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속 식물

시경 속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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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경》을 읽지 않으면
세상 만물에 영성이 있음을 어찌 알겠는가?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시경》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텍스트이며 중국 예술성의 시초이자 어린 시절이다.”
이렇게 말할 때 내 친구인 그 여자의 눈은 반짝였고 얼굴에 순수한 아름다움에 푹 빠진 평온함이 담겨 있었다.
내 친구가 이렇게 말한 것은 문학을 중심으로, 중국 문명의 고향이라는 감흥을 느낀 것일 터다. 일본의 한학자인 오카 겐포(岡元鳳, 1737~1787)는 《모시품물도고(毛詩品物圖考)》에서 “사람의 감정이 사물을 움직이고, 사물이 움직이면 마음이 움직인다(夫情緣物動, 物感情遷)”고 썼다. 이처럼 《시경》의 아름다움을 읽는 것은 만물의 흥성함을 느끼고 요정의 노랫소리가 마음속에서 뛰어 도는 것과 같다.
내가 처음 《시경 속 식물》을 쓰게 된 것은 ‘사물이 움직이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경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이유였다. 다만 여러 가지 인연과 우연이 겹쳐 《시경》에 가까워진 방법 중 하나였다.
.....
중국의 현대 문학은 말과 글을 일치시키자는 ‘백화문 운동’에서 시작된다.
중국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과 세계가 변화하는 리듬을 느끼는 방식, 양쪽 모두에서 운문의 껍질을 뚫어내고 내용에서나 형식에서나 좀 더 자유롭고 삶에 밀착된 언어를 구사하고자 했다. 경제의 세계화가 사람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심대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글쓰기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미학적 감수성, 사회적 사고, 도덕적 비판, 그리고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발현되는 모순의 심연을 드러내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의 풍요로움을 기르고, 동시에 내면의 예민한 호기심을 점차 싹틔운다. 학교를 졸업하고 복잡한 사회에 발을 들이면 다차원의 입체적인 삶이 새로운 감각과 시야를 일깨운다. 일상생활이든 직장생활이든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에는 통째로 삼켰으나 체계화하지 못한 서양철학, 서양 예술, 세계문학의 각종 고전을 읽게 된다. 그러나 서양의 사변적 논리와 동양의 직관적 감수성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점과 모순점이 존재한다. 효모가 촉매 작용을 하듯 읽으면 읽을수록 양자의 간극은 점점 격렬해진다. 의혹이 점점 늘어나자 오히려 생각과 상상을 촉발하는 충동을 글로 쓰는 데는 동력이 되었다. 나는 글쓰기를 고집할수록 글쓰기가 삶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저자

한위성

저자:한위성(韓育生)
작가.필명은일석(一石)이다.간쑤성(甘肅省)친안(秦安)사람이다.어려서부터산과들의꽃과나무에관심이많았다.자라면서선전(深),베이징(北京)등지에서유학하며책의세계에침잠했다.고전시가에서생동하는만물의힘을느꼈고,자연을주유하며그속에서식물의생명력을깊이받아들였다.저서로『미인은시같고초목은비단같아라(美人如詩草木如織)』,『향초미인지(香草美人志)』,『서북초목기(西北草木記)』,『아이들을위한신기한식물원(給孩子的神奇植物園)』,『아이들을위한신기한동물원(給孩子的神奇動物園)』,『따고또따는도꼬마리(采采卷耳)』,『자연의괘종시계(大自然的時鍾)』등이있다.

그림:남곡소련(南小蓮)
본명은가오창(高?)이다.자오팅런(趙亭人)선생과자광젠(賈廣健)선생을사사하였으며현재중국민간문예가협회산하서화예술교류위원회부비서장,산서성(山西省)미술가협회이사,린펀시(臨汾市)미술가협회부주석,광둥동방예술화원(廣東東方藝術?院)부원장,산서당대화조화연구원(山西當代花鳥??究院)부원장,런민대학(人民大學)산하화원공작실(?院工作室)지도교수,중국국가화원(中國國家?院)산하자광젠공작실(賈廣健工作室)소속화가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몰색몰골초본화(沒色沒骨草本?卉)』,『몰색몰골목본화(沒色沒骨木本?卉)』,『주화청운(朱華?韻)』,『따고또따는도꼬마리(采采卷耳)』,『시경식물지(詩經植物志)』,『송사식물지(宋詞植物志)』등이있다.

