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과 역사학자 (비동시성의 동시성)

역사관과 역사학자 (비동시성의 동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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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역사학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군부독재가 기승을 떨치던 암울한 시절, 「역사란 무엇인가」는 판매가 금지된 불온서적이었다. 그래도 386 운동권 세대, 요즘은 ‘586’으로 불리는 그 시절의 대학생들은 “역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이 담긴 이 책을 밤을 새우며 읽었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 1892-1982)가 1961년에 행한 강연들을 묶어 펴낸 이 책의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역사는 진보한다”라는 신념이다. 1980년대 신군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자라난 586의 가슴속에 아무리 독재의 어둠이 짙어도 역사는 반드시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진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자라는 데 이 책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제 ‘진보’라는 개념도 더 이상 좌파의 전유물이 되지 않는 탈근대 상황이 벌어졌다. “역사는 진보한다” 외에도 “역사는 과학이다”라는 근대 지상주의(至上主義) 명제를 담고 있는 「역사란 무엇인가」는 탈근대 역사서술의 집중적인 공격 목표가 되었다. 그 선봉에 선 김기봉은 역사가가 시도하는 ‘과거와의 대화’는 어디까지나 역사가의 상상력을 매개로 하기에 과학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그는 카가 역사서술의 문학적 특성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586 운동권 세대의 필독서였던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세상은 움직인다’’이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지키려 하지만, 젊은이들은 항상 ‘세상을 움직이고 싶은’ 열망을 품는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성전(聖典)처럼 읽었던 586 운동권들이 기성 권력화한 오늘, 민족이나 민중 같은 거대담론에 매몰되지 않은 실용주의 · 합리주의 가치관을 체득한 20대 MZ 세대의 눈에 586 운동권들은 넘어서야 할 장벽으로 비친다.
다원화된 시민사회를 사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학자의 주관적 해석이 아니다. 역사가의 존재 이유는 사실 중심의 객관적 역사서술을 함으로써 시민 스스로 다양한 역사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시대의 역사인 당대사(contemporaryhistory)는 오늘 우리를 있게 한 토대이자, 미래의 진로를 비추는 등대다. 우리가 누리는 물적 풍요와 다원적 시민사회는 그들의 피와 땀이 씨앗이 되어 거둔 결실이다. 그들의 삶의 발자취가 담긴 근현대사를 모르고 미래 시대의 앞길을 열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책의 목적은 현재진행형인 역사가들의 충돌하는 역사관의 요체를 황사영백서(黃嗣永席書, 1801), 동학농민봉기(1894~1895), 대한제국(1897~1910), 현행 검인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서술에 보이는 문제점, 그리고 근현대 문명전환의 주체를 둘러싼 논쟁 등을 살펴봄으로써 역사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나름의 관견(管見)을 제시해보려는 데 있다.
저자

허동현

고려대학교문학박사
현경희대학교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경희대학교한국현대사연구원원장

저서
『일본이진실로강하더냐』(당대,1999)
『건국·외교·민주의선구자장면』(분도출판사,1999)
『근대한·일관계사연구』(국학자료원,2000)

공저
『우리역사최전선』(푸른역사,2003)
『열강의소용돌이에서살아남기』(푸른역사,2005)
『길들이기와편가르기를넘어』(푸른역사,2009)
『인문학콘서트3』(이숲,2011)
『21세기에다시보는해방후사』(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2012)
『윤보선과1950년대한국정치』(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2021)

역서
『유길준논소선』(일조각,1987)

편저
『조사시찰단관계자료집』(국학자료원,2000)
『장면,시대를기록하다』(샘터,2014)
『장면,수첩에세상을담다1(1948-1949)』(경인문화사,2016)
『장면,수첩에세상을담다2(1949-1951)』(경인문화사,2019)

목차

머리말

I.「황사영백서」,개인과전체무엇이더소중한가치인가?
1머리말
2황사영은누구인가?
3백서의내용은무엇인가?
4역사가들은백서를어떻게보았나?
1)전통적역적관에입각한백서관
2)식민주의사관에입각한백서관
3)민족·민중주의사관의백서관
4)천주교역사가들의백서관
5)개신교역사가들의백서관
6)북한과서구학계의백서관
5황사영과백서에대한관견(管見)

II.1894년동학농민봉기를어떻게기억해야하나?
1머리말
2동학농민봉기의발발과전개
1)동학의탄생과포교
2)제1차동학농민군의봉기
3)제2차동학농민군의봉기
3민족·민중주의사관등장이전역사가들은동학농민봉기를어떻게보았나?
1)동시대인의봉기관
2)일제식민지시대의봉기관
3)해방이후의봉기관
4민족·민중주의적동학농민봉기해석의공적기억화
5통설에대한반론
6관견(管見):민족·민증주의사관에입각한역사해석의문제점

III.대한제국은국민국가인가?
1머리말
2비교사·국제사의시야에서조망한한세기전실패의역사
1)동아시아국제질서의판을바꾼서세동점
2)조선왕조,국민국가로의진화에실패하다
3대한제국에대한역사가들의인식
1)동시대인의대한제국인식
2)1970년대이전역사가들의대한제국인식
3)1970년대에서현재에이르는역사가들의대한제국인식
4반론과관견(管見):대한제국의역사적성격어떻게보아야하나
1)왜다시황제인가?
2)고종의눈에비친러시아:침략자인가,독립의옹호자인가?
3)대한제국은“민국이념”에기반을둔자주적제국이었나?
4)개혁모델로서의러시아
5)그들이꿈꾼것은국민국가였는가?

IV.고등학교한국사교과서에보이는현대사서술의문제점은무엇인가?
1머리말
2수정주의사관에입각한한국현대사서술의문제점
1)제1차세계대전전후미국과소련의대외정책에대한서술에보이는편파성
2)제2차세계대전전후적색(赤色)전체주의에대한비판의결여
3)제2차세계대전이후미소양국의중국과일본정책관련서술에보이는편파성
4)광복전후미국과소련의한반도정책관련서술에보이는편향성
3통일지상주의사관에입각한한국현대사인식의문제점
1)독립운동방법론평가에보이는편파성
2)북한과남한의지도자와정부에대한긍부(肯否)가대조되는평가
4무엇이문제인가?
5현대사교과서어떻게써야하나

V.근현대문명전환의주제를둘러싼논쟁을어떻게볼것인가?
1머리말
2해방후문명전환의주체로민족을호명한민족주의사관
1)식민주의사관탈피못한해방직후신(新)민족주의사관
2)내재적발전론과민족주의를결합한「한국사신론」
31980년대말민중을문명전환의주체로호명한민족·민중주의역사학
1)“광무개혁”논쟁에서대두한민족·민중주의사관
2)사회민주주의체제의수립여부로바뀐문명의기준
4문명관의충돌:“비동시성의동시성”
1)거대담론민족과민중을해체한탈민족·탈근대역사학
2)문명전환의주체로제왕(帝王)을소환한근왕주의역사관
3)신우파경제성장주의역사관의역사수정주의
5관견(管見):기억의내전(civilwar)을넘어서기위한제언
1)기억의내전:“비동시성의동시성”
2)역사기억을둘러싼내전의원인
3)충돌하는역사기억을넘어서기위한제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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