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 8

문학교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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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일은 ‘여전히’ 행복한 노릇이다. ‘여전히’를 강조함은 오래전 기억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석사과정 다니면서 학교 신문에 연극평을 투고하여 실린 적이 있었다. 뭐 대단한 글은 아니었지만, 원고료까지 받게 되니 기분이 썩 좋았던 게다. 그 후로 러시아 단편소설과 논문을 번역하여, 글이 활자로 만들어져 책으로 나왔을 때 참 기뻤더랬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런 재미로 사나보다, 생각했던 아스라한 옛날이야기.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10월 3일 동서 도이칠란트가 재통일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를 번역했던 때는 또 어떤가?! 야경꾼으로 베를린의 밤을 지키면서 독수리 타법으로 ‘286 컴퓨터’ 도움을 받으며 한 줄 한 줄 끙끙대며 주인공 파벨 코르차긴의 놀라운 이야기를 옮겼던 시절. 거의 6개월 동안 하루 18시간 강행군해가며 장편소설 번역을 마치고 난 뒤의 개운함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유쾌하고 마음 따뜻하게 자리한 출간의 추억은 2005년 『문학교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가 세상과 만난 일이다. 당시 경북대 인문대학 부학장 노릇을 하고 있던 터였는데, 출간을 축하하려고 〈오마이뉴스〉 기자가 학교를 찾아왔다. 2003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영화평을 투고했던 터라, 그동안 모은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 『문학교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 첫 권이었다. 그것이 이번 책으로 여덟 번째 출간을 맞게 되었다.
나도 그랬지만 주변에서도 뭐, 곧 그만두겠지 생각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의 근기(根氣)가 의외로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2-3년을 주기로 『문학교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를 출간하였으니 말이다. 필시 누가 강제로 시킨 일이라면 분명히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서 오랜 세월 용케 버텨온 것이 아닌가 한다. 2,500년 전 공자가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논어』, 「옹야편」)라 하지 않았던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좋아했던가, 궁금해진다. 영화인가,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인가?! 영화는 2차원 평면에 구현하는 3차원의 세계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적용되어 영화의 시공간을 확장할 것인지 궁금하지만 아직은 그런 형편이다. 기술과 자본이 예술과 결합하여 신기원을 이룩한 최고의 종합예술 영화. 수많은 관객이 극장이 아니라, 영화관에 몰리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연극과 오페라, 발레는 극장에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다!)
일찍부터 문학과 연극에 경도된 나에게 영화는 다소 늦게, 그것도 뜨뜻미지근하게 다가온 예술 양식이다. 본격적으로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벽두의 일이다, 20년 남짓 세월이 흐른 셈이다. 그전에 나를 사로잡은 몇 편의 영화가 물론 있다. 〈아마데우스〉, 〈플래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동사서독〉, 〈비포 더 레인〉, 〈데드 맨 워킹〉 같은 영화를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21세기 들어서 나는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났다.
대구의 문화단체 ‘예술마당 솔’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영화 보기 모임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부터다. 상당히 진지하고 깊이 있게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버릇은 그때 길러진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논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반드시 제시해야 할 핵심적인 논점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대개는 영화를 논하기 전에 장문의 글을 써서 모임방 홈페이지에 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우리의 영화 보기 모임은 ‘예술마당 솔’과 이런저런 이유로 작별을 고한다. 그러다가 2007년에 ‘가락 스튜디오’ 극장장이 영화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을 해왔기로 흔쾌하게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나도 2019년 옹근 한 해를 전남대 교환교수로 다녀왔기에 모임에 소홀한 면도 많았다. 그러다가 불거진 코로나19 사태. 그 때문에 ‘가락’에서 영화를 보는 모임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던 차에 대구 문화방송국(엠비시)에서 시사와 인문학을 겸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해보면 어떻겠는가, 하는 제안을 해왔다. ‘시사와 인문학이 있는 저녁’이라는 의미를 가진 ‘시인의 저녁’ 프로그램이 2020년 10월 5일 출범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에 걸쳐 매일 45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시인의 저녁’. 그 첫날인 월요일 인문학 시간에 어김없이 영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다시 부지런하게 영화를 찾아서 살펴보기 시작한 게다.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자리매김한 코로나19 덕분에 영화관 가는 일이 즐거워진 것이 비단 나만의 일인지 알고 싶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예의 없는 행동으로 빈정 상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요즘 영화관에는 관객이 뜸하다. 자연히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언감생심 천만번 반가운 일이다. 어느 때는 세 시간을 혼자서 영화관 전체를 독점하는 일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코로나19의 선물 아니고 무엇이랴!
그나저나 이제는 코로나19와 작별할 때도 되었다. 반면에 역병(疫病)의 창궐로 인해 다채로운 영화를 보게 되었음은 또 다른 축복이다. 영화 제작사나 수입사 그리고 단역 배우들의 심각한 재정난은 실로 유감이지만, 영화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전염병 덕분에 아주 다양한 영화를 보게 되어 흐뭇한 마음이다. 어쩌면 내 인생에 다시 오지 못할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영화도 많이 보고, 영화평도 쓰게 되는 이중의 즐거움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 셈이다.
앞으로 남은 욕심이 있다면, 『문학교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 연작을 10권까지 출간하는 일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기왕 착수한 일을 10권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2000년부터 적어도 25년 가까운 세월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에 관한 글들이 10권으로 묶이게 되리라. 그것은 최소한 20년 정도의 영화 관련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기록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영화에 담긴 매 시기의 독특한 색깔과 의미와 향기는 더욱 뜻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어떤 영화를 보면서 견뎠을까, 하는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작동하는 영화와 영화평. 이제 그 여덟 번째 서책 출간에 즈음하여 독자 제현의 관심과 질책을 기대한다. 언제나 퇴고를 마치면 다가오는 일말의 아쉬움과 부담감은 어쩔 도리 없는 천석고황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과 평안함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저자

