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시도 연구 (조선후기 이상도시의 시각화)

태평성시도 연구 (조선후기 이상도시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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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태평성시도〉 연구』

조선후기 지배층이 지향한 이상도시를 묘사한 걸작 〈태평성시도〉에 대한 심층 연구서인 『〈태평성시도〉 연구』가 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에 부임한 이래 30년 동안 학예연구직으로 봉직하면서, 한국 회화사 연구자로서 작품의 제작 과정 및 기능, 수용 양상을 중심으로 작품의 실증적 연구에 매진하여 왔습니다. 저자와 이 책의 연구 대상인 〈태평성시도〉의 인연은 초임 학예사 시절인 2000년 후반 수장고에서 시작되었으며, 2002년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풍속화전” 전시를 계기로 이 작품에 〈태평성시도〉라는 제목을 부여한 장본인이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간행된 『〈태평성시도〉 연구』는 2002년 전시회 도록에 게재된 해설을 필두로 시작된 저자의 해당 작품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오랜 기간 작품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다양한 시각과 차원에서 연구 작업을 축적해 온 최종 완성본이라 하겠습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동원고고미술연구소가 기획한 동원학술총서 6권으로 발간되었는데, 동원고고미술연구소는 동원 이홍근 선생의 유지에 따라 매년 국립중앙박물관 출신 연구사의 전공별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간해 오고 있습니다. 동원학술총서는 한국미술사연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서 시리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태평성시도〉라는 8폭 병풍에 그려진 그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서입니다. 저자는 이 작품을 주제로 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태평성시도〉 병풍 연구』 논문으로 2004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20년 동안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하여 해당 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과 분석을 지속하여 마침내 이 저작을 완성했습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연구의 배경과 취지 및 이 책의 내용 전개를 소략한 서론 격인 1장과 결론인 7장을 비롯해서, 본문에서는 이 작품의 연원, 등장인물과 동물의 표현, 이 작품이 가지는 회화사적 특징, 제작 의도 등을 5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습니다.
1장 서론은 〈태평성시도〉가 세상에 소개된 과정과 ‘태평성시도’로 명명된 일화를 비롯한 이 책이 저술되기까지 선행되었던 논리적, 시기적 전개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 책의 논리적 전개에 대한 사전적 설명을 제시합니다.
2장 〈태평성시도의 연원〉에서는 2013년 이왕가박물관이 구입하여 ‘풍속화’라는 제목으로 등록된, 정확한 작자와 연대조차 불명한 이 작품이 제작된 시대적, 미술사적 배경을 탐구하는 장입니다. 조선과 중국에서 ‘성시도’라는 개념의 그림들이 그려지게 된 과정을 이전에 존재했던 여러 양식의 그림들을 열거하여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제작되었던 〈?명상하도〉의 성격과 〈태평성시도〉의 유사성이 부각됩니다.
3장 ‘인물과 동물의 표현’에서는 〈태평성시도〉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총 2,234명이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서 성별, 직업, 행위, 그려진 배경 및 상황, 복식 등이 상세하게 분석되어 이 그림의 제작 연대나 제작 목적 등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소개됩니다. 등장 동물들로서는 말, 나귀, 소, 돼지, 염소, 닭, 병아리, 개, 고양이와 같은 친숙한 동물들 이외에도 낙타, 코끼리, 매, 닭, 사슴, 호랑이와 같이 희귀한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동물들의 사례는 〈태평성시도〉의 작가들이 중국, 일본과의 해외 교류에 식견이 있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4장 ‘사물과 건물의 표현’은 교통수단 및 생활용구가 표현된 양식과 건물에 등장하는 건물들의 배치나 구성, 표현 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소개됩니다. 바퀴 달린 수레가 많이 등장하며, 중국의 첨단 문물이 다수 소개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5장 ‘회화사적 특징’은 〈태평성시도〉의 회화사적 특징 및 위상에 대한 고찰입니다. 병풍의 장황 형태 및 화면 구석, 공간 표현법을 살피고, 제작연대가 알려진 관련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편년을 시도하고, 제작자들을 추측하여 비정하고 있습니다.
6장 ‘제작의도’에서는 지배세력의 이상향을 표현한 〈태평성시도〉가 가지는 정치문화적 성격에 대한 설명입니다. 격상된 가상 공간을 조성하여, 상업화, 도시화를 추구하는 조선후기 지배층의 의도가 반영되었으며, 수용자인 통치자에게 이 그림이 가지는 감계적 기능과 간접경험 매체의 성격을 부각했습니다.
7장 ‘결론’은 〈태평성시도〉가 산수감상적, 기록적, 지도적 성격의 종래의 성시도를 넘어선 인간의 일상적 삶과 이상적 희망이 혼재된 ‘새로운’ 성시도임을 주장하며, 이 책의 서술 내용을 종합적으로 요약합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박물관 학예사이자 미술사 연구자인 저자가 20여 년간 연구해 온 성과를 집대성한 완성작입니다. 1개 작품에 대한 연구가 이 정도의 밀도와 시간으로 진행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총 430여 매의 도판과 도면 및 6 쪽 사이즈로 제공되는 전체 도판은 저자가 이 그림에 대해 얼마나 세밀하고 정교하게 분석하고 연구해 왔는지를 방증해 줍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미술사 전공 연구자들을 위한 학술연구서로 발간되었지만, 그 내용의 다채로움과 흥미로운 사례 소개는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하는 일반 시민들도 〈태평성시도〉를 관람하면서 그 감상화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좋은 교양서이기도 합니다.
저자

