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반목수ㆍ반농부의 시적일상 | 이동일 시집)

민달팽이 (반목수ㆍ반농부의 시적일상 | 이동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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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 가진 듯 사는 세상이지만 어느 쪽이든 부족하고 아픈 구석은 모두 있게 마련이다. 지나치지 않고 마음 다해 보아주는 눈길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살만한 세상이 되어가기도 한다.
‘민달팽이’와 함께 출간된 산문집 ‘낮달’에서 시인은 주말학교를 운영하며 지치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일깨워주는 일에 마음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드러내지 않고도 낮은 곳을 굽어보고 위하는 삶. 시인은 물과 바람, 하늘과 땅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말하는 그의 시는 말 그대로 생태 인문학이다. 어쩌면 바삐 돌아가는 현대인의 필수 항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자

이동일

1963년.용인출생
스무살부터시를쓰기시작했으며,‘시’가자신의삶을떠밀고왔음을감사하고있다.운동가ㆍ건축가ㆍ수필가ㆍ시인으로불리기도하고,사장ㆍ대표ㆍ원장으로불리기도했다.강사ㆍ쌤으로불리기도하고,요즘은아저씨를넘어할아버지라불리기도한다.그중에가장듣기좋은말이목수나농사꾼이라는말이다.전문적기술은없으나半(반)목수,半(반)농부가되었고,그에힘입어半(반)선생으로살고있다.말이‘시’처럼아름답고,시가‘글’처럼정직하며,글이‘삶’을비추는나침판이될수있다면그얼마나아름다운삶일까꿈꾸며살고있다.

목차

여는글:세상을위로하며
첫번째마당
1더낮은곳으로
문열어줘/마치아무일도없던것처럼/물오른나무,산/첫마음같이/더낮은곳으로/추녀끝둥지/내가다시‘나’가되던날/사는일이다그래/여름날의느티나무/늦가을언저리에/철새가나는아침/가거라.오거라
2그늘막
나뭇짐/내마음이…/어린나무를심으며/이순간/그늘막/여름그리고가을/나무와의대화/농부는/사는법/그놈/지식과지혜/둘다야/연못가에서/친구/그런사랑/어떤만남
3봄날의배롱나무
나무이발/나는오늘도작아진다/추녀곡잡듯이/그냥/달무리진밤/무당벌레와노린재/오십고개/집짓는이/나이‘쉰’의詩/봄날의배롱나무/‘불’이야기/마음이닿으면/메주를만들며/겨울에도나무는/겨울사내이야기

두번째마당
1물의길
나를위한위로/연장/저달속에내마음이있어/소나기내리던날/소나기내리던날/강가에서/8월,복더위에/물의길-봄/물의길-여름/물의길-가을/물의길-겨울/텃밭에서의기도/술술술/무당개구리와참개구리/우린알고있지
2환영(幻影)
새해첫날의단상/환영(幻影)/매달린메주를보며/몸이말한다/革命(혁명)/망우리/겨울풍경/못믿을‘말’/‘문’이냐,‘벽’이냐/시인의소명/전사/민심/밑불/봄눈오시던날/문득
3갇히지말아야지
나무를붙잡고/여행/갇히지말아야지/지게질/잘렸어도/사는의미/내이제는/손바닥선인장/시간이흘러도/옹이/물꼬/명자야.미자야./수련꽃이피던날
4산다는건
천년초사랑/개와고양이/가을앓이/‘적막이내리쌓이는것이눈’이라하잖나/가고오는길/불앞에서/산다는건/生의가을녘/無我의경지/眞人(진인)/축복/연과수련/내맘처럼소나기가/
어느순간/지는해를바라보며

세번째마당
1밭으로간다
새해를맞으며/생각해보니/하루의행복/산모기/이별에대하여/소망하는집/소낙비로는목말라/망초망초개망초/목마르게기다렸다/밭으로간다/들의평등/거죽을벗다/정직/깔따구/거미-줄/홀로선나무
2인생사계
꽃/기다림/가을밤/사라지고남은것/최선(最善)/초승달/다행/노동은나의힘/개복숭아꽃/인생사계/문/어미닭/가르치는이,농부의마음이어야
3어느날,문득
비그친연못앞에서/신화/마음의평화/땅콩/바람앞에서다/추석,달밝은밤에/혜화장터/별들이내게로온날/어느날,문득/안개/선(線)/바람이분다/민달팽이

출판사 서평

첫시집〈생각의끝은늘길에닿아있다〉는태풍의한가운데에서쓴시들이었고이번시집의글들은태풍이지나고난뒤의정적속에서쓴시들이다.집짓는현장에서등짐을지며노가다밥상의인연을노래했다.행인서원텃밭에서허리숙여삽질하고무릎굽혀호미질하며얻은시들이다.마음다친아이들의손을잡으며가슴앓이를하는마음이었다.

머리에서가슴으로,가슴에서발로의여행이아니라머리와가슴,손발이하나가되는온전한인간이기를갈구하는일이다.이번시집의시들은지난십여년의시간을점점이찍어놓은발자국이다.별일없는날들을별일있게만든‘자아’이다.
-여는글에서

마치아무일도없던것처럼
한낮한밤을적신폭우에/어적난석축을이고있는/밑돌에서쪼개진받침돌./무너진삶을버티고선/기적같은의지를본다.

부분만고칠건지/다들어내고다시쌓을건지/상처를딛고서는방법도다르다./무리가있더라도/들어내고다시쌓는것이맞지.

한번어긋난것은/언제든다시어긋날수있음을/그리하면/아무일도없던것처럼/살아지는것이삶인데.

사는것처럼사는때보다/살아지는때가더많아/그저살아지다보면/어느샌가/사는것처럼사는날도오리니.
첫번째마당〈마치아무일도없던것처럼〉

갇히지말아야지
누워/천장의둥근형광등을본다./투명아크릴판위에/시체들이즐비하다./불빛의유혹을뿌리
치지못하고/기어들어갔지./죽을자리인걸/몰랐지.

검은점박이붉은무당벌레가/지난늦가을새까맣게벽에붙더니/그중에집안으로들어온놈들/동
면끝에봄을맞았건만/어찌하랴/살자고들어온곳에갇혔구나.

봄기운에종종걸음치며/길을찾지만,그저맴돌뿐/그곳이무덤인줄모르면서/한놈한놈기
어드는구나./어찌해보지못하는운명처럼/갇혀버둥거리는모습

누워/중얼거린다./갇히지말아야지…….
두번째마당〈갇히지말아야지〉

어느날,문득

버리지못했다/언젠간쓸모가있을것이라고/쌓아두고쌓아두었다./어느새짐으로다가왔다.

가슴이답답하고발은무거워졌다/버려야지버려야지/짬짬이/버리고버리고또버렸다.

가벼워지는가했는데/빈자리에/짐들이다시쌓여갔다./생존을위한모든것들이버거웠다.

삼시세끼먹는일도/명분에따른삶도/그저저지레해놓은난장판같아/사는일이무서워졌다.
세번째마당〈어느날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