김규종

고려대학교문학박사(러시아문학)
경북대학교교수(1992.3~현재)
대경민교협집행위원장(2004.6~2006.6)
경북대학교인문대학부학장(2005.3~2006.2)
민예총대구지부영화연구소장(2007.3~현재)
경북대학교전교교수회부의장(2008.3~2010.2)
민교협공동의장겸대경민교협의장(2012.6~2014.6)
경북대학교인문대학장(2012.9~2014.8)
복현콜로키움좌장(2015.3~2017.2)
전남대교환교수(2019.3~2020.2)
대구문화방송라디오〈시인의저녁〉진행자(2020.10~)

ㆍ저서:『노자의눈에비친공자』,『대학생으로살아남기』,『기생충이없었다면섹스도없었다』,『문학교수,영화속으로들어가다1,2,3,4,5,6,7』,『극작가체호프의희곡을어떻게읽을것인가』,『소련초기보드빌연구』,『파안재에서』,『비가오는데개미는왜우산을안쓸까』,『유라시아횡단인문학』(이상저서),『역동적인대한민국을찾아서』,『우리시대의레미제라블읽기』(이상공저)
ㆍ역서:『강철은어떻게단련되었는가』,『광장의왕』,『마야코프스키희곡전집』,『체호프희곡전집』,『귀여운여인』
ㆍ관심영역:인문학의확대와보급,민주사회건설과부의공평한분배,가족주의를극복하고모두가행복한공동체만들기,나와우주의합일과자유로운공존을위한내적인성찰

목차

세종,천출과국가의근본을세우다! 15
천문:하늘에묻는다

10.26의실체를찾아서 25
남산의부장들

여자들은왜도망치는가 35
도망친여자

철부지선생,야크가되다 47
교실안의야크

그녀들은왜총을잡아야했는가 59
태양의소녀들

우리가알던프랑스가이런나라야?! 69
글로리아를위하여

영화〈버든〉,미국의현주소를묻다! 79
버든:세상을바꾸는힘

당신은왜,누군가를기다리는가?! 89
누군가어디에서나를기다리면좋겠다

어쩌란말인가,이지독한사랑을! 99
운디네

스릴러와로맨스의경계를넘다 108
운디네

제남편은전문납관사입니다 117
굿바이

21세기한국기자에게기자정신을묻다 127
미스터존스

핀란드의뭉크를아십니까?! 137
헬렌:내영혼의자화상

사랑,거부할수없는그끌림에관하여 147
중경삼림

사토코는정말스파이의아내였나?! 159
스파이의아내

경극으로그려낸인간군상과중국현대사 171
패왕별희

길에서길로길을떠돌다 183
노마드랜드

진아는끝내혼자살것인가 193
혼자사는사람들

조각그림으로인생을찾다 205
인트로덕션

얼굴없는학살자,포터를찾아서! 215
화이트온화이트BlancoenBla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