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랄드브로네르
저자:제랄드브로네르(GeraldBronner)
소르본대학교사회학교수이다.집단신념과사회적표상을연구하는전문가로프랑스국립의학아카데미,프랑스국립공학아카데미,프랑스대학학술원(InstitutUniversitairedeFrance)회원이다.프랑스인지사회학의주요주창자이고,프랑스정부와지하드급진화방지프로그램을진행했다.사회적맥락에서신념의성공요인에초점을맞춰연구중이다.음모론과그에대한믿음을분석한《기원(Lesorigines)》을비롯해《엑소시즘(Exorcisme)》《인지적아포칼립스(Apocalypsecognitive)》《맹신자들의민주주의(LaDemocratiedescredules)》《믿음의제국(L’Empiredescroyances)》《극단적사고(LaPenseeextreme)》등을펴냈으며,여러언어로번역되었다.
역자:강현주
한국외국어대학교프랑스어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프랑스어와영어전문번역가로일하고있다.옮긴책으로《해수면0미터》《문득,낯선길에서》《개미건축》《우아한분자》《아름다운정원》《오늘의교양》《붕괴의사회정치학》《우리는왜기후위기에대비해야할까?》《우리는왜젠더를이해해야할까?》《초콜릿》《지도로보는세계정세》《왜그렇게말해주지못했을까》《나는성차별에반대합니다》《여성의몸여성의지혜》《알랭바디우,오늘의포르노그래피》《덴마크사람들처럼》《나는왜이유없이아픈걸까》《종이가만든길》《철학자의여행법》등이있다.
현실주의자가되어라,불가능한것을요구하라!
1부마법사원숭이
1867년하늘의번개
길가메시는수천년의세월을가로질러우리에게말한다
여느원숭이와다른원숭이
다섯번째차원
아기와다섯번째차원
다섯번째차원앞에서드러나는우리의실패
욕망이라는이름의한가닥
마법사원숭이
뉴컴의역설,손금보기,그리고낙원
현실을인지하고,선택하고,현실에개입하기
앤서니프리몬트:당신곁의독재자
루소의그림자
모두를상대로홀로
행복은가까이있지않다
탄탈로스증후군
낭떠러지로이어지는무빙워크
무력감의환상
현재라는질병
2부공격자들
현실을비켜가기
현실앞에서물러나기:히키코모리
현실에서탈출하기:시프터들
매우가상적인현실
메타버스와나
가상현실은아직끝나지않았다
미드나잇바의바텐더
프로테우스효과
영원한카니발
흐름을교차시키다:허구가현실을왜곡할때
픽토섹슈얼리티
상상의살인자,현실의살인미수
데스스타와근본적귀인오류
외계인납치와만델라효과
케이페이브효과와도널드트럼프
현실을왜곡하다
모든위험의모태
더빠르게……
……더강하게……
……그리고더가짜
기회주의적회의주의,현실왜곡의최종단계
현실을유연하게만들다
아주간절히생각하기만해도충분하다
마법으로번개를일으키기
어쩌다이런상황에이르렀을까
번역가는반역자
지나친포용
열린장벽
최후의불꽃
3부결론:무한,그아래에서
너무많은잼
죽음을죽이다
초월적존재
잃어버린낙원
신은죽지않고,잠들어있다
가능성의영역은충분히넓을까
앞면일까,뒷면일까
감사의글
주
참고문헌
이책은2025년도널드트럼프미국대통령의재선으로이야기를시작한다.그의우렁찬발언과과장된몸짓은동네술집이아닌세계에서가장강력한나라이자민주주의국가인미국이라는무대에서펼쳐졌다.트럼프는‘탈진실(post-truth:여론을형성할때객관적사실보다개인적감정과신념에호소하는것이더큰영향력을발휘하는현상)’이라는용어를널리퍼뜨리는데기여한인물이다.하지만오늘날문제는단순히정보와진실의왜곡만이아니다.바로어제까지도현실이라일컫던것의경계그자체다.
미국제47대대통령이벌이는소란이심각하고우려스럽긴하지만,이책의유일한주제는아니다.그는자신을넘어서는거대한현상의한단면에불과하며,그현상은우리공동의역사와인류학적본성에뿌리를둔다.이책이다루고자하는것은바로그역사이며,트럼프는수많은등장인물중한명일뿐이다.브로네르는현실에가해지는침해가현시대에어떻게나타나는지에초점을맞추지만,동시에이현상의깊은역사적뿌리도함께탐구한다.
