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들여다보기
6학년3반,배추선생네교실에큰사건이터지고말았다.
분노조절이안되는인성이와고집센민우가운동장에서대판싸움이벌어졌다.인성이가소중하게쌓은모래성을민우가망가뜨려서화가난인성이가민우에게가방집어던지고,민우는휴대폰으로인성이머리를치고.이건두사람만의사건이아니다.한사람도빠짐없이모여서회의를열고,하나하나일어난일들을되짚어보며잘잘못을따진다.
성을다시쌓으려고했던민우마음은칭찬,민우마음을못보고화부터낸건잘못,도구를들고공격한건큰잘못….아이들이내린결론은잔소리듣기,반성문쓰기,봉사활동하기.심각한잘못이기때문에세가지고개를다넘으며반성해야된단다.민우와인성이도회의결과를받아들인다.그리고한가지더.민우한테는‘휴대폰금지령’을내린다.하지만누가사주는게아니라자기힘으로일해서모은돈으로사는건인정한다.아이들의판결이놀라울따름이다.민우는휴대폰값만큼열심히청소하고심부름하면서아이들이인정해주는일값을교실일기에차곡차곡기록하며모은다.
선생님의야단보다아이들의말이더힘이세다.벌받고야단맞으면끝이아니라아이들이함께이야기나누고오래오래그일을함께겪어나간다.
한사람의말,그리고기록하는교실
의자가뒤로밀리는바람에이슬이가꽈당엉덩방아를찧고말았다.아픈것보다창피한데,아이들이웃는다.배추샘도참으려다가더크게웃고만다.이슬이가화났다.체육시간에달리기를못하겠다고말했을때배추샘이살을빼야한다고말한것까지합쳐서단단히화가났다.
“나는입술꾹깨물고교실일기장펴서글을썼다.교실일기에쓴글은우리반전체가같이읽고이야기를나누게되어있으니까선생님은각오단단히하는게좋을것이다.선생님도이제는선생님자신의잘못을깨달아야하고,잘못했으면대가를치러야한다.오늘일에대해서한글자한글자진하게꾹꾹눌러서썼다.”
교실일기는힘이세다.누군가기록했다는것은놀라운일이다.기록에‘경의’를표해야한다.이슬이가글로항의했고,아이들이학급회의를열었다.그리고이슬이의속상한마음에손을들어주었다.배추샘이공손하게사과했지만이슬이마음이풀리지않는다.배추샘이재치있게일부러넘어지고이슬이가웃는바람에함께웃으며기분좋게해결된다.
이슬이가속상했던일이‘그깟일’이되지않았다.누군가말을하면그사람말에반응을한다.다른사람말을무시하면자기말도무시당한다는걸아이들도안다.그리고교실에서함께만든규칙은교사와학생모두에게공평하게적용된다.다수결이나큰목소리로움직이는게아니라한사람의목소리에둘레가반응하고교실이움직인다는걸보여주고있다.
놀이로풀어가는교실
배추샘이춤바람이났다.비오는날아침성현이가무심코‘빗방울툭’이라고한마디했는데‘빗방울툭’미끄러지는몸짓을하고놀이를만들어놀잔다.누군가말하면그말을춤으로표현하기.배추샘의춤바람이아이들에게까지옮겨간다.햄버거와콜라를걸고교장선생님앞에서엉덩이춤추기.처음엔햄버거먹겠다는욕심으로시작했지만춤으로인정받고말겠다는오기와울분이보태져서멋진공연을하게된다.
춤뿐만이아니라배추샘은노래도만들자고부추긴다.아이들이툴툴거리면서도누군가느리게빠르게리듬을만들고흥얼거리면거기에흥을보태고멜로디를만들어서노래한곡뚝딱만들어낸다.춤추고노래만드는경험들이쌓이고쌓여,연극놀이에빠진다.인성이와민우의싸움에서영감을얻어‘모래싸움’이라는연극을만드는데,‘그때이랬으면어땠을까’생각한게있으면내용을바꾸고인성이와민우가우정과의리를쌓아가는이야기는부풀려빛나게만들었다.경험을예술로바꾸는동안싸웠던두아이는작품속의주인공이되어인물의움직임을통해스스로를더돌아보게되었다.
‘산개가타닥타닥’은학교에나타난산개를잡기위해아이들이나서는이야기인데,아이들이똘똘힘을합쳐작전을짜고해나가는과정이흥미진진하다.아이들이스스로하겠다고마음만먹으면엄청난일을해내는구나,놀라운장면들을만나게된다.그리고무더운여름을산개와함께보낸이야기는6학년3반만의‘뮤직헐’로탄생한다.누군가만들어놓은이야기가아니라자기들이겪은일을연극으로,뮤지컬로만드는동안아이들은자기들의이야기를가슴에새겼을것이다.자기이야기의주인공이되어보는경험,멋지고아름다운일이다.
싸우고다투더라도놀이와노래,춤으로머물러봤던경험들로사건을다르게보는눈길을가지게될것이다.어른의지도가아니라스스로일구어낸경험만큼새로운자리로한발내딛게될것이다.
책에실린열한편의동화는모두사실을바탕으로썼다.어느교실에서나일어날수있는사건들이놀이가되고,놀면서들여다보고머무르면서문제를풀어가고있다.우리교실의누군가와닮아있는이야기들을교실에가져와서놀아보면어떨까?싸우고다투는사건의현장에이이야기를가져와서이야기나누고들여다보고놀다보면각자의교실에서새로운이야기들이피어날것이다.
덤,동화깊이읽기
이야기마다교사들에게도움이될만한글쓴이의생각과교실에서해볼수있는놀이를어떤방식으로해나가면좋을지짧게정리한글이부록처럼실려있다.
“한아이를바라보는눈길,교실은이야기가자라는곳,온통남이붙인이름만있는세상은시시해,한마디말이춤이되고노래가되고,아이들은놀이속에있어야,욕이떠다니는교실,기록하는것은역사를만드는일,교실을움직이는것은한사람의말,지금여기이자리,다함께‘뮤직헐’만들기”
모두열개의짧은글은한아이를어떻게바라볼것인지,사건이일어났을때교사의시선이어디에머물러야하는지돌아보게한다.잠시숨고르고다시아이들을바라볼수있게하는글쓴이의따스한시선과교육에대한생각들을만날수있다.
남의것,나와상관없는것은기를수없다.내안에있는것,한사람에게이미있는것만기를수있다.아이에게있는것이조그마한돌멩이하나라도좋다.자기도모르게중얼거린“빗방울툭”한마디라도좋다.알수없는몸짓이라도좋다.콕찍은점하나라도좋다.
아이들은순간마다시간마다씨앗을내보인다.보고듣고말하고다투고원망하고실수하며수없이새로운씨앗을내민다.아이가내민씨앗하나,어떻게가꿀까.무엇으로키워볼까.
노래로?둘레세상은소리와노래로가득찰것이다.
춤으로?세상은온통움직임과춤일것이다.(‘한마디말이춤이되고노래가되고’에서)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