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13.00
Description
프라하 태생의 독일 서정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서간집-
사후에 출판된 서간집은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바로 릴케 자신의 본질과 사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릴케만큼 시어의 서정적인 표현 가능성을 넓혀 준 시인은 거의 없다. 시어의 압축을 통해서 표현 영역을 넓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귀로 들을 수 없는 것까지 표현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릴케가 그의 작품 속에서 택했던 주제는 사랑과 죽음의 문제였다. 그의 독특한 애정관은 애인을 자유롭게 해주며 소유욕을 버린 사랑, 억제된 사랑, 먼 곳에 대한 에로스란 관념 속에 집약되어 있다.

릴케의 사후에 출판된 서간집은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바로 릴케 자신의 본질과 사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가 쓴 편지들은 수신인을 의식하고 쓴 것이 아니었다. 내적 고백 그 자체였다. 그것은 신과 세계에 대한 귀의(歸依)를 통해서 우주 속에 인간의 위치를 설정하려고 애쓴 노력의 집약체였다.

이 책에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Briefe an einen jungen Dichter)》와, 릴케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던 몇 명의 여인들에게 보낸 편지만을 골라서 옮겼다. 이 서간문들은 릴케의 문학 세계에 접근하려는 사람이나 장차 문학을 지망하려는 사람, 그리고 마음속에서 시를 쓰는 고독한 젊은이들에게 릴케만이 갖는 영혼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저자

라이너마리아릴케

저자:R.M.릴케(RainerMariaRilke;1875∼1926)
상징주의운동을주도한프라하태생의독일서정시인.
아버지의뜻에따라육군유년학교를졸업(1890년)하고,육군사관학교에진학했으나건강상의이유로중퇴했다.19세때첫시집《인생과소곡》을출판했으며,프라하대학·뮌헨대학재학중에는시·산문·희곡·평론등을썼다.1910년에문체와구성이혁신적인모더니즘계열의산문작품《말테의수기》를발표했는데여기에는그의주요주제인사랑,죽음,어린시절의공포,여성숭배,신의문제가전부등장하고있다.이후10여년뒤스위스로이주하여연작시《두이노의비가》등을발표했다.릴케의시작(詩作)의가치는무엇보다도독일어표현능력을높였고,표현가능한시어의영역을확대시킨점에있다고하겠다.
릴케는주로유럽을방랑하면서살았는데그를찾아온여자친구를위해장미꽃을꺾다가가시에찔려파상풍으로사망했다.(그러나급성백혈병으로숨졌다는설도있음)

역자:홍경호
서울대학교문리대독문과및동대학원졸업.
빈대학에서수학.한양대학교교수역임.
역서로는《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릴케),《다니엘라》,《선을넘어서》,《백수선화》,《잔잔한가슴에파문이일때》(이상루이제린저),《아름다운유혹의시절》(카로사),《히페리온》(F.횔덜린)등이있다.

목차

◎이책을읽는분에게5
◎머리말9

젊은시인에게23
한젊은아가씨에게78
루안드레아스살로메에게84
리자하이제부인에게103
클라라베스토프에게133
사랑하는아내클라라에게138
M백작부인에게155
파울라베커에게160
엘리자베스솅크에게163
릴리칸니츠메나르백작부인에게169
게르트루트이솔트에게172
아델하이드폰마르비츠에게173
베르타프람에게177
시조백작부인에게179

◎연보196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는분에게

라이너마리아릴케(RainerMariaRilke)는전유럽문화를단계적으로받아들임으로써한명의범유럽인이되었다.그는독일어,체코어,러시아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와덴마크어를자유자재로구사했고,그로인하여국가간의문화중계자가되었다.미켈란젤로와페트라르카,옌스페터야콥센,브라우닝,발레리,말라르메와앙드레지드등의작품을독일어로번역했으며독일어이외에체코어와러시아어,프랑스어로시작(詩作)도했다.

