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에 가거든 (양광모 기행 시집)

와온에 가거든 (양광모 기행 시집)

$11.00
Description
“갯벌 게 구멍 속에 느릿느릿 들어앉았다 오라
밀물이 들기까지 생은 종종 멈추어도 좋은 것이다”
시인 양광모와 다만 걸어 보는 생의 여정
시인 양광모의 기행 시집 『와온에 가거든』이 출간되었다. 일상의 언어로 삶을 덧칠해 온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세상을 떠돌면서 마주쳤던 낯선 순간들을 담았다. 언뜻 보면 평범하고 진부해 보이는 삶인데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은 이토록 다채롭고 동적일 수 있는 걸까. 시인은 걷는다. 먼바다를 건너 낯선 섬에 닿기도 하고 장시간 이동하여 땅끝마을로, 인적 하나 없는 숲속으로, 파도가 오가는 모래사장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와온일까? 모든 기행을 통틀어 명명된 ‘와온’이란 공간은 시인에게 어떤 흔적을 남긴 장소였을까.
시인은 와온으로 가는 길에 설치된 수십 개의 과속방지턱을 발견한다.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어 조심스럽게 방지턱을 넘어가면서 그는 생각한다. 어쩌면 상처라는 건 “신이 만들어 놓은/ 생의 과속방지턱인지도 모른다”(「와온에 가거든」)라고. 과속방지턱은 어떤 길에서는 때때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걸 ‘아는’ 누군가가 발명한 것일 수도 있다. 경험에서 비롯된 ‘이해’이기도 한 ‘앎’이다. 다가오는 것들에 부딪혔던 경험, 부딪히지 않으려고 몸을 기울였던 경험이 걸음 속도를 늦추고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르게 한다. 갖가지 경험으로부터 생긴 생채기들이 내 안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만에 하나 부딪히더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심장이 물 빠진 갯벌로 변해 가는 날들이 있다// 그러나 추자여/ 만년 파도에 깎인들/ 네가 섬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듯/ 천년 유배를 산들/ 내가 어찌 사랑을 묻어 버리겠느냐
-「추자도」 부분

셀 수 없이 많은 시간 동안 파도에 몸이 깎여 온 추자도를 보며 시인은 말한다. “살아가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 뼈를 깎을 때가 있다”(「추자도」)라고. 여기의 ‘사랑하는 일’의 목적어는 ‘너’일 수도 있지만 ‘나’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 일. 그런 점에서 시인의 여행은 새로운 경험과 인연을 접하는 여정일 뿐 아니라 새롭고 낯선 ‘나’를 만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어째서 사람들은 더 올라갈 곳도 없는데 “더 높이 올라갈 곳을 찾”는 거며, 더 나아갈 곳도 없는데 “더 멀리 나아갈”(「한라산」) 방법을 찾는 걸까. 이 이해할 수 없는 호기심과 충동이, 어딘가에 미지의 세상이 있을 거란 믿음이 우리의 등 뒤를 계속해서 떠민다. 발길 닿는 대로 걷게 한다. “다시 내려올 걸”(「산」) 알면서도 산을 오르는 마음.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어느 샛길로, 낯선 마을로, 먼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마음이 시집 곳곳에 발자국처럼 남아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장소일수록 발자국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처럼, 이번 기행 시집에도 각자의 이야기가 마주치는 지점이 가득하길 바란다.

원대리에 가시거든/ 푸른 잎과 흰 껍질이 아니/ 백 년의 고요를 보고 올 것/ 천 년의 침묵을 듣고 올 것/ 자작나무와 자작나무가/ 어떻게 한 마디의 말도 주고받지 않고/ 만 년의 고독을 지켜 나가는지
-「원대리에 가시거든」 부분

온종일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수평선만 바라보는 주문진 바다// 나, 가장 오른쪽 벤치가 되어/ 일평생쯤 모래에 발목 묻은 채 살고 싶었네/ 그리움으로 포말처럼 부서지고 싶었네// 시월이었으니/ 너라도 그랬으리
-「주문진 바다」 부분
저자

양광모

시인,경희대국문과졸업.소소하지만근원적인삶의정서를일상의언어로 노래하고있다.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흐린 날엔 힘껏 살자고.KBS,SBS,한겨레,중앙일보,세계일보,서울신문및다수의언론에시가소개되었으며양하영,허만성,이성하,이연학등여러가수들에의해그의시가노래로만들어졌다.
대표시 101 『가슴뭉클하게살아야한다』, 대표시선집『사람이그리워야사람이다』,필사 시집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사랑시 선집 『네가 보고 싶어 눈송이처럼 나는 울었다』, 커피 시집 『삶이 내게 뜨거운 커피 한 잔 내놓으라 한다』, 술 시집 『반은 슬픔이 마셨다』,별과꽃시집『별이너를사랑해』등 모두 스물한권의 시집과인생잠언집『비상』,『명언한스푼』을 출간하였다.

목차

시인의말

Ⅰ.자작나무숲으로가자
산/자작나무숲으로가자/원대리에가시거든/겨울원대리/백두산/한라산/청대산1/청대산2/울산바위/한계령/한계령에서/겨울한계령/선자령/구룡령/토왕성폭포/사랑질

Ⅱ.비양도에가서알았다
바다/와온에가거든/와온바다/와온에서서/비양도/보길도/백령도/홍도/홍도야울지마라/오동도/사량도/울릉도/추자도/괜찮다새여/주문진바다/무창포/남애항/장생포의여자/영일대/상주은모래해변/금능해변/아야진해변/바다32/바다33-정동진은위험하다/바다98-외옹치해변/바다100-사량도/썰물도없는슬픔/운명같은사랑그리운날엔

Ⅲ.농암정,세상에서가장높은곳
길의노래/농암정/초평호1/초평호2/우포에서쓴편지/농다리/안반데기/양양에서/하조대/청초호3/겨울속초/의암義巖/남이섬연가/가창오리군무/경화역/섬진강/삼강주막/등대카페/고독카페/정동진카페/갈치호수로와라/월하독작月下獨酌/틈/푸른별주막에앉아

Ⅳ.운주사에서는천불이함께모여산다
아침편지/해당화/선운사/동백에게죄를묻다/선암사/화암사/화암사나뭇잎/화암사백상암白象岩/화암사쌍사자전설/해탈나무/란야원蘭若院/비선대/구인사/적멸/건봉사배롱나무/불이지연不二之緣/청일박請一泊/건봉사/신흥사/낙산사/삼화사/동화사/망월사/운주사/운주사꽃무릇/천불천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