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

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

$15.68
Description
정종진 교수의 닭에 비유한 세상이야기『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 닭과 인간의 관계는 가깝고도 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닭을 오로지 음식으로만 생각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정종진

저자정종진은충북출생.
청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및대학원석사과정졸업.
충남대학교대학원박사과정수료,문학박사.
현재청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저서 《한국현대시론사》(1988),《문학사방법론》(1989)
《한국현대문학의성묘사전략》(1990),《한국작가의생태학》(1991)
《힘의문학으로가는길》(1992),《한국의속담용사전》(1993)
《한국현대시의이론》(1994),《한국현대문학의성표현방법》(1997)
《한국현대문학과관상학》(1997),《시로쓴한국현대시론》(1998)
《한국현대문학이색강의》(1998),《한국현대시12강의》(1999)
《한국현대시그감동의역사》(1999),《그날이오면》(편저,2005)
《한국의성性속담사전》(2005),《생로병사의지혜,속담으로꿰뚫는다》(2007)

목차

|내놓는글|·5

1.존재와쓸모·13
2.희망과절망·39
3.난생과태생·47
4.모성애와부성애·57
5.지능과지혜·65
6.성차와성차별·73
7.의·식·주·85
8.땀과똥오줌·105
9.언어와몸짓·115
10.교육과훈련·129
11.구애와짝짓기·139
12.종족보존본능·149
13.외모와관상·157
14.기질과성격·205
15.취미와특기·231
16.노동과휴식·239
17.재물과유산·249
18.자유와행복·257
19.서열과권위·265
20.권리와의무·273
21.고통과치유·279
22.죽음과수명·291
23.진화와퇴행·297
24.닭과인간을어찌할것인가·303

출판사 서평

청주대정종진교수(국어국문학과)의닭에비유한세상이야기.

“우리는예로부터닭에게중요한의미를부여해왔다.이제는닭을먹을대상으로만생각지말자.닭에게부여해준의미중일부라도회복시켜줄때인간은닭과공존하는명분을가질수있다.”

닭과인간의관계는가깝고도멀다.닭이인간의필수식품이되었기때문이다.닭과인간은날로번성하고있지만,양쪽이모두결코달가운번성은아니다.인간들이끊임없이먹어대고있지만,닭은결코멸종할수없는불사조가되었다.인간들이닭을대량학살해대고있지만,그럴수록닭은인해전술(人海戰術)이아닌계해전술(鷄海戰術)로맞서고있다.닭들이자율적으로펼치는전술은아니지만,인간들이제덫에걸리기십상이라는것을알고있는까닭이다.그러니닭이어찌인간을두려워하랴.-본문중에서

|이책을펴내며|

오랫동안학대받아온닭의뇌를연구하는신경과학자들은놀랍게도높은지능의징조들을발견하고,나아가이를반면교사로삼아우리자신의행동을통찰하는흥미로운단서를잡기도한다.-앤드루롤러1

