누엘레코치아
독창적이고혁신적인철학자이자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부교수이다.도쿄대학교,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뒤셀도르프대학교,컬럼비아대학교,하버드대학교등에서방문교수로재직했다.저서로《감각적인삶(LaViesensible)》《식물의삶(LaViedesplantes)》《집의철학(Philosophiedelamaison)》등이있다.〈참나무(Quercus)〉(2020,Formafantasma와공동제작),〈물질의천국(HeaveninMatter)〉(2021,FayeFormisano와공동제작),〈신비의문(ThePortalofMysteries)〉(2022,Dotdotdot과공동제작)등애니메이션영상제작에도참여했다.2019년에는파리까르띠에현대미술재단에서열린〈Trees〉전시에참여했으며,23회밀라노트리엔날레도록〈알려지지않은미지의것들:미스터리에대한소개(UnknownUnknowns:AnIntroductiontoMysteries)〉를편집했다.현재구찌의크리에이티브디렉터알레산드로미켈레와함께패션과철학의관계를탐구하는출판물을작업하고있다.

역자:류지석
부산대학교한국민족문화연구소HK교수이다.성균관대학교철학과와대학원을졸업하고프랑스샤를드골-릴3대학에서프랑스철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

목차

1부프롤로그
01식물또는우리세계의기원에대하여
02생명의영역확장
03식물또는정신의생명에대하여
04자연철학을위하여

2부잎의이론:세계의대기
05잎
06틱타알릭로제아이
07열려있는바깥에서:대기의존재론
08세계의숨결
09모든것은모든것안에있다

3부뿌리의이론:천체의생명
10뿌리
11가장깊은곳에자리한것은천체다

4부꽃의이론:이성의형태
12꽃
13이성,그것은성이다

5부에필로그
14사변적무기영양에관하여
15대기처럼


감사의글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식물의삶을이해해야세계를이해할수있다
이책은크게다섯부분으로구성되어있다.1부프롤로그에서는현대철학이세계의본질을파악하지못하고있음을지적하고,식물의삶에서주체와환경이경계없이상호침투하는생명의위상학,즉섞임(또는혼합:melange)의형이상학을관찰할수있음을밝힌다.또한세계를진정으로인식하기위해서는자연과우주를탐구하는고대자연철학과다시연결되어야한다고강조한다.
2~4부에서는본격적으로잎과뿌리와꽃의이론을전개한다.2부잎의이론에서는잎이광합성을통해산소를만들어냄으로써세계의모든생명을하나로잇는매개인대기를형성함을논증한다.3부뿌리의이론에서는지구중심부를향하는성장력,즉태양을향해싹을밀어올리는상승력의반작용을지닌뿌리를통해자율적지구란허상이며,우리세계의중심은태양임을주장한다.4부꽃의이론에서는대기는물론곤충,동물등다른존재와접촉하며새로운생명의형태를창조하는식물의생식기관인꽃이참된이성의모습이라는논리를펼친다.
5부에필로그에서는대학의출현으로말미암은지식의전문적분류체계로는세계의본질을파악할수없음을지적하고,철학은오직지식에대한사랑으로만성취할수있는대기적인식임을강조한다.

