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피는 꽃 (올컬러) : 스발바르 제도의 식물 이야기

북극에 피는 꽃 (올컬러) : 스발바르 제도의 식물 이야기

$20.87
저자

이유경

저자 : 이유경
서울대학교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북극이사회 ‘북극모니터링평가프로그램’ 한국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극지 식물로 달과 화성에 우주 정원을 만들고 싶은 과학자다. 요즘은 위태위태한 북극 툰드라 식물을 어떻게 지켜낼까 궁리 중이다. 인천 과학기술상과 ‘과학·정보통신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는 북극 출장 중》, 《Arctic Plants of Svalbard》, 《한 눈에 보는 스발바르 식물》(공저), 《외계생명체 탐사기》(공저),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툰드라 이야기》(공저) 등이 있다.

목차

서문
감사의 글

1 툰드라에는 나무가 없다
북극은 어디인가|북극에는 왜 큰 나무가 없을까

2 툰드라에는 식물이 산다
서로 다른 툰드라마다 고유한 식물이 산다|극지 사막을 견뎌내는 식물|건조한 진달래 관목 툰드라|중습 툰드라, 습윤 툰드라, 습지 툰드라|수목한계선 부근의 관목들

3 북극은 하나가 아니다
고위도 북극과 저위도 북극|북극 식물의 생활형|북극 식물의 분포를 이해하기까지|북극의 다섯 가지 생물기후 구역

4 스발바르는 한때 울창한 숲이었다
차가운 해변의 땅, 스발바르|석탄, 탄광, 사람들|따뜻한 남쪽 나라|얼음에 묻혀|꽃이 없는 식물|이끼가 아니라 곰팡이랍니다

5 꽃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산다
개척자: 자주범의귀|DNA 프로파일링: 씨범꼬리|젠더 이슈: 버드나무|과거의 영광: 담자리꽃나무|남을 돌보는 식물: 북극이끼장구채|미생물과 함께 살기: 나도수영|스트레스 극복하기: 꽃다지|이민: 미나리아재비|눈 위에 겨울비가 내리면: 북극풍선장구채|가뭄 극복하기: 북극점나도나물|정체성 혼란: 스발바르산양귀비|나이테에 새겨진 기억: 북극종꽃나무

6 과거는 미래를 보여준다
과거를 찾아서|피난처|세상에서 가장 빨리 더워지는 곳

7 아무도 모른 채 사라지기 전에
땅이 식물을 바꾸고, 식물은 땅을 바꾸고|북상하는 숲|녹색 vs 갈색|씨앗의 기다림|미래, 기후변화와 북극 식물

에필로그: 북극해 벼랑 끝에서

부록 1 북극 식물의 생활형
부록 2 북극 식생 지도와 생물기후 구역의 관계
부록 3 북극 식물의 우리말 이름과 학술 이름
부록 4 스발바르의 멸종 위기 식물
부록 5 더 읽을거리

출판사 서평

북극 툰드라와 거기에 사는 식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에서 저자는 범위를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로 한정한다. 북극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북극이 워낙 넓기도 하지만, 스발바르에서는 북극 툰드라의 특징을 웬만하면 다 찾아볼 수 있어서다. 스발바르는 극지 사막, 건조한 툰드라, 중간 습도의 툰드라, 습지 툰드라 등 다양한 툰드라를 품고 있다. 이곳에서 보는 식물은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캐나다 북극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스발바르의 식물을 통해 북극의 다양한 환경과 툰드라 식물의 특징을 들려준다.
저마다 이야기를 지닌 개별 식물의 사례는 무엇보다 새롭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한 식물을 비롯해 발달생물학과 유전학의 관점에서 식물의 신비로움을 알려주는 식물도 있다. 함께 사는 일의 유익함을 일깨워주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북극에 정착한 과정을 보여주는 식물, 기후변화의 흔적을 몸에 새기고 있는 식물까지 흥미로운 꽃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식물의 꽃말이나 쓰임새, 이누이트의 전통 지식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대신 지난 100여 년간 과학자들이 이루어낸 연구 결과의 일부를 보여준다. 저자는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쓰려 애썼고, 어느 정도 이룬 듯하다. 그럼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의 전문 지식을 쉬운 말로 풀어내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툰드라는 멀리서 보면 단조로운 듯하다. 키 작은 식물들이 아득한 지평선 아래로 낮게 펼쳐진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단조로움이 착시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해왔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몇 걸음 차이로 토양의 습도와 온도, 햇빛의 양이 달라지고, 식물들은 그 차이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산의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키 큰 나무는 사라진다. 곧게 솟은 교목이 사라지고 작은 관목과 초본만 남는 그 경계를 ‘수목한계선’이라고 한다. 수목한계선은 오랫동안 결코 변하지 않는 고유한 지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북극에서 이 경계는 더 이상 멈춰 있지 않다.
그렇다면 숲의 이동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숲과 관목의 확장은 한동안 탄소를 흡수해 이산화탄소 증가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교목과 관목이 늘어나면 눈 덮인 지면의 반사율, 즉 알베도(albedo)가 감소한다. 그 결과 지면이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지역 기온은 다시 상승한다. 숲의 전진은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엔진이 된다.
수목한계선은 단순히 지도 위의 선이 아니다. 기후·생리·에너지·탄소가 만나는 접점이다. 숲이 위로 이동한다는 사실은 기후변화가 이미 생태계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지역적 현상을 넘어, 북극과 고산지대라는 민감한 지대를 매개로 전 지구적 신호로 확장된다.

