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촘스키’라 불리는 조너선 코졸,
우리 시대 교사의 역할을 묻다!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이요, 미국의 차별적인 교육과 사회 불평등에 맞서 싸워온 진보적 교육자 조너선 코졸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기보다는 남을 이겨야 내가 잘 산다는 경쟁논리 속에 아이들을 가두고 기성 사고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상상력을 제한하는 교육 풍토에서 교사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단호히 묻는 책이다.
아이들을 주체적인 존재이면서도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존재로 이끌어야 한다는 코졸의 신념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무상급식과 일제고사 논란,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 하는 역사 교과서 용어 논란 등의 절박한 문제 앞에서 안일함과 혼돈에 빠진 우리 교단에게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특히,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의 저자이자 《오늘의 교육》,《녹색평론》편집위원인 이계삼은 ‘해제’에서 조너선 코졸 정도의 문제의식과 깊이를 갖춘 책을 국내에서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코졸의 문제의식이 우리 교단에서 갖는 시의성, 코졸의 외침을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이유에 관해 감동적으로 쓰고 있다.
▶ 교육계의 진보적 지성, 조너선 코졸을 만나다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야만적 불평등》의 저작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교육에 뜻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고 있는 교육자이자 작가인 조너선 코졸의 책이 출간되었다.
조너선 코졸은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성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하버드와 옥스퍼드를 졸업한 전도유망한 백인 남성으로써 얼마든지 미국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흑인 거주 빈민 구역인 보스턴 록스베리에서 열악한 환경의 한 공립학교 교사로 자원하면서 이후 인종 ㆍ계층간 차별이라는 미국 교육계의 질곡을 온몸으로 헤쳐나가는 교육 운동가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교실도 없어서 강당에서 칸막이도 없이 합창단, 연극반이 연습하는 한 구석에서 수업을 하는 아이들,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학업 수준이 1, 2학년 정도밖에 안 되는 아이들, 학교 교사에게 매를 맞은 후유증으로 손가락이 비틀리고, 사회에 대한 경계심과 증오심으로 마음을 꼭 닫고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의 모습은 신참 교사 코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는 이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는 한편, 규칙과 명령과 복종의 임무로 도배된 게시판의 자료를 뜯어내고, 사회 교과서를 교실에서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대신 호안 미로나 파울 클레의 그림, 슈만이나 라벨 등의 음악을 채웠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에 저항한 흑인 시인 랭스턴 휴스의 시를 읽어줬고, 바로 그다음 날 ‘교과 과정 이행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해고된다. 이 첫 부임지에서의 경험을 쓴 코졸의 첫 작품 《이른 나이의 죽음Death at an Early Age》은 1967년에 출간되어 전미도서상을 수상했고 20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코졸이 다시 공립학교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20여 년 후였다. 1988년, 코졸은 다시 빈민가로 돌아와 빈민가의 공립학교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열악한 인종분리와 빈곤 문제를 겪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곳의 소외된 아이들의 문제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 지금까지 코졸은 차터 스쿨, 마그넷 스쿨, 바우처 제도, NCLB(아동 낙오 방지법) 등, 교육 수준을 높이고 질 좋은 교육 혜택을 받게 한다는 미국 교육 정책에 감춰진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 즉 이들 정책이 실제로 공립학교밖에는 갈 데가 없는 빈민층 아이들을 더욱더 소외시키며 교육의 빈부 차별을 공고하게 한다는 것을 폭로하고,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을 받게 하는 제도의 마련을 위해 열정적으로 싸워왔다. 이 시기에 쓴 저작 《야만적 불평등Savage Inequalities》(1991)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1995) 《국가의 수치The Shame of the Nation》(2005)는 미국 공립학교의 인종분리의 실상과 빈곤 문제를 폭로한 보고서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물결이 전국을 휩쓸고 몇몇 평등 법조항을 얻어냈던 60년대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오늘날, 누구나 다 인종차별은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공립학교의 인종분리는 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코졸의 고뇌가 깊이 배어 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 책 《교사로 산다는 것》은 약간 다른 위치를 가진다. 역시 교육을 주제로 한 책인 것은 같지만, 빈민가 공립학교의 현실 문제에 천착하여 밀착 취재를 바탕으로 쓴 위의 책들과는 약간 달리, ‘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이 책은 1981년에 쓰였고, 이 시기는 코졸이 공립학교를 떠나 있던 ‘공백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코졸은 문맹이나 홈리스, 농촌 주민의 건강 등 사회문제로 시야를 넓히고 있었고, 문맹과 노숙인 문제를 다룬 《침묵의 포로들Prisoners of Silence》(1980) 《문맹 미국Illiterate America》(1986) 《레이철과 그녀의 아이들Rachel and Her Children》(1988) 등의 책을 출간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앞서의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말 잘 듣는 시민’을 기르는 미국의 주입식 교육을 비판한 책인 《깜깜한데 집은 멀어The Night is Dark and I am Far From Home》(1975), 별다른 자료가 없어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제목으로 보아 교육의 문제를 고민한 책인 것 같은 《대안 학교Alternative Schools》(1982)가 이 시기에 출간되었으니 말이다.
