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거 (이비단모래 힐링 노래시집)

사랑, 그거 (이비단모래 힐링 노래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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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장 늦게, 가장 아프게 도착하는 말

“사랑합니다”
이비단모래의 시집 “사랑, 그거”는 사랑을 정의하려는 시집 같지만, 사실은 정의를 포기한 시집에 가깝다.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대신,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러온 수많은 순간들을 가만히 떠올려보게 하는 시집이다. “그거”라는 말 속에는 선명한 설명 대신 흐릿한 공감이 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도 끝내 정확히 집어내지 못하는 무언가.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왔지만,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다만 그것이 우리 안에 있었다는 것, 어떤 순간에는 우리 전부였다는 것만은 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대부분 큰일을 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을 성취도, 세상을 움직일 만한 결단도 없이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다시 눕는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하루는 늘 너무 무겁다. 그날에도 우리는 참고, 견디고, 말하지 않은 마음을 접어 다음 날로 넘어간다. 누군가에게 짜증을 낼 뻔했지만 삼켰고, 울고 싶었지만 참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웃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서 하루가 된다. 이 노래시집은 바로 그런 하루들에서 시작되었다.

우체국 앞에 오래 서 있던 날이 있다. 부칠 편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 섰던 날이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지만, 가슴속에는 보내지 못한 말들이 가득했다. 주소를 적지 않았어도 그리움은 이미 발송되었고, 우리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 우체국 창구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모두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다. 택배 상자 안에 담긴 것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었고, 등기우편 봉투 속에 든 것은 서류가 아니라 안부였다. 사랑, 그거는 늘 그렇게 우리보다 먼저 움직인다. 우리가 결심하기도 전에 이미 길을 나서고, 우리가 깨닫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도착해 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쉽고 흔해 보여서 자주 미뤄진다. 오늘 하지 않아도 내일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번에 하지 않아도 다음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미루다 보면 그 말은 점점 무거워지고,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가장 늦게, 가장 아프게 도착하는 말이 된다. 장례식장에서, 병실에서, 혹은 영영 전하지 못한 채 가슴속에 묻힌다. 이 시집의 노래들은 그 늦은 말들을 다시 불러본다. 이미 떠난 사람에게, 혹은 아직 곁에 있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던 누군가에게. 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기대면서. 노래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목소리가 퍼져 나갈 수 있는 데까지, 우리는 그 말들을 계속 부른다.
저자

이비단모래

·충북청원가덕출생
·99년『조선문학』등단
·대전대학교문예창작학과졸
·한남대학교사회문화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
·대덕문학회장
·자목련시낭송회
·김호연재시낭송회
·진안솔내음시낭송회
·저서『비단모래』『특히,그대』『꽃잠』『애틋』『수향리연가』외다수
·마음을치유하는시낭송강사
·유성문화원.대덕문화원영동문학관시낭송강사
·대덕문학상.진안문학상

목차

시인의말ㆍ4

1부겨울사랑

겨울사랑ㆍ11
겨ㆍ12
우체국앞에서ㆍ14
가을나이ㆍ15
나무의기도ㆍ16
붉음에대하여ㆍ18
고추벌레ㆍ19
여름오후ㆍ20
위안ㆍ22
제비꽃ㆍ23
4월ㆍ24
생의꽃ㆍ26
아내ㆍ27
사랑합니다ㆍ28

2부사랑,그거

사랑,그거ㆍ33
아침의약속ㆍ34
사랑은그랬다ㆍ35
무꽃ㆍ36
꽃ㆍ37
마음ㆍ38
채송화(하나)ㆍ39
유월ㆍ40
수련(하나)ㆍ41
꽃사돈ㆍ42
채송화(둘)ㆍ44
꽃씨를심으며ㆍ46
연꽃피다ㆍ47
시간이어디쯤왔을까ㆍ48

3부우산

인동초ㆍ53
우산ㆍ54
담ㆍ56
접시꽃ㆍ58
별ㆍ59
수련(둘)ㆍ60
처서ㆍ61
가을엽서ㆍ62
이별을위한시ㆍ64
9월ㆍ65
풍접초ㆍ66
태풍전야ㆍ68
운주사ㆍ69
이명ㆍ70
가을당부ㆍ72

