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룡이(외)

벙어리 삼룡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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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나도향의 단편소설 모음-
〈벙어리 삼룡이〉,〈물레방아〉 외 아홉 편을 수록
나도향은 1917년 16세 때 문학에 눈을 떠 교우지(校友誌)를 통해서 첫 솜씨를 보이다가 1922년부터 《백조(白潮)》 동인으로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벌이던 끝에 1926년 25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1917년은 이광수(李光洙)가 장편 〈무정〉을 연재한 해이고, 그 후 1926년까지 사이에는 일본 도쿄에서 《창조(創造)》(1919), 국내에서 《백조》(1921), 《폐허(廢虛)》(1920), 《조선문단(朝鮮文壇)》(1924) 등이 발간되어 문학 지망생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기는 했으나, 기법상으로나 문학이론상으로 모든 문학 지망생들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나도향은 감상적인 사춘기의 소년으로서 문학에 뜻을 두고 출발하여 인생의 초입에 불과한 청년기에 그만 중도 좌절하였다고 볼 수 있다. 25세의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장편 〈환희(幻戱)〉, 〈어머니〉와 중편 〈청춘〉을 남긴 나도향은 또한 여러 편의 단편을 썼다. 〈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 〈뽕〉, 〈행랑 자식〉 등 오늘날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들이 여러 편 남아 있다. 나도향이 삼대 의사의 가문에서 태어나 한때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적을 둔 일이 있었던 탓인지 병원을 싸고도는 이상한 분위기를 비교적 리얼하게 그려 놓고 있다.
저자

나도향

(羅稻香;1902〜1926)|

소설가.이름은경손(慶孫),필명은빈(彬),호는도향(稻香).
서울출생.1919년배제고보를졸업하고경성의전에입학했다가문학에뜻을품고일본으로밀항했으나학비가없어돌아옴.
경북안동에서1년간보통학교교원으로있으면서중편〈청춘〉을썼으며,21년4월《배제학보》에처녀작〈출학(黜學)〉을발표함.
이듬해동인지《백조(白潮)》를발간하면서창간호에〈젊은이의시절〉,장편〈환희(幻戱)〉등을게재함.23년에백조파적인감상을극복하고사실적인경향으로전환하여〈17원50전〉〈행랑자식〉〈여이발사〉등을《백조》에발표함.
25년〈물레방아〉〈벙어리삼룡이〉〈뽕〉등을발표한후재차일본으로건너가수학하려했으나뜻을펼치지못하고26세에급성폐렴으로요절함.

목차

◎이책을읽는분에게5

행랑자식17
벙어리삼룡이40
물레방아58
뽕79
옛날꿈은창백하더이다104
지형근(池亨根)125
여이발사181
꿈191
별을안거든우지나말걸213

◎연보243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는분에게|

나도향(羅稻香)을평하고있는사람들은한결같이미숙성과감상성을지적하면서도작가로서의재질을높이사고있다.그의일련의작품을읽어보면그러한평이비교적들어맞는것이사실이다.
그렇다면작가로서의재질을갖추었으면서도왜미숙하고감상적인작품에머물러야했는지그까닭을먼저살펴보기로하자.
연보에의하면나도향은1917년16세때문학에눈을떠교우지(校友誌)를통해서첫솜씨를보이다가1922년부터《백조(白潮)》동인으로서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벌이던끝에1926년25세의나이로요절한것으로나타나있다.1917년은이광수(李光洙)가장편〈무정〉을연재한해이고,그후1926년까지사이에는일본도쿄에서《창조(創造)》(1919),국내에서《백조》(1921),《폐허(廢虛)》(1920),《조선문단(朝鮮文壇)》(1924)등이발간되어문학지망생들에게무대를제공하기는했으나,기법상으로나문학이론상으로모든문학지망생들이제대로성숙하지못한수준을보이고있었다.
바로이러한시기에나도향이감상적인사춘기의소년으로서문학에뜻을두고출발하여인생의초입에불과한청년기에그만중도좌절하였으니,그에게서미숙성과감상성이상의수준을기대한다는것은오히려억지에속한다.