시인릴케는1987년12월4일에프라하에서태어났으나순수하게독일적인교육을받았고일생동안자기집을가져보지못한,고향을잃은세계시민이었다.그의아버지는장교였으나퇴역후에는고급철도공무원이었고,어머니는냉랭한데다고집이센여자로릴케를어릴때부터여자처럼키웠다.그가편지에서도여러번고백한바와같이그의성격이이런어머니의영향밑에서독특한색조와여성의신비와같은경향을띠게된것도오로지어린시절의특수한환경때문이었다.
양친이이혼한수로릴케는오늘날오스트리아의성폴텐과메리시바이스키르헨에서군사교육을받았다.이점에대해서는《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속에잘나타나있다.거기서1886년에서부터1890년까지5년간이나고통스런생활을감내했던것이다.
그러나장교가되게하려던부친의꿈은그가육군사관학교에입학한해에좌절되고말았다.릴케는신체적인장애때문에자퇴하지않을수가없었다.그다음그는도나우강변에있는린츠의실업학교로적(籍)을옮겼으며거기서는성적도꽤좋은편이었다.학급에서2등을했고교장인에펜베르커박사의50회생일을기념하는시를써서절찬을받기도했다.그당시17세였던릴케는무언가압박감을느끼며시인으로일생을보내겠다고결심했던것같다.그런결심을하고나자실업학교교육은전혀무익한것으로여겨졌다.실업가나은행원이된다는것은고려할여지도없었던것이다.그리하여그는고향프라하에돌아가서다시고등학교졸업시험을치르고프라하대학에입학했으며뒤엔뮌헨대학과베를린대학에서수학했다.
그러나이런공부도결국은그를실망시켰다.그리하여여기서부터릴케의영원한정신적인방랑이시작된다.
일찍이릴케는어떤실제적이고목표있는생활을포기하고,그대신에소란한세상에서도피하여수동적이고겸허하며조용히사색하는자세로모든사물·별·돌멩이·식물·동물·인간들을대하게되었다.이런모든것들은그와똑같은가치를지니며,그는자신이그런것들과밀접하게연결되어있음을느꼈다.그런것들속에도신은직접적으로존재하여활동하고있는것이다.그는세계와자신의내부에도사리고있는신을찾으려고애썼다.

“나는그런사물들속에서신을찾고있다.그들에대해나는친절하게형제와같이대하고있다”
라고쓰고있다.그의원초적인체험은바로소란스러운세상가운데서의고향을잃은자,고독한자의감정이다.

“내게는지금고향이없다.그렇다고그걸잃은적도없다.원래부터없었기때문이다.어머니는이세상에나를낳으셨다.그리하여이제나는세상에서더욱더깊은세상속으로들어가있다.내게도행복이나슬픔이있다.그러나그것들도그나름대로외로우며……”
라고그는쓰고있다.

