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집의문장들은설명하지않고,설득하지않으며,결론을서두르지않는다.강은편지를쓰고,꽃은옷을벗으며,바람은동행하고,가을은묻는다.이언어들은이미리듬을가지고있었고,이미호흡을알고있었다.그래서우리는이시들을개작하지않기로했다.이앨범에실린모든가사는시원문그대로다.단어를바꾸지않았고,문장을덜어내지도않았으며,후렴을만들기위해의미를반복하지도않았다.음악은오직이문장들사이에머물수있는공기와여백만을맡았다.
이노래들은크게불리기보다곁에놓이기를바란다.밤에,강가에서,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하루의끝에서.시는먼저있었고,노래는뒤따라왔다.그순서를끝까지지키고싶었다.이것은음악앨범이기이전에,비원이라는정원에머물렀던기억들이잠시목소리를얻은기록이다.
이앨범에수록된열곡은같은결을공유하지만,같은표정으로머물지않는다.각곡은시가지닌고유한호흡을존중한채,서로다른방식으로말을건다.
■라이너노트
기억을건너는목소리들
오인택(시인·공학박사)
이앨범은노래를만들기위해쓰인시에서출발하지않았다.이미충분히고요하고스스로완결된언어앞에서,우리는단지그문장들이다른호흡으로잠시살아볼수있을지를고민했을뿐이다.하두자의시집『아름다운시작』은무언가를성취하거나극복해나아가는기록이아니라,끝까지살아본이후에야비로소도달하는감각을담고있다.젊음의선언도,희망의약속도없다.다만무릎이깨어진뒤에도“어떻게사는게아름다운지”를다시묻는태도가있다.
이시집의문장들은설명하지않고,설득하지않으며,결론을서두르지않는다.강은편지를쓰고,꽃은옷을벗으며,바람은동행하고,가을은묻는다.이언어들은이미리듬을가지고있었고,이미호흡을알고있었다.그래서우리는이시들을개작하지않기로했다.이앨범에실린모든가사는시원문그대로다.단어를바꾸지않았고,문장을덜어내지도않았으며,후렴을만들기위해의미를반복하지도않았다.음악은오직이문장들사이에머물수있는공기와여백만을맡았다.
이노래를부르는다섯목소리는현실의특정인물이아니다.그들은비원이라불리는정원에머무는존재들이다.비원은사라진마음들이자연에스며들어잠시머무는장소이며,이목소리들은그기억을다시발화하는매개자다.누군가는강의흐름처럼낮고단단한목소리로이야기를이어가며,떠나보내는일과견뎌온시간을기록한다.누군가는상처와사랑이겹쳐진순간을투명한숨결로불러내며,말하지못한감정의떨림을대신전한다.또다른목소리는질문을멈추지않는다.어떤존재로살아가야하는지를낮고평평한언어로되묻고,쉽게결론에닿지않으려한다.몸의감각으로계절을통과하는목소리도있다.무너지고다시일어서는순간을리듬과움직임으로기억하며,삶이여전히진행중임을증명한다.마지막으로,경계에선목소리가있다.인간과자연,말과침묵사이에서자신을벗어던지며,바람이되는순간을노래한다.
이다섯은역할을연기하지않는다.서로를덮어주듯겹쳐지고,필요할때는물러나며,어떤곡에서는한명만남아정원을지킨다.이앨범에서중요한것은누가앞에서는가가아니라,어떤기억이지금말을얻는가이다.그래서비원이라는이름은그룹이자장소이며,동시에상태에가깝다.
열곡은하나의여정처럼이어진다.늦은깨달음앞에서는순간에서시작해,상처가드러나고,무너진자리에서다시일어서는몸을지나,이별을이해하고,존재에대한질문을통과하며,알면서도떠나는항해를거쳐,자아를벗고,다시함께걷는자리로나아간다.마지막에남는것은확신이아니라기척이다.다시올지도모른다는,아주미세한희망이다.
이앨범은위로를약속하지않는다.다만살아가는동안생채기없는영혼은없다는사실을조용히곁에둔다.그러므로아름다운시작이란처음의순수함이아니라,끝까지가본사람에게만허락되는태도일지도모른다.
