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장수

솔잎장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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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낙동강은 언제까지나 이 자리에서 변함없이 흐르고 있겠지. 사람들만 가난에 못 이겨 만주로 가거나 일본으로 가거나 아니면 정처 없이 어디론가 떠나가는 거겠지.”어른들의 세상은 복잡하다. 서당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권 선생처럼 학식은 높지만 불온분자라고 낙인 찍혀 산속에서 은신처를 전전하는 사람도 있고 지식은 얄팍하지만 일본인 비위를 맞추며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까?’옮긴이가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7월 한낮 쏟아지는 땡볕에 쏟아지는 땀방울, 갈 길은 멀어도 잠시 소나무 그늘이라도 찾아 한숨 돌리고 가야 할 참인 듯 싶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애정 어린 어르신들의 간절한 염원을 바탕으로 2년 전부터 재일동포1세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솔잎장수’를 번역,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1930년대 15살 어린 나이에 가난에 찌든 식민지 고향 안동을 떠나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말에만 의지해 일본 땅으로 건너오게 된 소년의 이야기, 말과는 사뭇 처지가 다른 타향에서 온갖 설움과 풍파를 겪으면서도 소박한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오늘의 삶의 터전을 일구어낸 바로 재일동포1세, 2세들의 망향의 랩소디입니다.
겨우 딱지가 앉아가는 다 지나간 얘기, 구질구질하게 못 살던 때 궁상맞은 얘기를 지겹게 또 끄집어낸다고 귀를 막는 이도, 외면하는 이도 있겠지만, 살만하게 된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당당하게 자신을 내세울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았으니까 돌아볼 여지가 생긴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작고하신 지 벌써 사반세기, 작품이 발표된 지도 어언 반세기, 소설 속 사연은 하물며 100년 전 옛 얘기가 되어가고 있지만, 2025년 현재에도 되풀이되는 모순과 이율배반을 체험하며 스스로의 무기력함에 지쳐 꿈조차 사치라고 헛웃음치며 주저앉은 우리들이, 모진 역경 속에서도 삶을 직시하며 내일을 기약하는 걸 잊지 않았던 그분들의 기억과 경험을 존중하며 솔잎향처럼 풋풋한 꿈을 함께 나누어 보는 품을 열어봤으면 합니다.
저자

정승박

鄭承博작가1923년대한민국안동에서태어났다.1933년돈벌이를위해숙부가살고있는일본아와지시마로건너가공사장인부취사장에서일하며주경야독으로오사카의통신고등학교를다녔다.조선인에대한무료기술교육금지령이떨어져끝내졸업은못했다.1961년일본의시센류,하이쿠를쓰기시작하며시동우회를발족했다.1966년처녀작《돈다가와富田川》연재를시작했다.1972년《벌거숭이포로裸の捕虜》로제67회아쿠타가와상芥川賞후보에올랐으며같은해제15회일본농민문학상을수상했다.1973년《벌거숭이포로裸の捕虜》(분게슌수文藝春秋)가출판되었다.1993년소설《벌거숭이포로裸の捕虜》,《솔잎장수松葉売り》,《쓰레기장ゴミ捨て場》과시집《그날의해협ある日の海峡》,에세이집《내가만난사람들私が出会った人々》,평론을실은《빼앗긴말奪われた言葉》등정승박전집6권(신칸샤新幹社)이발간됐다.2001년1월8일77세로타계했다.