이수미

李秀美

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희룡회화의연구”(1991)로석사학위,“국립중앙박물관소장〈태평성시도〉병풍연구”(2004)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5년에국립중앙박물관미술부학예연구사로시작하여국립중앙박물관교육과장,미술부장,국립광주박물관장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실장을역임하고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관으로있다.미국하버드대학교엔칭연구소의객원연구원,영국브리티시박물관의객원큐레이터,한국미술사교육학회와한국미술사학회의이사를지냈다.
한국회화사전공자로서작품의실증적연구에주력하면서작품의제작과정및기능과수용양상에관심을가지고있다.『왕의초상,경기전과태조이성계』(2005),『조선시대초상화초본』(2007),『145년만의귀환,외규장각의궤』(2011),『미술속도시,도시속미술』(2016),『우리강산을그리다,화가의시선,조선시대실경산수화』(2019)등의전시를기획했으며,『조선시대초상화』1~3을편집했다.논문으로는「경기전태조어진의조형적특징과봉안의의미」(2006),「〈세한도〉에내재된조형의식과장황구성의변화」(2007),「조선후기초상화초본의유형과그표현기법」(2010),「16세기실경산수화이해의확장:〈경포대도〉,〈총석정도〉를중심으로」(2019)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


제Ⅰ장 서론

제Ⅱ장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의연원
1.조선시대성시도의전통
2.중국〈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후대본의수용

제Ⅲ장 인물과동물의표현
1.인물의표현
2.동물의표현

제Ⅳ장 사물및건물의표현
1.교통수단및생활용구의표현
2.건물의표현

제Ⅴ장 회화사적특징
1.장황형태와화면구성
2.원근법과음영법
3.제작시기와작가

제Ⅵ장 제작의도
1.격상된가상공간조성
2.상업화·도시화추구
3.감계적기능과간접경험의매체

제Ⅶ장 결론


참고문헌

표및도판목차

영문초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새로운유토피아를꿈꾸며
국립중앙박물관소장〈태평성시도〉는성(城)으로둘러싸인도시에서생활하는사람들의다양한모습이그려져있는대형병풍입니다.수레와인파가가득하고번창한상점과화려한건물이즐비한거리에서사람들은행렬을짓거나무리를이루어상업,수공업,건설,농경등의활동에종사하고있습니다.우리는이작품을통해새로운도시에대한바람과태평성대에대한염원을느낄수있으며이는조선후기사회가지향하던이상사회의모습이기도했습니다.

