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책에 실린 글은 농구 이야기다. 주제는 사람과 경기다. 농구는 나에게 깊이 사색할 기회를 주는 운동이다. 농구 경기를 지켜보는 매 순간, 코트의 구석구석에 나의 시선이 머무르며 사람과 현상을 기억하고 재생산한다. ‘인생의 비의를 숨겼다.’는 식으로 허풍을 치지는 않겠다. 다만 나는 자주 깊은 생각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현실을 망각하기도 한다. 림의 어딘가에, 플로어 어느 구석인가에 깃들였을 이 특별한 운동의 정령이 삶의 반영으로서 냉정한 눈빛으로 나를 들여다본다. 저물어가던 브레슬라우의 가을, 묵직한 낙엽이 갱지에 꾹꾹 눌러 쓰는 느낌표처럼 떨어져 내리던 초록색 코트에서 내가 느낀 그것. 농구는 내 인생의 여러 국면에서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것은 여전히 신비의 영역이며, 나를 매혹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니 이 책은 농구를 향한 사랑의 고백이 아니지만, 거울의 저편 어딘가에 웅크린 본능과 같이 나의 운명을 설명하고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나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재학 중에 등단하여 시인이 됐지만 첫 책은 『농구코트의 젊은 영웅들』이었다. 농구와의 인연을 길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30년 세월을 신문에 농구 기사를 쓰면서 살았다. 늘 농구를 생각했다. 남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고 점점 내 생각의 부피가 늘었다. 그러다 기자직을 놓고 연구자의 길에 들어서면서 농구장도 농구인도 농구 경기도 점점 멀어졌다. 언제나 농구가 먼저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팀도 딱히 없다. 그 팀이 아니면 안 되는, 그런 팀은 없다. 농구를 프로야구보다 더 좋아하지만, 어떤 팀도 LG트윈스만큼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런 내가 2021년 들어서 농구 경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의 막바지 몇 경기와 포스트 시즌 경기를 아주 진지하게 관전했다. 기록까지 해가며. 나에게는 농구 경기를 기록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은 2021년 9월 이전에 내가 주로 여자농구를 관찰하며 자맥질한 몽상의 늪, 그 관찰기다. 삼성생명과 KB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도쿄올림픽 농구, 남자프로농구 이야기를 썼다. 맨 뒤에는 내가 젊은 기자였고 허재가 아직 20대일 때 인터뷰한 기록을 정리해 부록으로 실었다. 독자는 몇몇 뛰어난 선수와 코치의 이름을 발견할 것이다. 그들에 대한 생각이 나와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2만 명이 모인 체육관에서 농구 경기를 보아도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고독할 수밖에 없다. 괴테가 베네치아에서 사무치게 느낀, 군중 속에서의 고독을 누구나 체험할 것이다. 그 고독 속에서 인간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철학적 인식 같은 것들이 고갱이를 이룬다. 나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쓸 때 독자와의 교감이나 누군가의 공감 또는 동의 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정표와 같은 역할과 거리가 멀다. 모두가 그렇듯 자신의 길을 외롭게 걸은 자취이다.
책은 가을에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내 겨울을 맞으리라.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선명하게 남는다. 필름에 맺은 상처럼 이미지들이 또렷하다. 내 감정의 표면 위에 석필처럼 깊이 새긴 메시지들이다. 그것들은 아야소피아 2층, 대리석 난간에 새긴 처연하고도 덧없는 사랑의 맹세와도 같다. 한때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많은 일들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장소들이 오늘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어떤 것들은 미라처럼 구슬프다. 나는 윤후명의 소설 「누란의 사랑」을 떠올린다. “그 사랑은 끝났다. 그리고 누란에서 옛 여자 미라가 발견된 것은 다시 얼마가 지나서였다. 그 미라를 덮고 있는 붉은 비단 조각에는 ‘천세불변(千世不變)’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었다. 언제까지나 변치 말자는 그 글자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래, 가슴이 아프다. 그 사랑은 끝난 것이다. 이렇게 아픈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자리를 잡았는가.
나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재학 중에 등단하여 시인이 됐지만 첫 책은 『농구코트의 젊은 영웅들』이었다. 농구와의 인연을 길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30년 세월을 신문에 농구 기사를 쓰면서 살았다. 늘 농구를 생각했다. 남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고 점점 내 생각의 부피가 늘었다. 그러다 기자직을 놓고 연구자의 길에 들어서면서 농구장도 농구인도 농구 경기도 점점 멀어졌다. 언제나 농구가 먼저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팀도 딱히 없다. 그 팀이 아니면 안 되는, 그런 팀은 없다. 농구를 프로야구보다 더 좋아하지만, 어떤 팀도 LG트윈스만큼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런 내가 2021년 들어서 농구 경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의 막바지 몇 경기와 포스트 시즌 경기를 아주 진지하게 관전했다. 기록까지 해가며. 나에게는 농구 경기를 기록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은 2021년 9월 이전에 내가 주로 여자농구를 관찰하며 자맥질한 몽상의 늪, 그 관찰기다. 삼성생명과 KB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도쿄올림픽 농구, 남자프로농구 이야기를 썼다. 맨 뒤에는 내가 젊은 기자였고 허재가 아직 20대일 때 인터뷰한 기록을 정리해 부록으로 실었다. 독자는 몇몇 뛰어난 선수와 코치의 이름을 발견할 것이다. 그들에 대한 생각이 나와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2만 명이 모인 체육관에서 농구 경기를 보아도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고독할 수밖에 없다. 괴테가 베네치아에서 사무치게 느낀, 군중 속에서의 고독을 누구나 체험할 것이다. 그 고독 속에서 인간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철학적 인식 같은 것들이 고갱이를 이룬다. 나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쓸 때 독자와의 교감이나 누군가의 공감 또는 동의 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정표와 같은 역할과 거리가 멀다. 모두가 그렇듯 자신의 길을 외롭게 걸은 자취이다.
책은 가을에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내 겨울을 맞으리라.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선명하게 남는다. 필름에 맺은 상처럼 이미지들이 또렷하다. 내 감정의 표면 위에 석필처럼 깊이 새긴 메시지들이다. 그것들은 아야소피아 2층, 대리석 난간에 새긴 처연하고도 덧없는 사랑의 맹세와도 같다. 한때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많은 일들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장소들이 오늘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어떤 것들은 미라처럼 구슬프다. 나는 윤후명의 소설 「누란의 사랑」을 떠올린다. “그 사랑은 끝났다. 그리고 누란에서 옛 여자 미라가 발견된 것은 다시 얼마가 지나서였다. 그 미라를 덮고 있는 붉은 비단 조각에는 ‘천세불변(千世不變)’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었다. 언제까지나 변치 말자는 그 글자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래, 가슴이 아프다. 그 사랑은 끝난 것이다. 이렇게 아픈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자리를 잡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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