내경우‘닭사육(飼育)의역사’는지속적이지않았다.어릴때부터소도시근교에서살았기에가축들을다양하게길러볼수있었다.이집저집에서한두마리강아지,토끼나병아리를얻거나사들여대가족으로번식시키는재미가쏠쏠했다.산기슭에자리한외딴터에서,나는다양하고도많은동물을기르며유년기,청소년기를보냈다.
토끼장만드는것과동물들의먹이를준비하는것이매일매일의가장중요한일과였다.목장을해봤으면,하는것이장래희망이었기에공부를중요하게생각하지않았다.어린소견으로는가축에대해아는것이많으면목장주인이되는줄알았다.적지않은돈을가져야한다는것을나중에알게되었지만말이다.
어류,조류로부터사슴에이르기까지우리집은그야말로작은동물농장이었다.한창때는토끼가100마리도훨씬넘게되었다.꽤큰연못이바로대문앞에있어,오리도20여마리길렀다.순수잡종이라고해도좋을개들두세마리가항상곁에있었다.옆에있는초등학교에서기르다넘겨준금계,은계,칠면조,플라스틱안경을쓴꿩들도잠시길러보았다.
한때둘째형님과근200마리정도레그혼닭을기른적있었다.흙벽돌을찍어계사(鷄舍)를크게짓고닭들의마당도넓게만들었으며,닭들에게뉴캐슬예방주사도일일이놔주었다.지금처럼포대사료로만족했더라면닭기르기가얼마나수월했을까.사료를대부분만들어주었다.채소잎사귀를도마에잘게썰어서쌀겨에섞어주었다.패각(貝殼)을먹여야달걀껍질이튼튼하다니까조개껍질을사다가공급하고,매일올챙이나개구리,미꾸라지를잡아다끓여주기도했다.내유년기,청소년기는가축들을기르는데다소비되었다고해도지나친말은아니다.
가축에진력났기때문에장년기에는조건이되어도절대기르지않겠다고다짐을했고,한동안잘지켜왔다.그러나노년기에들면서닭몇마리길러달걀은자급자족하고싶다는생각이솔솔살아났다.
고기를멀리하는식습관을가져야한다는생각이고,달걀을대용품으로하되달걀공장에서생산되는것은피하고싶었기때문이다.
이제닭을기르고있다.달걀하나에천원에서삼천원까지매매되고있는청계(靑鷄)위주다.사실청란계(靑卵鷄)라불러야한다.달걀이푸른하늘색을닮아청계로부른다.닭만큼피가혼란스럽게섞여있는것도없는만큼,달걀도색상에따라명도와채도가무척다양하다.‘청계’라고하면대부분사람들은털이푸른닭이냐고되묻지만아니다.닭털은각양각색이다.
한겨울에태어난여섯마리병아리까지포함해서청계서른여섯마리,백봉오골계세마리,연산오계(烏鷄)두마리해서마흔한마리다.특히백봉오골계는시도때도없이포란(抱卵)을하기때문에마음만먹으면얼마든지마릿수를늘릴수도있다.‘닭이여러마리면그중에학이한마리있다’,‘닭이여러마리면그중에봉(鳳)도있다’는속담이있지만,학(鶴)이나봉이닭장속에생겨난다면나는감당할수없을것이다.그냥닭이좋다.꿈쩍않고있는채소와나무사이에움직이는짐승이있어야풍경이어울릴것같다.또한최상의목표가달걀이라는것은속일수없는사실이다.매일달걀몇개얻어내는것이전부라면,사실그것을위해들이는비용과노동은훨씬크다.닭을직접기르는사람은,‘말로주고되로받는다’는정도는아니라도,좀과장하면그에버금가는심정을갖게될것이다.
닭장은4m×6m,24제곱미터고평수로따진다면8평정도다.비닐하우스용파이프와여러가지철망을두세겹두르고있으며,100mm짜리판넬로바닥과지붕을깔고덮었다.주변에매,수리부엉이,족제비,너구리,오소리,살쾡이,들고양이들이많기때문이다.사람들은닭집이라기보다닭호텔이라고말한다.딸은서울에세들어살던제원룸보다훨씬넓고좋다고한다.
닭들의마당은1,300평전부다.내농토의넓이가그런데,실제로닭들이활동하는범위는대략그절반쯤된다.21년동안농약을전혀쓰지않은땅에서닭을내놓아기르니,사람들은‘유기농닭’이라부른다.

