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독서

기자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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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에 실린 글은 독후감들이다. 그 책과 저자, 주제가 나의 내면에 일으킨 화학작용을 조용히 관찰하면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독후감에는 단지 책의 줄거리만 추려 정리해서는 안 되고, 글을 읽은 결과 내 안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글을 읽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내용도 써야 한다고 했다.
저자

허진석

서울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대학원에서이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주요저서로『농구코트의젊은영웅들』(1994),『타이프라이터의죽음으로부터불법적인섹스까지』(1994),『농구코트의젊은영웅들2』(1996),『길거리농구핸드북』(1997),『X-레이필름속의어둠』(2001),『스포츠공화국의탄생』(2010),『스포츠보도의이론과실제』(2011),『그렇다,우리는호모루덴스다』(2012),『미디어를요리하라』(2012·공저),『아메리칸바스켓볼』(2013),『우리아버지시대의마이클조던,득점기계신동파』(2014),『놀이인간』(2015),『휴먼피치』(2016),『맘보김인건』(2017)등이있다.

목차

1부소설
김문수소설집『비일본계(非日本界)』
데니스루헤인의『무너진세상에서』
마르코스의『군터의겨울』
민음사의세계문학전집350권돌파를지켜보면서
박성원소설집『고백』
에리히캐스트너『하늘을나는교실』
오르한파묵,『내마음의낯섦』
오스카와일드,『오스카리아나』
새번역,나쓰메소세키의『와가하이와네코데아루』
최일남의새소설집『국화밑에서』
토마스만의『로테,바이마르에오다』
헤더W.페티,『Mr.홈즈Miss모리아티』
페터한트케,『보덴호수말타고건넌기사』

2부시
김광규,『안개의나라』
이시영,『시읽기의즐거움』
김승일시집『프로메테우스』
배수연첫시집『조이와의키스』
성선경시집『까마중이머루알처럼까맣게익어갈때』
연필로베껴쓴조태일시집『국토』그리고창비시선
창비시선400기념시선집,『우리는다시만나고있다』

3부역사·철학
케이트에번스,『레드로자』
메리비어드,『로마는왜위대해졌는가』
이재석,『박정희,독도를덮다』
『비잔티움제국최후의날』과『부의도시베네치아』
이광수,『인도에서온허왕후,그만들어진신화』
조영남,『덩샤오핑시대의중국』시리즈
『중세의죽음』
고유경,『독일사깊이읽기-독일민족기억의장소를찾아서』

4부문화·교양
수잔스튜어트,『갈망에대하여』
윤준호,『고물과보물』
김화성의『전라도천년』
다카하시데쓰오,『미스터리의사회학』
월터딘마이어스의『더그레이티스트』
최순우,『무량수전배흘림기둥에기대서서』
스티븐제이굴드,『판다의엄지』
박정원,『신이된인간들』
고나희의『여행의취향』
스노우캣의『옹동스』
김태훈의『우리가사랑한빵집성심당』
손광수의『음유시인밥딜런』
틱낫한스님,『너는이미기적이다』
이영미,『한국대중예술사,신파성으로읽다』

5부시인·작가
독일시인미하엘오거스틴
아르헨티나시인에스테반무어
소설가정찬주
제2영역시집『SF-Consensus(SF-교감)』출간한박제천
첫작품집『급소』펴낸소설가김덕희
칠레시인세르히오바디야카스티요
고김강태가상인터뷰계간『시작』2013년가을호

6부독서
『계간파란』2016년가을호‘들뢰즈’
채상우시인이이끄는『무크파란』창간호의문학실험
박숙자,『살아남지못한자들의책읽기』
강진,백승권의『손바닥자서전특강』
정은경,『밖으로부터의고백』