문제는‘어디서부터시작할것인가’인데,브로네르는약60년전으로거슬러올라가기를제안한다.이이야기의시작점이어서가아니라,그시기가이현상을꽤전형적으로보여주는사례이기때문이다.바로프랑스의1968년5월혁명이다.68년5월혁명은욕망하는사고의절정이아니라서곡에불과했다.이시대는기술적불멸을요구하는개인들을만들어냈다.이기술들은허구와실제세계사이의흐름을점점더강하게교차시켜서,결국지도와영토사이에끊임없는혼란을조장하기에이른다.
그러는사이에누군가는자신이인간이아니라늑대나고양이라고선언한다.어떤사람은식탁과결혼하고,또어떤사람은자기자신과결혼한다.신체적으로완전히건강하지만,자신이그렇게느낀다는이유로장애인으로인정받기를원하는사람도있다.끊임없이발전하며점점더정교해지는가상세계들에대해어떻게생각해야할까?가상세계들은아직현실을완전히떠날수는없지만,현실과결별하기를원하는이들에게피난처를제공한다.
현대인들은어떤방식으로든현실과상상을구분하는벽을허물어그경계를모호하게만들기를열망한다.우리가세상을이해할때사용하는일반적사고의범주들,즉죽음과삶,존재와사물,나이,건강상태,종(種)등을공격하고,이를환상이라는물로녹여서해체함으로써,욕망하는사고의모든요구를정당화하고자한다.
세상을자신의의지에따라굴복시킬수있다는생각과그렇게하겠다는확고한의지는또다른감정으로이어질수있다.바로좌절감이다.매우강한욕망은그에비례하는실망으로이어질수있다.
많은연구자는욕망하는사고가바라는바를얻지못했을때뒤따르는집단적좌절이사회에미치는영향,때때로폭력적이기도한결과에주목해왔다.이는사회적폭탄과같다.그파편은폭동,자살,음모론적사고로변질되기도하고,온갖형태의급진적사고로이어질수있다.
어쩌면우리는인류공동의역사에서매우결정적인순간을살아가고있는지도모른다.태초부터우리의의지와있는그대로의세상이격돌해왔던그사각링의규격자체가새롭게정의되는순간말이다.현실을욕망에굴복시키겠다는결연한의지는인류역사에깊이뿌리내려있다.하지만우리의동시대성은욕망하는사고에이전과는전혀다른표현방식들을제공하고있다.이방식들은때로모순적이지만,언제나우리를매료시킨다.이것이바로이책의주제다.
제랄드브로네르는오랫동안현대인의신념과상상력,그리고민주주의의기능을저해하는다양한사고의왜곡을관찰해왔다.이책에서그는우리가현실을외면하고다양한형태의상상의세계나가상현실로도피하게만드는메커니즘에집중한다.여기서걱정스러운부분은가상세계의지배자인디지털거대기업들의적극적인개입뿐아니라,정치권과학계의일부가이러한현상에공모하고있다는점이다.
브로네르는인간모험의근본적인원동력중하나가인간종에내재한해방에대한욕망과오랫동안인류에게‘계모’와같은존재였던자연이부과하는한계사이의대립이라는점을일깨워준다.기술발전으로이러한한계를극복할수있게되었다.아동노동비율이현저히떨어지고,영양실조로고통받는인구역시줄어들었다.
오랫동안인류가거둔이런명백한성공들은내일이오늘보다더나을것이라는생각을정당화한다.지나온날들의흐름이곧다가올날들의방향을보여주기때문이다.이렇듯인간이어느순간세상과협상해야한다고믿는대신세상을자신의의지대로굴복시킬수있다고믿으면서,시간에대한표상은미래를향해뻗어나가는직선적이고상승적인형태로바뀌었다.그러나시간에대한우리의집단적상상에의심이스며들기시작하면서,미래는더이상미래로서의위상을지니지못하게되었다.우리의사소한행동하나하나가초래할결과에대한두려움은최악을상상하려는사고에의해뒷받침되면서,결국미래를현재에종속시키는결과를초래했다.
그리하여사람들은가까운과거에대한향수를느끼게되었다.손에닿을듯한그시절이지금보다더이해하기쉽고,덜다극화되었으며,무엇보다변화의속도가지금처럼빠르지않을뿐더러통제가능한세상이었다는인상을주어서다.이런감정은특히세계화와기술발전으로인해환경에대한통제력을상실했다는생각에서비롯된다.이와같은전지구적추세는미래에대한두려움이과거에대한향수와합쳐지면서,현재를서둘러누려야한다는절박함을강화한다.