1부에필로그에서나타나는코치아의문제의식은세계를인식하려면우리의힘으로는닿지못하는영역을보고경험할수있는생명체의중재가필요한데,철학이이를외면한다는것이다.그가이런생명체의대표로식물을선택한근거는식물이물질적·형이상학적으로세계와분리될수없기때문이다.먼저물질적인면을살펴보면,식물은뿌리부터줄기끝까지세계에완전히노출되어있다.동물은외부환경의변화에맞춰이동할수있지만식물은그럴수없다.또한식물은부피에비해훨씬넓은표면적으로세계에최대한밀착해있기도하다.
그렇다면형이상학적으로세계와분리될수없다는말은무슨뜻일까?이는식물이주체와환경을구분하는경계를허물어뜨리는존재임을뜻한다.코치아는2부잎의이론을통해이를자세히설명한다.잎이광합성을통해내뿜는산소는우리가숨을들이마실때대기에섞여우리안에들어왔다가,숨을내쉴때이산화탄소가되어우리밖으로나가며,이순환은계속된다.코치아의표현을빌리면“우리를감싸는공기가우리안으로포함되고,역으로우리내부의것이우리를감싸는것으로전환된다”.담는그릇과담긴내용물을구분할수없게되는것이다.다시말해식물은광합성으로세계의위상학을바꾼다.이때호흡은우리가환경을관통하는것과동일한강도로환경이우리를관통하는상태,즉상호침투의상태에잠기는것이며이것이코치아가주장하는생명의속성이자세계의속성이다.
물고기를예로들어보자.바닷속물고기는물과분리될수없다.“바다를구성하는물은주체인물고기와대면할뿐만아니라,그안에있고그것을관통하고빠져나간다."이때물이라는유체속에있는물고기는대기안에있는우리와같다.이유체속주체들과세계의상호침투는“공간에끊임없이변주되는복합기하학을부여한다."우리는공간을채우는음악에잠겨들듯대기에잠겨있다.지구상의모든생명은식물이창조하는대기안에잠겨있으며숨쉴때마다섞임의형이상학(위상학)으로만파악할수있는상호침투를무한히반복한다.생명이살아있으려면이렇게주체와환경이서로활발히침투하는역동적긴장상태가이어져야한다.고대스토아철학자들은각자의특성을유지하면서도완전히상호침투하는이런현상을‘완전혼합’이라일컬었다.호흡을통해완전혼합을이루는생명은과거와현재와미래,주체와환경을포괄하는보편성을띤다.이보편성은이성혹은언어라고도할수있으며,잎을통해성취된다.
코치아가환경이나주변세계라는개념을폐기해야한다고주장하는것도생명은본질적으로일체이기때문이다.고대의자연철학자아낙사고라스는세계에서“모든것이모든것안에있다”고말했으며,뉴턴과라마르크를비롯한여러학자도호흡을생명이자세계의통일성으로봤다.다시말해우리는주변세계와분리될수없다.그러나현대과학과철학은이러한사실을외면한채사물과생명체를분류하고정의하는데몰두하고있다.코치아는‘인류세’라는개념도같은오류,즉인류를환경과떼어놓으려는오류에빠진것임을지적하며우주를이해하는새로운기하학을사유해야한다고요청한다.
이어서코치아는우리의인식을지구에서우주로확장하는것만이정당한철학의유일한형식임을역설하는데,그근거는3부뿌리의이론에서제시한다.우리는흔히뿌리를대지와연결된안정성의상징으로해석한다.그러나코치아에따르면이는거짓이다.비록지난수십년간땅에대한애착(지구중심주의)이생태학과시민운동의실천및이론에기반이돼주었지만,이는태양을망각하는일이다.자율적인지구란존재하지않으며지구에생명의에너지를공급하는것은태양이다.그리고뿌리야말로그살아있는증거다.뿌리가대지를파고드는것은흡수한태양에너지를지구깊은곳까지전달하는행위이기때문이다.우리는음식을먹을때마다이런에너지,즉식물이포착해유기물로변화시킨태양에너지를섭취한다.지구는생태학이전제하는것처럼안정적지면이아니라대기이자우주의일부인천체이며,우리는땅위에고정된존재가아니라우주를끝없이부유하는별의존재들이다.
4부꽃의이론에서는이성의새로운형태는꽃을통해나타난다고말한다.우선꽃은섞임의능동적도구다.꽃은식물의삶이색채와형태의유례없는폭발로나타나는장소이자,자신과타자(예:수분을돕는곤충,동물,사람)의경계를허무는만남의장소이기도하다.스토아학파는자기전유,즉동물은탄생직후자신을지각하고익숙해진다는점을지적했지만자웅동체꽃들은오히려반대로자가수정을방지하기위한면역체계를개발한다.동시에꽃은유기체의재생산을위한감수분열과함께돌연변이와죽음이일어나는곳이기도하다.삶과죽음의경계도꽃이라는장소에서흐려지는셈이다.
고대스토아철학자들은씨앗(종자)에이성이있다고생각했다.때가오면마치무슨일을해야할지알고있는듯싹을틔우고자라나기때문이다.이렇게생명활동을통해물질을정신으로바꾸는식물의지각은물질과정신의경계도무너뜨린다.독일의생물학자이자자연철학자로렌츠오켄(LorenzOken)은스토아학파의명제를급진적으로일반화해꽃은식물의성적기관이면서핵심적신경기관(뇌)이고동물에게도적용할수있다고주장했다.즉동물의뇌도성과동일하다.이렇게물질과정신의경계가무너진자리에서이성은더이상실재를추상으로환원해최종적정체성을부여하는,불변의동일자가아니다.이성이꽃이라면생명의형태를변화·증식시키는우주의운동을가리키게되며,생명체들은이성을통해존재와정체성을끊임없이갱신하는우주적혼합의행위자가된다.
마지막5부에필로그에서는현재학계를지배하는엄격한분류표,즉“모든지식대상에오직하나의적합한학문분야만을강제하며,반대로모든학문분야에는인식하기에적절한,정해지고제한된수의대상과질문만이있다”는인식은세계의본질과무관한,학자사회가쥔권력의산물이며,세계가생명의역동적혼합이라면세계에대한인식인철학은그구조를존중해야한다고지적한다.또한세계에대한철학적사유는대상과형식을구분짓지않는,지(知)에대한강렬하고길들여지지않은사랑으로만성취될수있음을강조한다.

식물의삶이지금우리에게말해주는것
코치아는생명과학과철학을넘나들며,자연철학을바탕으로한새로운사유를우아한은유로대담하게밀어붙인다.철학에대한선입견과달리그의논증은음악,집,동물등친숙한예시를활용하며감각적이다.또한다양한문헌을종합해자신의사상을창조함으로써문제를돌파하는신선한생각의힘이탁월하다.이책에나타난,생명의상호침투성·내재성·유동성에대한코치아의사유는후속작《메타모르포시스》에서꽃핀다.
그의철학적사유는현재인류가처한상황과도무관하지않다.물아일체라는불교적철학은우리에게낯설지않은데,코치아는우리로하여금식물의삶을상상하도록함으로써이철학을미래와연결한다.모든생명은나와구분되지않는하나임을역설하는그의철학은생명에대한존중과사랑을실천해야하는기후위기의시대에절실한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