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배야, 우리가 봄이다 (이상석과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봄날)

창배야, 우리가 봄이다 (이상석과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봄날)

$14.10
Description
가난에 내몰리고 인문계에 못들어 기죽은 공고 아이들의 교실.
‘너희를 절망 속에 내버려 두지 않겠어.
너희가 외로움 속에 시들어 가는 것을 보고 있지만 않을 거야.’
다짐하며 끝까지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는 교사가 있다.
냉기가 흐르던 교실에서는 마침내 아이들의 따뜻한 웃음소리가 배어 나온다.

책에는 부산 경남공고에서 이상석과 아이들이 함께 지냈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20대에 처음 교사가 된 이상석 선생이 쉰이 넘어 만난 공고 아이들. 세상이 변했다고, 아이들이 변했다고 학교를 떠나는 동료들도 있지만 이상석 선생은 다시 개학맞이 목욕을 하며 아이들을 만난다.
인문계에 못 들어 기죽고 가난한 공고 아이들은 절망하며 폭주족이 되고 공부 시간에는 엎드려 잠만 잔다. 언제나 아이들 편이 되려고 했던 이상석 선생도 때론 울컥 화가 치밀기도 하고 무너져 내리기도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이상석 선생은 아이들과 허물없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여름방학에 산에 오르고, 이야기를 나누며 글을 쓰고 시를 쓴다. 가난하게 사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이야기판을 벌이고 아이들은 삶을 나누면서 교실에서 살아나기 시작한다.
허허벌판 같은 세상에서 이상석과 아이들이 따뜻한 봄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책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을 보여 주는 책이다.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같이 이야기하고, 들어 주는 것. 거기에 길이 있다고 말한다.
책 곳곳에 둘도 없는 동무 박재동 화가의 그림이 들어 있어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2014년에 나온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를 새롭게 정리해서 다시 펴낸 책이다.
저자

이상석

저자이상석은1952년경남창녕에서태어났다.1979년교단에선뒤로대양공고,대양중,성모여고,중앙고,부산진고,경남공고,양운고를거쳐신도고에서2015년2월에정년퇴임했다.전교조만드는일에함께한일로5년동안‘거리의교사’가되기도했다.한국글쓰기연구회에서이오덕,권정생,김수업선생님의가르침을받아‘우리말과삶을가꾸는글쓰기’를공부했다.지금은[글과그림]동인으로활동하면서사람사는재미와보람을느끼고있다.학생들글을엮어《있는그대로가좋아》를냈고,교육활동과교단일기를모아《사랑으로매긴성적표》를펴냈다.중·고등학생시절방황과아픔그리고성장을담은《못난것도힘이된다》를썼다.제3회전태일문학상을받았다.

목차

여는글

1부내마음속아이들
다른샘들은내마음몰라요/선생맞아?/학교를떠난아이1-우리의석이가니봉이야?/학교를떠난아이2-이곳은주례부산구치소입니다/자명종을삽시다/내속에숨은깡패/수지와민들레홀씨/하얀종이비행기/아이들은숨을쉬고싶다/다리짧은선생님

2부야들아,뭐하노?
교단25년,새로운시작/선샘,나이가몇살……?/“내마음인데요”/오늘하루도정신없이돌아쳤다/무상교육은꼭해야할일이다-장학생추천/교문지도라고?/스승의날두풍경/시험,주눅들기연습/곤욕을치른줄도모르는젊은검사/네성의를보여라/목구멍이포도청인데/야들아,뭐하노?

3부내종례는아직끝나지않았어
개학첫날할일이두발지도?/“나는안쪽팔리는데요”/공고취업반10월/나에게가르칠용기를주소서/나는이게억울하다/학교는눈물을흘리지않는다/말문이틔어야한다/“됐다,아빠담배나사피라”/소박한삶?당당한가난/공고3학년,세상으로나가기/이아이들이야기를써야한다/내종례는아직끝나지않았어/자!떠나는경태를위하여!

