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태워 만든 풍요 (탄소 문명의 빛과 그늘)

지구를 태워 만든 풍요 (탄소 문명의 빛과 그늘)

$35.00
Description
에너지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탄소 문명의 성장과 쇠락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까지, 산업 혁명에서 기후 위기까지, 압축 성장한 한국의 산업화까지
지난 300여 년 동안 화석 연료와 그것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증기 기관 및 내연 기관이 만들어낸 현대 문명의 물질적 토대부터 주로 화석 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 에너지를 추가한 현대 문명이 빚어낸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이 책은 에너지 문명사이자 미래를 위한 보고서이다.
정통 사학자(김덕호), 과학기술사학자(박진희), 과학기술학자(이은경) 등 3인이 2023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완성한 역작이다. 김덕호는 머리말과 1~2부 그리고 맺음말을, 박진희는 3부를, 이은경은 4부를 집필했다. 2025년 8월까지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서로 원고를 교환하고 내용을 검토·수정하고 건의 사항을 주고받으며 머리를 맞대었고, 책으로 나오기 직전까지도 의견을 나누고 확인을 거듭하는 긴 여정을 함께했다.
에너지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 문명을 바라본다는 것은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토대로 고찰하겠다는 뜻일 터다. 그렇다면 화석 에너지로 움직이는 현대 문명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저자들은 현대 문명의 시점을 18세기 중반의 산업 혁명에서 찾으며, 영국을 공간적 출발지로 본다. 특히 산업 혁명을 가능케 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석탄과 증기 기관의 결합에 주목한다. 석탄을 연료로 한 증기 기관이 광산과 공장, 나아가 철도나 증기선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 응용되면서 영국은 화석 에너지를 통해 이전 인류가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의 물질적 번영을 누리기 시작했다.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 덕분에 공산품 생산량이 수십, 수백 배 증가했으니 가히 ‘에너지 혁명’이라 할 만했다. 그 에너지 혁명에 기초해 19세기 중반 영국은 산업 사회로의 대전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후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 등이 ‘빠른 추격자’로서 동참했다.
그 결과 산업 혁명 이후 화석 에너지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는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대량 방출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인류의 삶을 가능케 해준 ‘온실 효과’를 넘어 현대 문명의 존속을 위협할 만큼 대기에 쌓이게 되었다. 즉 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최초의 실제적 행위자는 미국과 1950년대 이후 서유럽 국가들 그리고 일본 같은 선진국과 뒤늦게 합류한 한국을 비롯한 신흥 산업 국가들이다.
저자

김덕호

저자김덕호는성균관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StateUniversityofNewYorkatStonyBrook사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국기술교육대학교교양교직계열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는『욕망의코카콜라』(지호,2014),『근대엔지니어의탄생』(공저,에코리브르,2013),『근대엔지니어의성장』(공저,에코리브르,2014),『아메리카나이제이션』(공편,푸른역사,2008),『현대미국의사회운동』(공편,비봉,2001)등이있다.역서로는『역사로서의문화』(나남,2015),『현대엔지니어와산업자본주의』(공역,에코리브르,2017),『있는그대로의미국사』(공역,휴머니스트,2011),『옥스퍼드유럽현대사』(공역,한울,2003)가있다.

목차

서문

머리말:문명의토대로서에너지

1부탄소문명의형성:거대한에너지전환

01탄소문명이전시기:저에너지사회
1.에너지란무엇인가
2.바이오매스에너지
3.인력과축력에너지
4.풍력과수력에너지

02탄소문명의탄생:저에너지사회에서고에너지사회로
1.땔감으로서석탄
2.석탄과증기기관의환상적결합
3.범용기술(GPT)로서증기기관

03탄소문명의확산:저압증기기관에서고압증기기관으로
1.육상의증기기관:마차에서기차로
2.해상의증기기관:범선에서증기선으로
3.자연의구속으로부터해방과이동의자유실현

2부탄소문명의성장

04에너지원으로서석유의등장
1.등유와연료유시기
2.석유와내연기관의결합
3.화석연료에서얻는전기에너지

05탄소문명의그늘:양차세계대전과석유헤게모니투쟁
1.제1차세계대전과석유자원의중요성대두
2.제2차세계대전과‘석유시대’의도래

06탄소문명이만들어낸생활방식
1.화석연료와‘탄소스러운’생활방식의정착
2.소고기의대량생산과대량유통
3.기차와자동차를통한대량여가시대의개막
4.전기시스템과가전제품의확산

3부탄소문명의절정과쇠퇴

07탄소문명의전지구화:‘탄소스러운’생활방식의확산(1945∼1972)
1.에너지빈곤에서풍요의시대로:냉전과에너지정책
2.마이카시대의도래:석유연료대중화
3.대량소비사회로:일상화한가전제품과플라스틱혁명
4.에너지풍요의시대:전기에너지의대량공급

08탄소문명의충격과회복:1973∼1992
1.1973년석유위기와에너지정책변화
2.석유대체재로서원자력발전의부상
3.석유시장질서의붕괴와탄소문명의지속
4.‘탄소스러운’생활방식의지속

