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로소개되는폰비저의대서사시
본서는칼멩거,뵘바베르크와더불어〈오스트리아경제학파〉의창시자인소위'위대한3인방'중의한사람인프리드리히폰비저남작(男爵)이서거하기6개월전인1926년에출판한마지막저술인《권력의법칙》(DasGesetzderMacht1926)을번역하고동시에독자의편의를위하여상세한주석과해제,그리고색인을추가하여완성한,인류의역사를권력의운행으로개관한무려900여쪽이넘는대서사시이며,국내최초로소개되는폰비저의저술이다.
이번판본은하드커버양장본으로제작되었고,초판에서발견된오류를바로잡은2쇄로다시선보인다.학문적가치를넘어경제학·정치철학·역사학을아우르는사상적통찰을담고있어연구자와일반독자모두에게중요한의미를지닌다.
아담스미스의도덕감정론에필적하는대저술
일찍이그의사상을계승하는정통제자인조셉슘페터는본서를아담스미스의《도덕감정론》에견줄수있는,경제학자가저술한가장뛰어난사회학적저술이라고평가한바있으며,제도주의자로유명한미국의워렌사무엘스교수는비저를막스베버,파레토,슘페터,좀바르트,그리고갈브레이스에비유한다.또한본서는현대에있어서는슘페터의《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그리고노르베르트엘리아스의《문명화의과정》에필적하는위대한저술이라고할수있다.
권력의형성과운행에대한분석을통한인류역사의재해석
본서의주제를한마디로요약하여표현한다면,권력의형성과운행에대한분석을통한인류역사의재해석이라고할수있다.인간의공동체생활이존재하는한,지도자와추종자의관계,그리고그관계에서불가피하게생성될수밖에없는권력에의하여'지배와피지배의사회구조'가형성되며,그권력에의하여인간의정서,경제,사회,문화생활이규정되고,그러한권력에내재한법칙에의하여역사가변천된다는거대이론의체계를비저는본서에서제시하고있다.
본서에의하면권력의발생과그로인한지배-피지배의관계가형성되는것은사회의내부에서자생하는어쩔수없는인간조건의한계이다.하지만권력은그사용목적에따라서압제적일수도있고,반면진보를가져다주는긍정적인역할을할수도있다.사회의진보를위하여서는위대한지도자가존재하여그의권력을공동체를위하여사용하여야만함이필요하다.하지만동시에그지도자가권력을남용하지못하게하기위하여서는우선적으로대중이도야(陶冶)되어야만하고,도야된대중이자신들이가진'힘'을바탕으로지도자에대한저항권력을형성시킬때야비로서권력간의균형이달성되고따라서진정한민주주의와평화에도달할수도있다.단,대중이성숙하지못한경우,그들은대중선동적인'우연적'지도자들의먹잇감으로전락할수있는위험성이상존한다.
오스트리아학파창시자와마르크스적유산의결합
비저는마르크스의유산에대하여비판적이었음에도불구하고마르크스와문제의식을공유하고마르크스의사회동학에대한사고와혁명적수사에동감을표하였으며,오히려마르크스보다도더욱문제의근원을깊게파헤치고들어간다.마르크스는소수가부를독점함으로써사회를지배한다고하였지만,비저는'왜'소수가부를독점하고권력을가지게되었는가라는근원적질문을제기한다.즉,비저는마르크스에비하여더욱깊이〈사회현상〉을분석하면서,그이면에는인간의정서를지배하는권력이존재한다고본것이다.
자유의허상:비저,그리고사생아들인신자유주의자(하이에크,미제스)
비저의문하에서는슘페터,하이에크,미제스등의오스트리아학파의거장들이수학하였던것은잘알려져있다.하지만통상적으로자유주의적성향을가지고,시장의역할을강조하는〈오스트리아경제학파〉의이념적성향과는달리,비저는마키아벨리적인솔직함과살을베는듯한날카로운통찰로서권력을해부하고,'자유의허상'을폭로한다.스피노자의철학에기초하여비저는권력이란결국'인간의정서에대한지배'라고정의하고,그리하여,인간의자유라는것은결국'권력에의하여규정되어진자유'임을강조한다.즉,그의제자들인하이에크나미제스같은신자유주의자들이강조하는인간의'자유의지'란허상이라는것이다.
그렇기에비저의본저서는하이에크나미제스,그리고최근에는밀튼프리드먼등이경배하는'신자유주의'라는종교적교리에심취되어있는독자들에게가히경종을울릴수있다.그들은자신들의스승인'비저'가그렇게도강조하였고,또한비저와친교를하였던당대의최대'지성'인막스베버가가장중심적인테마로간주한'권력과지배'라는인간사회의필연적인결과를그들의종교에서는일부러은폐하면서,자신들의맹목적인'자유'만을광신적으로강조하고있다.그들신자유주의자들과는달리,그들의스승인비저는파시즘이란사회주의의결과가아니라,반대로성숙하지못한대중들을이용하는,우민정치의소산임을주목한다.즉,저자에의하면,파시즘은민주주의의부정이아니라,성숙하지못한대중을상대로한맹목적자유와'민주주의의남용'이다.그러한맹목적인신자유주의종교의폐해는,하이에크나프리드먼이일찍이칠레의피노체트군사독재정권이자행한납치,살해,폭정을단순히시장주의를도입하였다는이유로옹호하였던사실에서잘드러난다.그들신자유주의자들은파시즘을부정하는사상이아니라파시즘을정당화하는종교로전락하였던바있던것이다.
한국의당면현실을극복하기위한지침서
본저서《권력의법칙》은비저의일생에걸친기나긴노정의결정판이다.본서는1차세계대전이라는혼돈의시간과사회체제의변혁을거치면서축적된비저의경험,그리고경제학,역사학,철학,문학,사회학,정치학등의인문학전분야에걸친그의다양한지식,이에추가로그의번뜩이는직관이모두함께어우러져녹아든대작이며,집필후거의100년이경과되었더라도그의분석과영감은현대의〈권력현상〉을이해함에있어현대한국의독자들에게날카로운통찰을제공하고있다.따라서본서를통하여한국의독자들이작금에당면하고있는혼란스러운사회및정치적현실을극복할수있는혜안을가질수있기를바램에서출판을기획하였다.
본서『권력의법칙』은서유럽오스트리아와100년이라는지역적시대적배경의차이에도불구하고현재한국에서보여지는'정치'와'사회통합'의위기를극복하기위하여선행되어야만하는근본적인질문에대한해답을찾기를원하는,보다열린마음을가진독자들을위한영감과통찰을제공하는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