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읽는분에게
이책은독서에대한일련의문제를하나의이론적체계를세워본것이다.독서는인격을함양하고보다숭고한생활을하는원천이된다는것은두말할것도없다.이러한독서의방법을안다는것은독서의능률을증진시키는데필수적인일이다.만약독서를많이한사람이라야소위독서에대해말할수있다고한다면,나는이런책을쓸자격이없을지도모른다.그러나경제이론가가반드시돈을잘버는것은아닌것처럼,독서를많이한사람이라고반드시독서의이론을잘안다고말할수없을것이다.
독서하는것과독서하는방법을연구하는것은전혀별개의문제다.이것은일찍이괴테가“독서방법을배우기위해서80년이라는세월을바쳤는데도그것을잘말할수없다”고한것을보아도알수있을것이다.그것보다‘필요가발명의어머니’라는말과‘좋아하는것이결국그일에능통하게되는것’이라는말이있는것처럼,나는독서를즐겨하고특히독서이론에관한책을살펴보고기회있을때마다그것을하나의책으로엮어보려고자료를수집해왔다.한편우리나라의독서수준은아직도다른나라에뒤떨어져있는것이사실이다.이에대하여필자는서울신문에〈가구와도서〉라는다음과같은글을발표한바있다.
사람은생활에편리하고좀더문화적인창조작업을효과있게이루기위해서도구를만들어낸다.우리생활의근거지인집에필요한가구들이그러한것이다.우리는문화적생활을위해서수많은도구를사들인다.그런데그많은도구들은따지고보면거의모두가육체를살찌게하는것들이고,정신적으로풍요로운생활을누리기위한것은그다지많지못한데놀랄것이다.키케로는사람이사는집에책이없으면,그집에사는사람의정신이없는것이라고했으며,책은마음의양식을주는젖줄이라고한사람도있다.(중략)우리나라전체공공도서관의장서가미국의한도서관의장서에도못미치고,우리나라전체대학도서관의장서는미국의한대학도서관의장서에도미치지못한다.이것은원래미국이부자니까그렇다고할지모르겠으나,일본에서는한출판사의1년매상이다른업종의대기업과비교할때크게뒤떨어지지않는데반해우리나라는출판산업과다른산업과의차이가현격하다.이런점으로미루어볼때우리나라에서책의판매량이어떻다는것을짐작할수있을것이다.
오늘날미국이나일본이세계에서문화대국을자처하는것은우연한일이아니다.우리는현대에살고있으면서70년전의사람들이아닌지,그때의가구와도서의비율과나의현재의실정이어떤지한번생각해보고깊이반성해야할것이다.독서는또한책을무턱대고아무것이나많이읽는다고좋은것은아니다.독자나름대로자신에게꼭필요한내용의책을잘선택해서읽어야효과적인독서가될수있다.이를위해서또서울신문에〈교과서와교양서〉라는다음과같은글을기고한바있다.
우리나라가짧은시일에장족의발전을할수있었던것은교육과교역의활성화때문이었다.우리는세계에서그예를찾아보기어려울정도로교육열이높아서,농촌에서는소와밭을팔아서자녀들의학자금을마련하는가하면,수입보다도많은과외비용을마련하기위해동분서주한다.분에넘치지만않는다면교육열이높은것은좋은현상이다.확실히우리는별다른천연자원이없어서두뇌와기술을자원화하기위한교육의활성화가절실하기때문에더욱그러하다.
그러나우리나라에서의교육열은부작용이없지않다.그하나가과외망국(課外亡國)이라는말이있을정도로국민의건전생활을뒤흔들어놓은동시에지식편중의교육으로흐르고말았다는사실이다.교육의본래이상은사람의지식계발도중요하지만그보다도인간의품성을선하게하는데있을것이다.그러나아직도우리나라교육이시험위주의교육이므로,시험문제는잘풀지만사람됨됨이라는측면에서보면만족스러운것이못된다고생각하는것은나만의편견이아닐것이다.(중략)
우리나라처럼과외공부도하지않고,소를팔아서자녀를학교에보내지않으면서도잘사는미국과비교해볼때,그럴수밖에없는여러가지이유가있겠지만,그중에서도학생들이교과서나참고서에만매달리고교양서적은그다지읽지않고자라는것이원인의하나가아닌지모르겠다.
앞의문단은부강한나라를만들기위해서우리모두가힘써독서할것을강조한것이고,뒤의문단은어떤책을읽어야할것인가를말하려고한것이다.이것으로이책을펴내게된까닭을어느정도밝힌셈이다.그동안필자는현실적으로올바른독서의이해를위해이러한책의출간이절실하게필요하다는것은알고있었으나,그렇다고예전에출간했던책을다시손질해서출간할생각은못하고있었다.그러다가우연한기회에범우사윤사장으로부터출간요청이있어서다시옛책을뒤적이게되었다.
그책은원래가원칙적인문제를다루었기에오랜세월이지났어도내용에크게손댈곳은없었다.다만새로운장을늘려일부를증보(增補)하고일부현실에맞지않는곳은삭제하는한편,독서에관한단상과독서에관한명언들을모아첨가했다.이책이독자들에게독서안내에조금이라도보탬이될수있기를바라는마음간절하다.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