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하고,화단도가꾸고,말썽도피우느라바쁘지만
하루를꼼꼼히살고,촘촘히‘시’로남긴아이들
아이들과선생님은시를쓰는시간을‘시똥누기시간’이라불렀습니다.그렇게아이들이1년동안누었던시똥이한권의책이되어나왔습니다.시를쓰는시간을정해두었지만,아이들은쉬는시간에도집에서도시를썼습니다.아주사소한사건도시로남길생각을하면굉장히특별한일이되곤했지요.그렇게아이들은시를쓰며시와삶을좋아하게되었습니다.
시는참멋져.
몇문장으로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미소짓게해.
-김형빈〈시〉-
1년동안아이들은화단도가꾸었습니다.아이들은봉숭아,맨드라미,분꽃,샐비어를심고,무,배추,감자,생강,수세미,호박도심었습니다.커다란고무통엔벼도심었고요.아이들은분꽃이피면귀걸이를만들어차고,샐비어꽃이피면꿀을빨아먹었습니다.호박을따면호박전을,배추를뽑으면배추전을,참깨를털면참깨를볶고,생강을뽑으면생강차를끓였습니다.낫으로벼를베고홀태로훑어직접손으로껍질을까며현미와백미에대해서도공부했지요.화단을가꾸는일도아이들에게는좋은시의소재가되었습니다.
오늘홀태를썼는데
홀태로벼를터는데
벼가
우
두
두
두
두
두
두
떨어진다.
벼를모으니까힘들었고
지금이조선인지
2023년인지모르겠다.
-백송현〈홀태〉-
아이들은시를쓰고,화단을가꾸며나와가족,친구관계와세상을가만가만들여다보았습니다.아이들은시에아무래도자기가다큰것같다고의젓한모습을자랑하다가도치과에서눈물이찔끔나왔던기억을쓰며어린이같다고말하기도합니다.그러다가솔직하게‘나도나를모르겠다’고하기도합니다.
의외로나는나를모르는것같다.
왜모르는지모르겠다.
-김형빈〈의외로〉-
아이들은1년동안시를통해세상을보고,직접일구고,가꾼세상을시로표현했습니다.아이들이발견한세계를아이들이주운‘시똥’을통해만나보세요.분명함께시똥을누고싶어질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