4부어느부부의노래

샤프란ㆍ75
어느부부의노래ㆍ76
달이걷는길ㆍ78
상사화ㆍ80
첫,눈ㆍ81
봉숭아꽃물ㆍ82
무명시인ㆍ84
겨울ㆍ86
피에타ㆍ87
신은정말있는걸까ㆍ88
몸열어상처를핥았다ㆍ91
기도ㆍ92
여수동백(1)ㆍ94
여수동백(2)ㆍ96
여수동백(3)ㆍ98

5부사랑거리

타래붓꽃ㆍ103
사랑거리ㆍ104
봄ㆍ106
봄꽃ㆍ108
백목련ㆍ109
머위ㆍ110
연리지ㆍ112
불꽃ㆍ115
4월꽃ㆍ116
박태기ㆍ118
불면ㆍ120
흰제비꽃ㆍ122
노랑어리연꽃ㆍ124
슈퍼문ㆍ126

■라이너노트ㆍ127


TrackList
1.우체국 앞에서(2:58)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부칠편지가없어도마음이오래머무는장소가있다.그리움은주소없
이도먼저발송된다는사실을조용히깨닫게하는노래다.
2.사랑합니다(3:09)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가장늦게도착하는말,그래서가장아픈말에대한노래.미뤄두었던
고백을다시꺼내어낮은숨으로건넨다.
3.사랑, 그거(2:36)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사랑을정의하지못하면서도사랑으로하루를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
기.부질없다말하면서도끝내놓지못하는힘을담담하게노래한다.
4.우산(2:52)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늘곁에있었지만잃을것같을때비로소깨닫게되는존재.보호와감
사가뒤늦게도착하는순간을그린노래다.
5.별(3:24)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사랑은닿을수없음을알면서도바라보게되는방향이다.불을통과해
야만빛이된다는사실을별의이미지로전한다.
6.나무의기도(2:53)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버티는삶자체가하나의기도일수있다는고백.바람속에서도서있
는존재의존엄을낮고단단하게노래한다.

7.기도(3:02)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더갖기위한기도가아니라덜다치기위한기도.사람을향해조금더
조심스럽게살아가고자하는마음을담았다.
8.봄(2:23)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긴겨울을건너온사람에게건네는조용한위로.“여기까지오느라애
썼다”는말이음악이되는순간이다.
9.연리지(2:17)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기쁨뿐아니라통증까지함께견디는사랑의형태.함께늙어간다는말
의무게를절제된감정으로풀어낸다.
10.4월 꽃(3:14)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떠난이를기억하는가장조용한방식에대한노래.해마다같은자리에
피는꽃처럼반복되는애도의시간이다.
11.노랑 어리연꽃 (3:09)
시:이비단모래·작곡:오인택
붙잡지않고흘려보내는사랑에대한노래.물위에떠서건너가는마음
처럼투명한여운으로앨범을마무리한다

출판사 서평

사랑은부질없다고말하면서도우리는결국사랑으로하루를산다.시큰거리는무릎을일으켜세우고,캄캄한길에서도한발을더내딛게하는힘.설명할수없기에더자주기대게되는무엇.합리적이지도않고,효율적이지도않으며,때로는어리석기까지한그마음이우리를움직인다.출근길지하철에서자리를양보하는일,퇴근후지친몸으로누군가의전화를받아주는일,밤늦게까지책상앞에앉아누군가를생각하는일.그모든것이사랑의다른이름이다.그래서사랑은정의가아니라습관이되고,선택이아니라생활이된다.우리는사랑을하기로결심하는것이아니라,사랑하며살아가고있음을어느순간발견할뿐이다.

우산은늘곁에있었지만비를다맞고나서야그그늘을실감하게된다.햇살좋은날에는무겁고불편한짐처럼느껴지던것이,소나기가쏟아지는순간세상에서가장고마운존재가된다.보호란그런것이다.눈에띄지않게곁에있다가,잃을것같을때비로소존재가된다.부모의사랑도,오랜친구의우정도,익숙한일상도모두그렇다.있을때는당연하게여기다가,없어질위기에처해서야그것의무게를깨닫는다.별또한마찬가지다.닿을수없음을알면서도그방향으로마음을세워보는일.밤하늘의별을보며소원을비는것은어리석은일일지모른다.하지만우리는그어리석음을통해희망을배운다.사랑은불을통과하지않으면끝내빛이되지못한다는사실을우리는그렇게배운다.고통이없는사랑은없고,상처없는관계도없다.우리는타오르고,재가되고,그재속에서다시무언가를피워낸다.이노래시집의한가운데에는기도가있다.무엇을더얻기위한기도가아니라,덜다치기위한기도다.성공을바라는기도가아니라,오늘하루도무사히지나가기를바라는기도다.다른이를찌르지않기위해스스로를낮추는마음이다.화를내지않으려고숨을고르고,상처주는말을삼키고,미움대신이해를선택하는일.그것이쉬운일은아니다.때로는불의앞에서도침묵해야하고,억울함을품고도웃어야한다.나무가바람속에서더단단한나이테를두르듯,사람도그렇게오늘을견딘다.한번의폭풍으로쓰러지지않기위해,오랜시간을버티며뿌리를내린다.사랑,그거는결국그런태도의다른이름일지도모른다.쉽게부러지지않는단단함과,그럼에도여전히유연한부드러움을동시에가지는일.그리고어느순간봄이온다.요란한신호도없이,예고도없이.어제까지앙상했던가지에어느새연두빛잎이돋아있고,얼어붙었던땅에서풀들이고개를내민다.

