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페어 컬처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

리페어 컬처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

$15.00
Description
수리하고 수선한다는 것은
그저 스패너를 돌리는 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은 2년이 지나면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고, 노트북은 자꾸 다운되며 교체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부품 하나만 고장 나도 물건 전체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 괴짜 독일인이 나타났다?!
독일 물리학자 볼프강 헤클은 고장 난 변기를 살펴보다 물이 내려가는 원리를 알아내고, 벼룩시장에서 만난 한 마이스터에게 자전거 엔진 수리법을 배운다. 단종된 제품인 데다 부품을 구할 수도 없다는 전문가의 말을 뒤로 한 채 물어물어 나사 하나를 구하고 직접 고치고……. 가죽 바지에서부터 자동차까지, 그의 수리·수선 열정에서 벗어나는 물건은 없다.
수리하고 수선한다는 것은 그저 스패너를 돌리는 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물건을 고치려면 구조와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해야 하며, 몰입하여 손을 움직여 고쳐야 한다. 때로는 발품을 팔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과정은 새 물건을 샀을 땐 얻을 수 없는, 그 이상의 의미와 풍부한 정서를 느끼게 준다.
리페어 컬처는 우리를 게으른 소비자로 내모는 시대에 맞서, 삶을 더 풍요롭게 가꾸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

볼프강M.헤클

WolfgangM.Heckl
독일의물리학자이자국립독일박물관관장으로,책과방송등다양한미디어를통해어려운학술내용을대중에게재미있게전달한공로로여러상을받았다.
헤클은시간이날때마다작업실에서몰두하거나뮌헨의한리페어카페에서사람들과만나고장난물건을어떻게고칠지머리를맞대고토론한다.떨어진가죽멜빵바지를고치기위해재봉틀에실톳을끼우느라끙끙대고,벼룩시장에서만난어느마이스터에게고장난자전거엔진수리법을배운다.노트북이어폰단자에낀금속조각을꺼내려고유튜브속젊은스승에게조언을받으며몇날며칠작업실에머물기도한다.
무엇이든끝까지해보려는마음가짐.사물을대하는그의태도는곧그의삶이되었다.

목차

○리페어컬처를옹호하며

○수리·수선,자연의플랜
자기조직화의원칙/생명은어떻게시작되었을까/자연도수리하고수선하며재활용한다

○우리가잃어버린것들
잃어버린지식:사물을전체적으로조망하기/잃어버린능력:전문가들은알수없는것

○쓰고버리는사회를해부한다
의도적인노후화/내구성과가격/수영장펌프를수리하다가/하드웨어의짧은수명은예견되어있었다/소프트웨어의수명도‘한시적’이다/수리불가능한일체형디자인/쓰고버리는사회,그대가는누가치르고있는가?

○세상이그대손안에있다
새로운물결은이미시작되었다/나는어떻게스스로수선기술자가되었는가/숨은장인들에게서배울수있는것/나를둘러싼사물을대하는태도가곧인간으로서의나를말해준다/우리내면에는기술자적능력이잠재해있다/리페어컬처는성별을가리지않는다/함께한번해봅시다!/차근차근수리·수선에다가가는법

○수리·수선을하면어떤보상이뒤따르는가?
리페어클럽/나의비앙키아퀼로토와벼룩시장에서만난인연/리페어컬처가깨우는우리의가능성들/자율이라는우쭐한기분/컴퓨터로는배울수없는것/손으로무언가를한다는것/수리·수선의교육적측면/거인의어깨위에올라서서/행복,직접뭔가를만들때생기는감정

○성장의쳇바퀴에서벗어나는길
리페어컬처를향하여/쓰레기를맛보라:쓰레기를어디에잘활용할수있을까/의미있는성장/수리·수선에는보상이따른다/모두를위한재활용/지역내에서사고,지역내에서생산하며,교환해서쓰자!

