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도라지꽃

$15.00
Description
지나 온 삶에 대한 정직한 대면, 정민영 산문집.
바람에 실려 어디에선가 날아온 나뭇잎 하나가 온몸으로 창문을 두드리다가 결국 땅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만다. 창가에 서서, 지나 온 삶이 어쩌면 그 마른 잎과 닮았다고 느낄 때면 숱한 기억의 조각들이 파닥이며 몰려와 유리창 밖으로 부서져 내리곤 한다. 홀로 창밖을 바라보며 아득한 옛일을 끄집어내어 아쉽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곤 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되었음은 속절없이 떠나가는 세월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돌아보면 갈팡질팡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운 좋게도 내 곁에는 항상 고마운 이웃들의 따뜻한 배려와 도움이 있었다. 유리창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혼잣말이라도 하고 싶을 때면 늘 미안함이 앞선다.

미안합니다. 눈발처럼 흩날리며 다가와 나의 유리창에 부서지는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내 나름으로는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날들도 단지 그때의 사소한 개인적 일이었을 뿐 결국에는 이웃들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린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 더욱이 사제의 인연으로 내 곁에서 젊음을 불사르며 미래를 준비해 온 젊은이들에게 참된 사도의 전범이 되지 못했음에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기억들과 아득히 먼 옛 시절의 이웃들을 가만히 불러내어 귀 기울이면 어디선가 산울림처럼 화답해 오는 소리들이 조금씩 들려오는 듯하다. 이럴 때면 땅바닥의 낙엽에서 아지랑이처럼 다시 피어오르는 영원의 빛이 내 가슴속에 다시금 따뜻한 사랑의 불꽃을 지피곤 한다. 창가에서의 회상과 반성과 나지막한 탄식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 가는 내 나름의 소중한 정신적 가치이자 정서적 아름다움이다. 누군가와 한없이 고운 마음을 함께 나누면서 그와 내가 혹시 바람결에 묻어 두었을지도 모르는 아픔과 상처를 서로 다독이며 미소 짓고 싶다.
창밖의 풀밭에 떨어진 나뭇잎에는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참고 견디며 격랑의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달려온 치열한 삶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 낙엽은 뿌리로 다시 돌아가 새싹을 또 틔워 낼 것이다. 그 역정의 소중한 가치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는 심정으로, 몇 해 동안 책상 서랍 속에 방치해 두었던 원고 뭉치를 꺼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컴퓨터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아무렇게나 저장되어 있는 문서들까지도 읽어 가며 정리했다.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깝기도 하고 내 삶에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기도 해서 추억의 글들을 깁고 더하여 출판하기로 마음먹었다. 일관성이 없고 딱딱한 글들의 조합이기에 다시 살펴볼수록 더욱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의 창가에 매일 아침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1부 ‘도라지꽃’은 고향의 어린 시절을 비롯하여 저자 주변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제2부 ‘정겨운 우리말’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로서 주로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진 대화와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제3부 ‘들꽃 핀 언덕에서’는 저자가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기고문 위주의 이야기들과 대학신문에 발표했던 글들의 일부를 모아 놓은 것이다.
저자

정민영

(鄭旼泳)

충북음성출생
청주중/청주고/충북대졸(문학박사)
미국오리건(Oregon)대학교방문교수역임
호서문화연구소장역임
직지문화산업연구소장역임
한국중원언어학회회장역임
동양일보논설위원역임
전서원대학교한국어문학과교수
현재서원대학교명예교수

〈논저〉
「국어한자어의단어형성연구」
「주해유당공행장」
「현대인의언어예절」外

목차


제1부도라지꽃

다니골청룡고개
학교가던길
방까실선영
증조부행장을주해하며
아,어머니
도라지꽃
아내의냉장고
걱정도팔자
산기슭에솔이를묻고
다시듣는그노래
세느강변을거닐다가
툇마루에서
까치내의추억
무심천의옛추억
어암(漁岩)의농막
소중한인연
추억의앨턴베이커공원
알래스카가는길
귀향길

제2부정겨운우리말

국어사랑의길
한글의우수성
오염되어가는고유어
정겨운우리말
새해의인사말
당신과자네
구름양과분자량
막걸리이야기
모르쇠이야기
엉터리와괴발개발
새내기를기다리며
주체높임법
축제한마당

제3부들꽃핀언덕에서

꽃다운이름이여
무심어부(無心漁夫)의청정자비(淸淨慈悲)
가족의소중함
이동전화와의사소통
천재(天災)와인재(人災)
숲은생명의근원
교원수급정책유감
수난의교수시대
영어공교육다시생각하자
새천년을맞이하여
소통에대하여
작은사랑의실천
소설임꺽정
고드미마을을지나며
고뇌를통하여환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