출판사 서평

머리말
이책에실린글은독후감들이다.나는초등학교와중학교에다닐때국어선생님들에게책을읽으면반드시독후감을써야한다고배웠다.독후감에는단지책의줄거리만추려정리해서는안되고,글을읽은결과내안에서무엇이달라졌는지,글을읽는동안무슨생각을했는지,그래서이제부터어떻게할것인지같은내용도써야한다고했다.나는어릴때배운기억을오래간직하는편이고,한번배우면좀처럼바꾸지않는다.자전거를탈때는반드시자전거의왼쪽에서왼발로페달을밟고오른쪽다리를들어올려안장에오른다.책도몸에밴순서대로읽어나간다.책은존중받아야하고,지은이도존중받아야한다.책은가장아름다운대화상대다.사랑스런숙녀와대화하면서그의눈길을피할리가있는가.그가하는말을절대흘려들을수없다.그러므로책을읽다주변의소란에한순간이라도정신을빼앗겼다면반드시그부분을다시읽는다.그리고노트북이나수첩,일기장같은데에때로는길게때로는짧게독후감을쓴다.독후감은책이주인공이되기도하고글쓴이가주인공이되기도하며책이하는이야기가주제가되기도한다.그리하여그책과저자,주제가나의내면에일으킨화학작용을조용히관찰하면서,마음이이끄는대로정리해나가는것이다.
이책에실린글은공통점이있다.나는서울시중구초동아시아미디어타워10층에있는내사무실에매주도착하는,여러출판사에서보낸신간안내용책들을읽고아시아경제지면이나온라인공간에서평또는독서칼럼을쓰고있다.그중에2015년봄부터2018년봄까지쓴글을이책에모았다.미디어종사자의책읽기는─이러한일반화가부당하다면나의책읽기는─특정분야전문가나마니아의독서와다르다.문화부기자들은매주쏟아져나오는새책들을마감시간에쫓겨가며빠르게읽는다.책의제목과내용,출판가와서점가의흐름,지적호기심의유행정도를파악하고그사실에유념하면서때로는뉴스로,때로는서평이나책소개형식의다소긴산문으로독자에게소개한다.기자들이남다른책읽기를한다지만방법은저마다다를수있다.그러나새책의본질을파악하고글쓴이가의도한방향과논의방법은저마다다를수있다.그러나새책의본질을파악하고글쓴이가의도한방향과논의의진행양상,주제어를찾아내기위해노력한다는점은흡사할것이다.이방식에는독서를즐기는보통사람들이참고해도좋을점이적지않다.특히능률이라는면에서그러하다.요점파악,인용대상문구의수집,비교대상의추출등은독후감은물론이고보고서나제안서에도두루활용될수있을만큼효과적인독서요령이라고할수있다.
나는언젠가조용히책을읽어나가다나의경험을독자와공유하고싶다는생각을잠시했다.누구나그렇지는않겠지만나에게는내가가장중요한존재여서책이누리는사회적평판같은것에는관심이없다.책을쓴저자가아무리유명하고존경을받아도나와는크게관계가없는과거나현재의생명체일뿐이다.나에게는책을만나는반가움과읽기로결심하는순간의결단,읽어나가는동안의희열과인내,행간을짚어나가며내안에서때로는격렬하게때로는은근하게근본을바꿔나가는정신과정서의화학작용,이러한경험들이훨씬,아니유일하게중요하며양보할수없는고유의생명활동이된다.솔직히말해나는재미삼아책을읽는편이다.책의주장과지은이가전달하려는새정보에어지간해서는설득되지않는다.내가새지식과통찰을발견하고경험하는장소는책밖에,그러니까나의현실속에있다.
독서를간접체험이라고하지만그렇게간단하게설명하기어렵다.독서는체험을돌이키기도하고체험자체이기도하며낯선초대이기도한다.나는아주오랜시간동안행간속에빠져들어상념에잠기곤한다.이런일은한눈을팔거나다른생각을하는일반적인독서의실종과거리가멀다.예를들어『리스본행야간열차』같은소설을읽을때,이소설은수많은복화술로점철되어있다.나는독자로서특별한경험을한다.그러한경험은지은이의글쓰기라는창조의레일에서벗어나는일임에틀림없다.그래서일탈이나탈선을떠오르게하지만사실은훨씬더구체적이고적극적인독서행위라고보아야옳다.수묵화의배접을분리하거나그사이에스며들어혹시남았을지모를풀기를손가락끝에찍어보는물리적실험,여러번덧그린유화의표면에뢴트겐을조사하여깊은곳에파묻힌처녀의청동열쇠를찾아내는일에비유할수있을까.특히번역소설을읽을때이러한경험은생생하다.나는인상적인작품을읽은다음에는가능한한원래언어로출판한책을구입해다시읽기를원한다.물론다국어를익히지못했기때문에이러한일은만용에가깝다.그러나라틴계의언어라면한두페이지쯤도전해보지못할이유도없다.그래서나의독서에는사전이많이동원된다.모국어로쓴글을읽을때도사전은곁에두어야한다.나의독서는어디까지나개인의경험일뿐이다.내가밥벌이를하기위해책을읽고신문에글을쓸때도이사실에는변함이없다.
그렇다면독백과도같은책읽기경험담이독자에게무슨의미가있느냐고?사무적인설명은이미앞서했으니반복하지않겠다.다만생각해보기를권한다.멋진여행을하고온사람은가까운사람들에게허겁지겁보고듣고맛본이야기를늘어놓지않던가?잘알지못하는사람을만나서로말문을틀때도경험의고백은도움이된다."낙안읍성에가보셨나요?아아직안가보셨구나.기회되면꼭가보세요.후회하지않으실겁니다.저는2012년에처음가봤는데요…"때로공통의경험을교환하는자리라면더욱원만한대화가오고갈것이다."아,거기를가셨군요.아아~거기는웬만해서는들르지않는곳인데선생님도저만큼이나호기심이많으신가봐요.어떠셨어요?저는아주반했습니다만….”그렇다.나는나의독자와그렇게시간을함께보내는상상을한다.내가책과지은이의세계를여행하는동안가본곳에대해,거기에어떻게갔는지,무얼타고언제어떻게가서뭘했는지주절거리면서.그러는동안혹시라도독자가내여행의경험과기술중에베낄것이있으면베끼고외울것이있으면외우는것이다.표절을하든훔쳐가든뭐,상관없다.내생명에는지장이없다.
내가쓴책이세상을만나는데산파가필요했다.변함없는호의로써내가쓰는글을받아주시는이대현,최종숙대표께감사드린다.이태곤편집이사와안혜진디자이너,문선희과장등글누림가족여러분의응원과격려는한자한자적어나가는순간마다힘이되었다.나는오래머무른세검정을떠나인왕산아래서실을열고첫봄을지내며원고를다듬었다.겹겹이쌓인인연과은공을새기며깊이고개숙인다.

2018년봄
萬學書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