○2040년우리는어떤삶을살고있을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나를둘러싼사물을대하는태도는
곧인간으로서의나를말해준다

감각적이고멋진디자인,새로만들어낸욕구를충족시켜주는가전제품,고화질의카메라성능을갖춘스마트폰등끊임없이새로운제품이쏟아지는사이,내가가진물건은너무빨리낡은것이되어버린다.낡고헤진가죽장갑,고장난토스터기,구멍난양말,노즐이막혀제대로인쇄되지않는프린터…….버리고새로운것을살것인가,아니면고쳐서다시쓰려고어떻게든해볼것인가?지금세상에서오래된것을수리하고수선하여계속쓴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
2009년네덜란드암스테르담에HUIJ라는리페어카페가처음문을열었다.사람들은이곳에모여물건을고치는법을함께연구하고,업사이클하는법을서로가르쳐주기도하며,제품의가격과수명의관계같은문제를두고토론을벌이기도한다.이러한움직임들이점차활발해지면서,4년만에네덜란드에만50여개의리페어카페가더문을열었고,벨기에와프랑스,미국,독일에도이아이디어가퍼져나갔다.
독일물리학자이자국립독일박물관관장인볼프강M.헤클은리페어컬처를강력하게옹호하는사람이다.리페어컬처는한정된자원,늘어가는제3세계의전자폐기물쓰레기산때문에라도필요하지만,무엇보다수리하고수선하는행위가개개인에게주는정서적인풍만함이있어서,그것을통해우리가놓치고있던수많은가치들을회복할수있다고헤클은역설한다.
너무복잡해서속이들여다보이지않는세상에서나만볼수있는작은세계를만들었다는기쁨,다른사람손을빌리지않고내가스스로해냈다는감각,물건과정서적으로연결되어있다는느낌…….자기를둘러싼사물들에애정을주고,그물건들을끝까지책임지려애쓰는자세.리페어컬처는삶을대하는태도로까지이어져우리삶을더풍요롭게가꾸어가도록안내한다.

물리학자의시선으로본사물의질서,자연의질서

리페어컬처가쓰고버리는사회에서벗어나는자연스러운출구라는것을이해하려면,수리·수선의원칙이인간이만들어낸것이아니라아주오래전시간이시작된이래,자연에내재되어있던것임을확실히할필요가있다.

“수리·수선의과정은무생물계에서도이미일어나고있지만생물계에서비로소이메커니즘의모든힘이전개된다.이시스템뒤에는스스로조직하고또치유하는힘이존재하며,이것없이생명은생겨나지못하고또단1초도유지되지못한다.(22쪽)
(……)자연은오류를범하며,그오류를자연은적어도부분적으로라도다시고친다.우리를둘러싸고있는모든무기물은이수리·수선의법칙을이용하고있다.이것은곧지구상모든물질의기원이라할수있다.이는빅뱅과함께시작되어모든별과행성의생성과함께계속된다.약40억년전에이렇게수리·수선되지않았더라면지구는결코만들어지지못했을테고,지구의열이식는동안에너지보존과자기조직화,수리·수선의과정이없었더라면지금우리는존재하지못했을것이다.”(27쪽)

수리·수선메커니즘은자연발생적인것으로,이과정없이인간은살수없었다.헤클은이렇게수리·수선의원리가모든생명이존재할수있는자연의원리임을밝히고,인류사에서도리페어컬처의흔적을찾는다.그러나우리는이를경시하면서타고난근본으로부터멀어져왔다.

언제부터제품상자에수리안내서가빠졌을까?
-쓰고버리는사회를해부한다

헤클한테는할아버지에게물려받은1920년대스타일정장이한벌있다.그옷을살펴보면,옷주인이살이빠졌다가다시살이찌는사이여러번수선되었음을알수있다.여분의단추가달려있음은물론이고,언제라도수선할수있도록옷감과안감을아끼지않고넉넉하게재단해두었다.처음옷을디자인할때부터사용자의체형에맞게수선할수있도록배려했음이분명하다.
기계도마찬가지다.초기산업디자인은나사하나라도누구나알기쉽게배치하는것을기본으로삼았고,자주고장나는부품만주문할수있도록제품에아예부품번호목록을넣어주기도했다.수십쪽짜리회로도가들어있는제품도있었는데,사용자는이를보고그물건의작동원리를역추정한다든가,고장이나면어디에문제가있는지어렵지않게짐작해볼수있었다.
이렇게산업화시대초기까지만해도제품을처음기획할때부터수리하고수선할것을염두에두었다.제품을수리하는일은매우중요하게받아들여졌고,고장나면얼마든지스스로든가까운수리점에방문해서든고칠수있었다.기업은튼튼한제품을만드는것을자랑스럽게여겼고,소비자는기업에대한믿음을키웠다.
그러나언젠가부터기업은매출과성장이라는목표에사로잡힌자본주의의매개자로,소비자는단순한구매자로전락한듯하다.사용기간이정해져있는배터리라든가금방수명을다하는부품따위를케이스와일체화하여교체해서쓰지못하게만들고,내부가보이지않는제품을생산하고있다.부품을바꿔오래쓰는대신새제품을사도록유도하는것이다.이렇게제품의교체속도가빨라지는사이,사람들은생산과정에서점점더배제되어왔다.기업의마케팅이주는환상적이데올로기는이모든과정을당연하게받아들이도록만든다.그러나이것이당연하기만한일일까?