앞서나도향이처음으로문학에뜻을품은것이16세때라고하였는데,그무렵그는기독교계공옥보통학교(攻玉普通學校)를거쳐배재학당에입학하여교우지편집을맡는한편습작을발표한적이있었다.나도향의작가적비밀을캐는데필요한자료라고여겨져이무렵교우지에실린습작작품〈출학(黜學)〉을검토해보기로하겠다.
배재학보에발표한〈출학〉의대강줄거리는여주인공인여학생‘영숙’이애인‘이병철’이시골에서자기를기다리고있는것을알면서도친구오빠의사랑을받아들였을뿐만아니라그오빠와만나야할그시간에또다른남자의유혹을받아마침내‘육체의죄’를저지르게되는데,그일로학교에서퇴학당하자회한을견디다못해편지로이병철에게용서를구하는것으로되어있다.

그리운병철씨,지금병철씨는어느곳에계십니까?저황망한대해를건너보이지도않는곳입니까.울울한산림속에헤매시며계십니까?어찌하여불러도대답이없으세요.나의힘껏부르는소리는이편에서저산을울리어그의반향이들리는데요.그반향의소리가이우주에가득찬공기를울리며그리운병철씨의묘하게생긴귀속으로어찌하여들어가지않았어요.아아,나의가슴에모든피가다식어냉수가되어버릴때까지병철씨는돌아오지않으렵니까.

지금읽어보면미고소(徵苦笑)를금할길없는치기어린미사여구로점철되어있지만,끝까지읽어나가노라면16세의나이를웃돌정도의성숙된면을나타내고있다.
멀리떨어져있는한남자와의깊은애정을희구하면서도번번이눈앞에닥치는유혹의손길을뿌리치지못하는여자의기묘한정신구조를16세의나이로꿰뚫어보고있는것이다.
이광수가장편〈무정〉에서근대적인애정의의미를모색하여센세이션을불러일으키던1917년,같은해에나도향이16세의나이로단편을통해여자의애정심리를추구하고있는것은범상한일이아니다.
문장은앞에든것처럼고문(古文)투의미사여구로시종하고있으나,끝까지읽어나가면그런대로구구절절이호소력을띠어작품의분위기를산만하게흐트러놓지않고압축시키고있거니와,특히이점은나도향이일찍부터문학적재질을지니고있었다는증거가된다.

나도향은1922년21세때,경북안동에서보통학교교원으로일년동안근무하는중에〈청춘〉을쓴것으로되어있다.
그러나새로발굴한책《청춘》에의하면그작품이조선도서주식회사발행의단행본으로발간된것이쇼와〔昭和〕2년,즉1927년이라고되어있는것을볼때그가작고한뒤에유고(遺稿)로서발표한것이분명하다.
그러나발간은1927년이지만,작품을실제탈고한해가1922년인이상작품〈청춘〉을그의처녀작으로보는것이타당할것같다.

안동이다.북에는태백의영산이고개를흔들고꼬리를쳐굼실굼실기어내리다가머리를쳐들은영남산이푸른하늘바깥에떨어진듯하고동으로는일월산이이리기고저리뒤쳐무협산에공중을바라보는곳에허공중천이끊긴듯한데남에는동대의줄기갈라산이펴다남은병풍을드리운듯하다.

이런서두로시작되는작품〈청춘〉은중편정도의스케일을담고있다.작품을읽어보면습작기의미문투가남아있기는하나,〈출학〉에서보는바와같은치기어린과장된표현은가시어지고있다.
손가락에서는진홍빛붉은피가솟아올랐다.그러나그소년의주머니에는종이도없고수건도없었다.양복입은그에게피나는손가락을동여맬만한옷고름이나마없었다.
그때였다.또다시어제와같이그처녀는물동이를이고물길러갔다.넘어질까기겁하여두눈을아래로깔고물길러갔다.걸음걸음이향자취를땅위에인박고,발끝발끝마다꽃그림자를그리는양순은텅빈물동이에사랑의샘물을가득채우려는듯이물길러갔다.
리얼리즘이전의문장이기는하지만,소박하나마객관성을지키려는노력이보인다.습작기의문장이작가자신이자기감정에사로잡힌상태에서쓰고있는데반해여기서는자기감정에서벗어나대상을냉정하게스케치하고있다.