릴케의사랑은F.W.니체에게서보는남성적인사랑이아니라약한자,불구자,가난한자,경험한자,평정한자,특히어린처녀들과아이들에대한사랑이라고할수가있다.그는모방에서완전히벗어나서독특한음조를얻었으며,말하기어려운것과예감된것만을상징적인수법으로쓰던표현주의를뛰어넘었다.
그의최초의시작(詩作)들은1894년에서1898년사이에단행본으로출판되었다가1913년에《제1시집》이라는제목으로합본되었으며,1909년에는《구(舊)시집》이출간되었다.그시들은모두가외계에대한형제애와같은헌신과신비적인감정이입능력으로부터무엇인가경험되지않은세계속으로들어가는것이었다.
이시기인1899년에는또한서정적인산문소설《기수(旗手)크리스토퍼릴케의사랑과죽음의노래》라는작품이나왔다.시인은이작품속에서1663년에터키와의전투에참가하여헝가리에서전사했다는한젊은이의전쟁과사랑의짧은체험을얘기하고있다.구름이흘러가는듯한리듬속에서한젊은이의운명이서정적이고도마력적인장면을통해서하나하나독자들에게전개되고있다.
릴케의동유럽에대한체험은1899년과1900년에있었던두번의러시아여행이주축을이룬다고할수가있다.릴케는그당시에여자친구인루안드레아스살로메와동행을했다.두사람의정신적교류는루살로메에게보내는편지에잘나타나있다.
아무튼릴케보다열세살이나연상인이여인은러시아의장군과독일인어머니사이에태어난혼혈아였으며,릴케와친교가있기전에이미니체와도가까운사이였고서아시아어학교수인F.칼안드레아스와결혼한여자였다.이교양있고정신세계가깊은여인에게서릴케는러시아어를배웠으며,여행기간에그들은톨스토이를방문했고러시아작은마을의농가에서거처하기도했다.광활한들판과끝없는러시아의풍경과농부들의어린애같이즐거운모습,숱한성자상(聖者像)이있는러시아정교회(正敎會)들은릴케로하여금종교적체험을하도록했는데,그는그체험을통해서중세적인신비주의와범신론적인역본설(dynamism)을결합하였다.
그는갑자기신은자기와함께존재하고있으며그의모든구성요소어디에나살고있다는느낌을갖게된다.그는저위에있는피안(彼岸)에서가아니라이아래세계에서비로소신을찾게된것이다.이제신은그에게영광스러운존재,은둔자,질서를부여하는자,행복을가져다주는자로서나타나게된다.신은광활한러시아의풍물처럼크고도절대적인존재가되었다.
그리하여릴케는사물의외적인매력을통해서불러일으켜지는정조만을포착하는게아니라,그사물들속에있는신을드러내는것이바로시인의사명이라고느끼게된다.이런두번의정신적인발전을통해서《하느님이야기》가나오게되는데,그것은13편의짤막하고도동화적인단편을모은것으로소재는러시아민속에서구했다.거기서는신은어디에나존재하며모든사물에영향을끼치고있다는사실을보여준다.
러시아여행의두번째수확은《시도시집(時禱詩集)》인데이것은수도생활편·순례편·빈곤과죽음편등세편으로나누어져1905년에완간을보게되었다.한러시아승려가기도와찬가,참회와주술속에서이름없는자인신을찾고있다.릴케는여기에서후기낭만주의와밀접한관련을맺고있어서,일종의신비적인세계성을지닌경건성과직접적인신의내재화에대한지복(至福)을느꼈고인간영혼의깊이와범신론적인신비관을얻었던것이다.

릴케의북유럽에대한체험은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여행이었다.그중에서도특히1900년에서1902년까지브레멘과함부르크사이에있는북독일의소도시보르프스베데에체류한일이다.보르프스베데는화가들이모여사는마을이었다.여러예술가들과어울려살면서릴케는마음의여유를갖게되어,그의일생에걸친방랑생활도매듭짓게될것이라는사실을그자신조차믿을정도였다.
릴케는거기서여류조각가클라라베스토프와결혼하여루트라는딸을낳았으며,그때부터는신문기자로서착실하게소시민적인생활을꾸려보려고애쓰게된다.그러나그런릴케의노력도이내끝이나고그는다시금옛날의방랑생활로되돌아가게된다.부인클라라에게보낸편지에서독자들은이부부간의정신적교류와두사람의부부생활을엿볼수가있겠다.

“고독은모든악센트를잃어야하며어떤예외적인가치나의무감도잊어야하오.그리고나를찾아오는사념들과아무도없는데서단둘이서만만나야하오.”

훗날릴케는화가촌의여러벗에대한우의를기념하기위해《보르프스베데》라는제목으로화가인오토모더손,프리츠막켄젠,프리츠오베베크,하인리히보겔러등에관한서정적인수필집을냈다.
러시아여행의체험에서얻어진릴케의시들이신비적이고범신론적인감정의압박을받아사물속에녹아든무언가불가시(不可視)의것이었다면,그자신이찾아낸덴마크의시인옌스페터야콥센의영향과자연에성실하려고애쓰는여러화가들의영향을받고난그는다시세계로향한길을찾았으며화가의눈으로현실적인형상들을응시하는능력을얻었다.그리하여그의시는조각이가진구성과조성력을지니게된다.
1902년의《형상시집(形象詩集)》은1907년에나온《신시집(新詩集)》의전조를보여주고있다.이시들은모두‘보르프스베데시대’에서얻어진것이다.여기에서바로사물을꿰뚫어보는눈이열렸으며신적인신비주의가사물적인신비주의로넘어가게되었다.
페터야콥센의영향에대해서는,독자들은<젊은시인에게>에서릴케자신의입을통해이위대했던덴마크의시인의세계에근접하게될것이다.
릴케의서유럽에서얻은체험은1902년8월프랑스로의이주라고하겠다.그후그는12년간파리에서살았고,파리는그의정신적인고향이되었다.거기에서그는위대한스승인조각가로댕을알았고화가세잔과친교를맺게되었다.