4부가난이너희를키웠구나
가정방문,사랑의밑자리를까는일/오늘부터대망의가정방문/둘째날,사상일대를돌았다/오늘은민성,지환,민준이집에가보았다/“선생님들은월급많죠?”/학비면제,다해주어야할형편이다/이진영,신승엽,김동현집방문/지하철2호선끝마을까지/가정방문마지막날/가난은사람을사려깊게하지/따뜻한봄은언제오려나

보고싶을거야,너희들
다시만난아이들

출판사 서평

그래도여전히아이들은따뜻하다_나를가르치는아이들

거리를지나는교복입은학생들을볼때마다눈물이나던시절이있었다.거친말이오가는대화를듣고줄여입은교복을보며“애들이다그렇지”하며비난과체념섞인말을하다가도,애들이살아있음에감사하던때가있었다.그리고지켜주지못함에미안해했다.책에실린글을쓸당시50대의교사이상석도마찬가지다.
특활부서를정하는시간,기현이와성현이는줄넘기에서달리기로다시풍물로그러다가이젠서예반에가겠단다.얘들이어른이되면어떻게살까,또그렇게하루하루살아갈까,이선생은한숨이나온다.3학년2학기공고취업반아이들교실.그래도기말고사를보려면수업을해야한다.그런데아이들은“우리는찌꺼래기들인데요”“우리과는성적순으로딱잘랐어요.진학반가고싶어도안된다던데요.성적에밀리면끝이지시발……”이러며엎드려잔다.이선생은또터진다.앞에빈책상을냅다걷어차며고함을친다.희정이가낼모레전학을가기로했다.아버지가또직장을옮겼단다.그런데아이들은이틀,사흘이지나도이별을위한행사하나안한다.가는날아침에도별반응이없다.이선생은화가날지경이다.“다따라나와서인사해”하고소리치고싶으나참고희정이손을잡고교문을향한다.
하지만아이들은이게다가아니다.기현이와성현이는조금있다커피를뽑아들고와서는책상위에놓고가며중얼거린다.“내마음인데요.”공부하기싫다며엎드려자던3학년취업반아이들은자기네삶을시로써보자했을때,이런씨를써낸다.

“친구가개를샀다길래
친구집에놀러갔다.
암컷이었다.
‘암컷이더비싸다아이가,수컷사지그랬노?’
‘개라도여자랑있고싶었다.’
친구도울고
나도울고
개도울었다.”

희정이가작별인사를해도그대로앉아있던아이들은교문을향해쓸쓸히걸어가는이선생과희정이뒤로“희정아,잘가”하며수십개의하얀종이비행기를날린다.
그럴때마다이선생은아이들에게미안하다.아이들마음을이해하지못하는선생마음을되려이해해주는아이들이고마워서,펄펄끊는청춘들을앞에두고나는뭐하고있나하는생각에,기다려주지못하고버럭화를내서못내미안한것이다.겉으로보이는모습은어떨지몰라도아이들의속마음은세상이아무리변했어도따뜻하다고이선생은믿는다.선생이,어른이기다려주면,기다려주면되는것이다.

한50대교사의열정과애환
이책은이상석선생이2000년대중반에부산경남공고에있을때쓴글들을모은것이다.교육활동과교단일기를엮어펴낸《사랑으로매긴성적표》가1988년에처음나왔으니25년여만에다시만나는교육에세이인셈이다.《사랑으로매긴성적표》는당시5판30쇄를발행할정도로많은사랑을받았다.이번책에서교사이상석은경남공고아이들과살았던이야기를솔직하게들려준다.1부(‘내마음속아이들’)는이상석선생이만난아이들이야기,2부(‘야들아뭐하노?’)와3부(‘내종례는아직끝나지않았어’)는저자와학생들의1년생활을시간순으로엮었고,4부(‘가난이너희를키웠구나’)는가정방문이야기이다.
이상석선생은아이들에대한사랑이철철넘치는열정의교사로유명하다.《사랑으로매긴성적표》에서보여주었던아이들에대한깊은사랑과교육현실에대한분노는여전히읽는이들의마음을움직이는힘이있다.하지만쉰이넘어만난경공아이들이야기인《창배야,우리가봄이다》에서이상석선생은변한세상과아이들,흐르는세월앞에서조금은힘이부쳐보인다.야생성을잃어버린아이들이안타깝고,변하지않는학교의모습에절망하며,좌절하기도한다.하지만그는여전히개학맞이목욕을하고,교장의눈치따윈아랑곳하지않고가정방문을다니며,아이들과삶을가꾸는글쓰기를한다.‘저기산이있어오르듯이’그에게는함께‘살아가야할’아이들이있기때문이다.
모두가잘알고있듯이대한민국50대평교사의삶은위태롭다.아이들은말이잘안통한다고,학부모는늙고고루하다며좋아하지않는다.50대교사의경험은학교에서배척당하기일쑤다.50대평교사의명예퇴직이많은것도이런까닭이다.이책을통해우리는몸은늙어가지만여전히가슴뜨거운우리시대50대교사들의열정과애환을느낄수있을것이다.