너무나특이한조선시대회화
〈태평성시도〉는각폭의장면이연결되어한화면을이루고있는8폭병풍입니다.제작시기와화가를알수있는단서가없고등장인물과건축물에중국적인요소가강하게보이기때문에,조선시대회화사속에서이작품을어떻게자리매김해야할지여러가지문제가제기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태평성시도〉는중국의작품에서많은영향을받아중국적인요소와조선적인것이혼재해있는양상을보이지만중국의생활양식과문물로는설명할수없는조선적인특징이많이나타나기때문에조선시대의회화인것을확인할수있습니다.그리고원근법,건축표현법,인물의묘사법등이조선후기회화양식과공통점을보이기때문에이작품의제작시기는조선후기정도로비정할수있습니다.
이작품을처음대면했을때구성이복잡할뿐만아니라상당히많은인물과건물이그려져있어서어디서부터보아야할지혼란스럽게느껴집니다.우선화면은크게건축물과도로를따라나눌수있습니다.그중에서도기준이되는중요한건축물은도로중간에세워져있는패루(牌樓)입니다.패루는역사적사건을기리거나중요건축물로통하는도로의기점을알리는중국식건축물입니다.모두6개의패루가그려져있으며(제1,2,3,4,6폭),제7폭의패루는한창건설중입니다.
패루와성문은크고작은도로와연결되는데,도로가근경에서원경으로이어지면서공간을나누고있습니다.한편제4폭위에서부터시작하는하천은번화가와주변지역을구분합니다.그래서패루,성문,도로,하천을기준으로화면은①화면중심부의번화가,②오른쪽의언덕주변,③다리건너성문주변,④원경의주택가로구획할수있습니다.
화면의중심을차지하고있는번화가는이작품의핵심적인공간입니다.제3,4폭에앞뒤로놓인대형패루를기준으로이공간은좌우로양분되며주로상업활동이벌어지고있습니다.두번째구역인언덕주변에는선비들의모임과여인들이연주하며그네를타는모습이그려져앞에서설명한번화가와달리한가한여가생활을담고있습니다.세번째,다리건너성문주변의구역에는성을지키는군인들과무예훈련장면이그려져있고아랫부분에는일반가정의일상생활과농사장면이묘사되었습니다.네번째원경의주택가에는일반가옥뿐만아니라곳곳에탑이서있어서사찰이있다는것을알수있습니다.

행인과수레가가득한거리
〈태평성시도〉에는2,234명의사람들이등장합니다.이들은집안에서생활하거나행렬이나무리를지어구경하기도하고상업을비롯한수공업,건설,농경,군사등각종직업에종사하고있습니다.각양각색의사람들이모여왁자지껄떠드는소리가들리는듯사람들의모습이실감나게묘사되었습니다.이중에서특히상업공간,즉다양한상점과그곳에서일하는상인과손님들의모습이가장큰비중을차지합니다.
그림곳곳에제법규모가있는건물들이등장하는데대개마당의중심공간을둘러싸고한조또는여러조의건축군으로구성되어있습니다.도로변을따라1층혹은2층건물이나열되었는데내부가들여다보이는점포를열어물품을진열하였습니다.한건물에여러종류의점포가입주하였으며,도로에면한앞은가게이고뒤의건물에는살림하는모습이그려져서,상업과주거의기능이섞인복합적인공간의모습을보여줍니다.
상품의종류를크게대별하면제5폭에세로로가로지른도로를경계로오른쪽에서는의생활관련물건및기호품등을팔고있으며왼쪽에는주로식생활의재료와물품들의상점이많이있습니다.상품의품목을살펴보면,일상생활용품보다는특이하고고가의기호품들을판매하는화려한상점들이많이그려져있는것을알수있습니다.내왕하는손님들이많고진열된상품이풍성하여떠들썩하고붐비는시장의분위기를매우생생하고활기있게전합니다.
어떻게이런장면이그려졌을까요?〈태평성시도〉를제작할수있었던배경에중국〈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에서큰영향을받았다는점을무시할수없습니다.〈청명상하도〉는중국북송의수도개봉(開封)의번화한모습을그린그림으로명,청대에많은모사본이제작되고그런모사본들이조선후기에다량으로들어와당대의학자들과화가들에게큰호기심을불러일으켰습니다.〈태평성시도〉와〈청명상하도〉후대본을비교해보면비슷한소재를다룬장면이많이발견되어이러한관련성을확인할수있는동시에,〈청명상하도〉를조선의상황에맞게변화시켜수용했다는것을느낄수있습니다.

