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쉼없이뒤를돌아다보며한참을멈춰서있다가
갈길을잃어허우적대며살았다.
나는서른살이넘어결혼했고,학교라는곳에직장도잡았다.
나의서른살은인생에새로운시작의깃발을도처에꽂았다.
학창시절에는그림을그리느라친구가별로없었고
친구들사이에서나는언제나홀로다니던
아주까다롭고이상한아이였다고
훗날친구들이나에게이야기해줘서알았다.
중학교시절에나는도서관의책,특히철학책에빠졌고,
공상소설을써서작가처럼굴었다.
아주어렸을때부터엄마가늘하시던말씀
“네가호기심이너무많아이곳저곳온동네를쑤시고휘젓고다니니
엄마가네뒤처리를하느라너무힘들다.
그러니동네미술학원에다니는게어떻겠니?”
나는초등학교에들어가기전부터미술학원에다녔다.
물론미술학원에서도말썽을부려여러번쫓겨났고,
그럴때마다엄마가사정하여다시미술학원에다닐수있었다.
그림그리기에재능이있어서그림을가르친것이아니라
말썽쟁이였던나를남들보다잘할수있도록만들어준엄마다.
서른살까지는내가하고싶은것을다하면서재미나게살았다.
세상에무서운것,두려운것이없다는방자한태도로젊은날을보냈다.
결혼후에는학교에근무하면서나는너무나많이달라졌다.
별로도덕적이지못했던내가반듯한틀안에나를넣어가며살았다.
때로는답답하고질식할것같아삶의초점이흐려지기도했지만
그럴때마다내등을찍어내리는것과같은큰사건들이생겼다.
부모님들과의영원한이별과아이의탄생과병치레로
나의서른살부터마흔살중반까지너무나힘들게보내야만했다.
내가잘살아내고있다고끝까지응원해주던가족과
내제자들그리고지인들덕분에지금까지도잘살고있다.
이제나이칠십세가되니인생을십년간격으로잘라살던
내가너무잘살아내려고애쓴흔적이곳곳에묻어있다.
그동안그림을그리고매주목요일마다나의삶을응원하려고
일기처럼써온글들을모아봤다.
누군가에게내이야기를두서없이하는것처럼글을쓰다보니
그글들이나에게위안이되었고,휴식이되었다.
그런글들을모아책으로엮어볼생각을하지못했는데
어느날김윤태대표님의권유가충격을줬다.
“유선생님칠십세를그냥보내지마시고
그동안의그림과글을모아서책으로만들어보셔요.”
삶을들추어보듯,오래된일기장과앨범속의그림과글을
다시읽어보니지난날의기억들이고스란히되살아난다.
세상에내놓기에많이부족한나의그림과이야기들이지만
그동안잘살아냈다고토닥토닥자신을칭찬하는의미로
부끄럽지만책으로묶어보려고한다.
제자들에게는불꽃같은열정을아낌없이몰아줬고
후배교사들이나의친구가돼주었고
많은제자들과후배와지인들이나의두터운울타리가되어
지금까지나를지켜주고있다.
일하던아내,엄마인나에게늘잘한다고응원해주는
남편과아들,딸에게도감사하다.
내가잘살아내게도와준모든이들에게감사하고고맙다.
그리고세상을일찍버리신아버지와엄마,남동생에게
나의부족한마음을담아낸책을보여드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