09탄소문명의쇠퇴:전환의기로에서(1992∼현재)
1.기후위기,국제정치의이슈로떠오르다
2.기후변화대응을위한국제공동의노력
3.‘탄소스러운’생활방식,지구한계에직면하다
4.탈탄소사회의모색:탄소중립과에너지전환
5.탈탄소문명으로가속해야할때

4부한국의탄소문명

10탄소문명의출발
1.화석에너지이용과사회변화
2.에너지수요증가와석탄증산정책

11석유사회로진입
1.전력공급을위한주유종탄
2.주택보급확대와가정용에너지
3.근검절약정책과지연된소비사회

12탄소문명의팽창
1.화석연료다변화와에너지소비증가
2.‘아파트공화국’:주거환경과생활방식의동질화
3.‘탄소스러운’생활방식의대중화

13탄소문명의관성
1.기후문제에대한미지근한대응
2.공급우선의에너지정책
3.‘탄소스러운’웰빙과‘탄소스러운’여가
4.갈림길에선한국의탄소문명

맺음말:탄소사회에서탈탄소사회로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화석연료를기준으로한시대구분:전탄소문명과탄소문명
20세기후반,인류가당면한큰문제중하나는석유·석탄·천연가스등화석연료가조만간바닥을드러내지않을까하는우려였다.그런데21세기들어불과몇십년사이에인류가해결해야할가장큰난제는기후변화로바뀌었다.
과학자들이일찍부터지구온난화를경고했지만,대중은최근에야심각하게받아들이기시작했다.‘기후변화’라는다소모호한단어에서‘기후위기’라는용어가더적절하다는의견이주류를차지하는가싶더니,최근에는‘기후재앙’이라는용어를사용하는경우도적지않다.
그렇다면현재인류는어떤문명에서살고있기에대기중이산화탄소로인한문명의위기를운운하는것일까?일반적으로문명은인간이사용한도구를기준으로(신/구)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로구분한다.
그러나저자들은도구가아닌다른차원을기준으로인류문명을살펴보려한다.에너지는문명의토대이자본질이기때문이다.미국의비평가루이스멈퍼드(LewisMumford)는1934년펴낸《기술과문명》에서재생에너지와화석에너지의구분을통해인류역사의보편적흐름을통찰하고자했다.‘원시기술시대(theesotechnic)’‘고기술시대(thepaleotechnic)’‘신기술시대(theneotechnic)’로구분했는데,원시기술시대에는주로나무나퇴비등바이오매스나풍력과수력같은재생에너지를몇천년넘게에너지원으로사용했다.18세기에이르러영국에서석탄,곧화석연료를본격적으로사용하면서고기술시대로접어들었다.그리고석탄과더불어석유와천연가스에의존하면서운송수단을바꾸고,가정이나공장등에전기를제공하는신기술시대로이행했다.
저자들은이러한구분을인간이사용한여러종류의에너지가전지구적규모의생태계에얼마만큼영향을미쳤는지를이해하는데커다란도움을주는유익한범주화라고인정하면서도,고기술시대와신기술시대를구분하는데는동의하지않는다.두시대모두주된에너지원이화석연료이기때문이다.두시대가에너지원차원에서질적으로구분된다고보기어렵다는것이다.
따라서저자들은문명의역사를인류가에너지원으로서화석연료를본격적으로사용하기이전과이후로나누는것도의미있는작업이라고생각한다.요컨대화석연료사용후부산물인이산화탄소에초점을맞추어,인류역사를‘전(前)탄소문명’과‘탄소문명’으로나누는것이다.여기서‘전탄소문명’은사람과가축의힘,그리고풍력이나수력같은재생에너지에의존하던시기를통칭한다.
저자들은탄소문명의탄생이자연이라는우연적요소와기술이라는비(非)우연적요소의결합덕분에가능했다고본다.즉탄소문명은자연상태의화석연료와인간사회가만든과학문화의결합이라고할수있다.자연과사회가상호작용한결과물인것이다.이러한결합과상호작용이다름아닌18세기영국에서처음발생했다.


‘탄소스러운’생활방식의편리함과그에따른폐해
산업혁명이낳은산업사회가진행되면서뚜렷해진결과물이대량소비사회다.고밀도에너지원인석탄과석유덕분에인류는이전에는소수의귀족이나부유층만이향유하던상품을싼값에대량소비할수있게되었다.강대국과산유국그리고다국적석유회사가지속적으로석유가격을낮게유지함으로써,심지어불필요한물건을산뒤사용하지도않고버리는이른바‘탄소스러운’생활방식을자연스럽게받아들였다.‘탄소스러운’생활방식이란일상의의식주를해결하는데이산화탄소를많이생성하는화석연료,즉석탄·석유·천연가스에의존하는고탄소생활방식을의미한다.화석연료가탄소를더많이대기중으로뿜어낼수록,인간은더편리하고더안락한생활을유지할수있다.그렇지만전지구적으로횡행하는이런‘탄소스러운’생활방식이인류와탄소문명자체에위협과불안정을초래하고있다.
화석연료는연소하면서이산화탄소를배출한다.이산화탄소는6종의온실가스중가장큰비중을차지하며,특히20세기후반이후온실가스는지구온난화를가속한주범이다.1965년미국의대통령직속과학기술자문회의는인간의화석연료소비가과도하게빠른속도로증가해기후변화를가져올수있다고경고했다.그렇지만거의모든미국인은관심조차기울이지않았다.
그런데이런경고가이제현실이되었다.문제는화석연료에서나온이산화탄소가산업혁명이시작된이후서서히늘어나다가탄소측정이정밀하게이루어진1950년대중반이후로는더빠른속도로증가해자연생태계를엉망으로만들만큼지구의온도를높였다는데있다.오늘날에너지와관련한최대문제는화석연료의부족이아니라,화석연료의지나친사용으로말미암은급속한기후변화다.게다가인간이이러한위기상황을완화할수있는한계지점인‘티핑포인트’도얼마남지않았다.


