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별들 (레 민 퀘 단편선집)

머나먼 별들 (레 민 퀘 단편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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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레 민 퀘(본명 :레 티 민 퀘)는 단편소설을 주로 쓰는 문인으로 베트남 현대 문학사적으로는 1945년 이후 약 30년간 베트남 문학을 지배했던 혁명문학시기부터 1986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도이머이(쇄신刷新)문학에 걸쳐 살아남은 유일한 베트남 여성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소재와 변화무쌍한 인물들, 살아있는 대중적인 언어 사용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와 함께 계속 글을 발표하고 있다.
1969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창작 초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초까지 레 민 퀘는 자전적인 성격이 많이 묻어나는 남녀 청년 돌격대, 전쟁터의 젊은 병사, 자신을 던져 전쟁에 자원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이 책의 「머나먼 별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레 민 퀘 초기 작품 속 인물들은 활기차고, 삶을 사랑하며, 천진난만한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 전쟁을 떠올릴 때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베트남 민중들의 무거운 사명감보다는 치열한 전쟁터라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으로 생활하는 개개인들을 볼 수 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머나먼 별들」이 베트남 중학과정 문학교과서에 소개가 되고 수많은 외국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머나먼 별들」은 레 민 퀘가 19세에 쓴 첫 단편으로 이 작품으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쟁 속에서도 낭만을 찾았던 시대에 일상의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 시기의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긴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화의 시대를 맞이해 겉으로는 일상에 묻혀 있는 듯 했지만 실은 수많은 슬픔과 기쁨, 걱정으로 복잡했다. 30년이나 이어졌던 전쟁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베트남 사람들은 급속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또 다른 ‘전투’를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레 민 퀘와 같은 세대가 모든 것을 던져 얻고자 했던 평화로운 삶은 너무나 쉽게 생각하지 못 했던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에 대한 회의가 밀려들었다. 「시멘트 마을」이나 「홀로 길을 건너다」에서 그런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여성작가로 레 민 퀘는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통해 여성 인물들의 우울한 감정에 대해 쓴 여러 작품이 있다. 이 책에도 「정말 늦은 어느 오후」, 「계절 끝에 내린 비」, 「증기 기관차」에서 감성적이면서 애정에 목말라 하고, 일상의 평범함에 지쳐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아름다운 추억을 아깝게 삼키며 또 하루를 참아내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계절 끝에 내린 비」의 주인공 미는 마치 나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아 번역을 하는 내내 공감을 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었다.
어떤 작품이든 레 민 퀘는 베트남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소소한 일상에서 묻힌 듯 담담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놀이」에서는 작가의 진화된 실험정신을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베트남 현대사에 대한 노골적인 평가와 민간신앙인 모신교(母神敎 Đạo Mẫu)적인 색채를 덧입혀 이야기를 풀었기 때문에 모신교에서 사용되는 거울, 립스틱, 화려한 의상 등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런 장치의 등장이 생뚱맞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러 곳 있을 것이다. 나는 베트남에 있으면서 여성신을 모시는 모신교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이 독특한 민간신앙은 짙은 화장, 화려한 여성의 복장을 한 무당이 거울 앞에서 일종의 굿을 하면서 접신을 하고 어머니신은 주로 재복을 내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놀이」에서는 썸이 배 위에서 태어날 때 도왔던 점잖은 아주머니가 무당의 역할을 한다. 이런 작가의 변신 부분에 대해서는 레 민 퀘의 작품 연구를 지도하는 베트남 전문가조차 미신이나 심령적인 것을 그녀의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작가는 나의 모신교 성격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 맞다는 확인을 해 주었다. 앞으로 베트남 문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좀 더 이 작품의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레 민 퀘의 단편은 대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냉정하게 사회상을 보여주고 끝마무리가 잘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결말로 독자에게 여러 방향으로 연상을 할 수 있는 여운을 준다. 「양 끝」이나 「하늘 중턱」은 민족분단과 이념의 대립 등 베트남과 유사한 현대사를 거쳐 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교적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저자

레민퀘

(LêMinhKhuê)
1948년베트남타인화출생.
1965년청년돌격대로전쟁에참가(16세),이후≪선봉≫(띠엔퐁,TiềPhong)지종군기자,1975년베트남중부다낭시에서통일을맞이함.베트남전쟁에서가장치열했던전투
현장을두루목격함.
1968년부터글을쓰기시작해서1970년첫단편집을출판함.
1973년부터1975년까지해방라디오기자.
1979년부터2005년까지베트남문인협회출판사편집원.
10권의단편소설집을출판함.
다수의작품이미국,스웨덴,이탈리아,독일등의언어로번역되어출판됨.
2008년제1회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수상.

목차

작가의말한국의독자들에게/레민퀘
간행사구미중심적세계문학에서지구적세계문학으로

머나먼별들
정말늦은어느오후
계절끝에내린비
양끝
하늘중턱
시멘트마을
놀이
증기기관차
홀로길을건너다
강줄기

역자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