기후변화는 기온 상승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 요인의 복합적인 변화를 야기한다. 이런 기후변화는 일부 북극 툰드라 식물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북극은 지구상 다른 어느 곳보다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 북극 툰드라는 조용히, 하지만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무너지는 소리도 나지 않고, 뉴스가 되지도 않는다. 여름이 조금씩 길어지고, 눈에 덮이는 기간이 조금씩 짧아지고, 겨울에 내리던 눈이 비로 바뀔 뿐이다.
겨울비가 북극 식물에 어떤 운명을 안겨줄지 알아보기 위해 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의 장승연 연구원은 북극 식물의 씨앗이 비를 맞은 것처럼 물에 젖었다가 낮은 온도에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살아남는지 관찰했다. 마른 씨앗은 영하 50도도 거뜬히 견딘다. 그러나 물을 머금은 씨앗은 그러지 못한다. 물을 봄이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씨앗이 싹을 틔울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북극콩버들 씨앗은 겨울비를 맞은 뒤 영하 6도에 노출되었을 때 절반 넘게 죽었다. 스발바르는 한겨울에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앞으로 북극콩버들은 스발바르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씨앗이 죽는 곳에서는 아무런 굉음도 들리지 않는다. 겨울비가 한 번 내리고, 기온이 다시 내려가고, 봄이 되어도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을 뿐이다. 다음 해에도 싹이 올라오지 않고, 그다음 해에도 올라오지 않는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면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북극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씨앗은 아직 땅속에 있고, 우리는 그 씨앗을 종자은행에 넣어둘 수 있으며, 어느 개체군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아낼 수도 있다. 어떤 종이 어느 곳에서 먼저 사라질지 예측할 수 있다면, 그 식물을 미리 안전하게 보존해 지켜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좀더 많은 사람이 사라져가는 북극 식물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바람으로 글을 맺는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지기 전에 북극 식물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앞으로 연구자로서 남은 시간은 북극 식물을 보전하는 데 쓰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북극 식물에 관심을 갖고 함께한다면 좋겠다.”


줄거리

이 책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4장이 북극 식물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 지식이라면, 5장은 개별 식물의 구체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따라서 북극 식물 이야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5장부터 읽어도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또 어느 산길에서 본 들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다채로운 색의 어여쁜 꽃들을 만날 수 있다.

1장에서는 북극이 어디인지, 북극 툰드라는 어떤 곳인지 살펴본다. 북극은 어디부터 시작할까? 아직 북극에 대한 공식 정의는 없다. 북위 69도에 위치한 노르웨이의 트롬쇠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북극이사회 사무국장을 지낸 니나 부방 바야는 “나는 어릴 때 트롬쇠가 북극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트롬쇠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러시아의 무르만스크와 아르한겔스크 등 여기저기서 북극 도시를 자처한다. 북극의 개념이 확장된 것이다.
2장에서는 북극 툰드라의 종류와 대표 식물을 설명한다. 툰드라는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극지 사막, 건조한 진달래 관목 툰드라, 중간 습도 툰드라, 습한 덩이풀 툰드라, 습지 사초 툰드라, 관목 툰드라 등 다양한 툰드라가 존재한다. 각 툰드라의 특징과 해당 툰드라를 대표하는 식물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북극의 식생을 다룬다. 일반적으로 북극은 고위도 북극과 저위도 북극으로 나뉜다. 고위도 북극에서 흔한 식물과 저위도 북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다르다. 식물은 생김새에 따라 관목, 잎이 넓은 초본, 벼나 사초처럼 잎이 좁은 초본 등으로 구분된다. 한편 과학자들은 북극 식생을 크게 5개 생물기후 구역으로 나눈다. 이런 북극 식물의 분포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북극 식생 지도’다. 이 장에서는 북극 식생 지도가 만들어진 과정의 뒷이야기도 살펴본다.
4장의 주인공은 스발바르다. 한때 숲이 무성하던 이곳이 어쩌다 척박해졌는지, 지금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아본다.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땅과 그 땅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결정하는 기후, 그리고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을 소개한다.
5장은 이 책의 핵심으로, 스발바르의 대표 식물 12가지를 통해 툰드라 식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주범의귀·꽃다지류·북극점나도나물을 통해서는 북극 식물이 어떻게 그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는지 엿본다. 씨범꼬리·북극풍선장구채·북극콩버들·스발바르산양귀비에서는 발달생물학과 유전학의 관점에서 식물의 신비로움을 찾아보고, 북극이끼장구채와 나도수영에서는 함께 사는 일의 유익함을 살펴본다. 담자리꽃나무와 미나리아재비류가 북극에 정착한 과정과, 기후변화의 흔적을 몸에 새기고 있는 북극종꽃나무를 통해서는 북극 식물의 역사도 함께 알아본다.
6장에서는 빙하기 이후 식물이 툰드라에 정착한 과정을 살펴본다.
7장에서는 앞으로 기후변화가 북극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본다. 최근에 과학자들이 알아낸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부록에는 이 책에 나온 식물의 일반 이름과 학술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를 첨부했다. 아울러 스발바르의 멸종 위기 식물 목록과 더 읽을거리를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