목차

주남(周南)

01마름─수생환경의기준점이되는식물
02칡─야생마
03도꼬마리─감정과연관된물건
04복숭아나무─방긋웃다
05질경이─즐거운마음으로속세를살다
06목형─우연히마주친길목

소남(召南)

07고사리─입에넣고씹으니밝은유리와같다
08자라풀─시냇가의소녀
09팥배나무─공정하고자애롭게
10매실나무─불처럼뜨거운사랑
11백모─바람에날리는깃털같은

패풍(?風)

12측백나무─큰나무에바람이부니사람이간데없다
13멧대추나무─어머니께드리는글
14박─시속의이야기
15씀바귀와냉이─슬픔과기쁨이함께우는것처럼

용풍(?風)

16남가새─어두운밤에덜덜떨며
17새삼─흡착과기생을읽어내는기술
18오동나무─침울함과가벼움사이
19보리와밀─중국문화의천성

위풍(衛風)

20뽕나무─고향을그리워하는그릇
21대나무─단단한것이부드럽게변할때
22박주가리─조화와장엄
23원추리─사랑을전해주는우체부
24모과나무─언제까지나좋게지내길

왕풍(王風)

25기장─슬픔의용광로
26갯버들혹은부들─실처럼끊어지지않는
27익모초─여성의덕을구하다
28새머루─산과들에널려있는야포도(野葡萄)
29쑥─정(情)은어디에서오는가
30자두나무─행복한풍년

정풍(鄭風)

31청단나무─신비한빛깔에담그다
32무궁화─여성과동행하다
33연꽃─부용의색만보고연밥의마음은보지않네
34밤나무─사랑의열매,아름다운열매
35꼭두서니─아주오래된붉은색의어머니
36패란과초작약─봄강물과꽃으로보여주는애정

제풍(齊風)

37강아지풀─희롱당한황량함

위풍(魏風)

38산모─새콤한야생시금치

당풍(唐風)

39시무나무와느릅나무─고향에보내는편지
40산초─다자다복(多子多福)하다는믿음의오류
41벼─슬픈외침이남긴여운의바탕색
42오렴매─시간이갈라놓지못하는깊은사랑

진풍(秦風)

43갈대─거울에비친꽃과물에비친달의걸작
44상수리나무─비천하기도하고광활하기도하다

진풍(陳風)

45청양나무─별하늘아래의데이트
46새완두와자운영─이상한일과불길한징조

회풍(檜風)

47키위─슬픔의절창

조풍(曹風)

48개암나무─이어받은숲에내려앉는새
49시초─강신술사의도구

출판사 서평

《시경》을읽지않으면
세상만물에영성이있음을어찌알겠는가?

