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먼 길 (시, 그림이 되다)

함께 가자 먼 길 (시, 그림이 되다)

$16.25
Description
“너와 함께라면
멀어도 가깝고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길”
‘함께’라는 말이 주는 사랑의 감촉
올겨울, 시인 나태주와 화가 이호신이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고백
풀꽃 시인 나태주와 화가 이호신이 함께한 『함께 가자 먼 길』이 출간되었다. 다정하고 섬세한 은유로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던 나태주 시인과 다채롭고 자유로운 화풍으로 삶을 그리는 이호신 화가의 하모니이다. 활자로 쓰인 시가 점과 선, 그리고 색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시인이 시를 써 내려가면 그 뒤를 따라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한다. 전통 한지를 활용한 탁본 기법이 눈에 띈다. 아크릴, 크레파스, 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시집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다시 천년을 넘어-백제금동대향로」를 통해 인연을 이어 온 두 작가가 이번 시화집에서 품어 온 질문이 있다. “왜 결국 ‘함께’인 걸까?”라는 물음이다. 계절이 몇 차례 바뀌는 동안 두 작가는 ‘함께’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 시화집을 꾸려 왔다. 각자가 지닌 언어는 다르더라도 표현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결은 조금씩 닮아 있다.
나태주 시인은 우리네 “인생길”에서 ‘함께’의 의미를 찾아본다. 혼자 사는 인생이라고 쉽게 말하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많은 타인들과 더불어 살면서 “서로 부추기고 위로하며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신 화가는 “상생相生”이란 말을 언급한다. 이는 단순히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산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나무木와 오래도록 눈目을 마주한다’는 의미로 확장된다. ‘바라보는’ 행위로부터 ‘함께’의 의미를 되짚고자 한다. 타인의 존재를 인지해야만 비로소 ‘함께’라는 부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나’의 눈을 프리즘이라 할 수 있다면, 내가 보는 삶과 사람은 얼마나 다각도로 굴절되고 분산되어져 있을까. 그런 굴곡들에 눈을 피하지 않는 것, 눈앞의 존재를 “정성껏” 바라보고 오래 “생각해 보고 그리워”(「세상을 사랑하는 법」)하는 일이 두 작가가 이야기하는 ‘함께’의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

나태주

시인
1945년충남서천에서출생하여공주사범학교를졸업하고1964년부터초등학교교사로발령받아43년동안교단에있었으며2007년장기초등학교교장으로정년퇴임하였다.1971년서울신문신춘문예시당선으로시인이되었고,1973년첫시집『대숲아래서』를출간한이래창작시집49권을비롯하여산문집,동화집,시화집,시선집등총160여권의문학서적을출간한바있다.
그동안충남문인협회장,충남시인협회장,공주문화원장,한국시인협회장등을역임했으며2014년공주시의도움으로‘나태주풀꽃문학관’을설립하여운영하고있으며풀꽃문학상,풀꽃동시상,해외풀꽃문학상등을제정·시상하고있다.그동안받은상으로는흙의문학상,박용래문학상,편운문학상,공초문학상,정지용문학상,소월시문학상,김달진문학상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Ⅰ.그길위에서
한사람건너/선물/화엄/다시천년을넘어-백제금동대향로/노래/봄의사람/먼길/눈물찬讚/기도/눈위에쓴다/풀꽃1/오직너는/첫눈/풀꽃2/사는법/작별/안부/꿈/떠나와서

Ⅱ.우리는서툴게손을잡았고
안개/어리석음/목걸이/대숲아래서/돌아가는길/세상을사랑하는법/생명/거울/귀소/집/외딴집/고향/동백/어쩌다이렇게/꽃/가인을생각함/멀리서빈다

Ⅲ.그냥천천히가고있었다
어린벗에게/기쁨/나무/행복/구름/오늘의꽃/아름다움/시/부탁/섬/사랑에게1/감사/돌/사랑에게4/내가없다/지지않는꽃/시2/사랑에게/뒷모습/문득

Ⅳ.나여기잘있어요
잊지말아라/마음의거울/별/묘비명/비원/촉/잠들기전기도/삼거리/붓꽃/눈사람/여행/마스크/시를위한기도/이가을엔/능소화지다/하늘이별/달개비꽃/카톡문자

