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페리온

히페리온

$10.74
Description
독일의 시인 횔덜린의 유일한 소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효시
프랑스 혁명과 계몽주의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자
고대 그리스 정신을 일깨움과 동시에
이상과 이성 그리고 혁명 정신의 대립 속 내적 격동을 담은
서간체 소설 《히페리온》

‘그리스의 은자(隱者)’라는 부제가 붙은 《히페리온》(1707~1799)은 전 2권 전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청년 히페리온이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친구 벨라민과 디오티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된 서간체 소설이다. 히페리온은 터키의 압제 정치에 신음하는 조국 그리스의 독립을 위한 싸움에 참여하여, 그리스 민족이 다시 예전처럼 자연 및 신들의 사랑 속에 소생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고대의 거룩한 정신이 메마른 지금, 그의 염원은 요원하며 이상적 여성인 디오티마의 죽음 앞에 그는 좌절하고 만다. 그리하여 그는 인류의 교사이기를 단념하고 고독의 경지로 돌아가서 자연에 몸을 의탁한다.
평론가들에 의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효시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외면적인 줄거리의 변화는 적지만 그 아름다운 서정적 음악적 문장은 언어 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서정적인 산문시’라고도 불린다.
횔덜린은 인간의 영혼 깊은 곳의 고귀한 신성을 일깨우는 것을 시인의 소명이라고 여겼으며, 그가 생각하는 그리스 정신이란 자연과 신과 인간 그리고 영혼의 융합이었다. 이는 시대에 대한 그의 관심과 불가분하게 맺어져 있었으며 그 사상의 능동적인 지표가 되었다. 이 작품이 전개한 전일적 자연의 파악은 횔덜린의 적극적인 내적 자세의 초석이었으며, 시와 사상이 언어의 생동하는 리듬에 의한 융합이 뛰어난 작품으로 또한 고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교양소설 또는 철학소설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유 중 하나는 이 소설이 프랑스 혁명과 계몽주의 사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점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 신의 합일을 꿈꾸는 히페리온의 행동과 그 너머 도달한 고차원적인 명상의 세계를 경험하고 더불어 그 내면의 내적인 격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F.횔덜린

프리드리히횔덜린(1770~1843)
독일의시인.뷔르템베르크주라우펜에서수도원관리의아들로출생.1788년튀빙겐대학신학과에들어갔으나신학보다는고전그리스어철학,시작(時作)등에심취하여헤겔,셀링등과교유하였으며,학교를졸업한후시인으로서의천직을자각하여출세의길을과감히내던지고가정교사로서생계를이어간다.
은행가곤타르트가의가정교사가되어일하던중,희랍의미(美)와기품있는교양을지닌곤타르트부인주제테에게뜨거운플라토닉한사랑을느낀횔덜린은,그녀를‘디오티마’로부르며《히페리온》등모든작품에서그의이상적인여인으로찬미한다.그후횔덜린은가정교사로함부르크,슈투트가르트등지에서지내다가,정신착란으로인해튀빙겐으로돌아와목수일가의보살핌을받으며여생을보낸다.그는고대그리스시의고전적형식을독일시에도입한뛰어난표현양식과서정성,이상주의적정신으로독일문학사에서독자적인위치를차지하고있다.그밖에주요작품으로는비극《엠페도클레스의죽음》,시〈디오티마를애도하는메논의탄식〉〈빵과포도주〉〈게르마니아〉〈라인강〉〈하이델베르크〉등이있다.

목차

이책을읽는분에게5

제I부
서문11
1.짓밟힌우정의화원(花園)13
2.하나로서모두인아름다움67
제Ⅱ부
1.슬퍼하는대지(大地)129
2.영원히작열하는생명174
히페리온의단상(斷想)227
히페리온의청춘시절259