내친구가이런말을했다.
“《시경》은중국에서가장아름다운텍스트이며중국예술성의시초이자어린시절이다.”
이렇게말할때내친구인그여자의눈은반짝였고얼굴에순수한아름다움에푹빠진평온함이담겨있었다.
내친구가이렇게말한것은문학을중심으로,중국문명의고향이라는감흥을느낀것일터다.일본의한학자인오카겐포(岡元鳳,1737~1787)는《모시품물도고(毛詩品物圖考)》에서“사람의감정이사물을움직이고,사물이움직이면마음이움직인다(夫情緣物動,物感情遷)”고썼다.이처럼《시경》의아름다움을읽는것은만물의흥성함을느끼고요정의노랫소리가마음속에서뛰어도는것과같다.
내가처음《시경속식물》을쓰게된것은‘사물이움직이면마음이움직인다’는경지에는크게미치지못하는이유였다.다만여러가지인연과우연이겹쳐《시경》에가까워진방법중하나였다.
.....
중국의현대문학은말과글을일치시키자는‘백화문운동’에서시작된다.
중국사람들이사고하는방식과세계가변화하는리듬을느끼는방식,양쪽모두에서운문의껍질을뚫어내고내용에서나형식에서나좀더자유롭고삶에밀착된언어를구사하고자했다.경제의세계화가사람들의생활에미치는영향은점점심대해지고있다.이럴때일수록글쓰기가추구해야할방향은미학적감수성,사회적사고,도덕적비판,그리고인간의마음깊은곳에서발현되는모순의심연을드러내는것이다.독서는정신의풍요로움을기르고,동시에내면의예민한호기심을점차싹틔운다.학교를졸업하고복잡한사회에발을들이면다차원의입체적인삶이새로운감각과시야를일깨운다.일상생활이든직장생활이든어렵고힘들지만결국에는통째로삼켰으나체계화하지못한서양철학,서양예술,세계문학의각종고전을읽게된다.그러나서양의사변적논리와동양의직관적감수성사이에는명확한차이점과모순점이존재한다.효모가촉매작용을하듯읽으면읽을수록양자의간극은점점격렬해진다.의혹이점점늘어나자오히려생각과상상을촉발하는충동을글로쓰는데는동력이되었다.나는글쓰기를고집할수록글쓰기가삶으로변해간다는사실을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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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학의고택인《시경》에능동적으로개입하지못한다면중국문명이한사람의심미관을어떻게촉발시키고지성의쾌락을안겨주는지도알지못했을터다.다행히내친구중한사람이식물속에숨어있는이야기를읽어내는것을좋아했는데,내가마침《시경》을만나게되어서글쓰기의과정이더불어즐거움을나누는과정이될수있었다.친구들과함께여러생각들을교류하고토론하고수다떨며이책에대한시각이형성되었다.그래서《시경속식물》을쓰는과정은매우즐거웠다.옛말에“미인과부딪히면다치지만미인과동행하면그사람을가지는것과같다”고했다.《시경속식물》을쓰는과정이이와같다.
내가《시경》을읽고《시경》과식물세계가서로공명하여생겨난영혼의맥동을느낀것은《시경》의아름다움과식물세계의신비한찬란함때문이아니라그저약간의기쁨을위해서였다.이것은사람을사랑하는것과다를바없다.내가그녀를사랑하는것은그사람이아름답고부자이며재능이출중하기때문이아니다.그저함께있으면즐겁고마음이편안해지며내삶이함께할때더가치있기때문에사랑하는것이다.마음속에이처럼좋아하는마음이가득할때는눈앞의그사람은더이상독립적인개인이아니라무궁무진한매력을지닌하나의세계가된다.세계가당신을향해열려있을때,사람들은평생을걸고그세계를탐구하지않던가?오래지속되는사랑은바로이렇게생겨나는것이다.
......
조용한시골과식물의세계는긴밀하게연계되었다.글을쓰다가지치면마을의산등성이를걸었다.시원한바람을쐬다보면주나라나춘추전국시대의삶이이랬을까하는생각이들었다.마침내고향인시베이(西北)의톈수이(天水)는고대의진(秦)나라땅이다.《시경》에등장하는열다섯나라의노래중에서‘진풍(秦風)’에속하는작품의분위기에푹젖은바로그땅이다.마른풀이바람에흩날리고,쑥,비봉(飛蓬),냉이,버드나무,뽕나무,백양나무,작약,산앵두,복숭아나무,측백나무등이런《시경》속에서보던식물을고향땅에서고스란히만날수있었다.나는그식물들과같이한걸음한걸음시성(詩性)과물성(物性)의대화를이어갔다.
《시경》을읽을때나는마치하나의세포가되어중국문명의면면히이어지는맥박을원동력삼아줄기줄기파란만장한핏줄을따라흘러가는것같았다.《시경》속의여러구절은오늘날우리가일상적으로사용하는속담이나고사성어로변했다.《시경》의언어가지닌생명력은이미중국인의혈류를타고흐르는것이다.이처럼영원히마르지않는생명력은중국인에게자신감과자존감을얻게하고,문화적자신감은서구의작품을읽을때자신의모체가되는문화를거울삼아대조할때더욱많은것을느끼게한다.서구문명의숲속을걸어다닐때에도마음속에모체가되는중국문화의등불이앞을비춰준다면길을잃지않을것이다.
《시경》에등장한식물을인지하게되면서나는저도모르게중국문명이생성된장소를상상하게되었다.마음속에애정과원망이,얼굴에는찡그림과미소가떠올랐다.산바람을들이마시고내쉬며비바람에흩날렸다떨어지면서,그런곳들은3천년의시간차가있지만우리선조의마음이흘러온길을따라서시속에담긴고향의땅과산천에남아있다.이런친밀한인식외에도더욱두텁고희미하지만신비로운감응을느낄때가있다.바로이런익숙함이마음속에피어나는애정을더욱진실하게만든다.
《시경속식물》은처음에중국의고전과자연환경,그리고나자신의정신적성장에관한수필집이었다.몇년이지나개정판을내게되면서《시경》을읽어온나의여정은자연에대한더깊은인식과식물의생태에대한관심,《시경》의풍부함과《시경》속여러유명한대상물(식물에국한되지않는)의세계에대한이해등으로나날이더깊어지는뿌리와무성해지는잎처럼다양한내용이끊임없이충만해지는경험을했다.《시경》과식물관련문헌을읽으며오랫동안축적된지식을깊이읽을수록내가그동안《시경》을읽어온시야가얼마나좁은지,《시경》을이해해온방식이얼마나부족한지더욱깨닫게된다.물고기가바다로헤엄쳐가면더많은가능성이열리듯,비록구체적인깨달음은모두다르겠지만고전을읽는과정은알지못하던것을이해하게되는과정이라는사실만큼은누구나비슷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