목차

솔잎장수
역자후기
정승박연보

출판사 서평

나라를잃은소년,생존을짊어지다옮긴이가독자에게드리는편지
1930년대일제강점기의고단한삶을살수밖에없던시절,15세소년의눈을통해일제의탄압속에서가난과내일을알수없는불안에시달리다못해나고자란내나라땅에서는더이상살아갈수없기에,생계의방편을찾아부족한정보와지식속에서도들려오는말만믿고일본으로떠나가게되는,나라잃은백성들의삶과설움을소박하게그린작가의자전적인이야기.
만주사변을벌이고,국제연맹을탙퇴해국제적으로고립돼가던일본은조선에대한탄압을가중시켜‘쌀증산운동’이라는명목아래쌀뿐만아니라온갖자원을착취해갔고,굶주림에허덕이며보릿고개를넘기던민초들의고달픈생활은일본신문에도실릴정도였다.(1933년6월12일오사카마이니치신문)
그런곤궁한처지에도산골농촌어느집에서나소소한위안삼아담가먹던막걸리를주조법위반이라는어거지주장으로적발당해아버지가감옥에갇히고,병든조부모,어린동생들,어머니의부양을한몸에짊어지게된15세소년순덕이,불쏘시개로쓰이는솔잎을모아지게에짊어지고안동읍내장터로장사를하러다니며보고듣는일본사람과조선사람들의이야기,참담한현실을헤쳐나가려는소년의솔직하고반항적이면서도자긍심이담긴시선으로그려진다.
어언100년전,군국주의침략의횡포속에평범한일상이무너져가는처참함과부당함과맞서는민중의속내를스펙터클한사건이나난이한이념의나열이아닌누구나말하며듣는일상의언어로표현하고있다.체험하지않은사람은알수없고일반적이고추상적인글로는도저히표현할수없는,작가의심신에배어서우러나오는민초의살아있는목소리로.

한국출판의취지
생전부터작가의작품을즐겨읽고작가의인품과성정을아끼며친분이깊었던분들,특히한일의역사와한국에깊은애정을갖고계신그분들은격변하는시대의소용돌이에휘말려참담한궁지에몰린끝에결국모국을떠나일본땅으로떠나와살수밖에없었던재일동포의생활의모습을진솔하게그려낸재일동포1세정승박작가의작품‘솔잎장수’가조국인한국에서출판되어,어른들의말뿐인권위와위선적인처세술을혐오하면서도세상을외면하지않고자긍심을가지고당당히살려고노력했던주인공소년의꾸밈없는말과모습을통해재일동포의존재와역사를바라보고이해하는계기가될수있기를바란다.
몇개의용어와개념으로나뉘어지고대변될수없는굴곡된역사속에서살아온수많은재일동포1세들이아직생존해있는동안보다더많은분들이이책을접하고읽으며,전쟁과폭력으로잔혹한아픔이되풀이되지않기를간절히기원하며출판의뜻을모았다.

작품서평
본작품을직접평한것은아니지만,마이클모라스키MichaelS.Molasky(1956년-,미국출신의일본문화연구자,와세다대학국제학술원교수),일본의전후문학사가전문인그가저명한작가15명의작품을소개하는저서‘암시장(暗市)’에서정승박의‘벌거숭이포로(裸の捕虜)’에대해‘억울하게체포당한재일한국인주인공이깊은산속댐공사장으로보내져가혹한노동을견디다못해탈출을결의하는이야기는,암시장그자체는아니지만전쟁의어둠의이미지가선연히느껴지는출중한작품이다.’(2015년11월8일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라고평하고있다.
일본문학계에서도높이평가받은재일동포작가김달수(金達壽,작고)는생전,‘음,역시우리사람의정감이전해진다.어딘가를개운하게씻어주는것같다.정승박작가의됨됨이그대로의소박한유머,고난을견뎌내야하는고달픈삶속에서도어디선가솔솔시원한바람이불어오는듯느껴진다.
강재언(姜在彦,역사학자,하나조노(花園)대학교수,당시78세,작고)은‘무고한식민지백성의애환,우리동포들의애환을그려낸삶의리얼리티’.‘나도식민지가된조국땅에서태어나고자라교육을받은체험자이지만가장감동받은작품은‘솔잎장수’이다.독자로서정승박작품의원점은‘솔잎장수’라고생각해왔다.식민지시대조선민족의삶과생활을체험을통한필치로생생하게담아낸저항문학이다.(2001년7월8일,오사카심포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