2016년,옥스퍼드사전은‘탈진실’을그해의단어로선정했다.이표현이그해에새로만들어졌기때문이아니라,2015년에비해사용빈도가2000퍼센트나증가했기때문이다.이런폭발적인증가는영국의브렉시트찬반투표와도널드트럼프의승리로끝난미국대통령선거와직접연관이있었다.
이용어는수많은논평을쏟아내게했지만,브로네르는그중상당수가분석상오류가있었다고진단한다.예를들어철학자미리암르보달론은탈진실이란거짓이지배하는시대라기보다는진실에대한무관심이시작된시기라고주장했다.참과거짓의구분은더이상중요하지않으며,사실전반에대해서도마찬가지라는것이다.그러나브로네르는우리동시대인들,혹은그중일부가진실에무감각해졌다고상상하는것은현실적이지않다고말한다.그것은생물학적으로나심리학적으로어떠한근거도없는일종의정신적돌연변이를전제하기때문이다.또한특정시기(탈진실의시기)를본질화해,그시기가개인의정신에인과적영향력을행사한다고규정하는것도위험해보인다고지적한다.
브로네르는파국론적해석에굴복하기를거부한다.그는현대인들이근본적으로진실에무관심해졌다고생각하지않는다.지구평면설신봉자들조차때때로자신의믿음을검증하기위해실험을하며,인지시장에서활동하는전문거짓말쟁이들조차진실이라는개념에무관심하지않다는점을상기시킨다.
이러한의미에서‘탈진실’을새로운인식론적체제가아니라하나의증상으로본다.즉,가장의욕적인신봉자들,따라서종종가장체계적이지못한사람들이주목받는,규제되지않은인지시장의현상이다.진실은사라진것이아니라,감정적이고단순하며선정적인이야기들에가려져주목받지못할뿐이라는것이다.
브로네르는현실에서벗어날수있는여러가지길,즉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의약속,시뮬레이션가설,또는세상을제약없는이야기로풀어내려는유혹등을탐구하면서이러한것들을통해우리가가장두려워하는것,즉현실과의정면충돌을상기시키고자한다.
트랜스휴머니즘운동의대표적인물인《특이점이온다》의저자레이먼드카즈와일은트랜스휴머니즘은과학,특히정보통신기술,인지과학,생명공학,그리고나노기술을총동원한다면우리의가련한운명에맞서싸울수있다고믿는다.질병을없애고각종인공보조장치를몸에이식함으로써,우리를육체적·정신적으로초인으로만들겠다는것이다.이들의목표는노화를멈추는것뿐만아니라,궁극적으로는죽음그자체를없애는것이다.
매우분석적인이책은인류가역사를통틀어현실로부터벗어나고자끊임없이추구해왔다는점을일깨워보여준다.그뿐아니라현대사회에서나타나는개인적·집단적회피,변형,현실부정전략을고찰할때풍부한자료를제공한다.수년간방에틀어박혀지내는히키코모리,평행세계를탐험하고메타버스를믿는시퍼(shipper),동물처럼느끼는테리언,만화캐릭터와동일시하고그캐릭터처럼옷을입는퍼리(furry),그리고사물,나무,심지어동물과의합일을주장하는수많은사람들등놀라운행동양식들을발견하게된다.이러한현상을따르는사람들의수가적다는점을고려하면사소한일화처럼보일수있다.하지만인공지능이비약적으로발전해스스로학습하고인간의뇌성능을훨씬뛰어넘는형태의인지능력을창조함으로써우리의통제범위를벗어나는위험한상황을초래할수있다거나,머지않아불멸에이르고우리의식을컴퓨터시스템에업로드할수있게되며이를통해마침내생물학적조건에서완전히벗어날수있을것이라고주장한다면결코일화에그치지않는다.
인식론,사회학,심리학,경제학등여러학문의교차점에서브로네르는우리사회가현실에서어떻게멀어지고있는지를관찰함에어떤제약도두지않는다.그는현실에대한개인적정의를시도하지않지만,SF작가필립K.딕의말을빌려의도적으로간결한공식을택한다.“현실이란우리가더이상믿지않아도계속존재하는것이다."이정의는우리로하여금이책의핵심,즉저항하는세상과우리가그세상에투영하는믿음사이의긴장감을파악하게해준다.
보르네르의분석은비전문가에게도풍부한지식과새로운발견을제공하며,1인칭시점으로서술해주제를매우쉽게이해할수있고,때로는유머러스하고자극적으로만든다는점도주목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