닭을내놓아기르는것이결코쉽지않다.해가질때쯤이면제집으로알아서돌아가지만,대낮에도족제비,들고양이가공격을할염려가있다.제일주의해야할것은수리와매종류들이다.닭들이노는곳에서200~300m정도떨어진산기슭의나무우듬지에앉아,그야말로‘매눈’으로아주오랫동안관찰하고있는것을종종볼수있다.주인이자리비우기를기다리는것이다.
속아픈경험이있다.닭들이매우소란스럽기에쫓아가보니,비닐하우스옆에매가앉아있었고발에는두달이넘게자란병아리를움켜쥐고있었다.소리를질러댔더니매는날아가는데다행히죽지않은병아리두마리가비틀거리고있었다.그러나조금떨어진곳에는피투성이가된채로죽어있는병아리한마리가있었다.매는보통한마리를잽싸게채어날아가는데,그놈은욕심이많았다.두세마리를공수(空輸)해가려고했던것이다.두마리는하루이틀만에회복했으나,청계중털빛이으뜸이라는짙은회색병아리는땅속에묻을수밖에없었다.그까짓병아리한마리,값으로치면얼마되지않지만생명의신비를한껏경험하게해준놈이기에상실감이작지않다.
생태문제에관심이많은나는멸종위기의동물들을보게되면무척기뻐한다.날짐승들은시골에서눈에잘띄니까쉽게확인할수있다.특히매들의개체수가늘어나고있는것을보노라면흡족하곤했다.그런데나도얄팍한심사(心事)를가져,병아리를공격하는매들을보고기분좋을수가없게되었다.그래서생태가복원되는것도기뻐하고,닭을잃지않는방법을생각한다.닭들이마음놓고토욕(土浴)을즐길수있게넓은마당을주되,안전망을두르자는생각이다.
닭의관찰이목적이아니면서몇마리닭을기르고,아는체를하게되어매우부끄럽다.제인구달처럼아프리카오지에서목숨을걸고인류의조상을관찰하는것도아니어서쑥스런일이기도하다.그렇지만‘등잔밑이어둡다’고,사람과아주가까이에있는동물을좀더관찰하여작은지식하나라도보태는것이의미있는일이겠다.그러나이것은어디까지나닭과견주어인간을성찰하는작업이다.알고보면별수없는게인간인데,당연히나를포함해현대인들이너무오만방자하다는생각이다.
만물의영장인사람을어디견줄데가없어닭과견주냐고비난받아마땅하다.그렇지만사람들은자기도모르게늘닭과사람을견주고있다.조금마땅치않은언행을하는사람을두고,‘닭대가리’라고지탄하는말이그것이다.‘닭잡아먹고오리발내민다’는속담도애용하는말인데,그만큼닭은인간과가까이에있다.그래서더견주어보아야한다.그럴듯한말을인용해보자.

우리는수탉처럼뻐기다가도병아리처럼겁먹고뒤로물러선다.또암탉에게쪼이는수탉같은공처가인가하면달걀밟듯조심스럽게눈치를보는자들이다.우리는아이디어를부화하고닭벼슬을세우고홰를치고알을품고꼬끼오하고운다.비록인정하기싫겠지만,많은면에서매,비둘기,독수리보다도닭처럼행동한다.우리는헛간의닭처럼부드러우면서도난폭하고,침착하면서도동요하고,감사하면서도배은망덕하고,하늘을날아가고싶어하지만두발은여전히땅에묶여있다.
-앤드루롤러2

닭을통해인간을이해하는방법이있고,인간을통해닭을이해하는방식도있다.닭장에닭을가두거나내놓으면서인간과동물의‘자유’문제를생각하게된다.달걀을꺼내오면서인간의‘물욕’에대해생각한다.사료를주면서생물들의삶을생각한다.닭을기르며나는더많이생각한다.그래서내삶은점점풍요로워진다.닭들덕분이다.
이책을통해서말하고싶다.닭을오로지음식으로만생각하는풍토를바꿔야한다는점이다.그래서생명을대량유통대량학살하는짓을반성해야한다는생각이다.닭공장을통해달걀과닭고기를공급받아실컷먹으려하지말고,소중한생명이만든것들을아껴서조금씩아주소중하게먹어야한다는생각이다.
예로부터사람들은닭에게무척중요한의미를부여해왔다.그런데이제는닭을먹을대상으로만생각하고있다.그동안닭에게부여해주었던의미중일부라도회복시켜줄때,인간은닭과공존하는명분을가질수있을것이다.

애초닭에관한지식을제공하는목적이었다면,정약용이아들에게권유한《계경(鷄經)》에근사한작업을시도했을것이다.
사람들이너무먹을것만밝히는세태가되었다는생각에비판적시각을보탠것이다.내가각성하고사람들을각성토록하려는생각에서내놓는다.
―닭의해에,정종진삼가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