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지나 온 삶에 대한 정직한 대면, 정민영 산문집.
바람에 실려 어디에선가 날아온 나뭇잎 하나가 온몸으로 창문을 두드리다가 결국 땅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만다. 창가에 서서, 지나 온 삶이 어쩌면 그 마른 잎과 닮았다고 느낄 때면 숱한 기억의 조각들이 파닥이며 몰려와 유리창 밖으로 부서져 내리곤 한다. 홀로 창밖을 바라보며 아득한 옛일을 끄집어내어 아쉽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곤 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되었음은 속절없이 떠나가는 세월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돌아보면 갈팡질팡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운 좋게도 내 곁에는 항상 고마운 이웃들의 따뜻한 배려와 도움이 있었다. 유리창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혼잣말이라도 하고 싶을 때면 늘 미안함이 앞선다.
미안합니다. 눈발처럼 흩날리며 다가와 나의 유리창에 부서지는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내 나름으로는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날들도 단지 그때의 사소한 개인적 일이었을 뿐 결국에는 이웃들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린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 더욱이 사제의 인연으로 내 곁에서 젊음을 불사르며 미래를 준비해 온 젊은이들에게 참된 사도의 전범이 되지 못했음에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기억들과 아득히 먼 옛 시절의 이웃들을 가만히 불러내어 귀 기울이면 어디선가 산울림처럼 화답해 오는 소리들이 조금씩 들려오는 듯하다. 이럴 때면 땅바닥의 낙엽에서 아지랑이처럼 다시 피어오르는 영원의 빛이 내 가슴속에 다시금 따뜻한 사랑의 불꽃을 지피곤 한다. 창가에서의 회상과 반성과 나지막한 탄식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 가는 내 나름의 소중한 정신적 가치이자 정서적 아름다움이다. 누군가와 한없이 고운 마음을 함께 나누면서 그와 내가 혹시 바람결에 묻어 두었을지도 모르는 아픔과 상처를 서로 다독이며 미소 짓고 싶다.
창밖의 풀밭에 떨어진 나뭇잎에는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참고 견디며 격랑의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달려온 치열한 삶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 낙엽은 뿌리로 다시 돌아가 새싹을 또 틔워 낼 것이다. 그 역정의 소중한 가치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는 심정으로, 몇 해 동안 책상 서랍 속에 방치해 두었던 원고 뭉치를 꺼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컴퓨터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아무렇게나 저장되어 있는 문서들까지도 읽어 가며 정리했다.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깝기도 하고 내 삶에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기도 해서 추억의 글들을 깁고 더하여 출판하기로 마음먹었다. 일관성이 없고 딱딱한 글들의 조합이기에 다시 살펴볼수록 더욱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의 창가에 매일 아침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1부 ‘도라지꽃’은 고향의 어린 시절을 비롯하여 저자 주변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제2부 ‘정겨운 우리말’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로서 주로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진 대화와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제3부 ‘들꽃 핀 언덕에서’는 저자가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기고문 위주의 이야기들과 대학신문에 발표했던 글들의 일부를 모아 놓은 것이다.
미안합니다. 눈발처럼 흩날리며 다가와 나의 유리창에 부서지는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내 나름으로는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날들도 단지 그때의 사소한 개인적 일이었을 뿐 결국에는 이웃들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린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 더욱이 사제의 인연으로 내 곁에서 젊음을 불사르며 미래를 준비해 온 젊은이들에게 참된 사도의 전범이 되지 못했음에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기억들과 아득히 먼 옛 시절의 이웃들을 가만히 불러내어 귀 기울이면 어디선가 산울림처럼 화답해 오는 소리들이 조금씩 들려오는 듯하다. 이럴 때면 땅바닥의 낙엽에서 아지랑이처럼 다시 피어오르는 영원의 빛이 내 가슴속에 다시금 따뜻한 사랑의 불꽃을 지피곤 한다. 창가에서의 회상과 반성과 나지막한 탄식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 가는 내 나름의 소중한 정신적 가치이자 정서적 아름다움이다. 누군가와 한없이 고운 마음을 함께 나누면서 그와 내가 혹시 바람결에 묻어 두었을지도 모르는 아픔과 상처를 서로 다독이며 미소 짓고 싶다.
창밖의 풀밭에 떨어진 나뭇잎에는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참고 견디며 격랑의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달려온 치열한 삶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 낙엽은 뿌리로 다시 돌아가 새싹을 또 틔워 낼 것이다. 그 역정의 소중한 가치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는 심정으로, 몇 해 동안 책상 서랍 속에 방치해 두었던 원고 뭉치를 꺼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컴퓨터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아무렇게나 저장되어 있는 문서들까지도 읽어 가며 정리했다.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깝기도 하고 내 삶에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기도 해서 추억의 글들을 깁고 더하여 출판하기로 마음먹었다. 일관성이 없고 딱딱한 글들의 조합이기에 다시 살펴볼수록 더욱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의 창가에 매일 아침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1부 ‘도라지꽃’은 고향의 어린 시절을 비롯하여 저자 주변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제2부 ‘정겨운 우리말’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로서 주로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진 대화와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제3부 ‘들꽃 핀 언덕에서’는 저자가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기고문 위주의 이야기들과 대학신문에 발표했던 글들의 일부를 모아 놓은 것이다.
도라지꽃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