[책속으로추가]

너희는어땠는지몰라도나는가정방문간게젤귀하고값진시간이었지싶어.그때우리는서로맘들이통했던거같애.내가너희들을아들같이볼수있었던건너희가사는집,너희가자는방을보고난때문이었을거야.너희들방에단둘이앉아몇마디이야기를나누다보면다내품에안기는아들이되더라고.그러면서우리는사랑을나누었지.
나,너희들보내고무슨낙으로살꼬.스블,벌써부터목이메네.너희들한가지만잊지마래이.내가자주말했제.
“우리인연은지금부터다.”(‘내종례는아직끝나지않았어’223-224쪽)

아파트는낡고좁다.부모와형이다집에있다.아버지는피곤해보이고어머니는막일끝내고돌아왔단다.학교급식소에서일한다고한다.
방이두개뿐이다.동원이책상을한번보자고하니작은방문을연다.형이과자봉지를어지럽게흩어두고컴퓨터게임을하고있다.좁아서둘이거처하긴어렵겠다.동원이방은없는셈이다.
동원이는가정조사서집안형편을묻는칸에이렇게썼다.
“적당한것같으면서도약간부족한듯.”
아!동원이는이정도사는것이적당하다고했다.부모계시고형있고좁은아파트지만쫓겨날염려없고.굶지않고.이정도면족하다.
그래,동원아.적당한것같으면서도약간부족하다고생각하는네마음이가상하구나.한시간걸리는먼거리를통학하면서이렇게꿋꿋하게살아가고있구나.됐다.네가대견스럽다.
(‘오늘부터대망의가정방문’242-243쪽)

가정방문마치고버스타러나오다가건축과김태강인함뒤무력함(3학년심경택)

오늘도술에취해집에오시는아버지
하루이틀이아니구나.
연이은사업실패때문인가
강하시던아버지가너무약해보인다.

학교다녀오면어두운내방
“학원도이번달이끝이구나.”
누나가웃음을잃고
아버지는희망을잃고
난행복을잃었구나.

아버지의뒷모습
우리들앞에서내색하지않고
항상잃지않으셨던웃음

잠들기전에생각한다.
내가할수있는일이이렇게없구나.
내가이렇게무력하구나.
얼마나지나야강해질수있나.
언제나는어른이될수있나.

빨리찾고싶다.
내가잃은
우리식구들이잃은것들을.

경택이누나는동아대국문과를다니는데학원에서아르바이트를한모양이다.어머니도어디남의집에일하러다니고,아버지는망한호텔의지배인이었다.할머니가계셨다.경택이는현대중공업입사를앞두고있다.아주예의바르고성실한아이다.취직이안되면새벽시장에나가채소장사를해서라도집을돕고싶다고하던아이다.(‘가난은사람을사려깊게하지’300-301쪽)
훈,기계과아이하나를만났다.출출하던차에잘됐다.얘들하고한잔해야지.안그래도태훈이는내가달래주어야할아이.내가건축과담임한다해놓고화공과로갔다고2학년올라와서수업을안들으려고뻗대던아이다.물론내반은등교시간도자유롭고마음도편해서그렇겠지.얘가버릇이없는면도있다.그런데버릇이무엇인가.제살아온본성이맑으면그만이지.틀에어긋난다고버릇이없다할수있는가.
이아이들고기라도한번먹이자싶어고기뷔페로가서좀먹다가왔다.이상화,강민수도함께있었다.(55,000원카드긁음)(‘선생님들은월급많죠?’264-265쪽)

“그래,요즈음뭐어려운일은없고?”
“여태껏잘살아왔는데굳이필요한게뭐있겠습니꺼.”
아!삶의터가아이를키운다고했던가.어째이런말을할줄알까.나보다낫구나.여태껏잘살아왔는데굳이필요한게뭐있겠는가!가지고살아가는내눈으로볼때진영이는불행해보이지만정작이런삶을살아가는진영이는담담하다.
“쌀도주고,학비도대주고,급식도주고…….살수있어요.”
“그래,하지만네가고등학교를졸업하면이런게다떨어질지도몰라.스스로벌어먹고살라는말이지.그러니맘단단히먹어.”
저아랫동네높은아파트들즐비하고자가용이거리를메우고있는세상이지만진영이는한번도그사람들부러워한적없었단다.
“그사람들은그사람들이고……나는나이지요.”(‘이진영,신승엽,김동현집방문’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