책의구성:산업혁명에서기후위기까지,압축성장한한국의산업화까지
저자들은인류문명의뼈대와도같은에너지의생산,유통,소비를통해인류역사를설명하고자한다.무엇보다도이책은석탄과석유라는화석에너지에의존해온탄소문명의흥기와쇠락을보여준다.먼저,전탄소문명에해당하는농업혁명이후인류사회가사실상대부분의에너지를인력과축력에의존해왔다는걸보여주고,수력및풍력같은재생에너지를제대로이용한지역과그렇지못한지역의차이가어떤역사적결과를초래했는지제시한다.
그런다음,18세기이후화석에너지원으로서석탄이영국이라는공간에서어떻게동력기관(증기기관)과결합해탄소문명을낳았는지설명한다.또한19세기후반이후서구를중심으로국가별경쟁을통한탄소문명성장의궤적을추적한다.이시기에석유를본격적으로사용하면서화석에너지의영향력이더욱커졌고,내연기관의발명이석탄을밀어냄으로써20세기후반을사실상석유의시대로만들었다는사실도보여준다.
나아가인류의일상생활에널리쓰이는전기역시주로석탄에의해생성되는2차에너지원이라는사실,즉우리가‘탄소스러운’생활방식으로누리는모든즐거움과편리함그리고안락함까지도화석연료의소비에의존하고있다는사실을상술한다.20세기이후세계강대국간의대결과전쟁은석유를둘러싸고벌어졌다.그리고석유를확보하기위한서구열강의치열한대립과갈등,다시말해화석연료에대한지나친의존이결국에는1970년대의석유파동을낳고탄소문명의몰락을불러왔다.또한탄소문명의부산물로서21세기의가장큰사회문제인기후변화가탈탄소문명으로의신속한전환을요구한다는걸보여준다.저자들은이과정에서기후위기가가져온글로벌정치갈등에대해서도다룬다.
마지막으로4부에서는‘압축적근대’를경험한한국사회가해방이후석탄에,그리고1960년대산업화이후에는석유에얼마만큼의존했는지보여준다.한국의근대화와산업사회진입은화석에너지사용을빼놓고설명할수없다.아울러가족중심의민간차원에서도아파트시대가본격적으로열리면서‘탄소스러운’생활방식이널리자리잡았다.시간이지나면서그러한생활방식에어떻게중독되었는지,왜한국이현재‘기후악당’으로불리고있는지살펴본다.


저자들은어찌면우리가플라톤의《공화국》에은유적으로등장하는‘바보들의배(shipoffools)’에타고있는지도모른다고말한다.교토의정서(1997)합의이후파리기후협정(2015)을거쳐지금에이르기까지세계각국의지도자들은지키지못할약속을남발하며아까운시간을허비해왔다는것이다.
또한저자들은이라크전쟁에참전해매일죽음과마주해야했던미국군인이자작가로이스크랜턴(RoyScranton)의다음질문을상기시킨다.대규모살육이나문명의붕괴앞에서하나의생명이무슨의미가있는가?피할수없는종말의위협속에서어떻게의미있는결정을내려야하는가?
이런질문은논리나경험으로답할수있는것이아니라철학적문제다.인류에게는어떤희망이남아있는것일까?우리는‘바보들의배’에서내려올수있을까?저자들은‘바보들의배’에서끝없는헛소리와분노와좌절에휩싸이다어느순간좌초할지도모른다고우려한다.결단의시기를놓친채말이다.더불어탄소문명은몰락의길을걷고있으며,인류가대안을찾지못하면혹은대안이있음에도선택을주저한다면탄소문명과더불어지구라는행성에서사라질지도모른다고경고한다.
인류는땅속의석유를다사용하기도전에화석에너지가초래한기후변화로멸종의경계에까지이를지모른다.탄소는우리에게커다란번영과경제적부를안겨주었으나,다른한편기후변화라는큰난제를던져주었다.기후부정론자와회의론자들이지구온난화자체를부정하거나이산화탄소농도증가가인간활동에의해발생한것이아니라고주장하기도한다.그러나우리는해마다폭우와폭설,홍수와가뭄,한파와초고온현상등극단적인날씨변동을겪으며‘기후위기’를절감한다.이것만으로도우리가무엇을해야하는지는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