“여기까지오느라애썼다”는말은봄이아니면건네기어려운위로다.추운겨울을견뎌낸모든생명에게,봄은그렇게말을건넨다.잘했다고,버텨줘서고맙다고,이제조금은쉬어도된다고.그말한마디로사람은다시숨을고르고,다시사람을향해걸어간다.힘들었던시간이완전히사라지는것은아니지만,그래도다시시작할수있다는용기를얻는다.봄은망각이아니라위로이고,망각이아니라계속하기위한힘이다.
연리지는사랑의가장어려운모습을보여준다.두나무가하나로얽혀자라는것,그것은아름다운전설이지만동시에고통의이야기이기도하다.기쁨만이아니라통증까지함께감당하는일.한나무가아플때다른나무도함께아프고,한쪽이기울면다른쪽도함께기운다.떼어낼수록더깊이파고드는상처마저도사랑임을인정하는일.서로를붙들고있는것인지,서로에게묶여있는것인지분간할수없을때가있다.함께늙어간다는것은,그상처를끝내버리지않는다는뜻일지도모른다.
젊은날의열정이사그라지고,서로에대한호기심이익숙함으로바뀌어도,여전히곁에남아있기로선택하는일.그것이연리지가보여주는사랑의진짜모습이다.

4월의꽃은떠난이를위한가장조용한예의다.기억은소리내어울지않아도해마다같은자리에서같은아픔으로핀다.벚꽃이흩날리는거리를걸으면서우리는함께걷지못하는사람을떠올린다.진달래가피는산길을오르면서더이상함께오를수없는이를생각한다.꽃은흐드러지지만,그아래에서그리움은여전히머문다.아름다움뒤에가려진슬픔,화사함속에숨겨진공허함.꽃이질때마다우리는무언가를잃는다.하지만또피어날것을알기에,우리는그상실을견딘다.사랑,그거는사라진뒤에도이렇게남는다.손으로만질수없어도,목소리로부를수없어도,매년같은계절이되면우리의가슴속에서다시피어난다.

마지막에이르면사랑은더이상붙잡는일이아니다.노랑어리연꽃처럼물위에띄워흘려보내는일이다.연꽃은뿌리를내리지않는다.물결을따라떠다니며어디론가흘러간다.그것이이별의아름다운방식이다.놓는다는것은잊는것이아니라,다른방식으로함께있는일이라는사실을이노래들은한다.떠나보낸사람이내곁에없다고해서그사람과의추억까지사라지는것은아니다.그사람이내게남긴말들,함께나눴던시간들,그리고그사람을통해배운것들은여전히내안에살아있다.사랑은소유가아니라경험이고,결과가아니라과정이다.그래서끝난사랑도여전히사랑이고,떠난사람도여전히사랑했던사람이다.
이시집의노래들은불꽃이아니다.크게타오르지않는다.한순간밝게빛나다사라지는화려함이아니라,오래도록작게빛나는은은함이다.대신꺼지지않게,손에서손으로건네진다.촛불이다른촛불에게불을나눠주듯,이노래들도한사람에게서다른사람에게로전해진다.듣는이가또다른누군가에게들려주고,그렇게계속이어진다.오늘이노래들을읽고듣는당신이아무도알아주지않아도하루를살아냈다면,당신역시이미사랑,그거를지나온사람이다.누군가를위해,혹은스스로를위해,아니면그저내일을위해오늘을견뎌낸모든순간이사랑이었다.그것을알아차리든그렇지못하든,당신은이미사랑속에서살아왔고,앞으로도그럴것이다.이시집은그사실을조용히일깨우기위해여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