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역사 (대장촌의 일본인 지주와 조선 농민)

봉인된 역사 (대장촌의 일본인 지주와 조선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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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장촌, 그 역사의 봉인을 해제하다
이 동네의 역사에서 일본인 지주들의 몫은 크다. 일본인들이 차지한 역할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이었다고 해서 이 동네의 역사를 봉인하고 묻어 버릴 수는 없다. 자랑스러운 역사만이 기록될 가치가 있고, 공동체의 역사는 늘 자랑스럽거나 적어도 자랑스럽게 해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은 한 시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가로막는 일이다. 역사 왜곡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따지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서문 중에서).
저자

윤춘호

저자윤춘호는전북익산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에서서양사를전공했고,1991년부터SBS기자로일하고있다.국제부장,시민사회부장,2017년대통령선거방송책임자를역임했으며,지금은논설위원으로재직중이다.일본게이오기주쿠대학교(慶應義塾大學校)방문연구원으로1년,도쿄특파원으로3년동안활동하며일본사회를경험했다.한국정치,동아시아근현대사에관심이많다.

목차

서문

제1장동학과함께역사의전면으로
부여선비이복영“여기가대장촌이냐?”/녹두장군명령,군량미를대장촌으로옮기라/
교주의밀명,“음력11월1일,삼례로모이라”/민영익과왕실의땅,대장촌/
전라감사이경직의침묵/동학지도부의철수/민이뭉치면관이흔들린다

제2장안팔아도뺏길것이다
호소카와후작,“대장촌에농장을세워라”/조선으로가라!조선의땅을사라!/
구마모토의식민지,대장촌/조선농민들의토지투매/강탈인가?매입인가?/
대장촌의권력교체,민영익에서호소카와로

제3장대장촌과3·1운동
이리4·4시위/총리의훈령,엄중한조치로재발을방지하라/뼛속까지친일파,자성회/
잇따르는시위,대장촌의침묵/삼례만세시위

제4장일제와의전쟁,물과의전쟁
“비상!농민5,000명이전주로몰려오고있다”/“물난리는일본지주들의욕심때문이여”/
무기력한회군?강제해산?/만경강갑문을파괴하라/만경강제방을파괴하자!
그들만을위한대간선수로/일본의쌀폭동/고립된섬같은존재,일본인지주들

제5장모리와키기요시의귀향
가난한일본농업이민자의아들/일본인의모범마을,대장촌/한마을에두학교/
흙수저일본인2세,장교가되다/이노우에히로시,“제고향은대장촌인디요”/
금수저의조건,일본인일것/경려대회1등황봉생

제6장만경강개수공사?그들에의한그들을위한공사
대장촌지주들의총독부방문/도쿄를뒤흔든공포의5분/사흘간의잔치…얼마나좋았으면/
강줄기가바뀌고지도가달라졌다/제국의엘리트를투입하라/
눈물로채운강,피땀으로세운둑/일본인들을위한일본인들의공사

제7장노문재와나가하라,18년협력과경쟁
면장님,면장님,우리면장님!/대장촌의천황,나가하라구니히코/
실세농장장에가려진면장의이름/이마무라이치지로-대장촌의40년터줏대감/
잊혀진일본인지주들

제8장기차가서지않는동네
대장촌의심장-호소카와도정공장/춘포역-歷史를기억하는驛舍/대장역에서춘포역으로/
에토가옥-탐욕의바벨탑/포획된사슴들의피난처-대장교회/
일제와서양선교사들의기묘한동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전북익산시춘포면춘포리는원래전북익산군춘포면대장촌리였지만,대장촌(大場村)이라는지명이일제의잔재라는이유로1996년춘포리로바뀌었다.그렇지만이동네는아직도현지주민들사이에서는대장촌이라고불린다.‘큰농장이있는마을’이라는뜻의대장촌은일제식민지시절일본인지주들이이마을에서대규모농장을경영했다고해서지어진이름이다.역사적으로대장촌의영역은전라선철도와만경강사이에있는춘포면남측지역을말한다.
일제의조선침탈이시작된을사조약체결을전후로일본인지주들이경쟁적으로대장촌일대의땅을사들이면서,그들은제국주의일본의태평양전쟁패배로대장촌에서밀려날때까지이동네의완벽한지배자로군림하였다.대장촌일대토지의80%가일본인지주들의소유였고,대장촌농민들가운데이들의소작인이아닌사람은찾아보기힘들었다.
이처럼조선인과일본인이이웃사촌이지만적대적공존관계로살았던이작은농촌마을은저자의고향이기도하다.“우리가배우고기억해야될것은저항하고투쟁했던역사만으로충분한것일까?수치스럽고굴욕에찬역사는봉인해서언제까지묻어두어야하는것인가?”하는물음으로저자는첫머리를시작한다.일제강점기의역사는현재의필요에의해선택되고선택받지못한역사는묻혀버렸다.즉투쟁과저항의기억만이남고다른기억들은봉인되어묻혀버린것이다.그시대가총체적으로기록되지못하고선택받은사실만으로재구성되는일이빈번하다보니우리가아무리외우고배워도그시대는손으로잡히지않고눈에보이지않는것이라고덧붙인다.

숨겨진역사적실체를현재로불러내다

이책에서다루는대장촌이라는마을의역사는일반적인시각으로보자면그리자랑스러운역사는아니다.일본인들의주도로농장이세워졌고,일본인들이철도를놓았으며,학교를열었고,전기와상수도를들여왔다.뱀처럼구부러진만경강을직강화한것도,15년에걸친대역사를통해초대형제방을완공해서이마을의영원한숙제였던홍수문제를해결한것도일본인이었다.그러나이후패전과함께이동네를떠난일본인지주들의이야기는서둘러봉인되었다.그들이살던집,운영하던거대한도정공장,그들이세운철도역사와도로는지금도남아있지만일본인지주들의존재자체는지워졌다.그들의행적이철저히봉인되면서,그들의맞은편에서있었던조선인소작인의이야기도함께봉인되어묻혀버렸다.
“대장촌이라는마을이어떻게만들어지고무슨일이있었으며,무엇보다거기에산사람들이누구였는지를밝혀보고싶었다.이책을통해부분이아닌전체로서의대장촌이라는역사적실체를되살리고싶었다.민족에상관없이그동네에살았던사람들을현재로불러내고싶었다.가능하면한사람이라도더거기에살았던사람들의이름을불러주고그들의행적을기록하고싶었다.그래서이제는백골도진토되었을그동네사람들의역사적인실존을확인시켜주고싶었다.”라고저자는저작의소회를밝힌다.
부끄럽고자랑스럽지못한역사일지라도그사실을있는그대로,제대로기억하여되살려냄으로써올바른역사관을세우는일이야말로우리모두가계속해나가야할과제가아닌가생각된다.이책이그발걸음의시작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