코졸의 자세한 평전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비블리오그라피만으로 추측하건대, 이 책 《교사로 산다는 것》은 8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코졸의 ‘공립학교 교육운동 시기’의 사상적 기초를 이루는 책으로 보인다. 코졸이 미국 공립학교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 속에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확고한 사상적 기틀을 가지고 다시 빈민가 공립학교로 돌아왔다면, 그 확고한 사상적 기틀을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미국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코졸의 명저들은, 국내에 두 종이 이미 나와 있긴 하지만, 너무 미국적 상황을 다루고 있어서 우리 독자들의 흥미와 공감을 사기가 쉽지 않아 국내에 잘 소개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교사로 산다는 것》은 비록 미국 공립학교 이야기지만 우리 학교교육의 현실과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국내 독자들이 흥미 있게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코졸의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우리 시대에 ‘교사로 산다는 것’
침묵하는 교단에 대하여
이 책 뒤에는 현직 교사이자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저자인 이계삼의 ‘해제’가 붙어 있다.
이계삼은 해제 서두에서, 일본 홋카이도의 토마리 원전 근처 쿄와쵸 마을에 사는 피폭당한 (것임에 틀림없는) 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절규를 인용하고 있다. 이 여학생은 위험성을 알려주지도 않고 막아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어른들을 향해 ‘어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라며 울부짖고 있다. 교육이란 ‘가르치지 않은 것이, 굴종과 침묵이 곧 죄악이 되어버리는’ 장(場)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우리나라 교육의 장은 어떤가. 이계삼이 한탄하고 있듯,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아이들에게 원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 대신 ‘엑스레이, CT 찍는 것보다 해가 작다’는 행정 당국의 공문만 그대로 읊어질 뿐이었다. 우리는 이미 우리 학교가 ‘이기지 않으면 죽는다’는 식의 경쟁논리로 숨 막히는 공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공간조차도 공부 잘 하는 혹은 돈 많은 집 아이에게는 훌륭한 시설을 갖춘 질 좋은 교육 공간으로, 공부 못하거나 돈 없는 학생에게는 무시받고 차별받는 어두운 공간으로 나뉘어버렸다. 지금처럼 ‘학력 수준’만을 우선시하는 교육정책 하에서는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이 발휘되지 못할뿐더러 부모의 재산능력에 따라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깊어간다. 코졸은 이런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란 아이들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교사의 의무는 학교와 국가의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다
《교사로 산다는 것》에서 코졸은 학교교육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한다. 이런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란 아이들에게 그들이 어떤 거짓 교육을 받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알려주고, 정의(正義)를 향한 거침없는 비판정신과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코졸은 말하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이 기성 사고 체제를 뛰어넘지 못하도록 상상력을 가두고 맹목적인 애국심을 목적으로 규율에 대한 복종만을 요구하는 곳이다. 이런 학교가 작동시키는 위선적이고 교묘한 이데올로기는 국기에 대한 맹세 같은 노골적인 규칙 외에도, 어법(말투)에 대한 규제, 관행 및 관습적 사고, 교과서 같은 학교교육 자료 등등으로 나타난다.
ㆍ1인칭으로 말하기 : 교사의 의무는 이런 학교 체제에 맞서 저항하는 것이다. 한 예로, ‘1인칭으로 말하기’를 들 수 있다.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주로 ‘선생님은 ~라고 생각해’ 하고 말하는데, ‘나는 ~라고 생각해’ ‘나는 ~를 느껴’라는 식으로 주어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나’를 주어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체제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기로 한 사람이다. 이런 교사는 아이들에게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본보기가 되어줄 수 없다. ‘나는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