출판사 서평

“그림과글씨로표현된시는단박에전달이되지요.
그러니까시가옷을입는격이고날개를다는격입니다.”
색칠된시어들이지닌저마다의온기
그림이된시,촉각으로감각하는시

사소하고일상적인풍경인데도새삼생경하게느껴지는순간들이있다.“아침에세수하다가거울을볼때”내얼굴이문득다른사람의얼굴처럼느껴질때가그렇다.꼭“늙은아버지”(「거울」)같다고생각하는화자의발화로우리는세숫대야를물끄러미내려다보는사람을상상할수있다.누군가의뒷모습이느닷없이생경하게느껴지는때도그렇다.하루에도몇번씩보는타인의뒤통수인데도그것이어쩐지“자기의눈으로는결코확인”할수없는,“타인에게로만열린또하나의표정”(「뒷모습」)으로느껴지는순간이다.아무도없는골목길에눈사람이밤새혼자서있는것이괜스레신경이쓰였던것도그런순간이다.눈사람에게저도모르게“밤을새워누군가기다리셨군요”((「눈사람」)하고말을걸어보는시인처럼말이다.
이처럼『함께가자먼길』에는그동안시인이일상에서발견해온낯설고생소한순간들,마음을뒤흔들었던시의인기척들이기록되어있다.다같은삶처럼보이지만그안의풍경들은저마다조금씩다르고조금씩특별하다.우리가사람을이해하거나시를독해할때‘추측’과‘오해’를거듭하는것도이때문이아닐까싶다.우리서로가조금씩다르고조금씩특별하니까.타인에대해내놓는어떤대답도오답일수밖에없다.하지만나와타인의간격을메꾸는것이저수많은오답들이라면,오답들을징검다리삼아‘너’에게로건너갈수있다면어떨까.계속해서질문하고상상하는일.눈위로사랑의고백을적는시인이그렇다.눈위에쓴글씨를볼수있는건‘나’뿐이지만‘네‘가딛고있는땅에내마음이닿을거란기대.그래서시인은“쉽게지구라는아름다운별떠나지못”(「눈위에쓴글씨」)하겠다고말한다.정답과오답이난무하는세상이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너를사랑하는나의마음을증명하는곳이바로이지구일테니까.

아무리찾아도나는없다.찾다가찾다가지쳐서돌아오는길.강변으로뻗은좁은길로자전거타고가는자그만몸집의한남자노인을보았다.낡은초록색자전거였다.어딘지가고있었다.목적지가있거나볼일이있는것도아닌성싶었다.그냥천천히가고있었다.노형,지금어디를가시는거요?얼굴을들어이쪽을보는데그게바로나였다.아,저기내가있었구나.나는세상어디에도없고그렇게거기있었다.
-「내가없다」중에서

색칠된시어들은저마다온기를지니고있는듯하다.그림에손을갖다대면색깔이묻어날것같다.만지면세숫대야에비친내얼굴에파동이생길것같고,누군가의등을손으로건드려볼수있을것같다.눈사람의몸통에손바닥을대고있으면어쩐지눈사람과눈을맞추고있는듯한느낌도든다.눈으로보거나귀로듣는것이아닌,피부로시를감각하는순간이다.대체로누구나오랫동안축적된경험과기억으로얼음을만지면차갑다는걸알지만,막상얼음을손에쥐면깜짝놀라기마련이다.온신경이몸의한구석으로집중하는순간이기때문이다.흔하고일상적인것이더라도촉각은그것을무색하게만든다.금세감각이무뎌져도오래지않아다시금살아나우리의일상을생경하게만든다.시인은“문득종이를만져본”다.종이의꺼끌꺼끌한느낌이오늘따라낯설게느껴진다.“아이가문득보고싶었다”(「문득」)고시인은고백한다.바쁘게돌아가는일상에서‘문득’떠오르는누군가의얼굴,손,그림자.감각이잠든기억을깨우고둔한마음을흔든다.오른쪽페이지에그려진누군가의얼굴과기도하는손등을만져본다.종이를더듬고있지만꼭무언가가손가락에닿는듯한기분이다.“어째서결국‘함께’인걸까?”물음에관하여끊임없이고민해온흔적들이시화집『함께가자먼길』곳곳에남겨져있다.함께,라고발음하면윗입술과아랫입술은맞물린다.두팔을그러모아상대를포근히감싸안는느낌처럼.함께걸어갈이번여정에서우리는어떤풍경을발견하게될까사뭇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