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불살라 백치가 되어라 (백 년 전 여성 아나키스트의 삶과 죽음)

마을을 불살라 백치가 되어라 (백 년 전 여성 아나키스트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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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 년 전 온몸을 던져 치열하고 찬란하게 살았던 아나키스트 이토 노에(伊藤野枝)가 백 년 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다. "마을을 불살라 백치가 되어라" 라고
한국인에게 이토 노에(1895~1923)는 낯설다. 일본 여성해방운동인 우먼리브 운동의 원조이며 여러 논쟁으로 당대의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노에는 해방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여성이었고 자유로운 아나키스트였다.
1900년대 초반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던 일본은 자유주의를 비롯해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사회주의, 무정부주의 등 다양한 사상과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던 사회였다. 국가로써의 일본은 강한 나라를 외치며 제국주의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이들은 치열하게 국가와는 다른 꿈을 꾸었고 그 실현을 위해 싸웠다. 그 중에서도 ‘무정부주의’라고 불리는 아나키즘은 국가 권력을 비롯한 인간 사이의 모든 권력을 부정하면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사상이다. 노에는 파트너이자 아나키스트인 오스기 사카에(大杉?, 1885~1923)와 함께 온몸을 던져 아나키스트로서의 삶을 실천했지만, 스물 여덟의 나이에 국가의 개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그런데 우리가 왜, 지금 백 년 전에 살았던 ‘여성 아나키스트’의 삶을 주목해야 하는가? 그것은 노에가 당대를 향해 외쳤던 외침들이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에도 공명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시 일본 사회를 뒤흔드는 논쟁거리를 던지고 스스로 그 논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저자

구리하라야스시

.구리하라야스시는1979년사이타마현에서태어났다.와세다대학과동대학원을졸업하였고,오스기사카에평론을계기로아나키즘을연구하게되었다.현재도호쿠예술공과대학강사로일하고있다.
저서로는『G8회의체제란무엇인가G8サミットとはなにか』,『오스기사카에-영원한아나키즘大杉榮傳-永遠なアナキズム』,『현대폭력론現代暴力論』,『마을을불살라백치가되어라-이토노에평전村に火をつけ,白癡になれ-伊藤野枝傳』등이있으며,국내에번역소개된책으로『학생에게임금을學生に賃金を』,『일하지않고배불리먹고싶다はたらかないで,たらふく食べたい』가있다.
저자는『오스기사카에-영원한아나키즘大杉榮傳-永遠なアナキズム』으로2014년제5회이케루홍いける本대상을수상하고,2017년에는이케다아키코기념,わたくし,つまりNobody상을수상하였다.

목차

들어가며
음탕한년!그음탕한년!I노에의저주다!I이제젠더는없다,섹스만있을뿐

1장가난따위아랑곳없이제멋대로살아라!

아버지는일하지않는다I나는책읽기를좋아한다I나는절대로머리를숙이지않겠다I오늘부터나는도쿄사람이된다

2장야반도주의철학

서양거지가나타났다I노에,해적이되다I오로지섹스만I누가좀도와주세요,도와주세요I연애는불순하지않다,불순한건결혼이다I궁극의야반도주

3장남의섹스를비웃지마라

청탑사마당에똥을뿌리다I레드엠마I노에의요리는맛없고지저분하다?I힘을다해죽을각오로닥치는대로써라I(1)정조논쟁(2)낙태논쟁I(3)폐창논쟁I오스기사카에,노에에게홀리다I급전직하,나도내마음을모르겠다고!I약속따위못지켜,결혼도자유연애도내알바아니야I돈이없으면달라고하면돼,포기하지마!I귀신이야기-하야마히카게차야사건I일어라파도여,바람이여,폭풍이여

4장하나가되어도하나가될수없다

송이버섯을보내줘I대단해,대단해,나는대단해I가메이도에서의새로운생활-어서와요,우리집에I싫은건싫은거다I당신은일국의위정자이지만나보다약합니다I주부들이진짜로삶을확충하고있다I마코는엄마를까맣게잊어버렸습니다I결혼제도란
노예제이다I하나가되어도하나가될수없다I우정이란중심이없는기계다-이제인간을그만두고미싱이될때가온것같다I가정을,인간을파업하겠다-이썩어빠진사회에분노의불덩이를내리꽂아라!
5장무정부는사실이다

노에,무섭게폭발하다I어차피희망이없다면뭐든내맘대로하겠다I교수대에매달려도좋다I실업노동자여단결하라I무정부는사실이다-비국민,멋지다!실업,좋다!I마을을불살라백치가되어라I나도일본을떠나오스기를따라가겠습니다I국가의개에게살해당하다I벗들은비국민-국가에대한해로움은도처에널려있다

나오며
여차하면태양을먹자I태초에행동이있었다.해버리는거야!

한국의독자들에게/역자후기/이토노에연표/미주/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가정을,인간을파업하겠다-이썩어빠진사회에분노의불덩이를내리꽂아라!