뭐든만지고고치는사람은
사물과씨름하며세상을이해해나간다

헤클은어느날,산지얼마안된맥북에어에꽂은이어폰에서음악이흘러나오지않는다는걸발견했다.노트북내장스피커에도이상이없고,이어폰이고장난것도아니었다.몇가지가능성을생각해본결과,그는이어폰단자에문제가생겼다는결론에이르렀다.아니나다를까,플래시를비쳐안쪽을살펴보니이어폰단자에작은관모양의금속조각이끼어있었다.어떻게저작은조각을꺼내야할까?그는이걸스스로해결해보고싶었다.오각앨런키를사서노트북케이스를열어보기까지했지만,이어폰을꽂는뒤쪽에서는이단자가열리지않았다.그는유튜브에서비슷한경험을한사용자들의영상을찾아보았다.결국젊은유튜버스승에게조언을얻어,이쑤시개에특수접착제를붙여금속조각을빼내는데가까스로성공했다.헤클에게이작은금속조각은수리에대한치열한열정을불러일으키는소중한기념품이다.노트북을그냥수리센터에보냈더라면얻지못했을것이었다.

“뭐든지제대로고치고나면그런기분이든다.정말근사한경험을했구나,정말만족스러운체험이었어.반드시성공할수는없을지도모른다생각했던일을내가해낸것이다.그렇게수리를끝낸뒤얻을수있는가장큰수확은,고장났던물건을다시쓸수있게되었다는사실보다는무언가를할수있다는,해냈다는나자신만의경험이다.”(188~189쪽)

무언가를고치고만드는행위는그물건과나를곧장연결시킨다.그물건이어떻게만들어졌는지,어떤작동원리로움직이는지파악하게되기때문이다.최소한한번이라도제대로고친물건이라면쉽게버릴수없다.결과가그리만족스럽지않다고해도마찬가지다.오히려어떻게든그물건을고쳐서다시써보려고애쓸것이다.
뭔가를고치거나만들어낼수있는사람들은자율성을얻는다.타인에게의지하지않고뭔가를고쳐보며다른이를도와주는경험은우리에게그어떤것보다큰해방감을안겨준다.이런경험들은다른어떠한영역에도적용할수있다.어떤일을할때타인에게인정받는사람은다른분야에서역시학습능력이뛰어나다고느낀다.수리하는일에도전하면크고작은기쁨을느낄수있고,성공하게되면주변것들을더호기심어린눈으로살펴보게되며,과학원리를실생활에적용할수있는물건을발명한이들에게존경하는마음을품게된다.

우리를게으른소비자로내모는과잉의시대,
우리가잃어버린것들을복원하는삶

리페어컬처는자원순환의전과정을조망하게한다.자연에서캐낸물질로물건하나하나를생산하는것에서부터이러저러한유통을거쳐소비자에게닿고,쓸모를다한뒤버려지고나서다시자연으로돌아가는과정까지물건의일대기를생각하게하는것이다.이름조차생소한나라에서생산된말도안되게값싼티셔츠,수천킬로미터를날아온생선가공품…….자원을대하는현재우리의태도는어떠한가?
헤클은우리에게이세상을구원하라고말하는것이아니다.다만결정적인측면을논의해보자는것이다.다쓴물건들을내다버리기전에이를고쳐쓸지벼룩시장에내놓을지고민해야한다.그것이계속된성장이라는한계가분명한목표만을향해달려가는시대의흐름과우리를게으른소비자로내모는산업의흐름에맞서는방법이며,이런태도가우리삶을더풍요롭게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