그러면작품내용은어떤가.
작가는작중인물을‘소년’으로표현하고있으나,작중인물‘유일복’은대구상업학교를졸업하여대구은행안동지점계산과에근무하고있는어엿한은행원이다.말하자면청춘을마음껏누릴수있는특권의소유자이다.
작품에는‘유일복’외에도그를여러모로돌봐주는‘이동진’,‘유일복’을사모하는‘정희’,‘유일복’이첫눈에반한주막집딸‘양순’,그어머니와오빠,그리고‘유일복’의친구‘김우일’,그밖에여승,지점장,은행원등이등장하거니와,‘유일복’은이런사람들틈에서청춘을편력하고있다.
그는일찍이지점장의딸‘정희’와타의든자의든결혼약속을한몸인데도‘정희’에게는전혀애정을못느끼고있었다.그러나‘정희’는‘유일복’을지아비로서마음속에새긴채사랑을구하고있었다.
그럴수록‘유일복’은‘정희’를기피하려고했을뿐만아니라산책중에다친그의손가락을헝겊으로동여매준주막집딸‘양순’에대한연정만불타오를뿐이었다.그리하여그는‘이동진’을중간에내세워‘양순’과의혼인을성립시키려고하였으나,그처녀의어머니와오빠가일단승낙을해놓고느닷없이처녀를다른사람에게돈을받고시집보내려고했다.이작품의극적국면은그곡절부터격화되는데,결국그는유혈극을벌인끝에‘양순’의오빠를죽이고,이윽고‘양순’이마저칼로찔러죽인뒤그집에불을지르고만것이었다.
그러나작가는그얘기로작품의대단원을이루지않고‘유일복’으로하여금자살미수에그친채절에서은신하고있는‘정희’와재회하게하고있다.어찌보면신파극같은처리이지만,그러나나도향은색다른결말을보여주고있다.
어떤점이냐하면,흔히권선징악적인고대소설에서처럼남자주인공으로하여금여자주인공앞에서눈물을흘리며죄과를참회하게하는따위의방법을지양하고있는것이다.요컨대‘유일복’은죽는순간까지도‘정희’를‘아내’라고부르기를거절하고있다.‘정희’를마지막순간에가서‘아내’라고부르는것과부르지않는것과의차이는종이한장차이인듯싶으나,실은그것은인간의애정을가름하는중대한갈림길인것이다.그러나그렇다고해서만약이경우에‘정희’를아내라고부르며‘일복’이죽었더라면어떻게되었을까.
말할나위도없이멜로드라마적인여운밖에남기지못했을것이다.
나도향의문학적안목은바로그점을의식할정도로날카로웠다고본다.
하지만작품〈청춘〉은처녀작다운신선한맛을풍기고있기는하나,작품의전개방법과문장표현에있어서전근대적인수준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는것만은사실이다.
그러나작품에서틈틈이보여주는관념은단순히치졸하다거나미숙하다고마는할수없을정도로그나름대로의깊이를가지고있다.

25세의나이로요절할때까지장편〈환희(幻戱)〉,〈어머니〉와중편〈청춘〉을남긴나도향은또한여러편의단편을썼다.
〈물레방아〉,〈벙어리삼룡이〉,〈뽕〉,〈행랑자식〉등오늘날문학적으로높이평가를받고있는작품도있는반면에습작수준에머물고있는작품도많은것은무엇보다도그의짧은문학적생애에돌릴수밖에없다.
나도향이삼대의사의가문에서태어나한때경성의학전문학교에적을둔일이있었던탓인지병원을싸고도는이상한분위기를비교적리얼하게그려놓고있다.
-정창범(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