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양장)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양장)

$15.10
Description
자연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흔일곱 살 할머니의 삶!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어서 펴낸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글자가 배우고 싶어서 오빠 어깨 너머로 보고 익혔지만 아는 체도 못 하고 살았던 할머니는 남편 죽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뒤에야 글을 써 볼 수 있게 됐다. 도라지 캐서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공책을 사 글씨를 이쁘게 써 볼까 싶어 날마다 글자 연습을 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30년 남짓 됐고, 지금도 일기를 쓰고 있다.

잠만 깨면 밭에 가서 일하는 할머니가 써내려간 일기에는 도시로 나가 사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작은 벌레 한 마리도 예사로 보지 않는 따뜻한 눈길이 담겨 있다.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늘 새것이다.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살아가며 써내려간 일기를 읽다보면 할머니의 봄날은 흘러가 버린 것이 아니라 아흔일곱 세월의 주름 속에 수줍게 숨어서 머물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익숙하고 길들여질 이유 없는 자연과 마주하며 일하고 살아온 할머니의 일기에서 할머니의 삶이 주는 다정한 위로가 배어난다.
눈 뜨면 밭에 가서 일하고, 산에 가서 버섯 따고 나물 캐고, 그걸 장에 내다 팔아 아이들 키우고 이때까지 살아온 아흔일곱 살의 할머니가 하루하루 적은 글은 일기라기보다는 시에 가깝다. 어느 날 하얀 백합을 보고는 깨끗하고 즐거워서 사람도 그와 같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어디 가든 늘 둘이 함께였던 동무 할매도 저세상으로 가고, 먼 산에 눈 오려는지 아지랑이처럼 안개 돌고 바람 부는 날, 밖에 비 오고 조용한 빈방에 똑딱똑딱 시계 소리만 들리는 저녁, 별이 총총 뜬 밤을 지나는 할머니의 날들, 소녀처럼 맑은 그 기록들을 만나볼 수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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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옥남

1922년강원도양양군서면갈천리에서태어났다.열일곱에지금살고있는송천마을로시집와아들둘,딸셋을두었다.복숭아꽃피면호박씨심고,꿩이새끼칠때콩심고,뻐꾸기울기전에깨씨뿌리고,깨꽃떨어질때버섯따며자연속에서일하며산다.글씨좀이쁘게써볼까하고날마다일하고집에돌아와일기를쓰기시작한지30년이넘었다.글쓴이가만난자연과일,삶을기록한글을모아...

목차


투둑새소리에마음이설레고

풀과꽃은때를놓칠까서둘고16
개구리먹는기입이너18
손자자취방22
나간돈25
꿈에본것같구나28
까마귀는일하나도않고31
늘곁에두고보고싶건만34
하눌님이잘해야될터인데41
뭣을먹고사는지45
고숨만안차도53
작은딸전화받고막내아들전화받고57
오래살다보니59
조팝꽃피면칼나물이나는데67

여름
풀이멍석떼처럼일어나니

디다볼수록신기하게만73
비가오니새는귀찮겠지77
사람도그와같았으면81
호호로백쪽쪽86
꿈같이살아온것이90
다매고나니맘에시원하다93
한티재하늘95
강낭콩팔기98
빨간콩은빨개서이쁘고100
돈복이가잘부르는노래103
지금은내땅에심그니108
친구할매112
매미가빨리짐매라고114
어찌나사람이그리운지119

가을
사람도나뭇잎과같이

산소에술한잔부어놓고126
점심도안먹고읽다보니133
사람이라면고만오라고나하지136
도토리로때살고139
편지144
거두미147
그많던까마귀는어딜갔는지150
메주쑤기154
부엌이굴뚝이여156
방오달이158
믹서기163

겨울
뭘먹고겨울을나는지

묵은장169
겨우눈을쳤지171
왜그리꾀없는생각을했는지174
<작은책>을들고읽다보니176
사람이고짐승이고담이커야181
마을회관183
오늘은내가제일인것같구나185
사는게사는거같겠나189
자다가도이불을만자보고193
나살아완생각이나서194
동생머리가옥양목같아서198
손으로뭘만져야정신이드니202
어떻게이해성이라고는없는지205
노래글씨가나와서보고불렀다207
또봄일하느라고바쁘겠지209

책을내면서211
할머니이야기(손자탁동철)215

출판사 서평

편집자글

할머니,고맙습니다

할머니를처음뵌게2001년2월25일이었습니다.전날양양에눈이엄청내려서가는곳마다눈밭이었습니다.울도담도없이블록으로지은작은집,담벼락에삽한자루가기대서있었던게기억납니다.저삽으로하루종일눈을치우셨겠구나했거든요.사람소리에할머니가나오셨는데,자그마한키에볼이발그레하니고우셨어요.아무것도없이혼자있는늙은이집에왔다고옷장에서사탕도꺼내고차도내오고나중엔밥상까지차리셨어요.되직하게끓인된장에감자조림,동치미.찬이없다고걱정하셨지만참달고맛나게먹었습니다.
2009년새해에는할머니가쓴글을모아만든문집<깨모도못붓고뻐꾹새울뻔했네>를받게되었습니다.띄엄띄엄보던할머니글을한꺼번에선물로받은느낌이었어요.두고두고아껴서읽었습니다.그렇게또10년쯤세월이흘렀습니다.가끔시쓰고글쓰는이야기자리에서할머니글을들려주면사람들이참좋아했어요.누가쓴글인가관심을보이기도했습니다.학교를다닌적도,글자를배운적도없는할머니가글씨좀이쁘게써볼까싶어쓰기시작한‘글자’가저한테그랬던것처럼사람들에게다가가는게보였습니다.
책을만들기위해1987년부터2018년봄까지할머니가쓴글을다시읽는데,새롭게다가왔습니다.20년전에는보이지않았어요.그때는내가사는세계하고는전혀다른산골사는할머니이야기로만생각했는데,한사람이오롯이살아온이야기로다가왔습니다.눈떠서해질때까지쉼없이일하고,자연속에서하루하루깊어져가는삶이보였습니다.그리고그삶에서문득어머니가보였습니다.어머니가살아온하루하루는어땠을까,이렇게할머니처럼하루하루걸어오셨겠지.한사람의이야기에서어머니삶을만나게되었고,지금제가살고있는모습까지돌아보게되었습니다.그리고마감하느라지쳐있다가도할머니글을보면마음이편안해졌습니다.일하느라뾰족해진마음이풀어지더라구요.할머니글이,할머니삶이저를위로해주었습니다.“햐얀백합이보기에도깨끗하고즐거워서사람도그와같았으면좋겠다”고하신할머니처럼저도제삶을그렇게채워가고싶습니다.할머니책을만들면서제삶의한부분을채울수있어서다행이고고맙습니다.
2018년3월어느날팟캐스트(학교종이땡땡땡)이야기손님으로할머니가오셨는데,그때도여전히할머니는맑고고우셨어요.7월에는마을회관에서아흔일곱번째생신잔치를한다고합니다.늘그리운자식들,손주들이모두모여서할머니는얼마나좋으실까요.그날《아흔일곱번의봄여름가을겨울》을할머니께선물로드릴수있어벌써마음이설렙니다.

이혜숙(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