이노래들은크게불리기보다곁에놓이기를바란다.밤에,강가에서,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하루의끝에서.시는먼저있었고,노래는뒤따라왔다.그순서를끝까지지키고싶었다.이것은음악앨범이기이전에,비원이라는정원에머물렀던기억들이잠시목소리를얻은기록이다.
이앨범에수록된열곡은같은결을공유하지만,같은표정으로머물지않는다.각곡은시가지닌고유한호흡을존중한채,서로다른방식으로말을건다.
〈아름다운시작〉은이앨범의문을여는곡이지만,흔히기대되는시작의밝음은없다.이노래는이미많은시간을통과한목소리로시작한다.숫자앞에정직해졌다는고백,무릎이깨어져도끝의끝으로가보아야한다.는문장은선언이아니라각오에가깝다.서두르지않는템포와낮은음역은,이앨범이성취보다태도를다룬다는사실을처음부터분명히한다.
〈꽃이지다〉는감정이가장낮은곳으로가라앉는곡이다.이노래에서꽃은피지않고벗겨진다.한겹씩옷을벗는기억처럼,노래는최소한의소리로상처를드러낸다.반복되는후렴대신짧은문장이남아,그리움에베인상처가쉽게봉합되지않음을보여준다.
〈다시봄,진달래〉는이앨범에서드물게몸의에너지가전면에나서는곡이다.겨우내웅크렸던꽃눈이폭력처럼터져나오는이미지처럼,음악역시축적과분출을반복한다.무너짐과재생이동시에존재하며,봄은위로가아니라통과해야할사건으로다가온다.
〈강이쓰는편지〉는흐름그자체에귀를기울이는노래다.이별을비극으로단정하지않고,헤어짐과다시만남이하나의순환임을강의언어로말한다.감정의고저보다지속이중요해지는곡으로,소리는흐르되멈추지않는다.
〈동백꽃〉은참아낸감정의온도를다룬다.겨울을뚫고피어나는붉은꽃처럼,이노래의정서는끝내폭발하지않고안쪽에서타오른다.사랑과그리움이시간과계절을견디며어떻게남는지를보여주는곡이다.
〈가을이묻는다〉는이앨범에서가장사유적인노래다.노래는답을제시하지않고,은행나무가되어보라는요청만을반복한다.서두르지않는리듬과말하듯이어지는음성은질문을질문으로남겨둔다.이곡에서중요한것은결론이아니라머무름이다.
〈너에게가고싶다〉는이동의노래다.닻을올리고떠나는마음,알면서도향하는방향을택하는감정이바다의이미지와함께펼쳐진다.이노래는도착보다항해에
가깝고,확신보다결심에가까운정서를품고있다.
〈바람과동행〉은자아가가장옅어지는곡이다.신을벗고,자신을벗고,바람이되는순간까지노래는점점가벼워진다.목적지없는이동,이름없는존재상태를허락하는곡으로,앨범중가장비물질적인감각을남긴다.
〈동행〉은이앨범의중심에놓인곡이다.커피한잔의체온에서시작해삶과죽음을함께걷는자리까지,이노래는관계가어떻게지속되는지를보여준다.허물을덮어준다는문장은화해이자결심이며,혼자가아님을확인하는조용한합창이다.
마지막곡〈입춘〉은끝이아니라여백으로남는다.편지가왔다는소식,꽃눈하나가피어오고있다는징후는확실한약속이아니다.다만다시올지도모른다는기척만을남긴다.이앨범은그렇게닫힌다.밝아지기직전의시간,여명이시작되기전의정원처럼.
TrackList
1.아름다운시작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RIAN·SERA
2.꽃이지다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SERA
3.다시봄,진달래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LUMI
4.강이쓰는편지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RIAN
5.동백꽃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SERA·ION
6.가을이묻는다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NOA
7.너에게가고싶다(마라도에서)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RIAN·LUMI
8.바람과동행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ION
9.동행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RIAN·SERA·NOA·LUMI·ION
10.입춘
시하두자·작곡오인택·노래비원(BIWON)Vocal:SERA·R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