신기한구경거리
사람들이둥그렇게운집한장면들이〈태평성시도〉에가끔보입니다.이렇게모여서사람들은동물묘기,싸움,공연등특이한구경거리를보는경우가대부분입니다.그중에서도제5폭의위쪽에붉은색기둥을2개세우고4명의남자가빙빙돌며곡예하는장면이시선을끄는데,다음에소개하는중국사행의기록인연행록(燕行錄)의‘서양추천(西洋?韆)’의내용과관련이있습니다.
서양추천(西洋?韆)은,마당좌우에붉게칠한긴기둥넷을세우고,칸마다나무로가늘게“일(日)”자모양을만들고,기둥위아래에일자나무를만들고,기둥가운데에“삼(三)”자로짧은서까래를가로꽂아서,그가운데의서까래가물레처럼돈다.머리위에붉은상투를틀고몸에는채색한옷을입었으되,붉기도하고누르기도하여그색이같지않은아이열여섯이한꺼번에기둥에올라각각일자나무를밟고서서,위에있는자는위에서아래로,아래에있는자는아래에서위로빙글빙글돌아,붉고푸른색이어지러이날아서구름사이를나왔다들어갔다하는게,마치귀신이부리는듯하다.
-金正中,『燕行錄』(1792)
이처럼연행록에묘사된‘서양추천’장면은〈태평성시도〉의것보다곡예하는사람도많고기구도복잡하나,인물들의복장과자세가유사합니다.정식으로설치된서양추천기구와비교하면〈태평성시도〉에서는그규모가축소되고세부가생략된것을알수있습니다.하지만서양추천곡예의원리를정확히이해하여곡예의속도감이나신기함이잘표현되었습니다.청대는명대와달리중국에서외국사행들의북경활동을구속하지않았기에조선의연행사들은황제의행렬행사에참석하는등북경에서벌어지는각종행사를목도하고조선과다른풍습과광경을관찰할수있었던것입니다.

새로운유토피아를꿈꾸며
조선시대회화사를볼때〈태평성시도〉처럼다양한상업활동에주목한회화작품은거의없다고할수있습니다.영ㆍ정조대이래서울은정치적으로는물론경제와문화,교육등모든면에서집중된기능을가진대도시로발전하였습니다.조선후기유통경제의발달과함께서울에는전국의물자와중국,일본과서양의외래문물이집중되었으며,이에서울은유통경제와소비,문화와유흥의중심지로서활기찬면모를보이게됩니다.이런상업화와도시화에대한긍정적인태도가〈태평성시도〉에는은연중드러나있습니다.또한연행을통하여접한중국의첨단문물과새로운세상에대한견문도중요한한축을이루고있다는것을느낄수있습니다.
한편〈태평성시도〉가구현하고있는성시의기본적인특징은정조가추진하였던화성(華城)의신도시건설안과부합하는것을엿볼수있습니다.화성신도시건설의구체적인사실이일치하기보다는상업중심의도시를이루려는이상에있어서공통점이있다는것을알수있습니다.〈태평성시도〉의화가는조선후기의시대상황을배경으로다양하게제기되는문제들을직면하면서상업화에대한희구와첨단문물에대한동경,새로운도시에대한바람,의식주걱정없는축제분위기의태평성대를바라는기원을담아서현실적이상향을화면에담았던것을알수있습니다.이처럼〈태평성시도〉는다양한맥락의장면들이모자이크를이루어현실에는존재하지않는관념적인이상공간을시각화하였다고해석할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