노에는전근대적여성으로서의삶을강요하는당대의일본사회에첨예하게맞섰다.집안의강요로맺어진결혼을거부하고자유연애를향해내달렸다.하지만새롭게사랑하는사람이생기자남편을버리고또다른형태의삶을살아간다.그와중에우먼리브운동논쟁의시작이라할수있는정조논쟁,낙태논쟁,폐창논쟁을벌인다.여성들의진정한해방을옭아매는결혼과가정이라는울타리를당장깨부수고세상밖으로나오라고외친다.이과정에서엄청나게사회적인지탄을받지만,그녀는바로실천을통해세상에보여주고자했다.해방이라는자유를.하지만그녀는말처럼쉽지않은‘해방’에고뇌하기도하고,무의식적으로각인된‘여성’이라는사회적정체성에번민하기도했다.
지금우리의삶이,특히동아시아에서사는여성의삶이백년전의일본여성과크게다르지않다고느껴지는것은지난백년동안가부장제와자본주의라는단단한틀이크게깨지지않았다는의미일수도있다.그리고우리의삶은그때의고민으로부터얼마만큼진전되지않았다는의미일수있다.
노에는여성해방운동가이면서아나키스트이기도했다.그녀의파트너인아나키즘운동의거물오스기사카에와함께누군가의지배가없는평등한세상을위해행동했다.인간을부자유스럽게만드는편견,오히려인간성을잃게만드는질서를깨부수고자했다.좋아하는사람과함께있고,읽고싶은책을읽고,만들고싶은세상이있고,먹고싶은음식을먹는데있어세상의통념과질서가그것을막는다면그녀는세상을향해주먹을날렸다.온몸으로거부했다.세상은노에를비난했고친구들은불편해했다.본문에도몇번등장하지만그녀는실제로두들겨맞았고,두들겨팼다.그것이세상에맞서는노에의방법이었다.

마을을불살라백치가되어라

세상은온갖질서로가득차있다.마을안에서여성이라는이유로,장애가있다는이유로,가난하다는이유로소외되거나차별을받는다면그들은세상밖으로밀려날수밖에없다.사회는특히국가는그렇게밀려난사람들을비국민(非國民)으로낙인찍어매도한다.노에는그런마을을불살라야한다고말한다.불타버린그자리에서백치가되어다시시작해야한다고말한다.
그런데이렇게말하면노에가일본의여성운동가이자사상적근대화를이끈위인으로여기기쉽다.하지만재기발랄한아나키스트구리하라야스시는결코그녀를위인으로그리지않는다.그래서이책을읽다보면가끔황당할때가있다.너무나자유롭고자기중심적인노에의언동에아연할수밖에없다.특히당시세상을들썩이게했던연애스캔들의전말을들여다보면웃음마저나온다.그녀는남들이아무리뭐라고해도자신의욕망에충실했다.갖고싶은것이있다면힘껏움켜쥐었다.필요한것이있으면주변에손을내밀었다.그리고도움을구하는친구가있다면누구보다따뜻하게그손을맞잡았다.구리하라는노에를그렇게지금우리의곁으로데려온다.
백년전그누구보다뜨거운삶을살았던이토노에를만나보자.그리고이제우리의이야기를시작해보자.

[뒷표지글]
<불편함>이야말로당연시하는것을되묻게만드는힘이다.

이토노에는당대의자본주의,사회주의,페미니즘이라는다양한이즘(ism)의입장에서어느누구하나반기지않는‘불편한’존재였다.그러나그‘불편함’이야말로우리가당연시하는것들을되묻게만든다.노에는누가자격이있는가의문제보다는,이사회가무엇을기준으로여성,남성혹은인간다움이라는범주를정하고통제하는가의문제,즉권력의작동방식을문제삼았다.
남성들의지배로부터자유로워진다하더라도,그시점에서다시사람들을계속특정한범주안으로집어넣고규정지으려하는새로운권력과담론이생겨난다.노에는이에대해거침없는비판을쏟아부으며새로짜인판까지도뒤흔들었다.
한편,규정할수없고포섭되지도않으면서법과제도따위는아랑곳하지않았던그의아나키스트친구들은일하지않는자들이라는점에서자본주의와사회주의양측모두에게쓸모없는자들로치부되었다.하지만그들의‘쓸모-없음’이야말로우리가발딛고사는세계의토대를의심해볼수있는계기일수있지않을까?그들의존재자체가‘불편하게’느껴지는건바로우리의토대가흔들리기때문이아닐까?우리는왜쓸모있어야하는가?
일하지않는자먹지도말라.노에가이런소리를듣는다면우리가왜이렇게까지일해야하는지를되물었을것이다.노에는보란듯이쓸모없는자들과함께밤마다정체를알수없는요리로만찬을즐겼다.백년전어느여름밤,노에일당이웃고떠들었을왁자지껄한밥상을떠올려본다.
-역자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