연보307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는분에게|

《히페리온》은횔덜린(FriedrichHiderlin,1770~1843)이쓴유일한소설로서이미그고전적인자리를굳힌작품이다.
횔덜린은일생을정신병과싸우며고독한생애를마쳤다.그러나그는피히테의강의를들었고,셀링이나헤겔같은당대의철학자들과실러나뫼리케같은작가들과교유하면서당대의정신계를지배한기수였다.
그러나사후100여년동안빛을보지못하다가,금세기의석학하이데거에의해새로운평가를받기시작했다.1,2차대전당시전선에서전몰한독일병사들의배낭에는반드시그의작품이보물처럼간직될정도로그에대한독일젊은이의애정은거의광적인것이었다.
그는당대를정확히비판했을뿐만아니라,소위독일정신이란것에대해서도주저없는질타를가한용감한시인이었다.또한자연과의합일을꿈꾸었던그는,먼그리스시대의영웅들을현대에불러내고자했었다.이러한영웅적인사상이결국그를정신병으로몰아넣은원인이되었는지도모른다.
먼저,이작품은교양소설계열에넣을수있다.청년기에다초점을맞추어자기형성의흔적을더듬으며그귀착점을찾아낸다는것은독일시인들의필연성이요,전통이었다.주인공히페리온은스승과벗과연애의체험을거쳐독자적인세계를만들어가는데,그것은역시형성과정에있는인간을대상으로삼고있기때문이다.그러면서도교양소설이라는분류로만족할수없는것은,이작품이어떤외적사건을중히여긴게아니라,시인의정신과내면세계에침잠해서생의율동에귀를기울였기때문이다.그러므로이소설에다철학소설이라는이름을붙여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의효시가된작품이라는비평가의견해에는일리가있다.
히페리온과아라반다의우정은,히페리온이너무나완전한우정을희구했기때문에헤어지지않을수없었으나,그것은사건이라기보다는삶의필연이었다.그리고디오티마와의이별도마찬가지이다.그들의사랑이아무리완전한것일지라도,주인공이거기에서안일을구했다면그사랑도위축되고말았을것이다.
전쟁이아니라도히페리온은행위로내달리지않을수없었다.그두사람의사랑은결국사별(死別)로끝나게되는데,그모든것은이미삶속에스스로내포된귀추였다.따라서이작품은어느의미로서는사색의서이며,시인은그귀추를마주대하고앉아그것을포섭하여더욱높은전체로사색을넓혀간셈이다.예술과사상이이처럼긴밀히연결된작품은찾아보기드물다.
음악같은작품의리듬,산문시라고도할수있는문장으로해서이작품은'서정시적인산문시'라고도불리는데,그리듬은작자의심층에서울려나와정신의모든힘이거기에참여하고있기때문이다.
이소설이갖는또다른특징은,이것이횔덜린이살던시대와의대결이라는점이다.작품에서는그리스대터키의전란을다루고있으나,작자가직접눈을둔것은그가살고있는프랑스혁명직후의시기였다.
혁명적성격이강한아라반다가가입한정치적비밀결사,그구성원에대한묘사,그곳을떠난아라반다가받아야할폭력적인복수의암시.이것은뒷날도스토예프스키가정력적으로다룬문제와같은것이었으며,그리스군의약탈행위에대한주인공의절망은폭력을거부하는작자의태도가반영된것이다.이러한직접적인정치성을넘어,작자는자신의분신인히페리온이인류의교사(敎師)이기를원했으며,독일인의시민근성을질타하고,생명에넘친보다높은공동체의실현을바랐다.
이소설을고대그리스에대한시인의남만적도취의산물이라고보는이가많으나,그것은이작품의전면을제대로파악하지못한탓이다.시인이이해하는그리스정신이란,딜타이도언급했듯이자연과신과영혼과인간과의융합이었다.그리고그것은시대에대한그의관심과불가분하게맺어졌으며,그의사고(思考)의능동적인지표가되어있다.
그에의해거의종교로까지승화된자연에대한통일적파악도그런위대한시인의의향속에있는것이어서,이책의결말에서우리가느끼게되는단순한현실이탈에서끝나는것은아니다.이작품이전개한전일적(全一的)인자연의파악은시인의적극적인내적자세의초석이었으며,주인공히페리온은움직임을넘어더욱고차원적인명상의세계에도달했다.그러나그것이생명으로가득차있기위해서는반드시새로운움직임으로전개되어야한다.
이작품은,시와사상이언어의생동하는리듬에의해그융합이실현된가장뛰어난작품으로알려져있는데,우리는작품속에서그점을직접캐내야만할것이다.
여기에함께수록한〈탈리아편(篇)〉과〈히페리온의청춘시절〉은《히페리온》보다먼저쓰인것이다.엄밀히따지자면서로별개의작품이라고하지만,그것을빼놓고는《히페리온》의이해가거의불가능하므로,부득이함께수록하지않을수없다.말하자면,그것들은전체를이루는하나의소품이라고할수있겠다.
거의시에가까운이작품을우리말로옮긴다는것은불가능에가까운어리석은시도이겠으나,이작품은결국어느역자에의해서든소개되어야할고전적인가치를지닌작품이므로감히용기를내어번역을시도해보았다.
학자들의입에끊임없이오르내리고숱한문학애호가를열광시킨이작품이아직우리나라에서빛을보지못한데에는여러가지이유가있겠으나,우선번역상의어려움때문이었다.이런만용을부린이유는,모쪼록독자들에게좋은책을한권이라도더읽게하고싶다는역자의바람때문이며,다른분들이이향기높은작품을거듭연구하고번역하기를바라그첫돌을던지려는의도였다.
피히테와헤겔,셸링의철학에깊이심취했던힐더린을이해한다는것은그들의철학을모르고는어려운일이었으나,그점에있어서는철학을전공하시는유준수(柳俊秀)교수님의가르침이많았고,언제나좋은책을출판해보려는일념에불타는범우사윤형두(尹炯斗)사장님의힘이무엇보다도컸다.두분께고마운뜻을밝혀두는바이다.

1974년12월25일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