“사물들만이내게말을걸어옵니다.로댕의사물들,고딕식대성당의사물들,완전한사물들만이그렇습니다.이런사물들은내게활동적이며생명이있는세계를제시해줍니다…….”
파리에서그는지금까지와는완전히다른체험을하게된다.죽음·파멸·궁핍·몰락·고통과질병·공포등이그것이었으며그체험을통해서1910년에《말테의수기》가나왔다.이작품은릴케자신의자서전적인산문소설로서한절망적인현대인의고백이라고하겠다.릴케가편지에서말한대로,이작품은너무나위대한내적고백이므로이작품을쓴뒤에다른것을쓴다는것부터가무의미할정도였다.

“이제저는일을치르고난뒤의라스콜리니코프와비슷한기분입니다.결과가어떻게될지는모르겠습니다.제가이책을썼다는사실을생각해볼때두렵기까지합니다.”

이소설은말테의유고로서남아있는단편적인스케치,회상,일기,편지들을아무런순서도없이모아놓은것이다.엄격하게말해서소설의형식을갖춘것은아니지만바로그런무형식에서직접적인것을느끼게한다.말테라는청년은병원을지나다니고거리에서가난한사람들,병든사람들,괴로움으로시달리는사람들을만나며그들의불안과신에대한동경을체험한다.이런온갖공포와절망은말테를갈기갈기찢어서거기에서헤어나오지못하게하나,그에게는오히려그런절망의심연에서삶에대한긍정이나오며생(生)과사(死)의통일이열리고신에이르는길이열리게된다.
파리에서의또다른체험은로댕과세잔과의친교이다.릴케는이들에게서예술에대한엄격한형식과,휴식이없는고된창작에있어서의수련에대한경외심(敬畏心)을배운다.일에모든정력을바치는이위대한예술가들처럼,릴케도사물에대한겸허하고끈기있는헌신을통해서그사물의영혼을파악하려고애쓰게된다.
그리하여그가묘사한사물의핵은가끔인간실존의상징으로나타난다.이렇게되어그의시<표범>이햇빛을보게되었는데,철책뒤에갇혀서사는그동물은바로땅에발이묶인인간의상징이다.
소위릴케의물상시(物象詩)는2부로나누어져《신시집》이라는표제로1907년에서1908년사이에나오게되었는데,그중2부는로댕에게봉정(奉呈)된것이다.
릴케의마지막결실은남유럽에서의체험으로이루어졌다.그는이탈리아와북아프리카그리고스페인을여행한후다시파리로돌아왔다.파리체재이후로는오랜침묵이따랐는데,그동안에릴케는번역에만손을대고있었다.그는1912년에투룬운트탁시스영주부인의초청으로트리에스트에있는그녀의두이노성(城)에손님으로머무르게된다.거기에서다시금새로운창작기가시작되었으며그결과가《두이노의비가》였다.

그당시의여주인은그것이씌어진전말을다음과같이묘사하고있다.

“오랜침묵끝에드디어느닷없이새로운하루가덮쳐왔다.침잠에서부터그가갑자기몸을일으킨것이다.마치냇물이살랑거리는소리에서어떤목소리가그를부르고있는듯이말이다.그는귀를기울이며누구냐고중얼거렸다.그리곤언제나갖고다니는노트를꺼내서쓰기시작했다.밤에는이미제1비가가완성되었고,그후얼마되지않아제2비가가나왔으며제3비가도곧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